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명왕성은 눈나라가 되었어요.
아이들이 한바탕 놀고난 발자국이 재미있지요?
새해 벽두부터 광장에 나갔다 오신 분들도 많겠죠?
추운데...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따뜻한 차 한 잔 건네드리고 싶어요 :-)
요즘 제가 즐겨 보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차를 마시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지라, 덩달아 이런 저런 차를 자주 마시게 되어요.
남편이 주말마다 로스팅한 커피를 아껴먹느라 그런 것도 있구요 :-)
한국 차 중에는 오설록의 달빛산책? 이라는 이름의 이 차가 참 맛있어요.
영국 차 중에는 얼 그레이를 즐겨 마시고 있죠.
제가 처음 82쿡에 가입했을 그 무렵에는 하루에도 글이 여러 개가 올라와서 한 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날이 많았어요.
그 중에는 이국적인 상차림도 있었고, 화려한 파티 음식도 있었고, 예쁜 그릇이나 부엌 살림 구경하며 즐거웠던 글도 있었지만, 제가 가장 좋아했던 건 매일매일 일상의 상차림을 올려주시는 분들의 글이었어요.
물론, 제가 한 달 동안 해먹을 정도의 다양한 음식을 단 한 끼 밥상에 올리시던 초능력자들이긴 하셨죠 ㅎㅎㅎ
그 때는 퇴근 준비하면서 '오늘 저녁은 뭘 해먹지?' 혹은 '내일 도시락은 뭘 싸주나?' 하는 질문을 가지고 키친토크 게시판에 와서 아무 글이나 클릭해도 '오늘 저녁 너의 일용할 양식을 알려주마!' 하는 계시를 받을 수 있었어요.
사먹을 반찬가게도 없고, 택배로 밑반찬 보내주실 부모님도 너무 멀리 계시고, 급할 때 도움을 청할 가사도우미 구하기도 불가능에 가까운 명왕성에서 두 아이들 키우며 맞벌이 할 때 82쿡 키친토크 게시판은 제게 큰 힘이 되어주었죠.
제가 실패한 시루떡 사진을 올려도 비웃지 않고 이렇게 해봐라 저런 방법이 좋다 하는 격려와 조언이 넘쳐났었고...
별로 화려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그렇고 그런 음식 사진에도 댓글이 주렁주렁 달리고...
새로 온 회원에게는 환영의 인사를...
오랜만에 온 회원에게는 안부의 말을...
가족은 물론이고 강아지 고양이의 안부까지도 묻곤 하던...
그 다사로왔던 키친토크의 나날들이...
꼭 다시 돌아올거라 믿어요 :-)
이런 별 거 아닌 반찬 사진 하나라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고 어느집 저녁 밥상에게 영감을 주는 것일 수 있겠죠?
옛날에 제가 도움 받고 아이디어 얻었던 것처럼 말이예요.
그래서 요 며칠 동안 별 것 아닌 반찬 만들어 먹으면서 사진을 찍었어요.
(이 정체모를 깎두기스러운 것은 단호박 조림입니당 :-)
비록 콩나물 한 봉지 사다가 멸치 육수에 잠시 끓였다가 절반은 건져서 무침 반찬을 만들고
나머지 절반은 그대로 더 끓여서 콩나물국을 만들어
국도 끓이고 반찬도 새로 만들어 주었다며 가족과 자신을 기만하는 일도 서슴치 않았죠 ㅋㅋㅋ
그래도, 이런 웃기는 시츄에이숑을 보면서 잠시 희미한 미소를 지으실 분도 계실거고, 맞벌이 주부의 비애를 공유하며 힘내시는 분도 계실테니, 너무 심한 닭짓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저는 백옥주사 같은 건 한 번도 맞아본 적이 없는걸요... 읭? 이게 뭔 닭소리래?)
시들어가는 감자를 빨리 먹어치우기 위해서 감자볶음도 만들고
생선조림에도 감자를 듬뿍 넣었더랬죠.
제가 평소 해먹고 사는 게 이모냥입니다 허허허
이런 게 자랑이라서 여기다 올리는 게 아니구요...
은하계 어디에선가 그 누군가는 이런 걸 보면서 잠시 위안을 얻으리라는 생각에서요.
뭐, 가끔은 이런 기특한 음식을 만들기도 해요 :-)
이것도 다 키친토크 에서 배워서 가능했던 일이죠.
훈제 연어와 크림치즈, 오이를 김에 한 번 말아둔 다음, 초밥을 넣어 다시 말면 속이 깔끔하게 정돈되는 김밥을 만들 수 있어요.
남은 속재료는 마요네즈 뿌려서 함께 내놓고 김밥에 반찬까지 곁들여 차리는 흘륭한 엄마라 거짓 선전을 하기도 하죠 :-)
식은 밥 볶고 쇠고기도 볶아서 타코를 만들어주면 아들아이가 고맙다며 잘 먹어요.
매일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자신에게,
별달리 해줄 건 없어도,
따뜻한 차 한 잔,
평범한 밥 한 끼,
다정한 말 한 마디로
수고했다고, 기운내자고, 그렇게 서로 격려해 주어요.
2017년 새 해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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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세울 때 마다,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사람들은 결심 세우기 참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ㅋㅋㅋ
살 빼자, 운동하자, 이런 건 벌써 수 년째 똑같이 결심하는 거라 이젠 지겹구요.
그러던 터에 다이아 님이 올려주신 도시락 사진을 보고 결심했어요!
새 해 에는 남편과 아들과 제 도시락을 착실하게 싸다니자! 하고 말이어요.
(딸은 어린이집에서 주는 급식을 먹어서 도시락이 필요없습니다. 아가리또, 아니 아리가또!)
여러분들의 새해 결심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