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병이었는지 아침 나절이 지나니 조금 살 것 같아 쨍한 햇볕에 이불을 널어 말려놓고.

이제 뭐하지.. 하다가 문득 생각나는 키친토크 따라하기.
키친토크 열독 반년차에 못 따라할게 무어더냐.

코코샤넬님 토마토냉채도

만년초보님 감자전도

혜경쌤님 꽁치쌈장도 성공했는데!

게다가 얼마전 스토어S에서 세일한 와플기를 구입,
보란듯 완벽한 형태의 와플을 굽는데 성공하여 도구의 인간임도 증명되었거늘.
그래 오늘은 miki님의 마카롱을 만들어보자.
너무 예뻐서 눈을 못 떼겠던, 삐에 가득한 마카롱을 나도 만들 수 있다니.

아몬드 가루가 없으니 집에 있는 아몬드 삶아서 껍질 벗기고...
가 중요한게 아니라 나도 이런 빛 아래서 과정샷을 찍어보다니 라며
프라이팬 가장자리 찌든 때는 애써 외면.

껍질 벗긴 아몬드는 약한 불에 볶아주...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나도 한 손으로도 과정샷을 찍을 수 있다니 라며 감탄.

볶아서 식힌 아몬드는 분쇄기에 드르륵 드르륵 갈아주면 홈메이드 아몬드 가루 완성..이 되어야 하는데,

중간에 아무리 버튼을 눌러도 작동하지 않는 분쇄기. 아직 갈길이 먼데 왜 이래.
너 아니어도 AS 맡길 가전은 다리미 밑으로 쫙 줄 서 있다구...라며 당황하는 우왕좌왕 내 시선에

포착되는 분쇄기 코드...
너.. 언제 뽑혔니? 과정샷에 심취한 나머지 왼손이 하신 일을 잠시 잊은...^^;;
코드 꼽으니 분쇄기는 잘 돌아가요. 호호 실수.

다시 정색을 하고,
아몬드가루, 슈가파우더, 달걀 흰자 잘 섞어두고,

설탕이랑 물이랑 잘 섞어 117도가 될때까지 저어주며 시럽 만드는데,

저 설탕 한 통이 다 들어가다니...
우리집 두세달 가도 안줄어들던 설탕인데.

아무튼 시럽을 만들어두고, 조금씩 넣어가며
그저께 배송되어 서재 세번째 칸에 감춰뒀다 신랑한테 들킨 거품기 설레이는 첫 사용.
믹싱볼 두개 겹쳐 사이에 얼음 채워두고 두 사람이 번갈아
얼굴 시뻘개져가며 30분씩 머랭 만들던 나날 안녕안녕.
머랭 만들어지는게 그저 신기함.

크지 않은 볼륨에 맞춰놓은 보사노바,
평일인데 칙칙한 사무실에서 머리 쥐어뜯고 있지 않다는 사실,
요리를 하며 맞을 수 있는 오후 2시, 아 행복하고나...

...라며 정신줄 놓고 거품기 돌리다가 튀어나간 흰자들..
너네 아무리그래도 그렇지 현관까지 진출한 건 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단단해진머랭과아몬드페이스트섞어서짤주머니에짜준후건조시켜오븐에구우면완성.
......
......
......

갑자기 과정샷 장황하게 펼치다가 말고 꽁지 끊고 잽싸게 짐챙기는 이유는...

파스텔톤 마카롱을 꿈꾸었던 슬픈 설탕물의 잔영.
냄비에 눌러붙은 시럽, 온 집안에 튄 머랭 파편 치우는데 수 시간.
그리고 기억에서 지워버림.
......
......
......
pm 10:00 부엌에 물마시러 갔던 남편.
"자기~ 여기 이거 뭐야?"
"응? 뭐???"
"아무리 봐도 뭔지 모르겠는데?"

"아 그거... 뽑기야.."
여러분.. 모두 진심으로 존경해요. ㅜ.ㅜ
miki님의 진짜 마카롱 레시피 :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kit&page=1&sn1=&divpage=7&sn=off&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