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5일 화요일의 아침밥상>
엊저녁 즈음에 딩동~하고 현관벨이 울려서 누구신가 했더니,
이웃에서 오셨네요.
무슨일이신가 싶어서 현관문을 열어 보니...이렇게 푸짐한 봉지 한보따리를 주시는 거예요.
위에 얹어진 것은 쪽파, 그리고 그 아래에 푸짐하게 꽉꽉 눌려 담긴것은 시금치...
이걸 직접 따 오셨다고 해요.
쪽파는 조금 손질을 했는데, 시금치는 전혀 손질이 안 되었다며 미안해 하시는데
얼마나 고맙던지요.
제가 이런것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아셨냐며...
정말 귀한 마음으로 고맙게 받았습니다.

냉장고 가장 큼직한 공간에 봉지채로 넣어 두었다가
이른 아침에 바로 손질을 하려고 꺼냈지요.
손질을 하려고 신문을 활짝 펼쳐서 쏟아 놓았더니
이 시금치 양이 또 얼마나 많은지...

이렇게 쪽파와 시금치 모두 손질을 끝냈답니다.
하도 시금치 양이 많다보니,
다른 때보다 시간도 한참이나 더 걸렸지만,
푸짐하게 다듬어진 저 시금치 더미만 봐도
마음이 그저 마냥 즐겁습니다.

시장에서 장을 보다가
한 할머니께서 약간 시들거리는 이 다대기 오이를
소쿠리에 담아 싸게 팔고 계시기에...
마지막 떠리미로 5개 한무더기에 천원에 사 왔답니다.
시장에서 할머니들을 뵈면,
이상하게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가 늘 떠올라서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지요.
많이 시들어서 물러지기 시작한 것만 아니라면
오이김치 버무려 먹기에는 이 정도 약간 시들한 느낌의 오이로도 충분하니까요.
깨끗이 씻어서 거죽의 도돌도돌한 가시만 슬쩍 긁어내고
먹기 좋게 한 입 크기로 썰어서 쓰면 딱 좋지요.
속살은 아직도 아삭아삭하니 생각보다 더 싱싱하고 좋았어요.

오이김치 즉석에서 버무릴 양념을 만들고...

이제,
준비한 양념에 건더기 재료들을 넣어야지요.
한 입 크기로 썰어 놓은 다대기오이에, 양파도 조금.
여기에 기왕이면,
있는 건더기 재료 하나라도 더 보태면 그만큼 맛은 더 좋을테니
앞 집에서 주신 쪽파 손질한 것까지 조금 같이 넣어서...

숟가락으로 뒤적이든, 아니면 위생장갑을 끼고서 뒤적여 주든...
양념이 고루고루 묻도록
슬슬 버무리기만 하면 금방이지요.
방금 만들어 버무려 낸 오이김치 하나 입에 넣어 아삭아삭 맛보는 이런 재미.
음식 만드는 큰 즐거움 중 하나랍니다.

묵직하고 큼직한 유리용기 꺼내어서
방금 버무린 오이김치를 모두 덜어서 냉장고에 넣어 놓습니다.
밥상 차리기 전까지 넣어 두었다가
즉석에서 시원하게 바로 꺼내 먹으면 더 맛있으니까요.

쇠미역을 사 와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깨끗하게 흔들어 씻어서
팔팔 끓는 물에 넣어서 살짝 데쳐 봅니다.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 금새 이렇게 초록색으로 파랗게 변하지요.
이런식으로 쇠미역은 끓는 물에 오래 넣어 익히는게 아니라
한번 뒤적이며 골고루 살짝만 데쳐내어 바로 건져냅니다.
이 쇠미역은 향이 얼마나 진한지...
쇠미역 데쳐 낼 때마다 부엌에 바다냄새가 진동을 하지요.

이렇게 데친 쇠미역은 얼른 찬물에 담궈 두어번 헹궈낸 다음,
마지막으로 깨끗이 흐르는 물에 씻어내며 물기를 빼 줍니다.
그리고, 먹기 좋게 한 입 크기로 도마에 올려서 썰어 주거나
가위로 끊어내어도 좋고요.
어느쪽이든 편한대로 준비하시면 되겠지요?

