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콩잎으로 할수있는 모든 것.(R.P)

| 조회수 : 9,595 | 추천수 : 1
작성일 : 2005-07-11 17:52:40
풀과는 별로 안 친한 남편이 콩잎 김치만은 참 좋아합니다.
1년에 한번 선산이 있는 경북 영천으로 벌초를 가는데
벌초가 끝나면 그곳에 살고 계시는 5촌 당숙 댁에서 점심식사를 하지요.

그 점심에 매년 빠지지 않고 나오는 반찬 하나가 콩잎 김치예요.

전년 가을에 따서 삭혔다 김장할 때 갖은 양념 해서 재어둔 콩잎 김치.
밥을 먹다 보면 눈치 없는 남편은 다른 반찬 손 한번 안대고 그것만 먹고 있더군요.ㅠㅠㅠ
그리곤 집에 와서도 한동안을 그 김치 얘기만 합니다.
만들수 없냐고....

사실 저도 콩잎김치를 엄청 좋아해요.
저 역시 어려서 많이 먹고 자랐거든요.

저희 엄마도 가을이면 겨우내 먹을 밑반찬꺼리를 준비하셨죠.
배추나, 아주까리 잎, 깨송이, 깻잎, 고추 등으로 찹쌀부각을 만드셨고,
무도 썰어 말리고, 콩잎, 깻잎 따다가 삭히고...그렇게 겨울나기 준비를 하셨지요.
날이 추워져 본격적으로 김장철이 되면 요즘 우리네처럼 배추김치만 담는 게 아니라
무말랭이,(제 시골에선 약지라고 불렀어요.) 깻잎김치, 콩잎김치. 동치미와 더불어
길다란 왜 무로 단무지도 만드셨죠.

시골에선 이런 밑반찬들이 채소가 생기는 봄까지
내내 도시락 반찬으로 이용 되었답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제가 콩잎타령을 하고 다녔어요.
어디서 콩잎 좀 구하면 연습 삼아 흉내라도 내볼까 했지만....
콩잎 구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지성이면 감천이라 하더니
드디어 제게 콩잎이 생겼습니다.

예쁜 박하맘께서 콩잎에 애닳아 하는 저를 가엾게 여겼는지 동네 아저씨께
특별히 부탁해서 콩잎을 따다 주셨어요
저 역시 회사 주변 콩밭 주인아저씨께 용기 내어 부탁 드렸더니
콩은 잎을 따는게 아닌데 하시며 조금만 따라고 하셔서 정말 조금만 땄어요.

이렇게 생긴 콩잎 중 부드러운 잎으로만 콩잎 물김치를 만들었구요.
방법은 동치미 만드는 법이랑 똑 같습니다.



정확한 콩잎의 양을 미처 체크하지 못했어요.
언제나 주먹구구 제식대로 한 것이라 이해바랍니다.
간은 봐가면서 맞추세요.    

1. 물 반컵에 찹쌀가루 4큰스푼 풀어서 곱게 풀어둔다.
2. 물 10컵에 소금 조금, 설탕 조금넣고 팔팔 끓인다.
3. 끓는물에 풀물을 부어 잘 풀어주고 식혀 둔다.
4. 콩잎은 잘 씻어 소금에 살짝 절여둔다.
5. 다진 마늘과 생강을 면보에 싸서 풀물에 넣는다.
6. 청,홍고추, 양파 얇게 자르고, 마늘 조금 편 썰어 절인 콩잎에 올린다.
7 식은 국물을 콩잎에 붓는다.

지금 맛나게 익었어요.
국물은 시원하고 콩잎은 특유의 쌉싸름한 약간의 향을 풍기지만,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네요.

조금은 된장에 박아서 된장 장아찌를 만들었어요.



몇 주 전 부산에 갔다가 용궁사 앞에서 2천원어치의 된장 박은 콩잎을 사왔었거든요.
식구들이 좋아할지 어떨지 몰라 딱 두 단, 2,000원어치만 사 왔더니
시어머님 너무 좋아하시고 그 다음주말에 다니러 오셨던 시이모님까지
옛 생각하시며 잘 드셔서 조금 사왔던 것을 몹시 후회했더랍니다.

그 생각하며 만들어 봤는데... 비슷한 맛이 나왔네요.

