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방학이라 심심해 죽는 아이들을 끌고 야생으로 나가서
수렵과 채취를 하였습니다.
덩치는 어른만큼 커다란 세퍼트이나
일년도 안된 철없는 강아지를 끌고 나온 지인이
동네 공원에 숨어 있는 두릅 나무 더미를 알려 주셨습니다..
맨 처음에는 두릅들의 무더기 밭이였는데
점점 사람들 다니는 인도를 늘리면서 줄어 들고,
그나마도 발 빠르고 매의 눈을 가진 한국인들이 따가고 몇개 없다 하였습니다.
날씨가 미국이라고 안 미치고, 안 널뛰는 것이 아니라서..
봄이 아니라 여름처럼 급격히 더워져서..
애들이 이리 놀만큼 더워져서..
따악 좋은 때를 지난 두릅은
너무 어려거나,
너무 펴버리거나 해서..
적당해서 좋은 건 몇 개 안 남았더군요.
그나마도, 정신연령 비슷한 아이들과 개가 만나서,
편의점 1뿔1으로 콜라보를 하면서.. 온 공원을 뛰어 다니는 통에
(윗 사진에 대자 개 한마리 추가하심.. 견적 나옵니다)
혼이 빠져서, 두릅나무 인증샷을 비롯한 과정을 사진 한장으로 남기지도 못했지요
그러나, 강아지같은 애들 끌고,
애들같은 개 끌고..
따끔한 가시를 헤치며,
따온 두릅을 서둘러 데쳐서 식탁에 올렸다지요.
이렇케..
음하하하..
그리하여 차린 향토색이 쩐 점심밥상입니다.
미국에 살면서,
깻잎을 저리 수북히 쌓아 놓고 먹는 것도
냉이가 든 된장국을 끓이는 것도
가시덤풀을 헤치고 따온 두릅을 내 놓는 것도
눈물겨운 노력과 돈(?)의 힘이랍니다,
한국살때는 이러지 않는데,
저는 왜이리 사는 족족 환경에 역행하여
청개구리처럼 사는 것일까요
점심에 먹은 웰빙에 속이 놀랄까
애들 손에 아이패드 쥐어 놓고
몰래 끓여 먹은 저녁입니다.
빈 그릇에 물과 스프를 다 털어 넣고,
전자렌지에 오분을 셋팅하고 내비두면,
완성되는 남편식 라면조리법을 사용했습니다.
면발이 꼬들하고 조리시 냄새가 많이 안 난다는 장점이 있다지요.
우리집 초등입맛 남자들이 안 먹는 파김치
대파로 담근 것이 아님임을 말로 해줘야만 아는 그 파김치
그릇째로 내 놓고 온갖 뒤적거림으로 먹어도
암말 하는 이 없는 그 김치로 블랙 신라면과 매치를 했습니다.
라면양은 늘 먹어도 먹어도 컵라면 한끼처럼 허전합니다.
그 사이 꽃들은 피고..
지기도 하면서..
시간은 흘러 갑니다.
좋은 시절을 기다리면서...끄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