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이이~~~~~익
아무도 안계세요?
(두리번 두리번)
(아, 다들 바쁘셔서 여기는 조용한가보다 ㅋㅋㅋ)
이 틈을 타서 미꾸라지 한 마리가 맑은 개울물을 한 번 흐려보겠어요 :-)
제가 잠시 물을 흐려도 나중에 바쁜 일 마치신 모범 회원님들께서 돌아오시면 자정작용이 일어나서 다시 맑아질테니 별로 걱정 안해도 되겠쥬?
지난 주말에 모처럼 음식 사진을 건졌어요!
비록 전화기에 달린 카메라로 찍은 비루한 것이지만...
저희집 코난군이 태권도 심사에서 품띠를 받는 날이었거든요.
그간 오만가지 무지개색 태권도 띠를 받아오다가 이제 마침내 검은띠를 받기 직전인 품띠가 된 걸 기념하려고 아들에게 허장성세를 부리며, "무엇을 만들어주랴?" 하고 물어보았습니다.
저희 아들은 원래 착한데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ㅋㅋ) 평소에도 도시락에 쪽지를 써넣어 달라고 한다거나, 학교에서도 사먹을 수 있는 땅콩잼 샌드위치를 구~~~ㄷ이 엄마한테 싸달라고 하는 아이입니다.
그래서 위의 제 질문에 대답하기를...
"음.... 뭐 김밥?"
"음... 그래 김밥!"
싸주면 될거 아니냐!
학기말 채점과 성적 처리로 바빠죽을 뻔 하다가 맞이한 주말 아침인데...
졸업생 축하 만찬에도 참석해야 하고, 이사한 이웃도 들여다보기로 했고, 밀린 청소도 해야 하는 날이지만...
그래도 봄날씨라 그런지...
고향의 분위기가 좋아져서 그런지...
어쩐지 신이 나서 그깟 김밥쯤이야 완전 기쁘게 만들기로 했어요.
제가 기쁘게 만든다고 했지, 예쁘게 만든다고 쓰지는 않았지요?
인정해주시는 겁니다?
제 입맛에는 천상의 맛과도 같은 참기름이지만, 미국인들은 스컹크 냄새와 헷갈려 하면서 거부감을 느끼는 일이 있어서, 밥을 참기름으로 비비지 않고 단촛물에 비벼서 김밥을 만들었어요.
단무지는 다 먹고 없는데 가게에 사러갈 시간이 없어서 생략했구요.
냉장고 문을 열고 매의 눈으로 김밥에 넣을 수 있는 재료를 모두 꺼내서 준비해 두고 밥을 말기 시작했지요.
이건 채식주의자 먹을 거...
이건 고기사랑하는 이를 위해...
이건 매운맛...
이건 짠맛...
이건 맛없는 맛...
키친토크 게시판에 오시는 분들이야 이미 고명하신 모범 회원님들의 환상적인 솜씨에 익숙해져서 제 비루한 김밥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시겠지만요...
저희 명왕성 사람들은 이런 것도 만 원씩 주고 사먹는 겸손한 입맛이랍니다.
그래서 제 별 볼일 없는 김밥이 명왕성인들에게는 큰 기쁨이 되었다는...
꼴랑 김밥 사진 세 장으로 장장 몇 십 줄이나 써내려간 이야기였습니다 :-)
(뒤적 뒤적 뒤적...)
컴퓨터를 뒤져서 아무거나 음식사진은 다 찾아서 몇 개 더 올려보려구요 히힛~
아이들이 좋아하는 군만두 - 그래도 엄마손으로 직접 빚은 거니까 날나리 점수는 10점 만점에 5점!
냉동 우동 면발에 냉동 꼬지 어묵 - 그래도 국물은 직접 낸거라 날라리 점수 7점!
얼핏 보면 좋아보이지만, 사실은 만든지 이틀 지난 김밥을 잔반처리하기 위해 계란옷 입혀 부친거라 날라리 지수 9점!
이것도 가게에서 파는 철봉 통닭 사다가 한 끼를 해결하고 남은 살을 냉장고에 남아있는 야채와 볶아서 밥위에 얹은 후에 덮밥이라는 가증스런 이름을 붙인 것이므로 날라리 지수 9점!
얌전하게 튀겨낸 새우는 내 솜씨가 아니라 식품 공장의 솜씨이므로 날라리 지수 10점!
날라리 엄마의 대표 메뉴 라면! 10점 만점에 10점!
에헤라디야~~
무시무시한 반전은, 라면을 끓여주는 날이면 엄마 음식이 최고라며 엄지를 들어올려주는 아들이라는 거...
후덜덜...
내 음식 솜씨가 그 정도이더냐...
이 날은 마트에서 대박 세일에 혹해서 사들고온 전기 전골 냄비를 테스트하느라 전골요리를 만들었죠.
