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그리 멀지 않은 충청도가 제 고향입니다.
과수밭 사이사이에 어무이가 심은 콩이 많이 영글어 가고 있더군요.
어느놈이 종콩인지 방콩인지 서리태인지
남정네인 저론선 잘 모르지만 그렇다치고
갑자기 풋콩을 보니 어렸을적 군것질로 먹었던 콩천대가 생각나네요.
어렸를적 6~70년대를 지내온 세대다보니
봄에는 삐비(?), 소나무나 아카시아 새눈이 나오면 껍질을 베껴 씹어먹고
보리가 익을때면 나락을 훌터 손바닥에 비벼 껍처럼 계속 씹고
하도 오래 돼놔서
콩깍지에 솜털이 남아있고 까서 밥솥에 넣어 콩밥해먹을 정도로 익은놈을
통채로 뽑아 잎파리 훌터내고 모닥불에 구워먹으면 군밤처럼 고소하면서
깍지안에 물기가 남아있어 아작아작 맛있어요.
또래 애들이 모이면 으래 축구하러 갑니다.
동네앞에서 하면 "**야~ 공부안하고 뭐하니~ 엄마 잔소리에
멀찌감치 나가서 놀고한다.
한참 편짜서 놀다보면 배가 출출해지기 마련이다.
그중에 주머니에 성냥을 갖고 다니는 녀석이 나오지요.
불을 피울수 있으니
가까운 콩밭에 가서 몇몇은 풋콩을 가지채 뽑아오고
또 몇몇은 불지필 마른 나뭇가지나 불쏘시개를 구해 옵니다.
성냥을 꺼내보면 땀에 젖어 잘 안켜지기 일쑤
어렵게 불을 켠후 모닥불을 켭니다.
나무가 다 타서 컽불이 재가 어느정도 생기면 그때 콩대를 그위에 얹습니다.
아시다시피 컽불이 쎄면 깍지가 타기만하고...
그래서 속불의 열기로 익힙니다.
그동안 오손도손 수다를 떨며 콩대를 뒤집어 놓거나 잘익게 만져줍니다.
먹을라 치면 또 장간끼있는 놈이 나옵니다.
"야~ 가만 있어봐. 눈 옆에 뭐 묻었다"하면 순뎅이 녀석은
지긋이 눈을 감습니다. 그러면 콩깍지를 깐 숯검정이 묻은 손으로 살짝 묻히면
주변에 있던 애들이 여기저기서 키득키득거립니다.
그제야 눈치챈 녀석
때리려고 일나기 무섭게 한 녀석은 손살같이 도망을 가지요.
그렇게 놀다가 해가 늬엿늬엿(?) 저물면
누구네집 할것없이 저녁밥짓는 연기가 꿀뚝에 연기가 피어 오르면
이제 집에 갈 시간이 다가온 겁니다.
조금이라도 늦어 집에 다다르면 부엌에서 부짓개들고 엄마가 뛰어나오지요.
그러면 또 손살같이 잡힐듯 말듯 도망가고
엄마는 힘에 겨워 다시 돌아가시지만
혼날게 무서워 집앞 울타리에서 어정거리면 아버지가 인기척을 느끼시고
"**야~ 어서 들어오지 않고 뭐하냐" 하고 역정내시면
못이기는 척하고 들어가 마루에 차련진 밥상에 앉으면 엄마가 숱가락쥔 손으로 콩~
..........................................................................
이렇게 어린시절 사내녀석들은 요즘 하루를 이렇게 지냈나 싶습니다.
얘기가 쓸데없이 길어졌지만 요렇게 먹고 살았던게 요즘 얘기하는
웰빙음식이 아닌가 생가해 보네요.
혹 주말에 가족과 나들이 나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번해보세요.
펜션에서 가능하지 않을까요? 주인께서 콩농사를 짓는다면
물론 볼조심해야 하지요.
요즘 그 녀석들과 가끔 만나 옛얘기를 하지요.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 콩천대라고 아시남유~?
능금 |
조회수 : 2,424 |
추천수 : 20
작성일 : 2006-10-21 16: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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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해와달
'06.10.21 4:58 PM지난 이야기를 듣는것으로도 콩처럼 구수하구만요..
2. 사랑맘
'06.10.21 10:51 PM...
삐삐 정말 많이 먹었네요...
껌처럼 씹어먹고...
보리도 구워서 비벼먹고...옛날의 추억이..ㅎㅎ
굴뚝에 연기오르면 온동네에 구수한 연기냄새~~~
콩익었나 두겅 열다가 연기에 손도 데이고...추억이 새롭네요3. 별꽃
'06.10.21 11:53 PM시집오기전 어느가을날... 나락 베던날 지금은 돌아가신 친정작은아버님께서 논둑에 있던 콩 베어서 구워주시곤 하셨는데.....지금도 그 맛이 그립네요.
콩천대 라는 이름이 있었군요^^4. 신효진
'06.10.23 12:15 PM범버꾸 범버꾸~ 요람기에서였을거예요 학교다닐때 국어책 본문중에 애들이 콩구워 먹는 장면에서
콩익기를 기다리며 범버꾸 범버꾸~하면서 먹었다던 기억이...요람기처럼 한편의 소설책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이쁜글 이었습니다 .추천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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