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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돈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지~~

| 조회수 : 12,380 | 추천수 : 2
작성일 : 2011-10-01 00:52:12
양복이이븐~ 시인사아가~
요릿집 문앞에서 매를 맞는데
왜 맞을까? (쨘!)
왜 맞을까? (쨘!)
이유는 한 가지 도오니 없어 (헤이!)
들어갈 땐 뽐을 내며 들어가더니 (헤이!)
나올때는 돈이 없어 쩔쩔 매다가 (헤이!)
매르을~ 맞누나 (매를 맞는구나)
으하하하 우셥다~이 이히히히 우셔워~이 아하하하하하하하 우셥다

돈 없으면 지베~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


네... 돈은 없고 추석명절도 없고 입덧만 왔다갔다 하던 어느 주말에 나도 기름냄새 풍기면서 명절 분위기 함 내보자! 하고 녹두를 갈았더랍니다.
숙주나물을 키워먹으려고 한 가마니 사둔 녹두가 좀처럼 줄어들질 않아서 저러다 화석이 될까 염려도 되고, 또 미식미식~한 속에 고소한 빈대떡을 넣어주면 좀 좋아라 할 것 같았어요.
코난군 코딱지 보다도 작은 녹두알이 하룻밤 불려두니 제 콧구멍에도 잘 안들어갈 정도로 커졌어요.
녹두색의 녹두 껍데기도 물에 둥둥 떠서 건져 버리기만 하면 되니 간편하게 거피가 되더군요.


제 완소 주방용품 중에 하나인 푸드프로세서에 불린 녹두를 물없이 갈았더니 콩비지 처럼 되직하게 되었어요. 조금 남아있던 녹두 껍데기도 같이 갈려서 먹을 때 껄끄럽지 않게 되었어요.

원래 녹두빈대떡에는 각종 야채와 묵은 김치에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것이 정석이고 성문종합영어 라는데 (이 참에 송성문 님의 명복을 빕니다), 그거야 범생이들의 이야기이고, 입덧하는 날라리 주부는 냉장고에 들어있는 것 (이라 쓰고 점차 시들어가는 것 이라 읽는다) 을 쓸어넣는 것이 보통이지요...
고사리가 귀한 명왕성에 살다보니 물고비를 넣고, 숙주나물도 넣고, 묵은 김치를 한 번 헹궈서 넣고, 언제 얼려두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다진 쇠고기 볶은 것도 넣었습니다.
혈압높은 코난 아범의 잔소리가 두렵기도 하고, 어차피 양념장에 찍어먹을 거니까 간은 따로 하지 않았어요.

요까지 재료준비 하는동안 부엌에 서있었더니 머리가 어지럽고 다리가 후들후들 거려서 식탁위에 철판을 차렸습니다. 코난아범과 연애시절에 고기 궈먹으려고 사서 10년이 넘도록 써오던 전기후라이팬을 이제서야 처분하고 얼마전에 새로이 장만한 - 무려 철판과 본체가 분리가 되는!! - 전기 후라이팬입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 하나: 코난 아범과 어멈은 연애할 적에 집에서 고기를 궈먹었다. 깔끔한 카페에서 상큼한 데이트... 같은 것은 없었다는 뜻이지요.
둘: 코난 아범과 어멈은 만난지 10년이 넘었다. 올 12월이 결혼 10주년 이구먼요. 그 전에 1년 간을 불타는 연애 (고기 굽느라 타는 불이었음) 를 했고요.

빈대떡 다 타겠구만 무슨 고릿짝 옛날 얘기를 하고 앉았어?
식용유 넉넉히 두르고 두툼하게 떠넣은 반죽이 익도록 중간 불로 느긋하게 부칩니다. 생고기를 넣었다면 완전히 익히는데 더욱 유의하여야겠으나, 볶아둔 고기를 넣었기 때문에 별 걱정 안하고 녹두만 잘 익도록 신경썼습니다.

한쪽 면이 다 익으면 "이 찌짐을 쪼매~ 디비주세요", 그러니까... "히떡~ 디비달라구요"
"고마 확! 궁디를 주차삐까?"

간장에 식초와 고춧가루, 그리고 설탕 조금 넣은 양념 간장입니다. 저도 한국에 살았더라면 전라도 어드메 농원에서 매실 한 박스 사다가 유기농 설탕 한 됫박 넣고 발효시켜 만든 매실액을 우아하게 한 스푼 넣었겠지요... 벽 시장 설탕 대신에요...
참, 그나저나 예전에 여기서 님들이 조언해주신대로 저희집 마당에서 주운 자두에 설탕 붓고 지하실 선반에 암매장 해두었던 그것은 아직도 잘 있는지 모르겠네요. 만들 당시에는 나도 한국의 여인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매실액 비스무리한 것을 만들게 되었다면 좋아했는데, 그 이후로 여러 가지 사건이 많아서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이젠 내려가서 꺼내보기가 두려워요...

