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2010년이 밝았습니다라고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정월 중순입니다.
꽁꽁 얼어붙은 뉴욕 날씨 덕분에 얼마 전에 내린 눈이 아직도 녹지 않아서
설거지를 하며 창밖으로 뒷마당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큽니다.
Mrs. Lee 내외분을 초대해서 신년이라 한식으로 저녁 상차림을 준비했답니다.
한식은 만드는데 하나하나 손이 많이 가지만 먹는 즐거움이 남다르지요.
며칠 전부터 만두를 빚고 빈대떡과 전을 부치고 말린 나물을 삶아서 볶고
제대로 명절 기분을 내어봤어요. 한 가정만을 초대하면 서로 좀더 개인적이고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습니다. 두 분의 결혼 에피소드며 아이들 얘기,
두 분의 근황을 자세하게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전날 밤에 그릇 세팅을 해놓고 그릇마다 무슨 음식을 놓을 지 메모쪽지를
넣어 둔 다음, 먼지를 타지 않도록 천으로 덮어 두었습니다.
띵똥~ 초인종이 울리고 Mrs. Lee 내외분이 도착했어요.
남편이 응접실에서 두 분과 인사말을 나누는 사이에
저는 부지런히 만두국을 끓이고 딸아이는 유리잔에는 물을,
컵에는 뜨거운 둥굴레차를 담습니다.
손님 오시는 시간에 맞춰 예약해 놓은 완두콩밥이 다 지어졌어요.
손님과 우리는 식탁에 자리를 잡고 남편의 기도로 식사를 시작합니다.
사태육수를 낸 뜨거운 평양식 만두국입니다.
황백지단, 어슷 썬 파, 김, 실고추의 다섯 가지 고명을 올렸어요.
말린 고사리, 말린 도라지, 시금치로 만든 삼색나물.
호박과 양송이버섯전
오색 새우냉채
연근조림
차요테 장아찌
동그랑땡과 녹두빈대떡
배추 겉절이
가슴까지 시원한 살얼음 동치미
촛불을 켜면 식탁 분위기가 한층 살아나지요.
항상 기뻐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살전 5:18)
Rejoice always, pray without ceasing, give thanks in all circumstances.
제 인생의 좌우명이 씌어 있는 컵으로 따뜻한 둥굴레차를 마십니다.
Mrs. Lee 내외분이 사오신 맛있는 apple tart. 커피하고 배와 함께 후식으로 먹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