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쿡 드나든지 어언 4년차입니다.
불과 몇달전인 결혼전에는
집에서 차려주는 밥도 제대로 못먹고 다녔던 터라
키톡 게시판 속 얘기는 별천지 얘기였더랬죠.
그러다 1년전 결혼이 확정됐을 때,
두리뭉실했던 각종 살림 정보가 피부로 확확 와 닿으면서
드롱기 오븐 구입, 그릇번개 때 그릇, 백화점 쎄일 정보에
뭐 하나 사려고 해도 살림돋보기 검색하고
결혼 준비의 일등 공신이였죠.
여기에 자게의 시댁과의 갈등을 비롯한
케이스 바이 케이스 식 질문들을 보며 처세 노하우까지..^^;
어버이날을 맞이해
부산 시댁에는 선물과 플러스알파를 보내드리고
친정 식구들은 집들이를 했습니다.
결혼 후 처음으로 하는 제대로 된 집들이였죠.
인원은 10명.
저희집에 둘러 앉을 수 있는 인원이 딱 10명이라죠,
앞으로 10명 넘는 집들이는 좀 고려를..^^;
지난주 메뉴를 정하고
목요일은 집안 대청소,
금요일부터 장봐서 나르고
토요일 오전 나머지 장 보고
결전의 날 일요일.
원래 계획은 일찌감치 상 차려놓고 샤워까지는 아니더라도
머리라도 새로 빗고 기다리려 했는데
12시부터 약속시간 5시 까지
한번도 앉지 못하고 서서 톰방거렸네요.
자칭 82쿡 수제자 버전 메뉴 한 번 보시죠.
82쿡 손님초대 대표음식 <양장피>
어부현종님 <문어와 브로컬리>
역시 현종님 <골뱅이무침>
브라운찜기가 쪄낸 <통삼겹수육>
드롱기가 구워낸 2가지 맛의 <닭다리구이>
아미쿡 후라이팬이 구운 <버섯전>, <연근쑥전>
쿠쿠가 쪄 낸 <단호박영양밥>
아미쿡 웍에 끓인 <콩나물국>
온갖 레시피의 조합 <각종야채 샐러드>
저도 했습니다. <현석마미 장아찌>, <오이피클>
후식으로 고전의 맛 <상투과자>
레시피가 따로 필요치 않죠.
워낙에 검증되고 명성이 자자한 메뉴들이라..^^;
준비해놓은 음식은 남김없이 다 먹었는데
재료들을 얼만큼 사야할지 전혀 감이 안와서
(또 평소 제가 손이 좀 큰 편이라죠.)
쓰고 남은 각종 채소들이 오늘내일모레까지
집들이 한 팀씩 더 받아도 문제없이 할 만큼의 양이
고스란히 남았답니다. --;
두 식구 두 달치 식비를 맘먹는 비용의 집들이였지만
돈이 문제겠습니까..
글과 사진으로만 봐오던 음식들이
내손으로 제대로 모양 갖춰 나오는거 보니 재밌고
식구들 맛있게 먹고,
맛있다는 건 싸주기도 하고
여하튼 몸은 피곤했지만 즐거운 저녁이였답니다.

식구들 돌아가고 수습안되는 집입니다.
3주전에 친구들 몇 불러놓고 간이 집들이 하다가
손가락을 스윽 베었습니다.
7바늘이나 꿰맸어도 뭐 아프진 않았는데
시시때때 태클걸리는 일상의 불편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더군요.
다행이 왼손이라 좀 덜했지만
그동안 설것이,청소,빨래 남편이 다 하고
어제도 그 많은 설겆이 2시간 동안 혼자 서서 다 해냈답니다.
나중에 좀 넓은 집으로 이사가면 제가 식기세척기 사주기로 했어요. 흐..

식탁위를 점령한 그릇들.
설겆이 잘 했죠?? ^^;
-----
앞으로 보쌈은 절대 찜기에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쟈스민님이 얘기해주신것처럼 도시락에 끝냈어야 했는데 후회 막급이여요.
뜨거울 때 했으면 나았을텐데 한참 뒀더니
기름기 장난아닌 설겆이 감이란..
쪽 빠진 기름 덕분에 맛은 더할 나위없이 좋았답니다.
오븐 후라이팬 갖고 계신분들 닭구을 때 거기에 그냥 구워보세요.
기름이 안빠지면 어쩔까 싶었는데 기름 쪽 빠지고 설겆이 역시 간단합니다.
설겆이 줄여보겠다고 바트에 호일깔고 구웠는데
호일이 달라붙어 그것 떼느라 더 애먹었어요.
단호박영양밥 하실 때 속에 밥은 다 지어서 넣어야겠더라구요.
호박에서 물이 나오니 찜기에 80% 익혀서 넣었는데
10%정도만 더 진행된 듯.
쿠쿠에 밥만 해서 드시는 분들 많을텐데 찜도 잘 되더이다.
시도해보세요.
만능양념장.
역시 쟈스민님이 올려주신 만능양념장을 만들어놨었거든요.
그걸로 떡볶이도 해먹고, 오이도 무쳐먹고,
돼지고기콩나물찜도 그 양념써서 했어요.
어제 골뱅이도 그 양념장에 식초만 조금 더 넣었구요.
두루두루 잘 쓰이는 양념장이더군요.
샐러드 스피너, 갖고 계신 분들 많겠지만
아직 없거나 살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들께 강추입니다.
신랑이 재밌어라 하면서 양상추를 비롯해
양장피에 들어가는 야채도 다 돌려주더군요.
물기가 빠지니 나중에 보관해도 안 물러지겠더라구요.
양상추 얼음물에 안담궜어도 아삭아삭 하구요.
채칼..
저 역시 파랑앞치마 아줌마 채칼 쓰는데요,
처음엔 꽁다리 아까워하다가 채칼에도 살짝 베었었지요.
그 이후엔 미련없이 끝부분 3-4쎈치는 남깁니다.
양장피, 샐러드, 골뱅이에 들어가는 야채들
그냥 채칼로 다 밀었어요.
양장피..
양장피 야채 일렬로 놓으시는 분들께 존경을.
그거 쉬운일 아니더만요.
저 이번에 양장피가 그렇게 싼 줄 (엄청 많던데 단돈 3,000원)
무엇보다 양장피가 당면과 같은 성분인 줄 처음 알았어요. --;
준비하느라 레시피 보고, 칭쉬에도 써있더군요.
전 무슨 해파리 비슷한 종류겠거니 했죠.
남일이였던거에요.
내 생에 양장피 할일이 있을 줄 작년 칭쉬 샀을땐 몰랐던거죠.
**
마지막으로
과정샷 올려주시는 분들께도 존경을.
그 바쁜 와중에 사진찍을 내공이 되신다니..
한번에 상차림이 안되니 전체 사진도 못 찍겠더군요. --;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지났으니
다들 평화로운 한주간 되시길요.
앗차. 스승의날 복병이 숨어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