이건 딱히 레시피 랄 것도 없군요.
집에서 만든 된장을 작은 통에 담아서 그 속에 며칠 숨겨 두었다가
된장 떨어내고 두 어장 사이로 된장 조금씩 발라 둔거랍니다.
역시나 특유의 콩잎 맛이 묻어나면서 시골스런 음식 좋아라하는 제겐 잘 맞네요.
부드러운 콩잎으로 해야 할것 같아요.

아마 정석대로 하려면 먼저 소금물에 삭혀서 콩잎을 좀더 부드럽게 만든 다음
된장에 박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젤 좋아하는 김치 담그려고 소금물에 삭히고 있는 콩잎입니다.
원래는 가을에 좀 억세진 누런 콩잎으로 삭혀야 한다는데
연습 삼아 먼저 만들어 보려구요.



1. 콩잎은 차곡차곡 쌓아서 몇 단씩 실로 묶어 항아리에 담는다.
2. 간간하게 소금물 만들어 끓여서 콩잎에 확 들이 붓는다.
3. 뜨지 않도록 돌로 누르고 뚜껑 덮어 둔다.

일단 이렇게만 해둔 상태랍니다.
콩에서 빠져나온 즙이 하얀 소금물을 간장처럼 까맣게 만들었네요.
그리고 국물에서 콤콤한 냄새도 납니다.

그래서 어제는 저 까만 물 따라 버리고 새로 소금물 끓여서 식혀 부어 두었답니다.
좀 더 있다가 건져서 양념 만들어 버무려야지요.

참고로 김치 만드는 법까지 말씀 드리면

1. 삭힌 콩잎을 건져 살짝 데쳐서 물기를 쫙 빼둔다.
   이렇게 데쳐야지만 콩잎이 좀더 부드러워지고 특유의 향이 없어진답니다.
   (데친 콩잎을 찬물에 삼일동안 우려내라는 분도 계시네요. 그래야 콩잎의 씁쓰름한 맛이 빠진다고)

2. 멸치액젓에 물엿,설탕,고춧가루,통깨,다진마늘,가늘게 채썬 밤을 넣어 꺼룩하게 끓인다.
   제 입맛엔 조금 달달해야 좋은것 같고 물엿으로 양념에 윤기가 자르륵 흘러야
   보기도, 맛도 좋더군요.

3. 걸쭉한 양념을 물기 뺀 콩잎에 켜켜이 잰다.

정석이 아닐 수도 있어요.

어려서 먹어본 입맛에 영천에서 먹어본 맛과 모양새에
저 나름대로 그려낸 것이어서요.

콩잎으로 할 수 있는 요리를 검색해 보았더니 몇가지 다른 버전이 있네요.
콩잎을 좀 더 많이 구 할 수 있게 되면 한번 씩 다 해 보려구요.

다른 버젼 하나.

1. 소금물에 절인 콩잎을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쫙 뺀다.
2. 실로 묶어 뭉치를 만들어 된장에 박아둔다.
3. 된장 맛이 콩잎에 충분히 배어들면 (보름에서 한달정도) 꺼낸다.
4. 청,홍고추,마늘,밤등으로 양념채를 만들어 켜켜이 얹고 들기름을 부어 살짝 쪄낸다.
        
다른 버전 둘.

1. 묶음으로 만든 콩잎에 진간장을 붓는다.(콩잎이 다 잠길만큼)
2. 3~4일 후에 간장 국물은 따라 버린다.
3. 된장에 마늘+생강즙+물엿+통깨를 넣어 콩잎을 재워 둔다.

다른 버전 셋

1. 묶음으로 만든 콩잎에 진간장을 붓는다.(콩잎이 다 잠길만큼)
2. 3~4일 후에 간장 국물은 따라 버린다.
   (여기까진 두 번째 버전과 똑 같죠)
3. 진간장에 마늘+생강즙+물엿+통깨를 넣어 끓여서 식힌다.
4. 콩잎에 붓는다.
5. 간장을 끓여 식힘을 두 세 차례 한 후에 냉장고에 두고 먹는다.

다른버젼 넷.

간단히 멸치액젓+간장에만 절여 삭혀 먹는 방법도 있군요.

