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살아남기 위하여
저는 굉장히 터프한 가족 구성속에서 자랐습니다.
본성은 참으로 가녀리고 연약하고 우아하나(한마디로 청가형),
고거이 거칠고 억세고 드시게 되야삔건 다 집안 분위기 때문입죠.
암튼 남자들이 쪼매 많습니다. 쫌...
먹는게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관심사인 어렸을적엔 먹는것 때문에 속도 많이 끓였습죠.
지금처럼 먹거리가 지천이지도 않았고...한창 클 때이기도 하고...갱제도 좋지 않았고...
어쩌다 손님이 들고 오신,
구멍 가게에선 보지 못했던 희한한 모양의 쵸콜렛이나 사탕들이 그득한 종합 선물 세트 같은건
받을때 잠깐 포장 귀경만 할뿐
쥐도 새도 모르게 얍삽한 오래비들 손으로 넘어가고,
한개 얻어 먹기 위해서는 비굴한 아부나 레슬링 한판을 뛰어줘야만...
저는 지금 과자나 사탕, 쵸콜렛 같은 단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죠.
고기도 먹어 본 넘이 잘 먹는다고...아무래도 못 얻어먹고 자라서인게 아닌가 싶사와요.
지금도 어쩌다 수퍼에서 종합 선물 세트를 보면 저걸 한박스 사서 실컷 함 먹어보까...하는
뜬금없는 생각을 할때도 있습니당.
그래서 한이 풀어질라나...
식사 시간은 긴장감마저 감돌았습죠.
다들 숟가락과 젓가락을 병기마냥 앞세우고 체중을 잔뜩 실은채
그날의 주요리를 선점하기위한 은근한 암투를 벌이곤 했습니다.
가장 어리고 빨리빨리 못 먹고 뜨거운 음식은 더구나 쥐약인 저에겐
아무리 엉덩이를 세우고 달려 들어도 항시 역부족.
밥을 반 먹고나면 항상 빈 접시들을 황망히 쳐다봐야만하는 처절한 상황이 벌어지고...
특히나 좋아하는 계란찜이 큼직한 뚝배기에 얹쳐 밥상에 올라오면
많이많이 먹어줘야한다는 애타는 맴만 들끓을뿐
고소롬한 계란찜의 냄새에 채 취하기도전에 허무히 바닥만 긁어대야하는...
그러던 어느 계란찜이 올라오던 날, 묘안을 생각해 냈사와요.
계란찜을 한숟갈씩 퍼다가 티안나게 밥그릇 밑바닥에 깔아 놓는거죠.
밥그릇 위에 수북히 올려다 놓으면 비난과 협박의 아우성이 벌어질게 빤하므로
슬쩍슬쩍 바닥에 찔러 넣어줘가며 밥을 먹는거여요.
한번 떠다 슬쩍 바닥에 깔고, 또한번 떠다 호호 불면서 먹고...
그때부터 잔뇌만 유달리 비대해지지 않았나 싶습니당...
미취학 아동이었던 그 어린시절에도 고거이 상당히 비겁한 짓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조마조마 조리믄서...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밥을 먹었죠.
걸리면 ㄱ쪽이다 뭐 이러믄서요.
이미 계란찜은 바닥이 나고,
저는 가심속에 승리의 V를 그리며 밥속에 파묻어놨던 계란찜을 우아하게 퍼먹고 있는디...
글씨 옆에 있던 오래비가,
"어라? 얘좀봐? 너는 아직도 계란찜 먹냐?"
화들짝 사태 수습을 할 새도 없이 오래비의 숟가락으로 들쳐진 제 밥그릇 바닥에서 다량의 계란찜 발견...
오래비들의 갖은 비난과 조롱과 어이없음의 탄성을 받으며...
아빠 엄마의 씁슬한 웃음을 받으며...
스탈 완죤 구김.
그저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건 지가 느무 어려서 그려라 하는 애다운 너털웃음을 날려주는 수밖에...
그래서 그뒤론 두번 다시...그런 짓은 못했습니다.
자만심에 먹칠을 하느니 내 차라리 맨밥을 먹으마...이런 심정이었을까요?
