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하고 더운 여름 예감이 듭니다. 먼저 시원한 레모네이드 한 잔.
레몬을 휴롬에 갈고 꿀과 설탕을 2/1씩 부어놓은 걸 냉장고에 넣어 뒀다가 탄산수나 사이다에 희석해서 마십니다.
올해 대학생이 된 아이는 밥에 진심입니다.
작년까지는 도시락 싸는 일에 쏟던 정성을...대딩 밥상에 쏟아야 하는데..이제 저도 좀 귀찮습니다.
그래서 주로 한 그릇 음식으로 때웁니다.
규동은 자주 만듭니다.
소고기 불고깃감이나 등심 얇게 썬 것을 소금 후추 양념했다가 간장+미림+설탕 넣은 국물에 넣고 양파랑 함께 휘리릭 익힌 후에 달걀 하나만 넣어주면 됩니다.
이건 규동 말고 그냥 불고기. 남은 소고기 돌려막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가장 정상적인 밥상 같아요. 김치찌개에 미역국에 계란찜. 잡곡밥 위에 후리카케 뿌려주면 기뻐하는 대딩.
그러던 어느날..대딩이 코로나에 확진됩니다.
대딩이 다니는 학교는 100퍼센트 대면수업 실시 중. 동아리 모임이니 뭐니 하고 매일 늦게 오더니ㅜㅜㅜㅜ
일 주일간 자기 방에 격리되어 있을 때 날랐던 식사는 시판 샐러드 용기를 최대한 이용하여 설거지를 줄입니다.
시판 중인 립 하나 사서 두 개씩 구워서 줬습니다. 피망 하나가 냉장고 야채 칸에 굴러다니기에 주워서 참치캔 내용물을 넣어 전을 만들어 주고..병아리콩을 스파게티 소스 붓고 마카로니 좀 넣어서 끓여서 뭐라도 만듭니다.
이번에도 시판 장어구이를 하나 사다가 잘라 주고 채소 부침개에 어묵국으로 한 상.
끓는 물에 쉽게 소독하려고 밥과 국 용기는 스텐레스 반찬 용기를 이용.
대딩은 다이어트를 위해 샐러드를 주문해서 먹습니다.
이날도 배달된 샐러드 용기를 그대로 사용하고. 먹물 식빵 얹어 주면서 건강한 샐러드 식사라고 우기면서 갖다 줌.
내가 아끼던 애플파이 나누어 준 건 엄마의 사랑이라고 믿으며.,
대딩이 주문해서 먹는 식단에는 어쩌다가 한 번씩 단백질 식사가 따라옵니다.
어느날 주문 배달 식단에 생선 구워진 것이 배달되어 왔습니다. 그거 그대로 데워 주고 연어 샐러드 엄청 좋아하는 아이라서
연어 뜯어 샐러드 위에 올려주니 기뻐하면서 싹싹 비웠습니다. 밥 위에 있는 노란 색은 아마 쿠스쿠스?
그러다가 이렇게 플라스틱 그릇 사용하는 게 어쩐지 좀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데워서 주는 요리는 유리 그릇으로 대체..그렇지만 배달된 샐러드 용기는 그대로 사용..(반성은 개뿔..)
카레에 피망 좀 넣어줬더니 피망만 남기고 다 먹었습니다.
살을 빼겠다는 대딩의 요청에 따라 닭가슴살을 열심히 구워 줍니다. 이 날도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았네요.
디저트로 머랭쿠키 등장..(다이어트에 웬 머랭쿠키냐..)
저는 집에서 혼자 있을 때 대부분 아래와 같은 식사를 합니다.
나만을 위해 밥을 짓는다는 일은 사치이므로..그리고 빵은 맛있으니까요.
검은 식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드니 좀 무섭습니다. 탄수화물이 부족할 리 없건만 샐러드에 왜 또 뭔가를 넣었을까요..
이건 북촌 핫 플레이스에 가서 먹은 샌드위치.
남이 만들어 준 샌드위치가 당연히 더 맛있습니다.
동그란 건 아란치노? 라고 해서 밥을 동그랗게 뭉쳐서 튀겨낸 것 같았는데..soso.
장봉뵈르 샌드위치는 조금 짠 듯했고 왼쪽 네모난 샌드위치(이름을 모르겠네요)가 더 맛있었습니다.
엄마는 보통 밥보다는 이런 것을 먹고 살면서 대딩을 위한 밥을 짓습니다.
어느 날, 마음에 드는 법랑 용기를 하나 구입합니다.
그 후 그 법랑 용기 안에 내용물을 다 담아 한 번에 미니 오븐에 넣고 데워내는 간편한 조리 방법을 터득합니다.
아주 맘에 듭니다. 단, 뜨거우니 만지면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밥을 줍니다. 채소도 이렇게 소량을 데워 주니 다 먹습니다.
이미 대딩은 격리 1주일이 다 지나서 방에서 나왔지만 엄마는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밥을 줍니다.
이 내용물은 식단표대로 주문해서 배달 받는 요리라서 엄마는 그냥 데우기만 하면 됩니다. 과일만 좀 얹어 줍니다.
샐러드 용기가 계속 나오는 건 좀 미안하지만, 법랑 용기 하나만 설거지하면 되니 아주 편합니다.
떡갈비는 대량으로 만들어 얼려뒀다가 조금씩 꺼내서 해동한 후 용기에 담아 굽습니다.
밥 위에 치즈 한 장 올려주면 흑미밥에 대한 대딩의 저항감을 좀 줄일 수 있습니다.
밥 짓는 엄마도 가끔은 기분 전환이 필요합니다.
크기가 아주 마음에 드는 당근케이크가 유명한 카페. 우리 말로 옮기면 블라블라 쯤 될 것 같은 불어가 가게 이름입니다.
워낙 당근케이크가 맛있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갔는데 정말 크고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음악이 좀 시끄러워서 금방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 가야 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집에서 차를 즐길 때는 초록색이 늘어가는 베란다를 바라봅니다.
다육이는 정말 관심을 안 주어도 잘 자라는 신기한 화초입니다.
그냥 베란다 구석에 놓은 화분에 대충 뿌려 둔 씨앗이 싹을 티워, 이제는 분꽃이 저를 보고 웃어 줍니다.
밥도 안 차려주는데 어쩜 이리 예쁜 짓을 하는 걸까요.
꼭 예쁜 짓을 바라고 키우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대딩도 가끔 예쁜 짓을 합니다.
어버이날에 사온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위**삐의 딸기 케이크. 앉은 자리에서 그냥 다 퍼 먹을 수 있습니다.
밥은 안 먹어도 됩니다. 열량이 확 올라가는 만큼 에너자이저가 되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엄마는 대딩이에게 열심히 밥을 줍니다. 밥은 한꺼번에 3인분 정도를 짓고 1인분씩 퍼 놨다가 데워 줍니다.
공기에 덜어 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 날은 그러기가 싫었나 봅니다.
앞으로 2년 후에는 혼자 살아보겠다고 하니, 조금만 더 고생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고생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올해도 이제 절반 가까이 지나갔네요. 상반기를 잘 마무리하고 힘차게 살아가야겠습니다.
(제 힘의 원천은 밥이 아니라 빵+달콤한 것들..살은 언제 빼나..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