위 버전들은 제가 먹어 본 것들이 아니라 들어가는 재료로 맛을 그려 볼 수밖에 없군요.  
혹시 주변에서 콩잎 구하실수 있으면 한번 해 보시구요.
콩잎 여유 있으면 제 것까지 좀 부탁 드릴께요.*^^*

저도 내년엔 작은 텃밭에 콩을 심어 보려 합니다.
콩이 목적이 아니라 콩잎을 목적으로.
많이 따서 원 없이 다양한 버전으로 해보고 싶거든요.

그래서 미리 저를 위한 자료삼아 정리 해 본 것이랍니다.

달개비 (eun1997)

제가 좋아하는 것은 책. 영화. 음악. 숲속 산책. 밤의 고요. 이 곳 82쿡. 자연이 선사한 모든 것.... 그리고 그 분.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yuni
    '05.7.11 5:58 PM

    침 고이네요.,
    저도 콩잎김치 좋아하지만 감히 만들 엄두는 못내고
    절 무지 이뻐라 하시는 시이모님이 경주에서 오실때마다 조금씩 갖다주시지요.
    된장에 박은 콩잎은 어릴때 마산 사시는 당숙모님이 조금 가져 오시면
    아버지 옆에 앉았다가 얻어먹었는데 그것도 그립네요.
    밥때가 되니 올라오는 음식이 다 먹고싶어요.
    (그런데 밥은 왜이리 하기 싫을까요?? 병입니다. ㅠ.ㅠ)

  • 2. 현준맘
    '05.7.11 6:10 PM

    콩잎김치는 경상도에서만 먹는다죠?
    저도 가끔씩 집안 어른들이 갔다주셔서 먹어봤었는데,
    좀 두껍고 뻣뻣해도 맛있었는데,,, 크흐
    만드시는거 성공하시면 좀 나눠주세용^^

  • 3. 달개비
    '05.7.11 6:18 PM

    사진 보이시나요.
    안보인다고 연락이 와서...수정한다고 해봤는데...
    제껀 처음부터 보여서 고쳐진건지 어떤지 모르겠어요.
    yuni님도 콩잎의 맛을 아시는구만요.
    괜히 더 반가운것 아시죠?
    현준맘님! 그쵸? 콩잎김치는 좀 뻣뻣해도 맛있어요.
    가까이 계시면 나눠 드리지요. 이 다음에....ㅎㅎㅎ

  • 4. 이지혜
    '05.7.11 6:29 PM

    왜 저는 사진이 안보이져`이상하게..배꼽이 많이 보이는 글이 있어요..다들...보이시는것도 같으고..내 컴이 이상한가.,...흐미...

  • 5. 김민서
    '05.7.11 6:38 PM

    사진안보여요. ㅠㅠ

  • 6. 안나푸르나
    '05.7.11 7:27 PM

    콩잎...넘 궁금해요.깻잎이랑 같은맛?(무식.-.-....)
    사진이 보이면 좋겠는데 잘 안보이네요.
    넘넘 부지런하시고 너무나 부드럽고 인상좋은 달개비님.!
    담에 또 뵈요~

  • 7. 조슈아
    '05.7.11 9:52 PM

    전 경북 영천이 고향입니다
    젓갈 넣은 김장 양념한 노란 낙엽콩잎,
    보들보들 연두빛나는 생콩잎 된장에 박았다가 물에 밥말아 얹어 먹으면 짭조롬한 된장콩잎,
    부들한 생콩잎 물김치 담듯해서 익으면 깡장 끓여 쌈싸 먹으면...아우...
    이젠 조금 억세지고 약을 쳐서 조금 지난 듯...
    참,용궁사 앞 할머니들이 파시는 된장콩잎은 넘 달아서...
    파는 된장에 물엿 넣고 담는다시던데요...

  • 8. 남양
    '05.7.11 10:10 PM

    콩이파리에 밥 싸먹고 시포요...쩝..

  • 9. 깍지
    '05.7.11 10:31 PM

    정말~ 맛있겠다!!!(입맛 다시는 소리)
    어릴땐 잘 먹지 않았었는데..
    언젠가 여행가서 직접 담은(된장에 박은) 콩잎 장아찌를 얼마나 맛있게 먹었었는지 몰라요.
    마치 잃어버렸던 미각을 찾기라도 하듯..밥 한공기를 된장콩잎에 싸서 다 먹어 버렸던 기억이 나네요.
    근데 요즘은 콩잎보기가 힘든것 같네요.
    된장에 박은 콩잎 먹고 시퍼요~...어딨을까요??

