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참 이상한 버릇이 하나 있습니다.
요리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요리를 하기 전에 반드시 양치와 세수를 하고,
머리를 바짝 틀어 올립니다.(이때 이쁜 앞치마를 두르면 더 즐겁다는....)
밑반찬을 만들려고 할 때도...
머핀을 구우려고 거품기를 꺼내기 전에도....
아주 간단한 빈대떡 한 장을 부치려고 할 때에도...
참 이상한 습관이지요?
(그렇다고 뭐 커피 한 잔 끓이는데 욕실로 먼저 가지는 않습니다..)
며칠 전에 귀한 친구에게서 아주 싱싱한 굴을 선물 받았습니다.
항상 그 친구에게서 도움만 받는 입장이었고, 해 준 것도 없는데, 선물을 받고 보니...
고마운 마음과 더불어 무척 미안했습니다..
귀한 선물이니만큼 귀하게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런, 데....
제 입맛은 무척 촌스럽기때문에 굴을 못먹는다는 것, 그래서 만들어 본 적도 없다는 것,
고민고민 하다가, (머리 질끈 묶어 올리고, 이쁜 앞치마 골라차고)
82를 기웃거리며 레서피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선물로 준 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강채,마늘채 하나 써는데 온갖 정성과 심혈을 기울인 결과....
성공한 듯 싶습니다...(남편이 맛있다고 하니...)
쟈스민님의 레서피를 참고했습니다.
쟈스민님 고맙습니다...

생각보다 고운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갑니다.
쟈스민님의 레서피에는 간장을 넣으라고 했는데, 저는 간장 대신 멸치액젖으로
간을 맞추었습니다.(황채은님께 구매한 멸치액젖 구수하고 맛있습니다.)

추가로 청량고추와 매실액을 넣었고, 마지막에 물엿을 약간 넣었습니다.

겁도 없이 동치미무에 달린 무청으로 시래기를 만들었습니다.
6꼬다리 정도였는데(요리고수들이 보면 웃을겁니다), 옷걸이에 매달아 이리저리 왔다갔다,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
고생 꽤나 했을 시래기 입니다.

된장,고추장, 대파, 마늘을 넣어....

손으로 조물조물, 들기름을 넣고 볶아주다가 멸치육수를 붓고 자박자박 끓이니까...

무척 맛있는 시래기나물 완성.(마지막에 들깨가루 넣었습니다.)

아주 맛있는 묶은지를 몇 쪽 샀습니다.
만들기는 너무 간단한 것에 비해 무척 맛있는 반찬인 듯...
두꺼운팬에 김치 넣고, 들기름 넣고 뚜껑 닫아 푸욱~ 익히면 끝.

아는 분이 직접 농사를 지은 콩으로 만들어서 보내주신 콩자반 입니다.
제가 잘 못하는 반찬중의 하나입니다만, 이 콩자반은 쫄깃쫄깃, 고소하고
맛있더군요.

뜨거운 누룽지를 싫어하는 남편때문에 누룽지도 식혀놓습니다..

82의 레서피에는 식용유로 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저는 포도씨오일로 고추기름을 만들었습니다.
여러 요리에 유용하게 사용 되더군요.
매콤한 멸치복음, 마른새우볶음, 순두부찌게, 고추잡채, 조림이나 찌게, 볶음요리등 다양하게
사용합니다. 그 중에서 특히 제가 맛있다고 생각되었던 오징어채 볶음...

팬에 고추기름, 고추장, 간장, 물엿(또는 꿀) 매실액을 넣고 끓입니다.

바글바글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오징어채와 잣을 한줌 넣고 버무려 줍니다.
다시 불을 켜고 센불에서 한 번 볶아주고, 맛술(미림)을 넣어줍니다.

매콤한 오징어채볶음 완성...
잣을 잘 먹지 않는 딸이 잣을 골라먹는다는.....

장터에서 산 대봉시가 홍시로 되었다가, 다시 냉동실에서 놀다가,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처음 시도해 보았는데 정말 맛있었다는......
82를 알고나서...
여러가지 요리를 따라해 보기도 하고, 아는 요리에 가감도 해 봅니다...
분명한 건....
82를 알아갈수록 요리실력이 향상된다는 것.....
그러나 더운더 확실한 건.....
82의 주부들의 몸매가(루나도 포함해서)앞뒤로 볼록볼록해 진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