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번 선산이 있는 경북 영천으로 벌초를 가는데
벌초가 끝나면 그곳에 살고 계시는 5촌 당숙 댁에서 점심식사를 하지요.
그 점심에 매년 빠지지 않고 나오는 반찬 하나가 콩잎 김치예요.
전년 가을에 따서 삭혔다 김장할 때 갖은 양념 해서 재어둔 콩잎 김치.
밥을 먹다 보면 눈치 없는 남편은 다른 반찬 손 한번 안대고 그것만 먹고 있더군요.ㅠㅠㅠ
그리곤 집에 와서도 한동안을 그 김치 얘기만 합니다.
만들수 없냐고....
사실 저도 콩잎김치를 엄청 좋아해요.
저 역시 어려서 많이 먹고 자랐거든요.
저희 엄마도 가을이면 겨우내 먹을 밑반찬꺼리를 준비하셨죠.
배추나, 아주까리 잎, 깨송이, 깻잎, 고추 등으로 찹쌀부각을 만드셨고,
무도 썰어 말리고, 콩잎, 깻잎 따다가 삭히고...그렇게 겨울나기 준비를 하셨지요.
날이 추워져 본격적으로 김장철이 되면 요즘 우리네처럼 배추김치만 담는 게 아니라
무말랭이,(제 시골에선 약지라고 불렀어요.) 깻잎김치, 콩잎김치. 동치미와 더불어
길다란 왜 무로 단무지도 만드셨죠.
시골에선 이런 밑반찬들이 채소가 생기는 봄까지
내내 도시락 반찬으로 이용 되었답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제가 콩잎타령을 하고 다녔어요.
어디서 콩잎 좀 구하면 연습 삼아 흉내라도 내볼까 했지만....
콩잎 구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지성이면 감천이라 하더니
드디어 제게 콩잎이 생겼습니다.
예쁜 박하맘께서 콩잎에 애닳아 하는 저를 가엾게 여겼는지 동네 아저씨께
특별히 부탁해서 콩잎을 따다 주셨어요
저 역시 회사 주변 콩밭 주인아저씨께 용기 내어 부탁 드렸더니
콩은 잎을 따는게 아닌데 하시며 조금만 따라고 하셔서 정말 조금만 땄어요.
이렇게 생긴 콩잎 중 부드러운 잎으로만 콩잎 물김치를 만들었구요.
방법은 동치미 만드는 법이랑 똑 같습니다.

정확한 콩잎의 양을 미처 체크하지 못했어요.
언제나 주먹구구 제식대로 한 것이라 이해바랍니다.
간은 봐가면서 맞추세요.
1. 물 반컵에 찹쌀가루 4큰스푼 풀어서 곱게 풀어둔다.
2. 물 10컵에 소금 조금, 설탕 조금넣고 팔팔 끓인다.
3. 끓는물에 풀물을 부어 잘 풀어주고 식혀 둔다.
4. 콩잎은 잘 씻어 소금에 살짝 절여둔다.
5. 다진 마늘과 생강을 면보에 싸서 풀물에 넣는다.
6. 청,홍고추, 양파 얇게 자르고, 마늘 조금 편 썰어 절인 콩잎에 올린다.
7 식은 국물을 콩잎에 붓는다.
지금 맛나게 익었어요.
국물은 시원하고 콩잎은 특유의 쌉싸름한 약간의 향을 풍기지만,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네요.
조금은 된장에 박아서 된장 장아찌를 만들었어요.

몇 주 전 부산에 갔다가 용궁사 앞에서 2천원어치의 된장 박은 콩잎을 사왔었거든요.
식구들이 좋아할지 어떨지 몰라 딱 두 단, 2,000원어치만 사 왔더니
시어머님 너무 좋아하시고 그 다음주말에 다니러 오셨던 시이모님까지
옛 생각하시며 잘 드셔서 조금 사왔던 것을 몹시 후회했더랍니다.
그 생각하며 만들어 봤는데... 비슷한 맛이 나왔네요.
이건 딱히 레시피 랄 것도 없군요.
집에서 만든 된장을 작은 통에 담아서 그 속에 며칠 숨겨 두었다가
된장 떨어내고 두 어장 사이로 된장 조금씩 발라 둔거랍니다.
역시나 특유의 콩잎 맛이 묻어나면서 시골스런 음식 좋아라하는 제겐 잘 맞네요.
부드러운 콩잎으로 해야 할것 같아요.
아마 정석대로 하려면 먼저 소금물에 삭혀서 콩잎을 좀더 부드럽게 만든 다음
된장에 박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젤 좋아하는 김치 담그려고 소금물에 삭히고 있는 콩잎입니다.
원래는 가을에 좀 억세진 누런 콩잎으로 삭혀야 한다는데
연습 삼아 먼저 만들어 보려구요.

