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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소박한 미역국

| 조회수 : 5,145 | 추천수 : 61
작성일 : 2006-10-24 12:42:11
내나이 스믈일곱... 이제 두돌 갓 지난 딸 아이의 엄마입니다.
지금 딸아이의 나이일 무렵,전 엄마를 하늘로 보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빠와 할머니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구김없이 자라
지금은 한 남자의 그늘 밑에서 예쁜 딸아이의 재롱을 보며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엄마 없는 외둥이로 자라 외로움을 무척이나 타는탓에
배우자 만큼은 정 많고 복작복작한 가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길 원했습니다.
남편은 삼남매 중 막내이고, 시아버님과 시어머님은 참 자애로우시고 건강하세요.


임신 4개월, 입덧의 절정을 보내던 그때...
먹는건 고사하고 음식 냄새만 맡아도 다 게워내 참 힘들었었어요.
뱃속의 아이에게 매일밤 울면서 어떤날은  ' 니가 뭐라고 뱃속에 들어앉아 이고생 시키느냐' 못할 생각도 하고,
어떤날은 '착한 아가 엄마 죽일작정인게야?'하며 투정도 부리고...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네요. 육아가 그 힘든 입덧보다 백만배 힘드니...^^

어찌되었던, 그 때... 참 엄마 생각이 간절했었어요.
엄마 뱃속에 있던 나도 이렇게 엄마를 괴롭혔을까?... 그래서 그렇게 빨리 가버린거였나 하고...
남들은 엄마가 해준 무슨무슨 음식은 먹을 수 있다던데. 난 그런것도 없고.참 많이 속상했죠.
그런 맘을 '새아가, 그래 오늘은 뭣좀 먹었냐?'하며 안부전화 주신 시어머님께 펑펑 울며 얘기했어요.
시어머니가 뭔 죄라고 한참을 들으시곤 '아가...아가.. 그래그래.. 내가 미안타..그래...내가 신경 못써줘 미안타..'하시대요.
때 맞춰 농사지으신 쌀 보내주시고, 철철히 나는 과일 사서 보내주시고, 게며 새우며 아이스박스 한가득 채워 보내주시곤 하시는데...

얼마 지나 제 생일이라고 올라오신다길래 신랑한테 비싸고 맛나는거 얻어 먹을꺼니 걱정 마시라고 극구 말렸는데
새벽기차를 타시고 올라오셨더라구요.
머리엔 보따리 한짐을 올려놓고양 손에는 바리바리 쇼핑백을 드시곤...
갈비 재놓은거, 게장에, 산모용 미역, 소고기, 사골, 잡채거리들, 말린 나물들, 들깨, 참깨, 참기름, 콩....
널어 놓으니 방 안에 발 디딜틈 하나 없을만큼...

분주히 제 생일상이라고 한상 떡부러지게 차려 주시곤
'아가야... 마이 무그래이, 내가 일하니라고 니 신경 제대로 못써줘 미안타. 마이 묵고 건강하그래이...
니도 자식 낳아 보면 알겠지만 니 어무이도 니 놓고 가느라 눈도 제대로 못 감았을끼라..
니 어매는 니보다 천배 만배는 더 힘들고 아팠을끼라. 불쌍한것.. 어매 사랑 못 받았다고 너무 서운케 생각하지마라
니 힘들고 고달픈거 내한테 풀어라 내가 니 시어매가 아니라 니 어매라꼬....' 하시는데
목 구멍에 살구씨 하나가 딱 걸린듯한 기분에 가슴이 막 너무 아프고 숨도 제대로 못 쉬겠고 주륵주룩 눈물만 흐르더라구요.

물에 불려 부들부들해진 미역 쓱쓱 쓸어다가 들기름에 다글다글 볶아 푹 과낸 사골국물 넣고 끓여주신 미역국.
입덧 중에 유일하게 맛있게 먹은 음식 입니다.
더불에 제 평생 잊지 못할 맛이기도 하고요.
그 덕인지 입 짧은 딸아이도 미역국에 밥 말아주면 군소리 없이 한그릇 뚝딱입니다.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풀삐~
    '06.10.24 12:54 PM

    시어머니와의 사연에도

    이렇게?? 눈물이 날 수 있는거군요.. ㅠㅠ

  • 2. 달빛세상
    '06.10.24 1:34 PM

    누구나 사연있는 음식은 하나쯤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홍성아님의 글에 잠시 마음이 짠해집니다..

    가족의 행복을 빕니다

  • 3. 해와달
    '06.10.24 1:38 PM

    저도 엄마를 머얼리 보냈습니다
    아이낳고 엄마가 그리워 많이 울었습니다

    시어머니가 참 다정다감하시군요

  • 4. 산산
    '06.10.24 2:09 PM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너무 인자하신 시어머니이시네요.

  • 5. 한번인연
    '06.10.24 2:47 PM

    ㅠ.ㅠ 콧끝이 찡해지네요..
    친정엄마한테 전화안한지 5일째네요..
    반성하면서..지금 수화기 듭니다~
    홍성아님 홧팅!!!

  • 6. 클로버
    '06.10.24 5:17 PM

    다정한 시어머님이 부럽네요..
    따스한 말 한마디, 정성어린 밥상을 받으면 저절로 힘이나죠..

  • 7. 봄노래
    '06.10.24 6:15 PM

    어머님의 따스한 마음을 받으신 님은 세상레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입니다..

  • 8. 소마
    '06.10.24 11:34 PM

    저도 눈물이 그냥 맺히네요..

  • 9. 꿀맘
    '06.10.24 11:41 PM

    저도 글보고 펑펑 울었읍니다. 엄마한테 정말 잘해야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글구 너무 좋으신 시어머님이시네요. 많이 많이 행복하세요. ^ ^

  • 10. 뽀롱이
    '06.10.25 7:56 AM

    아침부터 울고 갑니다~
    너무 조으신 시어머님이세요~

  • 11. 하은맘
    '06.10.25 10:30 AM

    우리 올케가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는데 짐 둘째 임신중인데요 님글보니 맘이 짠하네요
    좋으신 시어머님이세요, 울올케도 울엄마를 친엄마인냥 저희도 자매인냥 지내는데 더 잘해줘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 12. 로미
    '06.10.25 1:51 PM

    눈물주루룩... 아 엄마너무보고싶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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