  • 10. 오두막집
    '05.7.11 10:58 PM

    사진이 안보여요~~~
    저만 안보이나요???

  • 11. 보들이
    '05.7.11 11:14 PM

    저도 사진에서 배꼽만 보여요 ....
    달개비님 도와주세요 ~~

  • 12. 차니
    '05.7.12 12:17 AM

    잊고 있었던 음식인데.... 넘넘 먹고싶네요. 금방 지은 뜨거운 밥에 젓갈에 절인 노란콩잎 한개 싸서...그거 먹으러 부산 가야겠습니다. 낼당장...

  • 13. 박가부인 민씨
    '05.7.12 8:54 AM

    서울에선 재료 구해기 힘든데..,
    너무 좋으시겠어요

  • 14. 달개비
    '05.7.12 10:02 AM

    에궁! 죄송합니다.
    사진이 안보인다고 하시는데...제가 짬이 안나서,
    곧 수정 하겠습니다.

  • 15. 돌콩
    '05.7.12 11:51 AM

    콩잎김치 넘 맛나지요. 국물도 시원하구요.
    둘째아이와 저는 이것만 있으면 밥 한그릇 뚝딱 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13495 흑흑..엄마 좀 먹자~[닭봉 간장조림] 19 모나리 2005.07.11 9,419 78
13494 데리야키 소스로 구운 삼치 6 뿌요 2005.07.11 3,996 1
13493 카레참치 볶음 볶음 바압~☆ 이어요.ㅋ 6 Candy_★ 2005.07.11 3,207 13
13492 먹고싶다~참치김밥~ 6 보라빛향기 2005.07.11 4,420 3
13491 오븐 스파게티 3 알콩달콩 2005.07.11 3,111 2
13490 비밀의 손맛 생선조림 너무 맛있어요~ ^^ 3 이수민 2005.07.11 5,798 4
13489 저 푸른 초원위에!!! 아싸~~~ 9 깽끼부다 2005.07.11 3,456 12
13488 ━하늘에서 내려온 U.F.O빵━ 3 그린티프라푸치노★ 2005.07.11 2,914 8
13487 불없는 저녁을 원하세요?[두부비빔밥] 9 이지혜 2005.07.11 4,296 19
13486 주말에 만들어 본 참치 스파게티 2 밤톨이맘 2005.07.11 2,580 1
13485 콩잎으로 할수있는 모든 것.(R.P) 15 달개비 2005.07.11 9,595 1
13484 임산부 점심식사--마파두부-- 3 마담윤 2005.07.11 3,524 7
13483 비오는 날에는 역시...(데뷰) 10 빙고!! 2005.07.11 3,256 12
13482 비오는날엔 icecoffee 8 이지혜 2005.07.11 2,821 11
13481 혜경샘의 멸치국물내기에 나도 따라하기.... 7 khan 2005.07.11 3,681 11
13480 울 신랑이 좋아하는 토마토샐러드 5 올망졸망 2005.07.11 5,031 28
13479 컨쥬리 쿠키 만들어 봤어요... 1 짱이맘 2005.07.11 2,468 8
13478 장어.. 너 오늘 주겄당~~ 6 2005.07.11 2,711 5
13477 [P]닭갈비 1 섭냥이 2005.07.11 2,602 23
13476 오늘은 고추장아찌를 담궜어요. 6 김수진 2005.07.11 5,603 38
13475 공구한 철판구이팬에 닭갈비를.. 3 아뵤.. 2005.07.11 3,435 10
13474 고추장물과 호박잎쌈 7 Jessie 2005.07.11 5,583 25
13473 (P)휴일에는 아삭아삭하고 푸짐~한 월남쌈 10 어중간한와이푸 2005.07.11 6,478 15
13472 간식거리...감자튀김 5 주성이 각시 2005.07.11 4,107 7
13471 [p/닭] 또 닭도리탕.. --;; 글구 닭살얘기.. ㅋㅋ 8 선물상자 2005.07.11 3,754 8
13470 자글자글~ 열무신김치 된장지짐 49 경빈마마 2005.07.11 7,792 7
13469 7살짜리와 감자없이 두끼 먹기 11 1 어림짐작 2005.07.11 3,046 13
13468 첨만든 피자(사진있음) 7 choll 2005.07.11 2,85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