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가 부슬부슬 오락가락 하던 어제 오후
“ 좀 시원하게 쏟아지지 …… . 이러다 마는 건 아니겠지? ”
“ 내일까지 온다니까 , 이렇게라도 오래오기만 하면이야 .” 라며 뒹굴거렸다 .
늦은 점심 겸 , 심심해서 뭔가 만들었다 .
비 온다는 핑계로
매운 고추 썰어 넣은 부추부침개
저녁엔 수제비 .
부슬거리는 날 어울릴 거 같다는 이유로 ,
하지만 사실 애매하게 남아있는 미역국을 없애야 한다는 사명으로 .
한 컵쯤 물 더 붓고 그 밍밍해진 맛을 숨기려고 들깨가루 한 숟가락 보태 ,
감자전분까지 보탠 쫄깃한 반죽으로 뭉텅뭉텅 수제비를 떠 딱 두 그릇 만들었다 .
부슬거리는 휴일 해질녘 열무물김치와 미역 수제비 .
#2
아침에 일어나 비가 오는 걸 보니 또 반갑다 .
도시락으로 비지전을 준비했다 .
“ 역시 비오는 날은 지글지글 기름 냄새가 최고야 !”
“ 고기만 갈아 넣으면 동그랑땡인데 ” 하며 H 씨는 동글 납작 모양 만들고 나는 부쳐냈다 .
비지전과 순두부 …… .
이렇게 먹으면 뱃살이 빠질 만도 한데 뱃살인지 술살인지 몸무게는 꼼짝을 안한다 .
역시 먹으면서 뺀다는 말은 다 거짓인가보다.
- 비지전
1. 비지는 생비지도 괜찮고 발효도 좋다 .
2. 비지에 취향에 따라 부추 , 파 , 당근 , 고추 따위를 잘게 다져넣고 소금 간 한다 .
3-1. 적당량의 밀가루를 넣고 반죽을 한다 .
동글동글 납작하게 모양을 만들어 넉넉히 두른 기름 팬에 지글지글 .
중간 불 정도에서 좀 오래 익혀야 타지 않고 속까지 잘 익는다 .
3-2. 비지에 직접 밀가루를 넣지 않고 동그랑땡 하듯이 밀가루와 계란 옷 입혀서 해도 된다 .
이땐 잘 부서지므로 작게 뭉쳐야 한다 .
4. 비지전은 좀 퍽퍽하고 껄끄러운 식감이다 . 띄운 비지라면 덜 거칠지만 .
물김치 같은 것과 잘 어울린다 . 비지가 넘쳐날 때 한 끼 정도 별미로 권장 .
자주 많이 먹으면 세상 별 맛 없어짐 .
부슬거리던 비는 지금 그쳤지만 날씨는 딱 막걸리와 김치전을 부르고 있다 . 조금 있으면 퇴근인데 . 어쩌라고 ~
#3. 어쩌면 오늘 같은 날 어울릴지도 모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