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덥네요 . 비오는 날 창경궁입니다 .
잠시 쉬세요 .
창경궁 들어가며 오른쪽에 있는 전각인데 ,
K 가 꼬꼬마 시절 이곳에 앉아 찍은 사진이 있더군요 .
바로 이 풍경 때문에 자주 위 전각마루에 앉았었지요
.
여기까지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 직접 가보시라고 .... ㅎㅎ
집복헌과 영춘헌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
본래 떨어져 있던 건물을 조선말기 다시 지으며 연결했다고 하더군요 .
정조가 돌아가신 곳이기도 하고 후궁 소생의 왕이 출생한 곳이기도 하다는 군요 . 즉 후궁의 처소였다는 말 .
이곳에서 ‘ 서화취미 ’ 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기에
‘ 누가 이런 고상한 취미를 가졌누 ?’ 하며 들어가 보았더니 , 정조더군요 .
"밤사이 문안알고자 하며 오늘은 병환이 어떠신지 알고자 합니다 . 오늘은 마마께서 생일음식을 해 주셨는데 ( 다 ) 먹지 못하여 조금 드리오니 잡수시기 바랍니다 . 세손 ."
정조의 한글편지중 하나입니다 . 여성에게 쓰는 편지에는 꽃그림을 그려넣었다 하더군요 .
정조의 한글편지첩은 왕가에서도 한글을 꽤 썼었다는 사실을 입증한 중요 사료라고 합니다 .
이곳에 앉아 밖을 보면 이렇습니다 .
앉으면 차 ? 생각이 절로 나겠지요 ?
앉는 것 까진 괜찮습니다만 차는 상상만 하시길 .
집복헌과 영춘헌 , 두 전각을 이어 ㅁ 자가 된 마당입니다 .
낙숫물 소리 삐걱거리는 마루소리는 녹음을 했으나 이곳엔 올릴수가 없네요. 사진으로 상상하시길
#2
올해 처음 옥수수 걷어와 함께 차린 밥상
가지전과 감자채 나물 , 된장찌개에 깻잎을 넣고 지은 나물밥 비스무리 한 것
깻잎 넣은 밥은 처음인데 향이 너무 진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
양념간장이나 고추장에 비비면 더욱 향 걱정은 없어지고 .
채칼로 썬 감자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쳤다 .
간장 , 소금으로 간하고 미나리 , 부추 , 실고추에 들기름 한 방울 떨어뜨려 버물버물 .
텃밭 다녀와 아침겸 점심 먹고 낮잠 한잠 자고 일어나
매운 냉면에 맥주 한잔 후 , 왠 지 섭섭해서 만든 추억의 누룽지와 감자채전
저녁이라기엔 이르고 간식이라기엔 많이 과했던 일요일이었다 .
#3
K에게
선거철도 아닌데 정치뉴스가 넘쳐난다 . 유쾌하지 않은 정치뉴스는 더운 날 짜증을 높이는 것들 중 하나인 것 같다 . 하지만 사람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무시하긴 힘든 일이다 . 그러니 짜증은 잠시 접어두고 알아야 할 것은 알고 생각할 것은 생각하렴 . 그렇게 판단할 것은 판단해서 필요하다면 행동도 하고 . 요즘 정치뉴스는 비리와 사드가 주요 이슈처럼 보인다 . 너희 또래들은 사드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니 ? 궁금하긴 한데 서로 바빠서 아직 묻지 못했다 .
사드 문제를 이해하는 키워드는 ‘ 안전과 이익 ’ 인 것 같아 . 안전은 ‘ 전자파에서부터 전쟁위험 ’ 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 이익은 외교와 국방 , 경제국가에서 국익이라고 불리는 것과 이로 인한 국내정치에서 이익의 측면이 있겠지 .
전략 목표라고 부르기도 하는 남북긴장완화와 한반도 비핵화에 사드가 한 발짝 다가간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 당장의 논란에서 만큼은 그 반대처럼 보인다 . 긴장완화와 비핵화 전략은 ‘ 안전 ’ 이라는 범주에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어 . 이익은 전략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취사선택에서 잣대쯤 될 것 같아 . 이 둘이 충족된다면 그 다음은 전술 , 이익은 극대화 하고 손실은 최소화 하는 선택지만 남겠지 .
다시 말해 사드배치는 ‘ 한반도 안전에 기여하는가 ?’ 라는 물음이 우선되어야 해 . 그다음 사드 자체 안전이 검증되어야 하고 . 사드배치가 가져올 이익은 엄밀한 저울질이 필요한 국가 행위야 . 어디에 어떤 과정을 거쳐 배치해야 할지 논하는 건 마지막 과정이겠지 , 이건 공개적으로 추진되야 할 사항처럼 보이는데 현재 사드 논란은 이 모든 것이 순서 없이 섞여 있고 결정되었다는 데서 비롯된 듯하다 .
혹 너희들끼리 얘기할 기회가 있거들랑 , 또는 생각이 정리되지 않거들랑 이런 접근은 어떨까 싶어 잔소리 같지만 해봤다 . 그냥 노파심이니 이해해주렴 .
날이 꽤 덥다 ,
사랑하는 딸 ! 더위 조심하고 오늘도 행복하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