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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요즘 궁금한 것들과 19금 이야기

| 조회수 : 15,178 | 추천수 : 2
작성일 : 2016-06-23 15:04:22

장마가 시작됐다는데 마른장마인지 긴 비는 아직 없다 .

감자와 부침개와 국수의 계절이기도 하다 .

더우면 더워서 , 비오면 비와서 , 습하면 습해서 궁금해지는 음식들이다 .





   

대량으로 넘쳐나는 푸성귀로 만든 부침개 밥상이다 .

상추와 곰보배추와 깻잎

묽은 반죽을 적당히 입혀 한두 장씩 부쳐냈다 .


 

부추와 미나리 따위를 적당히 잘라 반죽을 하고 크게 한 장 부쳐도 내고 .




 

퇴근이 늦었던 날, K가 먹고 남긴듯, 냉동고에 굴러다니던 닭죽과 김치부침대 2장.

   

갑자기 덩치가 커진 호박 예닐곱 개를 따왔다 .

마땅히 먹어치울 방법이 없기에 역시 호박부침개

  



   

나머지 모두 잘라 건조기로 말렸다 .

찬바람 불면 불려서 역시 부침개도 해먹고 나물로도 먹고 .

 

 --------------------------------------------------------------------------------------------

 

19 금 이야기

 

사춘기 아이와의 거리두기 , 지켜보기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뤘던 술자리 .

내년 초 쯤 , ‘ 결혼할 예정이다 .’ 는 녀석에게 화제가 몰렸다 .

‘ 거 웬만하면 그냥 연애나 하지 ? 그거 진짜 철없는 짓이다 .’ ‘ 그래도 해볼 만은 해 ! 안하고 살면 늘 뭐 빠진 것 같거든 , 내가 왜 이러고 살지 ? 하면서 .’ ‘ 왜들 이래 ? 자라나는 새싹한테 , 야 해 ! 일단 해 , 괜찮아 !’ ‘ 근데 애는 낳으려면 빨리 낳고 얼른 묶어라 ! 장화 믿지 말고 . 나 봐라 ? 막내 이제 초딩이다 . 초딩 !’ ‘ 왜 늦둥이 키우려니 걱정 되냐 ? 언젠 애 때문에 좋아 죽더니 !’ 하는 야단법석 속에 .



 

“ 좋기야 . 좋지 ! 하지만 애 군대 갔다 오면 난 칠십이잖아 . 책임은 져야지 !” 하는 늦둥이 아빠의 푸념이 날카롭게 꽂혔다 . 모두 잠시 조용해졌다 . 다시 막걸리 잔이 오간 후 , “ 근데 왜 낳았다고 책임져야 하는 거야 ? 어디까지 ? 먹이고 입혀 , 학교도 보내 , 이거면 된 거 아냐 ?” “ 충분하지 , 잰 학교를 못 마치잖냐 ? 막내 너도 부모한테 더 바라냐 ?” 는 대화가 다시 이어졌다 .

 

“ 저야 부모님한테 감사하죠 . 근데 결혼 얘기 나오니 , 은근히 뭐 좀 안 해주시나 ? 이런 생각은 들어요 .”

 

“ 도둑 놈 ! 너 그거 아냐 ! 부모가 널 낳은 게 아니라 . 네가 왔다는 걸 .” 하는 말에 “ 무슨 말이야 ? 우리가 해서 낳은 거지 , 그래서 책임지는 거 아냐 ?” 하는 물음이 나왔고 .

 

“ 그러니까 하긴 부모가 하지 . 하지만 그땐 완전하지 않았거든 . 반쪽이었잖아 . 근데 그 반쪽이 죽기 살기로 깝쳤잖아 . 지 반쪽 찾아서 . 그렇게 수억대 일의 경쟁을 뚫고 반쪽을 찾았는데 그 반쪽도 반겨주네 . 그래서 내가 나왔거든 . 그러면 부모가 선택한 거야 ? 아니면 내가 애쓰고 선택한 거야 ? 사실 부모는 서로 사랑했을   뿐이야 . 나머지 선택은 오로지 내 몫이었다는 거 ”

 

“ 하튼 저 새끼 구라는 ”

 

“ 이건 구라가 아니고 과학이다 . 그냥 버려진 단백질일거냐 생명체가 될 거냐 , 선택에 관한 …… .”

 

이어서 윤회에 관한 티벳불교 얘기도 나오고 ‘ 입덧에 대한 고찰 ’ 도 있고 자신의 유전정보를 오랜 기간 유지하기 위한 거라는 얘기들이 한마디씩 돌고난 후 , 결론은 ‘ 부모 계실 때 잘 하란 얘기와 너도 사랑한 죄가 있으니 늦둥이 둔 놈은 일찍 들어가라 ’ 로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다 . 늦둥이 갖다 주라며 유기농밀가루로 만들었다는 과자 한 상자 들려 .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등불
    '16.6.23 3:07 PM - 삭제된댓글

    http://play.afreecatv.com/gtv7/176956482

  • 2. 미니네
    '16.6.23 4:12 PM

    김치부침개 먹고싶네요... 오늘도 엯 한편의 단편소설을 읽는 느낌...

  • 오후에
    '16.6.24 4:25 PM

    비오는 날 김치부침개..... 한바탕 쏟아질 듯 하늘이 까맣네요.
    막걸리를 부르는 지지직~~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ㅎㅎ

  • 3. moonriver
    '16.6.23 8:53 PM

    그냥 재미납니다.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슬쩍 들려있네요.^~^
    저 부침개에 방아잎 한줌 넣으면 죽음인데. . . .

