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문에 독감 2차 접종 대란이라는 기사도 떴지만,
사실 이 사태는 2-3주 전부터 계속되고 있었어요.
둘째가 얼마 있으면 돌인데, 10월 초에 독감 1차 접종을 했어요.
(기사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독감 접종 첫해에는 한달 간격으로 2번 접종을 해야 충분한 항체가 형성된다고 해요)
그리고 한달 여 지나서 2차 접종을 하려고 보니, 독감 백신 있는 병원이 없어요.
독감 백신은 만 3세 미만과 3세 이상으로 나눠져있거든요.
그나마 3세 이상 백신은 찾으면 있는 곳이 좀 있었는데, 3세 미만 백신은 정말 정말 구하기 어렵더라구요.
자유게시판에 제가 사는 지역에서 독감 백신 있는 곳 알려주십사 하는 글을 올려서
어느 분께서 오늘 맞고 왔다고 알려주신 곳에 전화문의했더니 있다길래
아침 일찍 첫째는 어린이집에 평소보다 빨리 보내고 택시 타고 갔지요.
그런데.. 1차 접종 한 곳에서는 4주 후에 2차 접종 하는 것으로 날짜를 잡아줬는데
그 병원에서는 원장님이 하루만 일찍 와도 안해주신다고 오늘 절대 안된다는 거에요.
그래서 간호사한테, 안된다 내가 그거 맞히려고 아침부터 택시 타고 왔는데 맞혀야 된다, 원장 선생님 뵙자, 실랑이를 했지요.
아니면 내가 미리 결재하고 가겠다, 해도 그것도 안된다고 하고요.
그랬더니 잠시 후에, 간호사 왈, 지금 들어가봐야 자기만 원장선생님께 혼나니까
백신 하나 남겨놓을테니 이틀 뒤 아침 일찍 오라고 하시더라구요.
고맙습니다, 하고 집에 왔지요.
왔다 갔다 정신은 없었지만, 일단 백신 예약해놓고 왔으니, 빼놓겠지, 하고요.
그리고 집에 와서 병원마다 전화 다 돌려서 첫째 독감 백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는 곳 찾아 가서 접종하고 왔어요.
얘는, 동생 1차 접종 하던 날 열이 나서 못했거든요.
그리고 그 뒤로 감기가 심하게 와서 입원도 했었고요.
아, 젖먹이 둘째도 있는데 큰 애 입원하고 있자니 정말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더라구요.
10월 내내 그러느라 독감 접종을 못했지요.
게다가 그 즈음에는 주사 백신은 별로 안남아 있었고, 대부분 코에 스프레이 식으로 흡입하는 생백신만 남아있는 상태였어요.
불활성 상태의 사백신이 있고, 균이 살아있는 생백신이 있어요.
생백신은 균을 직접 주입하는 거니까 몸 상태가 안좋을 때 접종하면, 오히려 크게 앓을 수 있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첫째 아이는 감기 이후로 컨디션이 내내 안좋다가, 지난주에야 겨우 제 컨디션으로 돌아왔는데
그 전에는 아무리 급해도 독감 접종을 할 수 없었지요.
이런 저런 사정으로, 큰 아이 먼저 접종하고, 둘째는 다시 토요일에 가서 2차 접종 마쳤어요.
아이들 아프고, 독감 접종으로 힘 빼고, 참 힘든 몇주였는데,
그 힘든 시기가 끝나니...
팥죽이나 좀 해먹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래서 팥을 불렸지요.
저는 보통 딱 한컵만 하는데, 집에 남은 팥이 한컵+3/4컵 있길래 다 했어요.
불린 팥을 냄비에 한번 우르르 끓여서 물을 버려요.
아린 맛이 있다고 들었어요.
팥 삶으면서 쌀도 한 컵 씻어서 불렸어요.
저는 새알심이나 칼국수보다는 쌀 넣은 팥죽을 더 좋아해요.
팥은 다시 물 붓고 한참 삶아줍니다.
저는 그냥 냄비에 45분쯤 삶았나봐요.
압력솥에 하면 시간 단축돼요.
보세요. 잘 삶아졌죠?
손으로 부드럽게 으깨질 정도로 삶으세요.
물을 너무 적게 잡고 삶으면, 태워버리는 수가 있으니 조심하시고요.
30분 넘어가면 팥 삶아지는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해요.
다 삶아지면 저는 핸드블렌더로 휙 갈아버립니다.
원래는 체에 내리는 거라는데, 아, 아, 아, 귀찮아서...
그렇게 하라고 하면 전 팥죽 안해먹을래요.
그런데 평소보다 많은 양을 삶다보니, 팥 좀 덜어서 다른 거 해먹을까 하는 생각이...
