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개꿈

| 조회수 : 7,066 | 추천수 : 1
작성일 : 2016-06-21 17:09:53

1.

내겐 꿈이 있다 .

나이 들수록 근사해지자는

조금씩 하루하루 더 .


늘어가는 숫자만큼 여유로워지고

화보다

웃음이 늘었으면 좋겠다 .

 

하지만 이건 욕심이다 .

구라다 .


정작 바랄 건 어제다 .

무엇과 비교해서가 아닌

그냥 근사한 기억이었으면 한다 .

 

그 어제를 위한 꿈을

나는 오늘 꾼다 .

바로 여기서 .


오늘 아파하고

알아채고

집중하자고

 

지금 흘려버리자고 .

 

아침에 눈을 뜨면 중얼 거린다

‘ 사소한 것에 열과 성을 다하기 ’

그리고 살짝 웃는다 .

개꿈이라 겸연쩍어선지

기억이 부끄러워선지

맨날 그저 웃고 만다 .

 

 

2. 

늦은 점심을 먹었다 .

역시 냉동 칸에 자투리로 있는 또르띠아 .

또르띠아치곤 두꺼워 보통 피자용으로 쓰는데 ,

잘게 썬 양파와 절인고추 다져넣고 토마토소스를 만들고

K 가 있었으면 고기를 넣었겠지만 K 가 없으니 그냥 두장의 또르띠아 후라이팬에

올리고 치즈 얹고 소스 얹고 약불로 구워 치즈가 녹을 때쯤 반으로 접어 .

  





이걸 뭐라 불러야할지 모르겠지만   

이맘때 텃밭서 넘쳐나는 상추와 곰보배추 적당히 찢어 요구르트를 뿌려 한접시 냈다 .

 

맥주가 아쉬운 간단 점심을 먹고 한 잠 잤다 .

잠결이지만 좀 더운 듯해 깨어보니 6 시가 넘었다 .

H 씨 “ 일어났어요 . 나가서 좀 걸을래요 ? 운동 !” 라는 말에 ,

“ 더워서 싫은데 , 땀나고 귀찮아요 .” 대답하고 TV 를 보는데 화면에 잡채가 나온다 .

‘ 잡채밥 먹고 싶다 !’ 는 나갈 채비하던 H 씨의 탄성 비슷한 게 있고

H 씨 “ 안 나갈 거 면 , 잡채밥 어때 ?” 한다 .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것만 대충 넣고 만든 잡채다 .

시금치도 없고 당근은 넣어야지 하며 잊어버리고 .

결국 양파 , 버섯 , 어묵 정도에 시금치 대신 파를 좀 썰어 넣은 잡채다 .

  



   

부랴부랴 만든 잡채밥 , 정작 H 씨는 맛만 봤다 .

‘ 좀 움직였더니 식욕이 사라졌다 ’ 나 뭐라나 !

덕분에 또 나만 과한 저녁을 먹었다 .

요즘 주말은 사육당하는 기분이다 . 자투리 음식과 변덕스런 입맛들 때문에 .

뱃살을 보며 지금 슬퍼하고 있다 .



3.

“ 아빠 핸드폰요금 계좌를 다시 아빠계좌로 할 수 없을까 ? 요즘 과외나 알바도 못하고 맨날 밥도 사먹어서 , 돈 부족하면 엄마나 아빠한테 말해야 하는데 . 아껴 쓰려 해도 월말에 핸드폰 요금 나가면 부족할 수밖에 없어서 말이야 ㅠㅠ 어떻게 생각해 ?”

 

K 에게 장문의 문자가 왔다 .

알바를 시작하며 휴대폰 요금은 네가 내라며 끊었던 걸 다시 내달란다 .

나름의 이유와 고민을 담아 보냈다 . 내 의견까지 구하며 .

 

K 의 문자에 ‘ 별로 좋은 생각 아님 ’ 이란 답문을 보냈다 .

하지만 조용히 자동이체 신청했다 . 용돈을 10 만원 올려서 .

세상 참 많은 것들이 많이도 오르는데 , 내 임금은 …… . 왜 ? ㅠㅠ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열쩡
    '16.6.21 6:04 PM

    저에겐 꿈은 없고 개만 있네요 ㅎㅎ
    K가 벌써 저렇게 자라서 알바도 하는군요
    사춘기 접어들었다고 약간 속상해하셨던 때가 엊그제같아요...
    나만 나이먹는 줄 알았더니
    오후에님도, K도 H님도 나이 먹어가네요

  • 오후에
    '16.6.22 11:51 AM

    사춘기뿐 아니라 양손가득 먹을것 들고 오물거리던 것도 엊그제 같습니다.

  • 2. 소년공원
    '16.6.21 11:25 PM

    사소한 것에 열과 성을 다하기...

    그 사소한 것이 정말로 심하게 사소한 것이지만, 열과 성을 다하지 않으면 망치게 된다는 걸 자주 깨달아요...
    병뚜껑 닫다가 뚜껑이 허공으로 날아갈 때,
    라면을 끓이다가 넘쳐서 스토브가 엉망이 될 때,
    신발을 덜 신은채 빨리 나가려다 넘어질 때,
    돌이켜보면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 사소한 것을 놓치고, 그래서 결국은 그 중요한 일에도 지장을 주게 되더군요.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사소한 일에 열과 성을 다하자고요 :-)

  • 오후에
    '16.6.22 11:53 AM

    정말로 심하게 사소한 것도 그 순간엔 가장 중요한 것이었을텐데.... 늘 잊어요
    신발 신을 땐 신발 신는일이 가장 중요한데 말이죠.