손질해 놓은 시금치가 워낙에 양이 푸짐하니
집에서 제일 큰 웍에다 이 시금치들을 모두 데쳐내 봅니다.

너무 무르지도, 너무 질기지도 않게...
시금치도 적당하게 삶아 내고요.

맛난 나물반찬 한가지 만들어 내려고,
큼직한 웍에다 콩나물 다듬어 씻어 놓은 것도 넉넉하게 담았지요.

콩나물을 볶아낼 적에,
국간장과 참기름만으로 맛내기는 충분해요.
이렇게 콩나물도 아삭하면서도 맛있게 볶아냈지요.

적당히 보드랍게 삶아 낸 시금치로
시금치나물도 맛있게 무쳐 놓고요.

오징어도 한마리 꺼내어서 쫄깃하게 데쳐냈지요.
쇠미역 찍어 먹을 새콤달달한 초장이 상에 올라오는 김에,
기왕이면 이렇게 오징어도 한마리 같이 내어서
빨간 초장에 찍어 먹으면 참 맛있으니까요.
쇠미역과 오징어를 같이 초장 듬뿍 찍어 먹어도 정말 좋고요.

도마위에 돼지갈비거리 덩어리 째 올려서
너무 크지 않게, 아이들도 먹기좋게 한 입 크기 정도로 썰어서
돼지갈비로 찜을 하려고 준비를 해 봅니다.

양념 좀 달달하게 만들어 골고루 버무려서 불 위에 팔팔 끓여서...
이렇게 돼지갈비찜 한 솥 완성입니다.
부들부들하게 익도록 한참을 푹 익혔지요.
같이 익힌 채소와 버섯류는 마지막 즈음에 넣었고요.
얇은 고기로 보들하게 금방 볶아먹는 양념불고기 종류라면 관계없지만,
이렇게 제법 오랫동안 불 위에서 한참을 끓여야 하는 고기요리라면
불고기처럼 양념에 같이 버무려 이렇게 오래 익히면
고기 외 다른 재료들은 마지막에 곤죽이 되니까요.

거의 다 준비가 된 듯 하니,
마지막으로 잡채도 큰 웍에다 가득 볶아서 만들었지요.
오늘은 일부러 상 차리기 직전에 이렇게 만들었답니다.
뜨끈뜨끈할 적에 고마운 이웃께 맛 보시라고 한 접시 가져다 드리려고 그런거지요.
고맙게도 시금치를 이렇게 넉넉하게 주셔서
맛나는 나물도 무치고,
이렇게 푸짐하게 넣어서 잡채도 만들고...
너무 이른시간에 가져다 드리면 실례가 될 듯 해서
7시 반 정도 되어서
아침식사 하실 때 같이 드시라고 한 접시 덜어 가지고 갔더니,
벌써 출근하셨는지 아무도 댁에 안 계셔서
아쉬운 마음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답니다.ㅠㅠ

어릴적부터 생일날이면
꼭 참조기 몇마리 구워서 같이 상에 올려주셨던 우리 어머니.
늦둥이 막내였던 어린 제 생일상에도
미역국에 고기반찬, 나물 몇가지에 이런 조기구이같은 찬이 늘 빠지지 않았지요.
그렇게 생일날 아침이면 어머니의 정성스런 아침상을 받고 자란 탓인지,
저 역시 어른이든 아이든, 누구의 생일이라도
아침밥상을 정성으로 준비하면서 이 생선구이 한가지는 꼭 빼 먹지 않게 됩니다.
며칠전에 냉동실에다 갈무리 해서 넣어 두었던 민어조기 2마리 꺼내어서
한쪽에는 잡채를 볶아 내면서,
또 한쪽에서는 이렇게 생선을 앞뒤 노릇노릇하게 지져냈지요.

