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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홀로 깨어있는 속상한 밤..

| 조회수 : 4,891 | 추천수 : 103
작성일 : 2009-09-07 01:07:14
요리하기 귀찮고 반찬하기 싫고.. 나태해질때면 늘 찾는 82cook.
그럴때와서 한번씩 보면 넘 열심히 부지런히 살고계신 분들보면서 반성도하고, 식구들 훌륭한 식탁으로 건강하게 지키는분들보며 부럽기도 하고.. 종종 레시피도 많이 얻어가는 유령회원이예요.^^;
글은 처음으로 올리네요.

결혼7년차에 6살딸래미 하나. 딸랑세식구 단촐한 우리집.
오늘도 어김없이 오후에 마트에 들러 장을 보았네요.
집에 오니 6시. 부랴부랴... 저녁준비.

밥 앉히고,  마늘쫑새우볶음/된장소스 가지오븐구이/비름나물 무침/ 진미채무침/ 연근조림/ 고등어구이.
한시간동안 정신없이 6가지반찬을 만들어 상을 차렸네요. 국은 낮에 끓여놓은 된장찌게.

식성좋은 남편.. 기껏 차려주니 오늘은 입맛이 없다며 깨작깨작.. 결국은 물말아 먹습니다.
평일은 거의 집에서 밥을 안먹어서 기껏 남편을 위해 반찬해놓으니.. 암튼 좀 속상했지만 내색은 안했지요.
물말아 먹던중 묵은김치를 찾습니다. 낮에먹던 묵은김치 달라며..
아침 점심에 먹곤 조금남아 또 내기가 뭐해서 낮에 그냥 잔반처리하고 그릇 씻어버렸는데..
새로 꺼내 썰어준다니 한마디 합니다.
"넓은집 이사가기전에 절약하는것 부터 배워!"

요즘 살고있는집을 팔고 30평대 중반으로 넓혀서 이사를 할까말까.. 무척 고민중이었지요.
가격차이가 많이나서 대출도 많이 얻어야 할것같아 망설이면서.. 모아놓은돈이 조금더 있었더라면.. 혼자 자책하고 있는판에 남편의 저 한마디를 들으니 진짜로 속상하더라구요.
제가 근검절약.. 알뜰한 편은 아닌건 저도알지만..
그렇다고 펑펑 쓰는 편도 아닌데.. 남은김치 몇젓가락 버렸다고.. 절약하는걸 배우라니요..
제가 절약못해 넓은집 가는걸 고민해야한다는투로 들려서(물론 암생각없이 말했겠지만) 그만 펑펑 울어버렸습니다. 화장실에서 혼자 꺼이꺼이 울다가.. 울딸 제가 우는모습 태어나서 첨보고 엄청 당황해하고..
아빠에게 묻더군요. "아빠 어른들도 울어????"ㅠ.ㅠ 워낙 저희부부 부부싸움을 안하는지라 울딸은 오늘같은 제모습을 태어나서 첨 봤거든요. 에휴..
울다지쳐서 혼자 안방에 누워있다가 자는척하다가.. 딸래미랑 신랑다 잠들고.. 이시간에 컴터하고 있네요.
저말 한마디 이후로 남편과는 말 한마디도 안하고..
제가 넘 소심한걸까요?

첨올리는글.. 계속 딴소리만 하고 있네요.
속상한글만 올리기 뭐해 그간 해먹은것들 몇가지 올립니다.^^;
계속 오븐없이 버티다가 올해초 오븐을 구입하곤 신이나서 해먹은 몇가지..
아직 베이킹은 자신이 없지만 반찬만들때나 아이 쿠키구워줄때 요긴하게 써먹고 있어요.

해물치즈오븐 스파게티랑 매운닭봉구이, 웨지감자랑 단호박버터구이.
아이 유치원다녀온후 간식으로 계란 삶아서 반으로 쪼개고 노른자 으깬것+피클다짐+마요네즈+레몬즙+머스터드 약간+ 까망베르치즈 약간+파슬리가루 요렇게 넣고 버무려 다시 흰자속에 쏙쏙~ 그리고 군고구마.
찍어놓은 사진이 있어 올리고 갑니다.

워낙 훌륭하신 분들이 많아서.. 사진올리기도 부끄럽네요.^^;

그나저나 혼자 울고불고.. 말도 안하고.. 이 서먹함을 내일 어찌 풀어야 할까요..
울신랑 먼저 절대 미안하다 할사람도 아니고.. 칫..
지금 자고있는데 가서 확 때려주고 자는척하고 싶네요.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명랑아가씨
    '09.9.7 3:25 AM - 삭제된댓글

    저도 시어머니 때문에 남편이랑 투닥투닥하다가 잠을 못자고 인터넷하고 있어요.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로긴했어요 ㅎㅎㅎ
    열렬히 사랑해서 결혼했는데도, 생활이란 걸 함께 하다보니 서로의 마음이 같기가 참 쉽지 않네요 ㅠ.ㅠ 한때는 말안해도 찰떡같이 서로를 이해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엔 의사소통도 잘 되지 않는 것 같고 그러네요.