넉넉히 만들어서 한 끼 식사도 하고, 남은 것은 얼려두었다가 도시락 반찬이나 간식으로 활용하려고 했었는데, 얼마나 맛있었는지 입맛 까다로운 코난군 까지도 합세해서 먹어치우는 바람에 달랑 한 장 남은 외로운 빈대떡...
돈이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이 빈대떡은 녹두를 직접 갈아서 그 자리에서 부쳐먹으면 맛이 와땀다!
소년공원 (boypark)

소년공원입니다. 제 이름을 영어로 번역? 하면 보이 영 파크, 즉 소년공원이 되지요 ^__^

2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올리비아
    '11.10.1 2:18 AM

    와~ 맛있겠어요~
    지금 점심땐데 너무 배고프네요.
    여기는 맛있는 빈대떡 파는 곳이 없어서 못먹어본지 꽤 된거 같아요.

  • 소년공원
    '11.10.2 10:17 PM

    오잉? 새벽 2시 18분이 점심시간 이라시면...
    혹시 제가 살고 있는 명왕성 인근이신가요?
    저희 명왕성에도 빈대떡을 파는 곳은 없지만, 직접 만들어 드시면 사먹는 것보다 더 맛있을 거예요.
    맛있는 점심 드셨길 바래요.

  • 2. 레이크 뷰
    '11.10.1 4:12 AM

    아항 맛있겠어요.
    저녁에 학교 행사만 없다면 김치부침개라도 부쳐먹고 싶구만...

    그런데 임산부는 녹두나 숙주 되도록이면 안드시는게 좋아요.
    자궁을 수축시킨답니다.
    그럼 즐태 하시길...

  • 소년공원
    '11.10.2 10:21 PM

    학교 행사는 잘 하고 오셨어요?
    어떤 행사였는지 궁금해요 ^__^

    녹두가 자궁을 수축시키는 줄 미처 몰랐네요.
    그런데, 파인애플 심이다, 율무다, 등등 임산부에게 해롭다고들 알려진 음식이 너무 과하게 먹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해요.
    저는 첫 아이 임신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술 담배처럼 확실하게 해로운 점이 밝혀진 것만 안하고 - 원래부터 못하기도 했구요 - 나머지는 그냥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있어요.
    그래도 걱정해주신 것 감사해요.

  • 3. daisy
    '11.10.1 4:16 AM

    예쁘고 똑똑하고 요리도 잘하시고 유머감각도 탁월하시고...
    대단하세요..
    남편분이 참 행복하시겠어요 ^^

  • 소년공원
    '11.10.2 10:22 PM

    님이야말로 마음씨가 고우시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계시고, 안봐도 예쁘신 분인 걸 알겠어요.
    주변 분들 모두 님을 좋아하시죠?
    ^__^
    저도 데이지 님과 더욱 친하고 싶어졌어요.

  • 4. 강실이
    '11.10.1 10:13 AM

    맛나게 보이네요...
    저도 집에 녹두가 있어서 도전해 보고 싶은데
    마른녹두는 일반 믹서기에 갈아서 물에 담구면 되는지요?

  • 소년공원
    '11.10.2 10:25 PM

    저도 마른 녹두를 하룻밤 동안 불려서 썼어요.
    수돗물 보다는 생수나 정수기 물에 불리는 것이 좋겠지요. 녹두가 물을 다 흡수해서 크고 부드러워지니까요.

    푸드프로세서가 아닌 일반 믹서기를 쓰시려면 불린 녹두에다 물을 조금 넣으셔야 할 거예요.
    반죽이 너무 질척해지면... 글쎄요? 밀가루나 전분 가루를 넣으면 조금 나아질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죄송해요.

  • 5. 즐거워
    '11.10.1 1:12 PM

    ㅎㅎㅎ 가사보며 노래부르며 내려왔어요...
    점심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침개먹고 싶네요...^^

  • 소년공원
    '11.10.2 10:26 PM

    좀 유치한 노랫말이지만, 전달하는 메세지는 훌륭하지요?
    남의 이목을 의식해서 괜한 허세 부리지 말고, 실속있게 살아라! 하는 뜻이잖아요.

    근데... 옛날에는 무전취식 하는 사람을 막 때리곤 했나봐요, 그죠?
    그냥 경찰에 신고하면 될 것을...

  • 6. 또로맘
    '11.10.1 11:26 PM - 삭제된댓글

    음..저 팬도 맘에 들고
    부침개도 맘에 듭니다.
    자야 하는데 배 고파요..

