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지난 겨울은 모든 일상들이 멈춰진 것 같은 날들의 연속이었었는데
봄이 오고 꽃소식이 날아들면서 이제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것도 같습니다.
지난 가을이후 두 계절을 지나 이제서야 늦은 겨울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12월 어느 일요일
아침을 먹다가 계획도 없이 갑자기 병원에 계신 혼수상태의 엄마를 뵙고 싶어
병원갔다가 집에 돌아와서 보니 그날따라 날이 좋아서
저 밭 끝에서 돌도 고르고 정리하는 도중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정신없이 울 엄마 보내드리고 그때부터 이번 주말까지 이 밭에 한 발짝도 들여놓질 못했습니다.
엄마하고 사연도 많고 한도 많았는데 치매라 대화가 안되니 돌아가시기 전에 다 풀어내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부모자식간이라 그리움 슬픔 이런 것들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이 안되고
그냥 눈물로 상처로 남아 그날이 다시 떠오를까봐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사이 남편이 혼자서 밭갈고 거름주고 잡초정리하고 다 손질해 놓은 곳에
대파를 뽑을려고 이번 주말에서야 올해 처음으로 발을 들였습니다.
대파는 파꽃이 피기전에 정리해서 고기구이용 익혀먹는 김치로 한통 담고
뿌리는 씻어서 육수 낼 때 넣을려고 잘 말렸습니다.
2주전에 감기로 고생하느라 아버지 뵈러 못 갔더니
맛있는 봄나물 때 놓친다고 아까워하시는 아버지 등쌀에 이것저것 반찬도 해다 드리고
말동무도 되어 드릴 겸해서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취, 땅두릅, 참죽(가죽), 엄나무순, 오가피순, 머위
그리고 아버지가 청국장가루넣고 직접 담그신 막장도 한통 얻어왔습니다.
한꺼번에 다 먹을 수 없는 양이라서
일부는 데쳐서 나물로 무쳐먹고, 전도 부쳐먹고
또 다듬어서 김치를 담기도 하고
아주 살짝 데쳐서 반나절 바람잘 통하는 그늘에 널어 물기를 거의 다 제거한 다음
장아찌도 담갔습니다.
대파김치는 한 달 정도 익으면
뚝배기에 넣고 익혀서 돼지고기 수육이나 구이먹을 때 같이 먹기도 하고
돼지껍질 손질한 거 같이 넣어서 살짝 익혀먹기도 합니다.
이번에 아버지 해드렸더니 참 잘 드시더라구요
가죽김치나 엄나무순 장아찌는 아버지가 좋아하셔서
다음 주 쯤에 가서 맛보여 드릴려구요
어제 남편하고 차 마시다가 제가 그랬습니다.
엄마 돌아가시고 나서 엄마랑 저랑 사이에 맺힌 한 때문에 그랬는지
눈물을 많이 참았는데
한 번은 아주 많이 소리내서 울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르겠다구요
이제는 마음속에서도 보내드려야 하는데 언제쯤 가능할까요 ???
비오는 월요일 무거운 인사드려서 죄송하구요
이제부터 부지런히 농사도 짓고 자주 인사드리러 오겠습니다. 꾸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