    저도 지금 다짐합니다. 오타없이 댓글 달자라고....

  • 3. 미니네
    '16.6.22 9:08 AM

    오후에님 글을 읽으면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짓게 되네요..

  • 오후에
    '16.6.22 11:54 AM

    감사합니다.

  • 4. 자수정
    '16.6.22 2:51 PM

    두 분의 일상이 참 부럽네요.
    텃밭도 갖고 계신듯 하고요.

  • 오후에
    '16.6.23 11:36 AM

    텃밭은 주말농장이라고 시에서 운영하는 10평입니다.

  • 5. 다이아
    '16.6.23 11:14 AM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바빠서 돌아볼 틈도, 환하게 웃어줄 틈도,
    사소한것을 중요하게 생각할 틈도 없었네요.
    아이들이 고딩이 되어 혼자있는 저녁시간이 늘어가며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며 후회와 아쉬움이 남지만
    훗날 10년뒤 20년뒤에 오늘을 돌아보며 후회하지 않기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자 다짐을 하곤합니다.^^

  • 오후에
    '16.6.23 11:39 AM

    사소한 것은 사소한대로 중요한 것은 중요한대로 열과 성을 다해야 할텐데
    사소하다고 그냥 알지못하는 사이에 흘려버리는 듯 해요.

    그래서 나이먹을수록 시간이 빨리간다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소한 것들을 자꾸 놓쳐서....
    일상은 사소함의 연속일테니까요.

  • 6. 니즈
    '16.7.10 9:12 AM

    오후에님께서 풀어놓으신 잔잔하고도 평화로운 일상에 제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실제 엄청 부지런하실듯해요. 저도 작은 텃밭을 올해 처음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든점이 많아서요 인터넷으로 보고 배우고 물어보고 그렇게 정성을 쏟고있는데 남편이 더많은 일을 하죠 얼마전부터 수확하고 있는데 정말 그 재미나 보람은 말로 표현못할 감동이네요. 아토피가 있는 딸아이때문에 시작하게되었는데 정말 자연의 신비로움과 고마움을 함께 느끼는 중입니다. 님의 말씀대로 사소한것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정말 중요한듯합니다. 그냥 무심히 스치고 지날수도 있는 그 모든것들에 대해 좀더 섬세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저도 생각은 하는데 실천이 참 힘들지만 이제라도 노력해보려구요~~ 좋은글들 참 감사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087 맛있게 먹고 살았던 9월과 10월의 코코몽 이야기 2 코코몽 2024.11.22 867 0
41086 82에서 추천해주신행복 34 ··· 2024.11.18 8,255 4
41085 50대 수영 배우기 + 반찬 몇가지 28 Alison 2024.11.12 11,622 5
41084 가을 반찬 21 이호례 2024.11.11 9,283 2
41083 올핸 무를 사야 할까봐요 ^^; 10 필로소피아 2024.11.11 7,389 2
41082 이토록 사소한 행복 35 백만순이 2024.11.10 7,973 2
41081 177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10월 분식세트= 어 김.. 12 행복나눔미소 2024.11.08 3,242 4
41080 바야흐로 김장철 10 꽃게 2024.11.08 5,353 2
41079 깊어가는 가을 18 메이그린 2024.11.04 9,689 4
41078 드라마와 영화속 음식 따라하기 25 차이윈 2024.11.04 8,276 6
41077 아우 한우 너무 맛있네요.. 9 라일락꽃향기 2024.10.31 7,286 2
41076 똑똑 .... 가을이 다 가기전에 찾아왔어예 30 주니엄마 2024.10.29 9,911 6
41075 10월 먹고사는 이야기 12 모하나 2024.10.29 7,105 2
41074 무장비 베이킹…호두크랜베리빵… 12 은초롱 2024.10.28 6,449 5
41073 오랜만이네요~~ 6 김명진 2024.10.28 6,105 3
41072 혼저 합니다~ 17 필로소피아 2024.10.26 6,107 4
41071 이탈리아 여행에서 먹은 것들(와이너리와 식자재) 24 방구석요정 2024.10.26 5,050 3
41070 오늘은 친정엄마, 그리고 장기요양제도 18 꽃게 2024.10.22 9,990 4
41069 무장비 베이킹…소프트 바게트 구워봤어요 14 은초롱 2024.10.22 5,601 2
41068 만들어 맛있었던 음식들 40 ··· 2024.10.22 8,430 5
41067 캠핑 독립 +브라질 치즈빵 40 Alison 2024.10.21 5,973 7
41066 호박파이랑 사과파이중에 저는 사과파이요 11 602호 2024.10.20 3,431 2
41065 어머니 점심, 그리고 요양원 이야기 33 꽃게 2024.10.20 6,157 6
41064 고기 가득 만두 (테니스 이야기도...) 17 항상감사 2024.10.20 4,109 4
41063 오늘 아침 미니 오븐에 구운 빵 14 은초롱 2024.10.16 7,787 2
41062 여전한 백수 25 고고 2024.10.15 7,427 4
41061 과일에 진심인 사람의 과일밥상 24 18층여자 2024.10.15 8,389 3
41060 요리조아 18 영도댁 2024.10.15 5,452 3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