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위로가 필요할 때

| 조회수 : 9,981 | 추천수 : 7
작성일 : 2016-10-27 21:31:19

#1

날이 쌀쌀해지며 가을 작물들이 눈에 띄게 자란다 .

고구마를 캤다 . 호박도 땄다 .






이것저것 걷어와,

호박전도 부치고


고추찜과 K 가 처음에 아보카도인줄 알았다고 말한 호박요리 .

살짝 굽듯 익힌 호박에 양념간장 얹은 건데 뭐라 불러야할지 모르겠음 .

호박거시기 ?


고구마를 캤으니 튀김과 깨보숭이 .


김치이긴 한데 , 재료가 좀 그렇다 .

시래기 만들려고 걷어온 무청과 웃자란 갓 두포기 , 쪽파 , 어린배추 한통과 늙은 호박을 넣은

정체불명의 잡 ? 김치쯤 되겠다 .


아무튼 고구마는 김치랑 먹어야 한다 .

#2

K 에게

10 월도 가고 있다 . 날짜만큼 추워지기도 하고 .

나는 감기가 오려나보다 . 이따금 기침도 나고 목도 아파오는 구나 . 가을볕과 달리 꿀꿀한 기분도 한 몫 하는 것 같고 . ‘ 멋보다 따뜻하게 입으라 ’ 는 아는 잔소리를 또 한다 . 항상 따뜻하게 다니렴 .

화가 났다가 답답했다가 허탈했다가 피로감까지 몰려오는 소식들이 넘치고 있다 .

언제가 “ 사람들은 사물과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고 견해를 보태는 게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라 필요한 것 ,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 ” 고 한 말 기억하니 ? 나는 요즘 이 말을 일부러 떠올린다 . ‘ 있는 그대로 보기 그리고 판단하기 ’ 가 필요한 때다 .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신념이든 뭐라 부르든 이해관계 없이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기 . 사건에 욕망과 이해관계가 어설픈 신념과 결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린 많이 봐왔다 . 그래서 화가 나고 답답하고 어떤 이를 보면 ‘ 버럭 ’ 하고 어떤 이를 보면 헛웃음만 나와 , 그냥 외면하곤 한다 .

그래서 지금은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필요한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 내가 네 나이였을 때와 지금은 확연히 다른 공간과 시간이다 . 어젯밤은 잠자리에 들며 물었었다 . “ 시퍼런 분노와 독기로 삶의 한바닥을 헤매던 시절이 있었지만 우리는 충분히 근본적이었더냐 ?” “ ‘ 어쩔 수 없다 , 생활이다 ’ 라는 쉬운 핑계로 욕망을 좇지 않았던가 ?” 너희들이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문제들 . 너희들끼리의 갈등조차 이런 쉬운 선택의 결과중 하나라는 자괴감 같은 것이 들더라 . 지금 겪는 황당한 사건도 마찬가지고 .

그제부터 점심을 먹고 나면 20 여분쯤 걷고 있다 . 천천히 . 아주 천천히 .

뛰는 것만큼이나 일부러 느리게 걷는 것도 에너지와 집중을 요구한다 . 이 집중은 짧지만 답답함을 삭이는 데 도움이 된다 .

볕이 좋을 때다 .

K 야 , 네가 살면서 일희일노 ( 一喜一怒 ) 하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 싶구나 .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면 분노를 어떤 실행으로 바꿀 수 있을 거다 . 작은 성취와 기쁨이 있더라도 네 이익이 아닌 고요함과 기억함과 나눔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

살면서 마주하는 개별의 소소한 일이든 정치적 이슈든 일희일노하지 말기 ,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기 그리고 판단하기 , 실천하기를 나도 다시 다짐해본단다 . 위로가 필요한 때이기에 .

사실 돌아보면 우린 참 많은 일을 겪었고 그런 세대들이 얽혀 산단다 . 식민지부터 , 전쟁 , 4.19, 유신 , 5.18, 87 년 , IMF, 수많은 남북문제와 사건들 , 소고기 파동 , 세월호 등을 경험했고 이에 따른 정권의 부침과 말로를 봐왔다 . 그리고 지금은 또 어떤 고비에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 이렇게 약간의 통시적 시각을 보태면 조금 덜 답답해지고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

K 야 잊지 마렴 .

‘ 분노는 나아감의 동력으로 삼고 기쁨은 고요히 가라앉혀야 한다 .’

일희일노하지 말거라 .

 

오늘도 행복하렴 !! 고요히 .

<출처 : 강우근>


https://www.youtube.com/watch?v=rgo8NDSI-HQ&feature=youtu.be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T
    '16.10.27 9:51 PM - 삭제된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K에게 보내는 편지가 저에게도 위로를 주네요.
    있는 그대로 보고, 분노를 실행으로 바꾸어 나아감의 원동력으로 삼자는 말씀에 절로 고개가 끄떡여 집니다.

  • 오후에
    '16.10.27 9:59 PM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보내시길...
    지치지 마시길...

  • 2. 낸시킴
    '16.10.27 10:40 PM

    눈물나는 날에 한줄기 위로가 되는 좋은 글이네요.
    감사하고 고마워요.Danny Boy 도 감미롭고요.