어찌나 ㅉ팔렸든지...
지금도 그 밥상머리의 풍경이 생생합니당...
엄마의 계란찜은 왜그리 맛났었든지...
맨날 전자렌지에 돌리다 생각난김에 엄마처럼 뚝배기에 함 해봤더니만...
참내...이거이 계란인지...비진지...
민망해서원...
이상 요리를 잘해 항상 키친토크에 죽때리고 있는 밴댕이 오늘도 도장 찍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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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푸치노
'04.4.21 1:19 PM하핫..넘 잼있습니다..
밴댕이님 키친보다는 토크가 더 훌륭하신분이예요..
글을 넘 잼나게 잘쓰시네요..
근데 진짜 계란찜인가요??
하얀색 계란찜?? 특이하네요..2. 깜찌기 펭
'04.4.21 1:37 PMㅋㅋㅋㅋ
밴댕이님 밥그릇 뺐는 장면 상상중.3. 제임스와이프
'04.4.21 1:48 PM밴댕이님...ㅎㅎㅎㅎㅎㅎㅎ
ㅎㅎㅎㅎㅎㅎㅎㅎ
오후 4시쯤에 하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사연같아요...
늘 느끼는뎅...라디오같은데 사연 보내고 그러시는분 맞쪄? 맞쪄?
일케 잼날수가....^^*4. 빅젬
'04.4.21 1:48 PM넘 재밌어요...
전 첫째 입장에서.. 동생 생각이 나네요..훗5. 치즈
'04.4.21 1:57 PM오후 4시 고정프로 하셔요.ㅎㅎㅎ
아니 지금 2시구나...암튼.
오후의 활력소...밴댕이의 한 시절...하면서요.^^6. 아라레
'04.4.21 2:34 PM식구중에 누가 아프셔서 야채죽 끓이셨나.. 했지요. ^^
밴댕이님, 키친토크에 일수도장 매일 찍어 주세요~~7. 다시마
'04.4.21 2:48 PM오래비님들도 그런 밴댕이님이 너무 이뻤을 거 같아요.
재밌게 봤습니다. 계란찜. 우리집도 한 번 하면
일단 4등분 금 그어 놓아야 편안히 밥먹습네다.8. jasmine
'04.4.21 3:05 PM옛날 남친이 6남매중 5째였는데, 똑같은 얘기했어요.
위로 치이고, 막내는 대우받고, 계란찜 한 번 다 먹어보는게 소원이라공......^^9. 브라운아이즈
'04.4.21 3:09 PM전 남매로 자랐어요..
저두 오빠랑 항상 레슬링 한판 해줘야 됐었는데..
정말 괴로웠죠? 하구싶지 않았어요.. 전..10. 에구 더워
'04.4.21 3:11 PM잼나게 읽고 갑니다. *^^*
웃음을 준 밴댕이님께 감솨감솨..11. 꾸득꾸득
'04.4.21 3:57 PM밴댕이님 글을 읽은 저도 통닭먹던 생각이,,,,,,,,
아이는 셋,,닭다리는 두개,,언제나 날개차지인 둘째....
그 서러운 둘쨰가 바로 저,,,,가 아니옵고^^ 제동생,,,,
요즘 멀리있는 동생이 통닭 볼떄마다 생각난다는,,,,,^^12. 혀나
'04.4.21 4:13 PM전 밑으로 남동생하나있었는데 어릴때 동생 키커야한다고
맨날 동생만 우유를 먹었거든요..병에 든 흰우유..
어찌나 먹고 싶었던지..
가끔 훔쳐먹었을때 우유다 먹고 물부어 또 한컵먹고.
하루종일 병들고 다녔답니다...ㅠㅠ.13. 키세스
'04.4.21 4:56 PM저 딸 둘의 큰딸로 우아~하게 자랐는데, 닭 퍽퍽살( 우리 신랑 표현입니다.^^)만 좋아해요.
날개하고...
닭다리 좋아하는 신랑은 두개 다~ 먹으면서 흐믓한 목소리로
(오남매중의 막내, 챙겨먹기 힘들었대요.)
