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이 되었군요 :-)
올해에는 작년보다 좋은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작년 연말에 따뜻한 남쪽나라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플로리다에 살고 있는 후배네 집에 갔다가 크루즈 여행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이었어요.
제 후배는 저와 같은 전공으로 같은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애 둘 엄마라서, 제가 그녀를 위해 준비한 선물은 이런 것들이었어요 ㅋㅋㅋ
주부는 남이 해주는 음식은 다 맛있잖아요?
맞벌이로 바쁜데다 저처럼 양가 부모님은 모두 한국에 계신지라 어디 도움 청할 곳도 없이 열심히 살고 있는 후배에게 이런 엄마가 해주는 음식 스러운 음식이 좋은 선물이 되었을거라 믿고싶어요 :-)
제 후배도 저처럼 딸 하나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어서 두 집의 아이들이 잘 어울려 놀았어요.
플로리다의 날씨는 12월에도 해수욕을 할 수 있을만큼 따뜻하더군요.
이 동네 어린이들은 눈사람이나 얼음이 어는 겨울 날씨에 대해서는 글로만 배우고 있다는 놀라운 서프라이즈!
세인트 피터스버그 라는 도시에는 이태리 마켓이 있었어요.
우리 나라 재래시장 같은 분위기가 나는 곳이었는데, 식료품을 팔기도 하고, 식사와 후식도 파는 장터였어요.
점심 시간이라 바글바글 붐비는 창구에서 번호표를 받아서 차례대로 음식을 주문하고, 계산대에서 돈을 지불한 다음 테이블로 가지고 가서 먹는 방식이었어요.
오센틱 이탈리안 푸드...
올랄라~~
앗, 이건 프랑스어!
(시간여행 님의 프랑스 여행 사진을 막 보고 와서 이러나봐요 :-)
맘마미아~~~
ㅎㅎㅎ
아이 넷 어른 넷이서 즐겁게 먹고 마시고 바닷물에 들어가서 놀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어요.
후배와 저는 여러모로 성향이 비슷해서 서로 말이 잘 통하는 사이인데, 그래서 남편도 비슷한 사람을 골라 결혼을 한 것인지, 남편들끼리도 형님 아우 하면서 잘 지내더니, 아이들도 좋아하는 놀이가 비슷해서 잘 어울려 놀더군요.
일 이야기, 살림 이야기,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세 밤을 지내고 저희 가족은 크루즈 여행을 떠났습니다.
원래 사람들이 자기가 이미 가진 것에 대해서는 고마운 줄 모르는 것이 자연스러운가봐요.
추운 명왕성에서 온 저희 가족은 더 따뜻한 남쪽 나라로 떠나는 여행을 하는데, 늘 따뜻한 플로리다에 사는 후배네 가족은 스키를 타러 북쪽으로 여행을 떠난대요 :-)
한국에서도 따뜻한 남쪽 출신인 남편과 저는 '추운데 고생시럽구로 스키는 머하로...' 하는 생각이 있음을 숨길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후배네는 디즈니 크루즈 여행으로 흥분한 저희 가족 앞에서 '디즈니 그게 뭐 별건가...' 하는 태도를 보여주더군요.
서로 사상이 비슷해도 환경의 지배를 받으며 다른 모습으로 사는 것이 참 재미있게 여겨졌어요.
크루즈 여행에서 먹었던 음식은, 무엇보다도 내가 만들지 않은 음식이라 기본적으로 감사히 맛있게 먹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고요, 거기에 더해서 실제 음식맛도 훌륭했고 분위기와 서비스까지 모두 만족스러웠어요.
냅킨 하나를 접어도 이렇게 정성껏...
빵 하나를 담아도 신데렐라 마차에...
프랑스 요리를 먹던 날은 숩도 프렌치 어니언 숩을 먹었어요.
프랑스 요리라면 달팽이 정도는 먹어줘야 하잖음?
하면서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에스까르고 전채요리를 시켜봤어요.
"달팽이" 하면 조금 징그러운 느낌이 들지만, 상상해보면 골뱅이나 별다를 것 없어서 과감하게 주문했는데 골뱅이보다 연하고 쌉싸름한 것이 먹을만 하더군요.
시금치와 래스베리가 색이 고왔던 샐러드도 먹고나서야 그 날의 메인 요리를 먹을 수 있는 풀코스 정찬이었어요.
이것도 맛있고...
저것도 맛있고...
후식도 맛있고...
초코렛 캔디도 마음껏 가져다 먹고...
그렇게 꿈같은 나날을 보내고 돌아왔어요.
이제 또 힘내서 열심히 일하고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살아야죠.
좋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고, 나쁜 사람들은 반성하고 뉘우칠 기회가 주어지는 그런 새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