1. 콩잎은 차곡차곡 쌓아서 몇 단씩 실로 묶어 항아리에 담는다.
2. 간간하게 소금물 만들어 끓여서 콩잎에 확 들이 붓는다.
3. 뜨지 않도록 돌로 누르고 뚜껑 덮어 둔다.
일단 이렇게만 해둔 상태랍니다.
콩에서 빠져나온 즙이 하얀 소금물을 간장처럼 까맣게 만들었네요.
그리고 국물에서 콤콤한 냄새도 납니다.
그래서 어제는 저 까만 물 따라 버리고 새로 소금물 끓여서 식혀 부어 두었답니다.
좀 더 있다가 건져서 양념 만들어 버무려야지요.
참고로 김치 만드는 법까지 말씀 드리면
1. 삭힌 콩잎을 건져 살짝 데쳐서 물기를 쫙 빼둔다.
이렇게 데쳐야지만 콩잎이 좀더 부드러워지고 특유의 향이 없어진답니다.
(데친 콩잎을 찬물에 삼일동안 우려내라는 분도 계시네요. 그래야 콩잎의 씁쓰름한 맛이 빠진다고)
2. 멸치액젓에 물엿,설탕,고춧가루,통깨,다진마늘,가늘게 채썬 밤을 넣어 꺼룩하게 끓인다.
제 입맛엔 조금 달달해야 좋은것 같고 물엿으로 양념에 윤기가 자르륵 흘러야
보기도, 맛도 좋더군요.
3. 걸쭉한 양념을 물기 뺀 콩잎에 켜켜이 잰다.
정석이 아닐 수도 있어요.
어려서 먹어본 입맛에 영천에서 먹어본 맛과 모양새에
저 나름대로 그려낸 것이어서요.
콩잎으로 할 수 있는 요리를 검색해 보았더니 몇가지 다른 버전이 있네요.
콩잎을 좀 더 많이 구 할 수 있게 되면 한번 씩 다 해 보려구요.
다른 버젼 하나.
1. 소금물에 절인 콩잎을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쫙 뺀다.
2. 실로 묶어 뭉치를 만들어 된장에 박아둔다.
3. 된장 맛이 콩잎에 충분히 배어들면 (보름에서 한달정도) 꺼낸다.
4. 청,홍고추,마늘,밤등으로 양념채를 만들어 켜켜이 얹고 들기름을 부어 살짝 쪄낸다.
다른 버전 둘.
1. 묶음으로 만든 콩잎에 진간장을 붓는다.(콩잎이 다 잠길만큼)
2. 3~4일 후에 간장 국물은 따라 버린다.
3. 된장에 마늘+생강즙+물엿+통깨를 넣어 콩잎을 재워 둔다.
다른 버전 셋
1. 묶음으로 만든 콩잎에 진간장을 붓는다.(콩잎이 다 잠길만큼)
2. 3~4일 후에 간장 국물은 따라 버린다.
(여기까진 두 번째 버전과 똑 같죠)
3. 진간장에 마늘+생강즙+물엿+통깨를 넣어 끓여서 식힌다.
4. 콩잎에 붓는다.
5. 간장을 끓여 식힘을 두 세 차례 한 후에 냉장고에 두고 먹는다.
다른버젼 넷.
간단히 멸치액젓+간장에만 절여 삭혀 먹는 방법도 있군요.
위 버전들은 제가 먹어 본 것들이 아니라 들어가는 재료로 맛을 그려 볼 수밖에 없군요.
혹시 주변에서 콩잎 구하실수 있으면 한번 해 보시구요.
콩잎 여유 있으면 제 것까지 좀 부탁 드릴께요.*^^*
저도 내년엔 작은 텃밭에 콩을 심어 보려 합니다.
콩이 목적이 아니라 콩잎을 목적으로.
많이 따서 원 없이 다양한 버전으로 해보고 싶거든요.
그래서 미리 저를 위한 자료삼아 정리 해 본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