  • 소년공원
    '11.10.2 10:29 PM

    글에서 썼지만, 저 팬의 장점은 철판이 분리가 되어서 설거지 (설겆이? 어떤 게 맞는 거지요?) 하기가 참 편리하다는 점이예요. 더 비싸고 좋은 것은 철판이 앞뒤로 다 되는데 한 면은 저렇게 평평한 후라이팬 모양이고, 나머지 한 면은 그릴처럼 울퉁불퉁 무늬가 있어서 고기를 구우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이겠더군요.
    하지만... 참았어요.

    더 배고파지기 전에 얼른 주무시고 다음날 맛있는 거 많이 드셨길 바래요.

  • 7. 호밀쿠키
    '11.10.2 4:32 AM

    녹두전 따끈할 때 먹으면 완전 맛나죠.
    그리고 소년공원님 웃음이 정말 이쁘시네요~^^

  • 소년공원
    '11.10.2 10:31 PM

    아하하~~ (이쁘다니까 한 번 더 웃으려구요 :-)

    웃는 얼굴이 미운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못생긴 아기는 없고, 웃는 밉상은 없는 것 같아요.

  • 8. 미모로 애국
    '11.10.2 10:52 PM

    입덧중에 힘드실텐데 태중의 둘째 아가에게 간편하고 쉬운 음식으로 요구했으면 한다고 해주세요. *^^*
    바나나랑 우유넣고 갈아서 만드는 바나나 우유라던가,
    재료 한꺼번에 넣고 부르르 끓이는 김치찌개같은...

  • 소년공원
    '11.10.2 11:01 PM

    미모로 애국 님, 반가워요!

    둘째 녀석이 제 말을 잘 듣는 아이였다면 생겨나지도 않았을 거예요.
    게다가 출산 예정일도 학기 한 중간에 똬~~~~악!
    그래서 저는 일찌감치 이 녀석에게 아무런 기대도 안하기로 작정했어요.

    아참, 그리고 참고적으로다가 말씀드리자면, 김치찌개를 끓이려면 배추부터 절여두고 양념을 버무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무척이나 간편하지 못한 음식이라는 것이 명왕성의 슬픈 현실 이라는... 흑흑흑

  • 미모로 애국
    '11.10.3 7:59 AM

    에에에에에에에이이이이이이이이잇~~~~~~~~~~~!!!!!!!!!!!
    나쁜 명왕성같으니라구!!!!!!!!!!!!!!!!!!!!!!
    주소 불러주세요!
    지금은 제가 겉절이도 실패하는 실력이지만 열심히 연습해서 성공하는 날
    소년공원님네 명왕성행 뱅기 탑니다!
    10톤 정도 담가드리면 되나요?

  • 소년공원
    '11.10.3 11:21 PM

    아이쿠... 이렇게나 고마운 말씀이...
    김치 10톤이면... 이건 뭐... 금광산 하나 개발한 기분이 들겠는걸요?

    사실 김치가 다 떨어져서 담아야지 담아야지 한 지가 벌써 2-3주가 지났어요.
    이번 주말에는 기필코 담궈야죠.

    따뜻한 말씀 참 감사합니다!

  • 9. gimunt
    '11.10.3 12:15 AM

    넘 맛있어보이네요^^
    근데 푸드프로세서가 어디 제품인가요? 한국에 파는 제품인가요?

  • 소년공원
    '11.10.3 11:24 PM

    퀴진아트 라고 하는 상표인데, 한국에서도 파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저걸 사려고 공부할 적에 보니 한국에는 브라운 이 수입되어서 팔리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대성? 이라는 국내 상표도 보았구요.
    제 생각으로는 특정 상표 마다 큰 차이가 있지는 않지만, 용량이나 모터의 규격 같은 것이 내가 사용하고자 하는 용도와 맞는지를 살피시는 것이 올바른 구매가 될 것 같아요.

  • 10. kjh92
    '11.10.3 12:38 AM

    철판과 본체가 분리되는 전기후라이팬을 찾고 있는데 이름 좀 알 수 있을까요?

  • 소년공원
    '11.10.3 11:26 PM

    아이코... 제가 지금 집에 있지를 않아서 정확한 상표가 기억이 나질 않네요.
    나중에 퇴근하고나서 알려드릴께요.

  • 소년공원
    '11.10.5 1:14 AM

    어제 집에 가서 찬장을 열고 확인해봤어요 ^__^
    Oster 라고 하는 상표네요.

  • kjh92
    '11.10.5 1:56 AM

    감사합니다~

  • 11. spoon
    '11.10.4 10:15 PM

    빈대떡 이나? 빈대떡 이나 라니요..
    저거 아무나 못 하는거 잖아요..
    능룍자만이 할수 있는...^^;;;;

  • 소년공원
    '11.10.5 1:15 AM

    그죠그죠?
    빈대떡 그거 아무나 못하죠...
    사람 불러야 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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