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만 오랫동안(?) 살다가 작년이 지나가기 이틀 전에 태어난 딸래미로 인해 셋이 되었지요.
둘이 살 때는 맞벌이 한다는 핑계로 주말에만 밥을 해먹고
- 그나마 외식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주말에도 하루 한 끼는 사먹기 일쑤 -
셋이 살게 되니 세 번째 가족 수발 드느라 밥 해 먹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대충 해먹고 살아요.
그런 이유로...
주부 5년차인 지금도 여전히 제 손은 어설프기만 합니다.
집에서 뭐 해먹는걸 그리 즐겨하지 않는데
이번엔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뭘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과일 주 소비자는 두 명인지라 웬만해선 많은 과일을 사지 않는답니다.
제가 귤 킬러라서 겨울에 한라봉이나 귤은 한 박스씩 사먹지만,
다른 과일은 한꺼번에 예닐곱개 넘겨 산 적이 없어요.
그런데 올 여름, 8월에만 포도가 세 상자 선물로 들어왔습니다.
포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편과 저는.. 몇 송이 먹다 말았고
결국 그 포도들은 저희집 냉장실의 1/4 정도를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지요.
버리기는 아깝고 다 시든 포도를 남 줄 수도 없고,
- 사실 처음 포도를 선물 받았을 때는 같은 단지 사는 친구네와 경비 아저씨께 나눠 드렸었죠 -
그래서 82를 열심히 검색해서 처치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혜경쌤의 포도쥬스 만들기.
요거 정말 간단하더라구요..
다만 설탕을 넣었더니 저희 부부 입맛엔 너무 달아서 남은 포도로는 설탕 없이 해보려구요.
포도가 워낙 단 포도라 그랬나봐요.
재료 : 포도 6컵, 물 6컵, 설탕 1컵 (전 모두 반으로 줄여서 했어요. 첫 시도라.. ㅎㄷㄷ)

포도와 물을 넣고 중불에서 20분 정도 끓이다가 약불로 줄여 다시 10분 정도 끓여요.
(전 시간도 조금씩 짧게 잡았어요. 양이 적으니..)

체에 찌꺼기를 걸러냈어요..
탱탱하던 포도알들이 저렇게 흐물흐물해지고 색도 바랜 걸 보니 괜히 마음이 안좋더라구요..
저렇게 찌꺼기를 걸러내고 저 체반은 다른 스텐볼에 받쳐서 한참 더 뒀어요.

포도물이 따뜻할 때 설탕을 넣어 녹여줬습니다. 그리구 다른 스텐볼에 받쳐둔 물을 섞어줬어요.

저희집 살림살이를 아시겠죠? 유리병이나 쥬스병같은건 없어요.
물도 생수 2L짜리로 사다마시는데 하필이면 이때 제일 촌스러운 페트병밖에 안남아있지 뭐에요?
그래도 포도물이 식었을 때 여기에 따라 냉장고에 넣었어요.

시원해진 포도쥬스를 마시려고 컵에 따라놓았더니 색이 정말 고운거 있죠..
하지만... 예쁜 컵에 담았으면 더 보기 좋았을거고 맛있어 보였을텐데....
저희 집에 있는 컵들은 다 요래요. 그렇다고 머그에 담으면 포도빛이 예쁘게 표현 안될거 같고.. ^^
저렇게 포도 쥬스를 만들고 나니 포도쨈에 도전해보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요번엔 보라돌이맘님의 포도쨈을 만들어보기로 했지요.
레서피를 찾다보니 보라돌이맘님도 딱 요맘때 - 8월 말경 - 포도쨈을 만드셨더군요.
아무 상관도 없는데 괜히 반가운 마음..
요건 레시피 그대로..
재료 : 포도 1kg, 물 150ml, 설탕 300g

포도를 알알이 따서 깨끗하게 씻어 채반에 받쳐 물기를 쪽 뺐어요.

보라돌이맘님은 큰 믹서기에 넣어 들들 갈았는데 저희 집은 핸드믹서 밖에 없어서
핸드믹서로 열심히 갈아줍니다...

이제 체반에 받쳐 열심히 체에 내려줘요. 근데 제가 포도를 열심히 안갈아서인지
- 포도 1kg 을 세 번에 나눠 갈았는데 팔이 너무 아파서 나중엔 좀 대충 갈았거든요 ㅎㅎ -
이거 내리기가 너무 힘들더라구요. 열심히 내려서 다 내렸다 생각했는데 먼저 내린 부분 보면
또 포도즙이 송글송글... ㅠ_ㅠ

어쨌든 다 내리고 이렇게 찌꺼기가 남았어요.
보라돌이맘님은 이렇게 내린 찌꺼기가 130g 정도라 하셨는데 제 찌꺼기 무게를 재봤더니
180g ..아까운 포도즙 50g은 찌꺼기 속에 다 숨어버렸나봐요.

이제 찌꺼기는 버리고 체에 걸러낸 즙을 스텐냄비에 담고 분량의 설탕을 넣어줬어요.

처음엔 중불로 열심히 끓이면서 자주자주 저어줬지요.
그러다가 부르르 끓어오르면 불을 약불로 줄이고 10분에 한 번씩 저어요.

보라돌이맘님이 딱 1시간이라고 하셔서 정확히 1시간 후에 불을 껐더니 이렇게 졸아들었어요.

요건 급히 공수한 유리병.. 쨈 만들려고 해서 보니 집에 유리병이 없는거에요.
그냥 플라스틱 락앤락에 담을까 고민하다가 깔때기도 사야할거 같아서 (위에 포도쥬스 담는 것 땜에)
집 앞 슈퍼에 갔더니 요 유리병이 네 개 밖에 안남았다고 한 개에 1000원씩 팔길래...
좀 촌스러운 감이 없잖아 있지만 두 개 집어왔어요. ^^
얼른 씻어서 뜨거운 물에 소독해뒀지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포도쨈입니다..

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사실... 너무 묽게 되었어요.
실온에서 2~3시간 지나면 쨈 묽기가 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제껀 여전히 쥬스같은...
그래서 다음날 다시 15분 정도 약불에서 끓였더니 (끓고 난 후 시간 기준)
좀 더 시럽처럼 변했길래 식혔지요. 그랬더니 딱 쨈처럼 되었어요....
이렇게 만들었는데 냉장고에는 아직도 포도가 10송이 넘게 남았어요.
이걸로 반은 포도쥬스를 한 번 더 만들고, 나머지는 포도쨈을 만들려구요..
포도쥬스랑 포도쨈 만들기도 어려웠지만,
키톡에 글 올리는게 더 조심스럽고 어렵네요.
워낙 실력자들만 모여 계시니.... ^^;
예쁘게 봐주시고 일요일 즐겁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