맨 처음 밥 지을적부터 푹 끓이기 시작했던 미역국.
밥솥에서도 방금 밥이 다 되었다고 소리가 났고,
미역국도 제대로 맛있게 끓여졌으니
이제 바로 아침밥상을 차려내면 되겠지요?
참기름 없이 맛난 육수 나오는 해물을 그냥 물에 달달 볶아서
아주 맑고 시원하게 끓여냈답니다.
오늘은 생바지락살과 생새우살,
이 두가지를 사용해서 미역국을 끓였어요.
기름기 없이 맑고 담백시원한 미역국 끓이는 방법은 예전에 올렸었지요.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kit&page=1&sn1=on&divpage=8&sn=on&ss...
한번 읽어보시면 맑고 시원한 국 한가지 맛있고 쉽게 끓이기에 작은 팁이 되어 줄 껍니다.

이렇게 차려낸 오늘 아침밥상.
소박한 저의 생일밥상이랍니다.
아삭아삭 즉석에서 버무려 바로 먹는 오이김치.
이런 소박하고 깔끔한 찬 한가지만 있어도
나른해져있던 봄 철 입맛이 확 살아나지요.

시금치나물과 콩나물도 한 접시씩 상에 내고...

쇠미역 데친 것, 그리고 오징어 데친 것.
초장과 같이 해서 이렇게 상에 올렸더니
새콤달달한 초장 듬뿍 찍어 먹는 바다의 향이 입안에 한 가득.
진정한 밥도둑이예요.

부들부들하니, 한 입에 뜯어먹으면 뼈만 쏙 빠지도록
푹 잘 익힌 돼지갈비찜도
그릇에다 푸짐하게 덜어내고

노릇노릇 구워낸 민어조기 두 마리와...

그리고 마지막에 만들어서 뜨끈한 온기가 가득한 이 잡채도
한 그릇 푸짐하게 덜어서 올리고요.

방금 갓 지어서 약간 뜸도 덜 들었지만
하얀 쌀밥도 한공기 푸고,
바지락살과 새우살 넣어 시원하고 맑게 끓인 미역국도
뜨끈할적에 한 사발 떠서 맛있게 먹어야지요.

이렇게 만들어서 차려 낸,
오늘, 제 귀빠진 날의 소박한 우리집의 아침상입니다.
삼월삼짓날.
매년 음력 3월 3일이 돌아오면,
이렇게 스스로의 삶을 축하하면서 조촐하게 제 생일상을 아침에 차려내지요.
비록 오래전에 먼 곳으로 떠나셨지만...
오늘 아침따라 낳아주고, 키워주신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그립기만 한지요.
돌이킬 수 없는 후회와 그리움으로 마음이 이렇게 아픈만큼,
더 나를 사랑하고,
주변을 사랑하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했답니다.
올 해는 이 정도 생일밥상을 준비하면서도
상다리 휘어지는 여느 한정식집이나 부페레스토랑의 음식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넘치고, 흡족하고, 그저 고마운 마음 뿐입니다.
소갈비가 아닌 돼지갈비라도 아주 과하고...
생일이라면 나물 몇가지는 더 해야 상이 제대로 차려진 듯 느껴져도
매일 상에 올려서 먹듯이 딱 요 정도의 나물로도 충분하게 느껴졌지요.
과하게 소유하기 보다는, 버리고 나누는 삶이...
내 몸과 정신을 깃털처럼 자유롭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이번에 이사 오면서 뼈저리게 느낀 까닭일까요.
내 자신이 예전보다 더 소박함을 기꺼이 즐기고
그만큼 감사는 더 늘어났음을
매일매일 느끼며 삽니다.
스스로 부끄럽게 자축하는 오늘 하루지만,
이 글 읽으신 분들도
오늘이 마치 내 생일처럼,
모두 마음으로 축하해 주실꺼지요?
저와 똑같이,
삼월삼짓날 태어나신 모두 분들,
비록 거하지도 않고 늘 그렇듯이 소박하지만...
오늘 아침 우리집의 생일밥상 함께 나누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