"니는 억수로 구박받고 자란 아 같다" 그런답니다. ^^;
사실 욕심쟁이 여동생한테 닭다리 다 뺏기고 자란 거 맞아요. ^^14. 밴댕이
'04.4.21 9:02 PM아...닭다리...것두 할말 많죠. 엄마가 통닭 두마리를 사와도 제차지로 남은 닭다리는 없지요...
저는 닭다리를 얻어 먹어 본 적이 없어서 그게 맛있는 부윈지도 몰랐답니다. 흑흑...
날개는 징그러워서도 못 먹고...
대딩때 알았어요,
저는 닭다리랑 날개는 안 먹는다고 하니까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럼 뭘 먹어?
젤 맛난 부위들을 안먹으믄? 그러더군요.
그제서야 뚱띵이 할아버지표 닭다리를 먹어봤지여...흐미...그리 맛난걸...
결혼후에는 닭다리 날개 제가 다 먹습니다.
괜찮다해도 남편이 바득바득 저 다 멕입니다.
한번을 안 먹길래 닭다리를 싫어하냐고 했더니 그런 사람이 어딨냐고...다 에미의 마음이라며...
인제는 뻑뻑한 살 절대 못 먹습니다...그걸 어떻게 먹어요? 어머, 그런건 머슴이나 먹는거 아닌가여?
염장이냐굽쇼? 어휴...당근이죠...헤헤...
닭다리에 대한 한은 이제야 쪼매 풀렸답니당...15. 김혜경
'04.4.21 11:47 PM밴댕이님...저거 비지 아니에요?
흐미 돌...피하잣!!==3=3=316. 파파야
'04.4.22 12:26 AMㅋㅋㅋ저도 비지인 줄만 알앗다는^^
17. 이성수
'04.4.22 1:26 AM쿠하하하하하하하하
밴댕이님 글도 웃기고 재미있지만
혜경샘 돌 피하는 거는 더 웃겨.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어쩜 그렇게 날렵하세요? ㅎㅎㅎㅎ18. 배영이
'04.4.22 8:30 AM밴댕이님 글 넘 잘읽고 오늘 하루 엔돌핀 아침에 다 뽑았습니당.
덕분에 즐거운 하루 시작하렵니다.
밥상머리앞의 전투를 읽고 나니 초등학교 5학년때 친구가
생각나요.. 이름은 김ㅁ남(실명 거론 되면...친구가 싫어할 것 같아요)
물론 여자 아인테 그 집에서는 4번째 딸. 다음엔 아들 낳으라고 이름 끝에
남자를 붙였대요..
그러다 정말 다음 5번째 아인 사내아이가 태어났어요..
한번은 그 친구와 우리집에서 같이 밥먹을 일이 있었어요..
근데 정말 맛있는 반찬을 밥에 잔뜩 올려놓고 밥 그릇을 손에 든 채
먹는거 아닙니까..
저는 아래 남동생 둘 즉 3남매였는데, 이런 광격을 처음 봤어요..
그래서 너 왜그렇게 빨리먹구.. 맛있는 반찬 다 올려놓고 먹는지를
조심 스레(@$%^) 물었더니 자기집에선 이렇게 안먹으면 밥만 먹게 된데요.
ㅋㅋㅋ 그집은 딸 넷에 사내아니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번은 제가 그집에 갔었드랬는데요..
밥과 반찬이 동시에 상체 차려 나왔으나 다들 밥그릇 들고 먹더이다..
저 밥숟갈 두번 떴는데, 다들 밥 다먹고 돌아서더이다.. ㅋㅋㅋ
저두 빈 반 찬그릇 보는 황맘함이란... 생존경쟁을 피부로 느끼고 왔죠. ㅋㅋㅋ19. 밴댕이
'04.4.22 1:10 PM배영이님,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경험 하셨군요.
세상엔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아주셔야 합니당...ㅠㅠ
눈물없인 읽을 수 없는 이런 사연을 보고 다들 그렇게 웃으시다니...씁쓸...
그리고 비지 아니냐고 하신분들, 기름종이에 이름 적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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