제가 결혼 생활 16년만에 남편이 찰밥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지 뭐예요.
그러고보니 총각 시절에 잡곡을 사다놓고 밥을 해먹는 걸 본 것 같기도 해요.
기억은 언제나 가물가물...
제가 콩과 팥을 안좋아하는 사람이라 맨날 쌀밥만 해먹고 살다가, 애들이 태어난 이후로는 남편 입에 밥이 들어가는지 죽이 들어가는지 도통 알지 못하고 살다보니...
여보 미안해... ㅠ.ㅠ
얼마전에 제가 2박 3일 출장을 가야 해서 혼자 아이들을 보살피게 하는 것이 미안해서 남편이 좋아한다는 찰밥을 지어주었어요.
엄마가 찰밥을 해주면 한 입 맛보고 말았던 것이 전부라, 시뻘건 잡곡이 여러 가지 들어간다는 것과 소금을 약간 넣어서 간간한 맛을 낸다는 것만 알았지 직접 밥짓는 법을 몰라서 인터넷 공부를 했어요.
뭐가 그렇게 복잡한지...
소금물에 찹쌀을 불리라거나...
찜기에 채반을 얹어서 찌라거나...
한 번 찐 찰밥을 꺼내서 소금물을 끼얹고 섞은 다음 다시 한 번 찌라거나...
물의 양은 수학 공식 대입해서 방정식 푸는 것 만큼이나 복잡하더라는...
공부는 열심히 하고, 밥짓기는 순수창작활동으로 했어요 :-)
마트에서 파는 잡곡 중에서 빨강, 초록, 노랑 색깔이 마음에 들어서 고른 곡식을 물에 불렸어요.
팥은 한 번 삶아서 첫 물은 버려야 설사를 유발하는 사포닌이 제거된다는 사실은 고등학교 가사 시간에 배우고 학력고사에서 풀었던 문제라서 장기기억으로 짱짱하게 기억하고 있었기에, 한 번 삶고 물 버리고 다시 새 물에 20분간 삶았어요.
찹쌀과 잡곡의 비율은 삼각함수처럼 어려워 보였는데, 저희 남편의 기호에 맞추려면 그냥 무조건 잡곡을 많이 넣으면 된다는 걸 배웠어요.
압력솥에 충분히 불린 찹쌀과 잡곡과 두 번 삶아낸 팥을 넣고 물은 보통의 쌀밥 지을 때보다 약간 적게 잡아서 보통의 쌀밥 지을 때와 똑같은 시간과 방법으로 익혔는데, 이런 찰밥다운 모습이 되었어요.
(찰밥다운게 어떤 건데?)
(찰밥은 변하는거야!)
(첫 찰밥이었다, 저 제비꽃같은 밥이 첫찰밥이었다)
(너와 함께한 모든 찰밥이 눈부셨다. 밥이 질어서, 밥이 고두밥이라, 밥이 마치맞아서, 모든 찰밥이 좋았다)
(올 여름에 또 퀘벡에 놀려가려고 도깨비 공부중입니다 :-)
부록: 애들 이야기 :-)
얼마전에 코난군네 학교에서 어른이 되면 하고싶은 직업의 옷 입고 등교하는 날이 있었어요.
코난군의 장래희망은 해마다 바뀌는데,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는, 쓰레기차 뒤에 매달려 라이드를 즐길 수 있어서 멋진 쓰레기 치우는 사람, 한국에 사는 남자들은 모두 군인이 된다는 점을 부러워했던 군인 아저씨, 등등이 있어요.
올해의 장래희망 당첨은 자신이 즐겨 하는 컴퓨터 게임 회사 직원이라더군요.
컴퓨터 게임 회사 직원은 어떤 옷을 입고 출근하나요?
잘은 모르지만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다닐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맨날 입는 헐랭이 츄리닝 바지에 낡은 샤쓰를 입으면 행사에 참여했는지 아닌지 구분이 안될 것 같고...
그래서 아들과 함께 궁리해서 이런 옷을 만들어봤어요.
저 염색한 샤쓰도 언젠가 학교 행사로 만들어 입었던 것인데, 구질구질해서 잘 안입고 묵혀두던 것이라 가지고 놀기에 적합했어요.
코난군이 좋아하는 과자 치즈잇의 모양이 이 게임 회사의 로고와 비슷하게 생겼다며 인터넷에서 패러디를 많이들 하더군요.
원칙대로라면 리빙데코 게시판에 올려야 하겠지만, 옷의 재료가 음식(과자)이므로 여기서 보여드립니다 :-)
여러분~~~
대통령 선거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투표소에서 하는 거죠?
누구를 지지하든 간에 투표로 보여주시고, (제대로 하는) 개표로 확인합시다!
안녕히 계세요~~
미꾸라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