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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제이미올리브의 솔로쿠킹 #03 - 소스팬 태워먹다 -

| 조회수 : 2,553 | 추천수 : 2
작성일 : 2005-04-05 22:33:02
지난번에 밝혔듯이 나는 수집광에다 물건 험하게 쓰기로는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약간의 신경과민과 조급증도 갖고 있으니 내 주변의 어지러움은 쉽게 상상하실수 있을거다.
그런 나지만 조리기구와 식기들은 참 잘 닦고 아끼고 잘 챙긴다. 나답지 않은 일이지만 먹는거라 그런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자식같은 소스팬을 숯검댕이로 만들어 버린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그날은 아침 여덟시부터 일이 있어서 여기저기 다니다가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후 주린 배를 움켜쥐고 스튜디오로 돌아왔다. 마침 아침에 먹다남은 크림스프가 눈에 띄는게 아닌가. '저걸 먼저 간단히 데워 먹고 좀 있다가 라비올리 해먹어야지' 생각하며 룰루랄라 한국자 정도 남은 스프를 소스팬에 붓고 사무실로 들어와 인터넷을 시작했다.
한 20분 지났을까... 멜로디가 내 방을 들락날락 하며 자꾸 뭐라 하는 거다. "야, 왜 자꾸 안달이야!" 하며 나는 멜로디 말을 완전 개무시 하고 계속 내 할일을 하는데 어디선가 구수한 냄새가 나며 '아!!! 스프!!!' 하는 생각이 찌릿하게 들었다.
스튜디오는 벌써 안개속이었다. 빨리 불끄고 환풍기 돌리며 소스팬 아까운 생각에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 순간 라비올리는 물건너 갔고 밤 늦도록 나는 배고픈 몸으로 소스팬에 붙은 숯검댕이와 전쟁을 벌여야만했다. 인터넷 지식검색을 다 동원해가며 좋다는 비방과 명약을 다 써서 소스팬을 살려내려 온정성을 기울였지만 까만 녹처럼 딱 달라붙어 있는 탄자국은 절대 벗겨지지 않았다.
다음날, 마지막 방법인 락스에 담그기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락스를 좀 진하게 희석해서 소스팬 안 밖이 잠기게 넉넉히 부어 놓고 기다리려니 결과가 궁금해 견딜수가 없었다. 인터넷에는 하룻밤 담궈 놓으라고 했는데... 한시간 간격으로 드나들며 확인하고 다시하고... 어랏, 슬슬 벗겨지는 것 같았다.
결국 조급증을 억누르며 다음날 아침까지 락스에 담궈둔 소스팬을 세제 뭍힌 스폰지를 힘주어 닦아내자 신기하게도 까만자국들이 거의다 사라져버렸다. '이거였구나!'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다시 살아난 빈소스팬 손잡이를 쥐고 의기양양하게 뒤집기연습을 몇번했다.
이틀동안 갖은 비방에 시달린 내 소스팬은 이젠 새것처럼 반질반질하지도 않고 조금씩 긁힌 자국과 탄자국이 점점이 찍힌 멋진 팬이 되어가고 있다.
그걸보며 생각했다.
'역시 나한테는 좀 낡은게 어울려...'

사진/글 제이미올리브(말코비치)

http://blog.naver.com/tomte  -제이미올리브.. 블로그-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Lavender
    '05.4.5 10:41 PM

    정말 눈앞에 그려지는 그림같은 키친토크야요,·´″`°³оΟ

  • 2. 새길
    '05.4.5 10:48 PM

    베코(인지 베호인지..)는 전기오븐렌지겠죠?
    저런 이쁜 모델은 없던데.. 첨보네요.
    있어도 비싸서 못샀겠지만^^

  • 3. 준희맘
    '05.4.5 11:02 PM

    저 베코모델은 신모델인 듯 한데요. 어떤 사이트서 봤거든요.(꽤 고가인걸로 압니다.국산보다는)원글님의 글취지와 좀 벗어난 얘기지만...

  • 4. 정빈화이팅
    '05.4.5 11:15 PM

    저오븐 오늘 코스트코에서 침흘리면 바라보던 그것인거 같은데..^^;;

  • 5. 무장피글렛
    '05.4.6 12:46 AM

    <나는 멜로디 말을 완전 개무시 하고 >...
    그래도 그 견공이 착하네요...주인님 내 코가 정말 못 참겠어요..했을꺼 같은데...어찌 개무시를...
    어떤 글에 보니 그 애들과 대화하고 싶다하시구선..흐흐
    담엔 알람을 울려놓으세요...하긴 인터넷에 푹 빠지면 그것두 안 들리시려나...

  • 6. champlain
    '05.4.6 2:42 AM

    블로그에 가서 멋진 사진 다~ 보았습니다.
    앞으로 팬이 될 것 같은..느낌..^^

  • 7. 새댁
    '05.4.6 10:57 AM

    전 저만 태워먹는줄 알았어요.. ㅋㅋ
    저도 얼마전 시엄니께서 아끼시는 전골냄비랑 후라이팬을 홀랑 태워먹고는 그것이 맨들맨들해질때까지
    박박도 못 문지르고 살살 문지르며 어머님이 늦게 귀가하시기 바랬다는..
    고놈들이 맨들맨들해 지는 동안 내 손가락은 숯검둥이가 되버리고 수세미를 어찌나 문질러 댔던지
    손가락 마디마디가 다 헤져서는... 그래서 결심했죠.. 쓰던것만 손대야 겠군..

  • 8. 포비쫑
    '05.4.6 12:15 PM

    정보(?) 감사합니다
    저도 압력밥솥 탄게 있거든요
    수세미로 아무리 열심히 문질러두 검게 그을린 자국은 여전하던데
    이방법으로 다시 한번 도전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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