    진짜 김치 한조각 버린 걸 가지고 절약하라고 비약해버리다니...--;; (근데 전 김치전을 너무 좋아해서 조금 남은 김치들은 다 모았다가 부침개 해서 먹어요 ㅎㅎ)

    근데 정말 제 살림하면서 느끼는거지만, 한 가정의 주부의 역량에 따라서 그 가정의 부의 척도가 어느 정도 결정되는 것 같아요. 악착같이 절약을 해서 돈을 모은다거나, 아님 재테크 실력이 있어서 투자를 잘한다거나 하는 건 대부분 여자들이 잘 하는 거 같더라구요.

    저도 이제 아이가 커가서 20평대에서 30평대로 갈아타려고 슬슬 생각하고 있는데, 정말 쉽지 않죠?? ㅠ.ㅠ 주변 친구들이나 선배언니들 보면 척척 잘 갈아타는 거 같은데, 막상 내 일이 되니 잘 모르겠고... 요즘 하도 부동산 가격에 대해 말들이 많아서 팔랑귀가 되는 경향도 좀 있고 그래요 ㅎㅎ 강남으로 이사갈 거 아니니 좀 기다려서 집값 추이를 살펴봐야 하는 생각도 있구요.

    밤이라서 주절주절 했네요^^;;; 낼 아침이면 가웅이님이나 저나 또 새로운 마음이겠죠?? 저두 남편한테 어떤 입장을 취해야할 지 좀 생각해봐야 겠네요. (근데 전 이번에 좀 오래 갈 거 같다는.. 그동안 시어른들 좋다고 자랑 많이 하고 다니다가 뒷통수를 제대로 맞아서요...--;;;)
    가웅이님은 남편분에게 묵은지로 화해의 손길을~ ㅎㅎㅎ

  • 2. 봄소풍
    '09.9.7 10:13 AM

    아 ~ 맛있겠다.. 너무 배고파요.

    매운 닭봉구이 어떻게 하신거에요??
    오븐에 굽는거라면 레시피 좀 알려주세요.. 요즘 닭봉에 꽂혀서. 계속 닭봉만 해먹는데
    매콤한 레시피 찾기가 너무 어려워요 ~~

  • 3. 칼라스
    '09.9.7 11:01 AM

    글 읽다 그냥 울컥해서~ 아니 6가지 반찬을 먹을게 없다고 물말아먹다니.....

    글쓰신 분위기로 절대 낭비하며 사는분 같지 않은데 남편이 좀 심하신것 같아요.

    저라면 당분간 맨밥과 물한잔 묵은지 한접시만 줄거에요. 절약하라고 했으므로,,,,

    본인이 잘못했다고 하기 전까지는 묵은지 하나로 갈꺼에요. 그런데 쓰고 보니 왕유치하네요(제 자신이^^*)

  • 4. 꽁꽁맘
    '09.9.7 12:39 PM

    저도...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묵은지만 쭈~욱..
    뭐라하면 "전하께서 절약하라하셔서 명을 받드는 중입니다... "

  • 5. 꽁꽁맘
    '09.9.7 12:39 PM

    꼬옥 먹다 남은 걸로만 모아서..

  • 6. 정이
    '09.9.7 11:20 PM

    저도 6살 딸아이 있는 6년차 무늬만 주부에요. 한시간 안에 그 많은 반찬을 다 차려내시다니 너무 부럽네요.. 아마 남편분이 밖에서 짜증나는 일이 있으셨겠죠....그 화풀이를 제일 편한 사람에게 하신거 아니겠어요? 저도 직장에서 짜증나고 막 화날땐 제일 만만하니 신랑이라구...순딩이 남편에게 투정도 부리고 그런답니다...그나저나 저 위의 음식들,,너무 맛있어보이구 정성도 가득해보입니다....부럽습니다.

  • 7. 왕꼬꼬
    '09.9.8 12:07 AM

    두분 잘 푸셨는지요...남편분께서 넓은집으로 옮기는게 사정상 여의치않아 미안한 맘과 더불어 자책감에 되려 원글님께 버럭하신건 아닌가싶어요. 그냥 미루어 짐작하기에 말이죠.
    글에서 전해지는 느낌상 두분 사이도 좋으실것같은데 너무 오래 담아두시진 마시고 적당히 풀어보세요. 저도 별일 아니어도 남편의 서운한 한마디를 속에 담아 일주일이고 한달이고 갖고있는데요(풀릴때까지) 그 시간들이 정말 너~~무 길고 괴롭고 스스로 안쓰럽달까..뭐 그렇더라구요.

    주제넘게 한마디 거들고 지나가네요 ;; 아직 전 신혼이고 초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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