해서 삶아진 상태로 한컵을 덜었습니다.
핸드블렌더로 곱게 갈면 팥물이 이렇게 돼요.
계속 저으면서 불린 쌀 넣고 쌀이 익을 때까지 끓이면 되지요.
저처럼 핸드블렌더 쓰지 않고, 체에 내려서 만들 때는 팥 앙금이랑 윗물을 분리해서 윗물 먼저 넣고 끓여줘요.
새알심이나 칼국수나 쌀 등등 원하는 것 넣고 끓이다가 거의 익으면 앙금을 나중에 섞어서 끓이는 거에요.
앙금이 쉽게 타니까요.
그런데 핸드블렌더로 갈아버리면, 앙금 윗물 분리할 게 없으니 그냥 열심히 젓는 수 밖에 없지요.
다 되면 소금 간 하고, 저는 설탕도 한숟가락 넣었어요.
그런데 하다보니, 쌀이 좀 부족하더라구요.
그때는 이미, 쌀을 더 불려 넣기에는 시간이 없고..
뭘 넣을까 고민하다가 냉동실에, 밤식빵 만들 때 쓰려고 해놓은 밤조림 생각나서 그거 더 넣었어요.
이렇게 식빵 한번 만들 분량씩 냉동했던 것 넣어줬지요.
결과는, 안넣는 것보다 훨씬 낫데요.
달달한 밤조림이 들어가서 맛있기도 하고, 식감도 좋고요.
제가 고지식한 스타일이라, 레시피 엄수하는 편인데,
살림한지 4년 넘어가면서 좀 응용력이 생기더라구요.
팥죽에 뭘 좀 더 넣을까, 이런 생각.. 예전에는 안했어요.
그냥 팥 1컵에 물 몇컵, 쌀은 얼만큼 이렇게 딱딱 준비해서 그대로만 했는데,
사실 요리가 할때마다 조금씩은 다르잖아요.
집집마다 불 세기도 냄비도 다르고요.
이제는 조금, 아주 조금, 대~충 해도 어지간히 되네요.
다 만든 팥죽입니다.
계피가루 살짝 뿌려 드시면 더 좋아요.
아까 남겨놓은 팥으로는 팥시루떡을 찔까 뭘 할까 하다가.. 쇠머리떡으로 결정했어요.
일단 쇠머리떡 하는 데 필요한 재료들 준비해줍니다.
찹쌀가루 500g, 멥쌀가루 50g -냉동실에서 내려서 찬 기 없게 준비해둡니다.
가루에 섞을 황설탕 5T, 물 2T
부재료는 밤 5개, 대추 10개, 호박고지 20g (나중에 여기에 황설탕 2T 추가), 검은콩 1/2컵, 팥 1/2컵이에요.
팥은 삶으면 두 배 정도 늘어나는 걸로 계산해서 삶은 팥 1컵 따로 빼놓고요.
참, 떡 찔 때 필요한 도구 좀 보실래요?
맨 위에 있는 게 가루 내리는 체에요.
아랫쪽 왼쪽은 대나무찜기, 오른쪽은 물솥입니다.
대나무 찜기 뚜껑 열면 이렇게 생겼어요.
제 건 지금 27cm 짜리에요.
살림규모가 크시면 30cm짜리 제일 큰 거 쓰시면 좋고
저처럼 별로 먹는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너무 작은 건 싫다 하시면 27cm,
혼자 먹는 정도 양이라면 25cm 하시면 적당할 거에요.
물솥은 제가 다시 산다면 스테인리스로 살텐데,
저거 사던 당시에는 정말 떡을 쪄먹을지 어떨지 몰라 그냥 싼 걸로 샀거든요.
그랬더니.. 뭐, 안쪽에 암만 닦아도 깨끗해지지도 않고.
지금 버리지도 못하고 그냥 쓰고 있어요.
구멍 날 때까지 쓰고, 그 다음에는 스테인리스 물솥으로 사려고요.
찜기에 젖은 면보 깔고 설탕 솔솔 뿌려놓으세요.
이 설탕은 떡에 들어갈 양에서 조금 빼내서 뿌리는 거에요.
나중에 다 쪄진 후에 면보에서 떡 떼낼 때 잘 떨어지라고 뿌려줘요.
부재료도 준비해주세요.
호박고지는 2cm 정도로 잘라서 미지근한 물에 20분 정도 불린 뒤 건져서 황설탕 2T 버무려놓고요.
검은콩은 불려서 삶아줘요. 끓기 시작하고 10-15분 정도. 저는 묵은콩이라 15분 삶았어요.
팥은 불려서 삶는데 첫물은 따라내고 다시 물 부어서 푹 무를 정도로 삶고요. 50분에서 한시간 정도 걸려요.
