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에 장 보러 갔다가 아무 생각없이 생강 1키로짜리 한봉지를 들고 왔답니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아무 생각없이가 아니라
며칠전에 직장에서 누가 함양 집에서 직접 했다며 토종꿀을 팔길래 정말 아무 생각없이 한병 샀거든요.
집에도 아직 먹다 남은 꿀이 있는데
제 지병인 저질러 놓고 보는 병이 도져서 꿀을 한병 샀길래
그냥 두면 남편한테 혼날까봐 그 꿀 쓰려고 샀지요.
꿀에 생강을 저며서 재어 놓으려고...
제 지병 얘길 하자면 깁니다.
대학을 다닐때 전철을 타고 통학을 했거든요.
1호선 전철을 타고 집에 오다보면 왠 장사하시는 분들이 그 땐 그렇게 많았는지..
매일 한가지 이상을 집에 사다가 날랐습니다.
부모님께 쓸데없는 것을 샀다고 꾸중을 들어도 그 장사하시는 분이 얘기할 땐 그 꾸중 들은게 어디로 사라지고 그 물건이 정말 꼭 필요한 것 같아서 덥썩 사고 말았지요.
4년을 통학하면서 집에 사다 날른 것 그대로 뒀으면 방으로 하나 가득은 했을 겁니다.ㅋㅋㅋ
거기서 끝이 아니지요.
제가 다니는 직장엔 참 많은 장사하시는 분들이 오신답니다.
그 때마다 꼭 가서 설명듣고 꼭 사가지고 오지요.
직장생활 올해로 17년째인데
그렇게 해서 친정집, 지금 우리집 창고에 쌓아 놓은 살림살이가 얼마나 많은지..
저는 못버리는 병도 있거든요.
뭐든지 꼭 필요할 것만 같아서 버리질 못하거든요.
그러니 저희집이 어떨지 상상이 가시지요?
이제는 직장에 누가 물건 팔러 오면 제가 미리 주변 사람들한테 얘기 합니다.
내가 거기 가려고 하면 꼭 말려달라고...
어쨌든 생강얘기로 돌아가서...
그 꿀을 쓰려고 생강을 샀는데 그날 마침 미스테리님이 올리신 생강차를 본겁니다.
더구나 제가 안쓰고 처박아 놓았던 슬로우쿠커를 쓴다니 이 얼마나 반가운지..
그 꿀은 까맣게 잊은채 미스테리님 따라 생강차를 만들었지요.
결국 슬로우쿠커는 써먹었으나 꿀 때문에 남편한테 또 한소리 듣고 말았다는 슬픈 얘기가.흑흑흑...

문제의 슬로우쿠커 입니다.
생강을 편으로 썰어 생강: 설탕=1:1.5의 비율로 설탕을 켜켜히 뿌려 놓았지요.

퇴근하고 저녁먹고 치우고 그 때부터 생강 1키로 껍질을 깠더니 10시가 다 됬더라구요.
씻어서 약간 말린후에 편으로 썰고 설탕 얹고 나니 11시
'강'으로 세시간, '약'으로 6시간이라는 시간을 지키기 위해 11시40분에서 세시간 후인 2시 40분에 알람을 맞춰 놓고 잠이 들었습니다.
혹 안 일어 날까봐 남편한테 알람이 울리면 꼭 깨우라는 당부도 잊지 않고,,,
어쨌든 그런 노력끝에 아침에 일어나 보니 요렇게 예쁜 색깔이 나왔더라구요..

맛을 보니 좀 더 달여져야할 것 갔아서 '약'으로 세시간 더 두었습니다.
마침 온 식구가 다 노는 토요일이라 느긋하게 아침 먹고 걸러 병에 담았지요.

생강 1키로가 딱 요만큼 나오더라구요.
또 얼마나 흐믓하던지...
나 혼자 흐믓해선 떡 본김에 제사지낸다고 생강차 예쁜 잔에 담아선 식구들을 불렀죠.

큰 잔 두개는 저랑 남편 것,
작은잔 두개는 아이들것.
생각보다 안매워서 아이들이 잘 먹네요.
여유있는 토요일 오전 따뜻한 햇살이 드는 거실에 앉아 오랜만에 가족 모두 향긋한 차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니 참 좋네요.
너무 단 것도 같아서 다음엔 설탕을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짜고 남은 생각찌꺼기가 아까워서 다시 슬로우쿠커에 담고 대추씨를 뺀것과 같이 또 달였더니 그것도 참 맛나네요.
유자차가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 식구는 생강차 입에 달고 삽니다.
감기는 접근 못하겠죠?
미스테리님 감사합니다.
오늘은 수다가 좀 길었네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