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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오징어채 무침에 대한 추억

| 조회수 : 4,307 | 추천수 : 5
작성일 : 2006-10-11 22:42:59
  제가 그당시 국민학교 2학년때 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간식을 싸오라 하셨고 전 학교에서 간식을 먹는다는 생각에 어찌나 다음날이 기다려 지던지요.
그런데 아침에 엄마가 싸주신 것은 제가 생각했던 빵, 과자 이런 것이 아니었고
네모 반듯한 양은 도시락에 밥이 들어있고 귀통이엔 마른 오징어채 무침이 조금 들어있었답니다.
빨갛게 매콤달콤하게 무친 오징어채 무침이 귀퉁이에서 밥을 벌겋게 물들이고 있었어요.
얼마나 실망을 했는지 입이 이만큼 나와가지고 학교에서 간식시간에
다른 아이들 먹는 것 부러워하면서 손으로 가리고 먹었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께서 가게에서 파는 과자나 빵류는 못미더워서
도시락을 싸 주신 것이라 생각을 하지만 그것을 알 길없는 전 툴툴 거렸답니다.
그 이후로는 어머니께서 직접 빵이며 과자며 만들어 주시던지
정 안되면 유명하다는 제과점 가서 사다가 싸 주셨답니다.

  그로부터 약 20년 후에 둘째 아이를 갖고 아주 힘든 시기를 지낸 적이 있었어요.
남편과는 주말부부였고, 껌딱지 첫째아이 떼놓고 왕복 세시간 버스-전철-버스 이렇게 갈아타며
직장에 출근을 하면서도 집안 살림은 그다지 펴지지 않는 것 같아 우울한데다
친정은 부도가 나고 시어머니와의 갈등때문에 정말이지 내 생애 최악의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 날도 직장에서 일하는데 갑자기 어머니께서 해 주신 마른 오징어채 무침이 생각나고 너무 먹고싶은 거예요.
제 직장 주위에 시장이 있어서 오징어채를 사러 다녔는데, 제가 찾는 오징어채를 못찾겠던 거예요.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오징어채는 진미채종류가 아니라 마른오징어를 실처럼 아주 가늘게 채쳐놓은 건데,
진미채로는 그 맛이 안나거든요. 그 시장을 샅샅이 뒤져서 결국 찾아내어 산 다음 집에 서둘러 와서
친정에 전화를 했죠. 어떻게 무쳐야 하는지요.
  친정어머니께서 왜 갑자기 물어보냐고 물어보셔서 너무 먹고 싶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하는데
전화기 너머로 친정어머니 잠시 말을 멈추시더니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주시더군요. 설탕, 물엿, 마늘, 고추장,참기름, 깨소금
넣고 이렇게 저렇게... 따라 적는데 저도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인사도 대충하고 수화기를 내렸답니다.
그리고 곧장 눈물을 훔치며 만들었는데 당췌 그 맛이 안나서 부엌에 대자로 앉아서 엉엉 울었답니다.
그당시 제 큰 아이를 봐 주시던 친척 아주머니는 놀라서 달려 오시고, 전 왜 그맛이 안나는지 모르겠다고 울고,
아이는 제가 우니까 따라 울고...
  
   친정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음식중에 맛있는 것이 참 많았는데 그때 하필이면 그 오징어채가 생각날 게 뭐랍니까.
얼마후 둘째 아이 낳고 친정에 조리하러 갔더니 친정어머니가 오징어채 무침을 많이 만들어 두셨더군요.
그때 원없이 먹었답니다.
  그리고 그 후 4년 지났는데 얼마전 추석때 친정에 가서 친정 어머니 아버지 뵜는데, 두 분다 노인이 되셨더군요.
당연하지요. 제가 아이 엄마가 되었는데요. 가서도 엄마표 음식을 먹는데 얼마나 속으로 울컥하던지...
저도 이제야 철이 좀 드나 봅니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에스더맘
    '06.10.12 12:25 AM

    가슴 찡 하네요. ..

  • 2. 아녜스
    '06.10.12 3:01 AM

    눈물 나요....

  • 3. 하얀
    '06.10.12 2:58 PM

    이벤트 응모글은 대부분 옛추억...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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