밤은 4-6등분, 정말 큰 밤이면 8등분 하시면 되고
대추는 돌려깎기 해서 씨 빼고 6등분 정도 해주세요.
찹쌀가루 멥쌀가루는 물 줘서 체에 한번 내리면 되는데요..
물 준다는 게, 가루에다가 물 2T 정도 넣어서 손으로 마구마구 비벼주세요.
그 다음 중간체에 한번 내려요.
찹쌀은 입자가 너무 고우면 찔 때 수증기가 잘 안올라와서 설익는 수가 있어요.
잘한다고 여러번 체에 내리지 말고 딱 한번만 하세요.
사진 좀 보세요.
이게 쌀가루를 스텐 볼에 쏟아 놓은 모습이에요.
여기다가 물을 넣고 손으로 비벼서
한 줌 꼭 쥐어보세요.
이런 모양이 되겠죠?
이걸 손바닥에 놓고 툭툭 위로 두세번 던지면
이정도 깨져요.
물 양은 이정도로 맞추는 건데, 이부분이 제일 어려워요.
레시피에 있는 쌀가루 양에 물은 2큰술 정도가 적당하다고 하는데,
쌀가루의 상태에 따라서 사실은 다 달라요.
알아서 적.당.히. 맞추셔야 하는 어려움이...
넓은 스텐 볼 하나 준비하셔서
이렇게 셋팅하세요.
체에 물 준 가루를 쏟아붓고, 손으로 저어가면서 내려줍니다.
체에 한번 내린 쌀가루에요.
예쁘죠?
쌀가루와 부재료 모두 준비됐어요.
이제 설탕도 넣고 한데 다 섞은 다음에
(저 손은 뭐든 자기가 한다고 하는 큰 아이 손입니다)
아까 젖은 면보 깔아서 설탕 뿌려놓은 찜기에다가 쌀가루를 한줌씩 쥐어서 놓아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찹쌀가루는 입자가 고와서 김이 잘 안오르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틈새로 수증기가 잘 올라오라고 곱게 곱게 안치는 게 아니라 한줌씩 쥐어 놓는 거에요.
쌀가루를 모두 다 찜기에 담으면 이만큼 돼요.
미리 물솥에 물을 담아서 끓이다가,
물이 끓기 시작하면 찜기를 올려주세요.
30분 찝니다.
불에서 내린 떡 보세요.
이쯤에서 그냥 막 뜯어먹어도 맛은 똑같지만..
쇠머리떡은, 쇠머리편 같은 모양이라도 쇠머리떡이지요.
굳혀서 모양 잡아줘야해요.
네모난 틀에 기름 바른 비닐 깔고 굳히는 거라는데..
비.닐. 쓰기 싫어서 저는 유리그릇을 썼어요.
이렇게 담아서 굳힌 다음 꺼내서 적당히 썰어주면 됩니다.
뜨거운 떡 만질 때는 이런 실리콘 장갑 쓰면 편해요.
있으면 쓰고, 없으면 목장갑 먼저 끼고, 그 위에 비닐장갑 끼고 하셔야지요.
이만큼 양이면 다 만들어진 떡은 이정도 나옵니다.
두개씩 랩으로 싸놓은 거라서 16개 나왔어요.
가로 세로 4cm, 6cm 정도 되는 크기에요.
한 두어개 정도 그냥 집어먹었고요.
팥죽 끓이고, 떡 찌는 틈틈이 - 정말로 짜투리 시간이 있어요. 떡이 쪄지는 30분이라든가..
지난번 올렸던 초코 크래클 쿠키도 구웠지요. - 아, 나, 왜 이렇게 부지런했던거야..
이렇게 포장해서, 내일 수능보는 조카 갖다줬어요.
지난번에 정말 맛있게 먹었다고 해서요.
자, 그럼 폭탄맞은 저희 집 주방 좀 보시겠습니까?
많은 위안이 되시죠?
틈틈이 치워야 하는데, 틈틈이 다른 걸 자꾸 만들어댔으니..
안그래도 좁은 주방은 난리가 났지요.
중간중간 애들 귤도 까먹이고요.
둘째는 아직 속껍질도 까줘야하는 돌도 안된 아기라서요.
그런다고 저 주방이 용서되는 건 아니지만..
참, 저요, 다음에 할 때는 그냥 식빵틀에다가 비닐 깔고 떡 굳힐래요.
유리그릇에 했더니, 비주얼이 엉망이었어요.
빨리 안식고, 꺼내기 힘들고, 여러모로 어려워서요.
떡은 집에서 안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사진 많이 올리긴 했어도,
빵 만드는 것보다 어렵지 않아요.
한번 시도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