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봄
H 씨 감기에 걸렸었다 .
약을 먹어야하기에 끼니마다 뭔가를 했다 . 두 끼 정도 만 먹는 평소와 달리 .
준비할 땐 몰랐는데 , 사진 찍으며 보니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
밥상도 아니고 간식도 아니고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
표고버섯 넣은 볶음밥에 매생이국과 토마토샐러드
떡국
비빔밥이 먹고 싶다기에 커다란 양푼에 콩나물 , 무채 , 참나물을 넣고 비빌비빌 머슴밥을 …… .
주말을 앓고 출근하는 H 씨 도시락으로 밥에 넣어 찐 고구마 .
밥알 붙어 있는 모습이 슥 ~ 손이 가게 한다 .
어머니와 부엌과 형제들에 대한 아련한 기억들과 함께 .
베란다 화분에 더덕 순이 올라왔다 . 텃밭엔 감자며 콩이며 싹이 틔더니 제법 자랐다 .
열무는 벌써 뽑아 김치 담갔다 .
비 왔으니 텃밭에도 지난 주말 심은 고구마 뿌리 내리겠다 .
겨우내 힘들었던 사람들에게도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 봄날이니까 .
#2. 국수
이른 더위가 왔다 . 더위는 내겐 국수의 계절이다 .
화려한 비빔국수
맨 국수에 열무김치 얹어 한 젓가락씩 …… . 호로록 후루룩 ~
아예 열무물김치에 국수를 말아 우적우적 쩝쩝거리며 국물까지 마셔버리는 .
삶은 국수?
참 쉽고도 극명하게 다른 것 다른 맛이 된다 .
#3. 도시락
참 재미없는 , 음식 간만큼이나 심심한 점심이다 .
산초부침개다.
K에게
물은 거쳐야 할 곳은 거쳐, 그렇게 흘러가더구나 .
거두어진 물이 아니라면 .
오늘도 행복하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