  • 오후에
    '16.10.28 4:20 PM

    많이들 답답하신가봅니다.
    감사합니다. 별것아닌글에....

    좋은 주말 보내시길

  • 3. 미니네
    '16.10.28 6:52 PM

    오후에님 글은 항상 요란스럽지 않고 잔잔한 음악같네요. 감사합니다...

  • 오후에
    '16.10.31 4:34 PM

    감사합니다. 음악듣는 것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요즘 듣게 되네요.

  • 4. 시간여행
    '16.10.29 5:38 PM

    저도 엄마네 집에서 얻어온 호박으로 반찬도 하고 죽도 했는데
    얼른 포스팅해야겠네요 ㅋㅋㅋ

  • 오후에
    '16.10.31 4:35 PM

    포스팅 기대하겠습니다. 아직 호박 죽과 반찬 아직 안오려주셨습니다.
    어서 올려주시지요.... ㅎㅎㅎ

  • 5. 등불
    '16.10.29 7:47 PM - 삭제된댓글

    https://youtu.be/D6CfweAssO4

  • 6. 진현
    '16.10.29 9:49 PM

    냉장고에 호박이 있으니 내일은 호박거시기를 해먹어 보렵니다.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되는데 바른 길을 걷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링크해주신 음악도 감사합니다.

  • 오후에
    '16.10.31 4:39 PM

    호박거시기 하였나요? 인증없으면 무효라는...

    감사합니다.

  • 7. 등불
    '16.10.30 8:11 PM - 삭제된댓글

    http://play.afreecatv.com/gtv7/184094091

  • 8. 테디베어
    '16.10.31 2:08 PM

    고구마 실하게 잘 자랐네요^^
    저희 껀 아기손가락만해서 ㅠ 게으른 농부의 고구마도 게으르네요^^

    오후에님의 텃밭에서 위로 받습니다~

  • 오후에
    '16.10.31 4:41 PM

    고구마 저희도 그렇게 잘된 건 아닙니다. 올핸 고구마 농사가 별로라는 분들이 많네요.
    농부 게으름과 고구마 게으름은 전혀 상관이 없을 듯합니다.

    텃밭에서 위로가 되셨다니 저도 감사합니다.

  • 9. 루도비까
    '16.11.2 1:45 PM

    건강함이 느껴지네요
    특히 김치가 땀김니다
    고추가루 많지않은...

  • 10. 등불
    '16.11.3 2:47 PM - 삭제된댓글

    http://play.afreecatv.com/gtv7/184255835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087 맛있게 먹고 살았던 9월과 10월의 코코몽 이야기 2 코코몽 2024.11.22 726 0
41086 82에서 추천해주신행복 34 ··· 2024.11.18 8,150 4
41085 50대 수영 배우기 + 반찬 몇가지 28 Alison 2024.11.12 11,551 5
41084 가을 반찬 21 이호례 2024.11.11 9,263 2
41083 올핸 무를 사야 할까봐요 ^^; 10 필로소피아 2024.11.11 7,375 2
41082 이토록 사소한 행복 35 백만순이 2024.11.10 7,959 2
41081 177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10월 분식세트= 어 김.. 12 행복나눔미소 2024.11.08 3,237 4
41080 바야흐로 김장철 10 꽃게 2024.11.08 5,344 2
41079 깊어가는 가을 18 메이그린 2024.11.04 9,684 4
41078 드라마와 영화속 음식 따라하기 25 차이윈 2024.11.04 8,269 6
41077 아우 한우 너무 맛있네요.. 9 라일락꽃향기 2024.10.31 7,282 2
41076 똑똑 .... 가을이 다 가기전에 찾아왔어예 30 주니엄마 2024.10.29 9,902 6
41075 10월 먹고사는 이야기 12 모하나 2024.10.29 7,100 2
41074 무장비 베이킹…호두크랜베리빵… 12 은초롱 2024.10.28 6,448 5
41073 오랜만이네요~~ 6 김명진 2024.10.28 6,104 3
41072 혼저 합니다~ 17 필로소피아 2024.10.26 6,106 4
41071 이탈리아 여행에서 먹은 것들(와이너리와 식자재) 24 방구석요정 2024.10.26 5,050 3
41070 오늘은 친정엄마, 그리고 장기요양제도 18 꽃게 2024.10.22 9,989 4
41069 무장비 베이킹…소프트 바게트 구워봤어요 14 은초롱 2024.10.22 5,601 2
41068 만들어 맛있었던 음식들 40 ··· 2024.10.22 8,429 5
41067 캠핑 독립 +브라질 치즈빵 40 Alison 2024.10.21 5,972 7
41066 호박파이랑 사과파이중에 저는 사과파이요 11 602호 2024.10.20 3,430 2
41065 어머니 점심, 그리고 요양원 이야기 33 꽃게 2024.10.20 6,153 6
41064 고기 가득 만두 (테니스 이야기도...) 17 항상감사 2024.10.20 4,108 4
41063 오늘 아침 미니 오븐에 구운 빵 14 은초롱 2024.10.16 7,786 2
41062 여전한 백수 25 고고 2024.10.15 7,425 4
41061 과일에 진심인 사람의 과일밥상 24 18층여자 2024.10.15 8,387 3
41060 요리조아 18 영도댁 2024.10.15 5,452 3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