  • 오후에
    '16.6.24 4:28 PM

    방아잎 좋죠.
    그러고 보니 방아잎 들어간 부침개 먹고 싶어지네요

  • 4. 오디헵뽕
    '16.6.24 11:15 AM

    탄생은 당사자의 선택이다....
    아 정말 신선한 깨달음을 주시네요!!

  • 오후에
    '16.6.24 4:29 PM

    별말씀을.
    맛있는 저녁 드시길...

  • 5. 등불
    '16.6.24 2:21 PM - 삭제된댓글

    http://play.afreecatv.com/gtv7/177003876

  • 6. 푸른꽃
    '16.6.24 11:13 PM

    밀가루 조금 넣고 푸른잎을 많이 넣고 정말. 맛있게 부쳐내셨네요

  • 오후에
    '16.6.27 10:27 AM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저는 김치부침개가 좋았습니다.

  • 7. 진현
    '16.6.24 11:55 PM - 삭제된댓글

    부추와 미나리 따위 반죽으로 부친 부침 맛있겠네요.
    저......
    사실 어제는 19금 이야기 보고 차마 댓글을 못달았습니다.
    음....질풍노도의 사춘기를 7년 씩이나 하던 아이와
    재작년 제가 설전을 했던 내용이었거든요.
    진짜로. 저기 똑같은 내용을 둘째와 제가 ...흠흠
    너는 너의 의지로 세상에 태어났도다 선언을 하게끔
    그녀석이 상황을 만들었습죠.^^
    대학교 1학년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군대에 가서 제 인생에 봄날이 왔지 말입니다.
    입대한지 어느덧 1년 5개월이 눈 깜짝할 사이 흘렀고,
    수시로 휴가 나오고 외박 나오는 공군이 함정입니다.
    지금 아이와 저는 봄날 같은 분위기 입니다.ㅎㅎㅎ

  • 8. 진현
    '16.6.25 12:05 AM

    부추와 미나리 따위로 반죽한 부침 맛있겠네요.
    저......
    사실 어제는 19금 이야기를 읽고 차마 댓글을 못달았습니다.
    음...질풍노도의 사춘기를 7년씩이나 하던 아이와
    재작년 제가 설전을 했던 내용이었거든요.
    진.짜로 , 저기 똑같을 내용을 둘째와 제가....흠흠
    너는 너의 의지로 세상에 태어났도다를 선언 하게끔
    그녀석이 상황을 만들었습죠.
    대학교 1학년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초 군대에 입대해 제 인생에 봄날이 왔지 말입니다.
    입대한 지 어느덧 1년 5개월이 눈 깜짝할 사이 흘렀고,
    수시로 휴가 나오고 외박 나오는 궁군이라는 것이 함정입니다.
    지금은 아이와 저는 봄날 같은 분위기 입니다.
    제대 후도 부디 그러기를 바랍니다.ㅎㅎㅎ

  • 오후에
    '16.6.27 10:29 AM

    이미 한바탕 하셨던 내용이군요.
    제대후에도 거리유지하시길, 봄날이 계속되길 바랍니다. ㅎㅎ

  • 9. 플럼스카페
    '16.6.25 1:50 AM - 삭제된댓글

    자게에서...자식때문에 속썩는 어느 회원님 글에 "만들 때는 좋았잖아요*^^*."라는 댓글에 빵~
    그래 내가 좋아 낳았지.라며 아이들이 속을 썩일때 이 모든 책임은 제작자에게 있다고 자기반성을 했는데...
    뭔가 빠져나갈 구멍을 제공해 주셨네요.ㅎㅎ

  • 10. 예쁜솔
    '16.6.25 5:11 PM

    와~
    저런 심오한 철학적 고찰을
    막걸리 안주거리로 삼아 담소를 나누시다니...
    부침개가 쫌 고생한 듯...ㅋㅋㅋ
    아~먹고 싶어요~~

  • 오후에
    '16.6.27 10:30 AM - 삭제된댓글

    심오하진 않았구요. 늙은 남자들 푸념이 반발한 술자리였습니다.

  • 오후에
    '16.6.27 10:31 AM

    심오하진 않았구요. 늙은 남자들의 푸념이었지요.
    딱 술자리에 어울릴만한 푸념만발!!!

  • 11. 소년공원
    '16.6.26 7:41 AM

    19금 이라길래 쵸큼 설레이며 읽었는데...

    제 기준으로는 별로 19금이 아니구만요 :-)
    그냥 생활철학 강의 같은 느낌...
    ㅎㅎㅎ

    나도 너같은 애를 내 자식으로 원하지는 않았어.
    --> 저는 이렇게 반사해주려구요, 만약에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어서 반항하면요 :-)

  • 오후에
    '16.6.27 10:35 AM

    저 말한 친구가 약간 사투리 톤을 섞어서 얘기할 땐 꽤 19금 스러웠는데....
    제가 그걸 살리지 못했지 말입니다. ㅎㅎ

    사춘기 아이들이야 그냥 그러러니 해주세요.

  • 12. 날개
    '16.7.2 4:39 PM

    흑흑...나라를 지키는 중2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울고 갑니다. 한번씩 속 뒤짚어대서..뭐, 82의 유명한 명언을 가슴에 담고 살려구요. "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나저나 올려주신 부침개...에 막걸리 한 잔 먹고 시포요....

  • 오후에
    '16.7.5 4:48 PM

    막걸리에 부침개...저도 상상중입니다.
    중2딸... 다 지나갑니다. 그것도 아주 빨리/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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