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띠도 아닌 제 나이를 밝히는 이유는
지금부터 풀어놓을 이야기에 필요해서...
살면서 지금껏 몸이 허락하는한 마음이 하고픈대로 다 하며 살았어요.
제가 전생에 무수리였는지 주모였는지
이상하게 다른이의 입에 내가 만든 음식 넣어주는게 무지 좋더라구요.
그래서 어지간한 잔치상 무지 차렸고
음식선물도 몸살나도록 해왔고
하다못해 양푼에 밥비벼 지나가는이 청해 밥도 무지 먹었더랬습니다.
그런 제가 딱 한가지
제손으로 못해본게 있어요.
바로 김치... 고 김치란넘이지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친정엄마, 시엄니 두분다 음식솜씨가 좋으세요
우리가 보통 음식솜씨가 좋다고 할때
보편적으로 김치도 빠지지 않더군요.
바꿔말하면 김치 맛나게 담글줄 알아야 음식솜씨를 논할 수 있다는
다소 건방진 명제가 통할까요....
그래서 결혼전엔 자취하며 엄마꺼 갖다먹고
결혼후엔 시엄니꺼 얻어먹고
그러다보니 제가 김치를 담가볼 기회가 없었다고 핑계를 좀 대지요.
그러던 어느날...
그러니까 지난번에 글 올렸던 시엄니 생신날...
대강 메뉴는 제 손으로 책임지겠으나
마지막 그 하나! 김치가 관건이었어요.
그러다가 식당하시는 사돈께 부탁해서 김치를 조달했지요.



(중량을 모르겠으나 무지 무거웠습니다. 작은 내 키가 더 작아지는듯...
겨우 들고 왔네요.잎은 이미 잘 다듬어져서 거의 손댈게 없고
중간중간에 민달팽이는 없는지 잘 확인하며 뿌리만 살살 긁어 다듬어요
그리고 넓은 통에 물을 받아 열무를 살살 흔들어 씻어요. 잎을 비벼 씻으면
나중에 풋내가 난대요. 최대한 손을 안댄다 생각하고 살살... 살살...)
그때 느꼈답니다.
마흔이 낼 모레인 아줌마가
그것도 결혼 10년차 아줌마가
아직 김치한번 담궈보지 못하고 밥상을 논하다니...
그래 조만간 김치를 손대보자...고
그러나 다짐도 한순간이고
바쁘다보니 또 시간만 보냈지요.
그러다 어제 아침...
남편, 아이들 다 내보내고
집도 대강 치우고 조용해진후
느닷없이 열무김치가 먹고싶은겁니다.


(물1리터당 소금200CC 한컵의 비율로 약 8리터의 소금물을 만들어서 불순물을 가라앉힌후
넓은 통에 열무 가지런히 뉘여주고 소금물을 자박하게 부어놓아요.
30분 있다가 한번만 뒤집어주세요. 많이 뒤적이지말구요
제가 사는 지방에서는 물고추를 갈아서 열무김치를 담가요.
물고추는 마른고추를 씻어 양파 마늘 생강 식은밥을 한꺼번에 분마기에 갈아서 만들지요.
부식가게나 작은 구멍가게에 고추분마기가 구비되어있어요. 1000원만 내면 끝...
식은밥은 풀국을 대신한건데요. 국물 없는 열무김치가 먹고파서 식은밥 한공기로 대체했네요.
여름김치는 풀기가 많아야 구수하고 맛나게 익는대요. 보리삶은 물이나 감자도 좋구요.
열무가 절여질동안 고추를 다듬어 씨를 빼서 따로 모아두고 고추는 두어번 씻어 건져두고
양파 다듬고 마늘까고... 하시면 시간을 알뜰하게 쓰실수 있어요^^)
이거야... 입덧도 아니고 만리타국에서 향수병에 걸린것도 아니고
아침 잘 먹고나서 무슨 열무김치...
김치통들고 친정을 갈까 하다가...
그래... 내가 다짐한것도 있는데 오늘 한번 일을 내보자... 시장으로 갑니다. ==33==33333
집근처 가까운곳에 시장이 있어요
11시에 시장에 갔더니 사람도 많고 푸성귀도 많더군요.
단순무식하게 채소전으로 갔습니다.
열무를 보니 ... 연하고 통통한게 참 맛있겠더군요.
한단 살까 하다가 또 이사람 저사람 생각나서 덥썩 두단을 샀어요. 주제에... ㅡ.ㅡ;;
집에 마른고추도 없으니 또 고추전에 갔지요.
무거운 열무를 나중에 샀어야하는데... 바보팅이!!
고추전 아짐한테 물으니 열무가 두단이면 고추는 200그램씩 400그램정도면 적당하답니다.
양파 세개하구요.
그래서 햇양파도 한다발 샀어요. 무거워~~~



(열무가 잘 절여지고 있네요. 씻어 건지지 않고 바로 소금물을 빼서 비비려구요.
씻으면 맛있는물이 다 씻겨지고 향도 없어지니까...
열무는 한시간만 절여 바구니에 잘 건져두고...
이제 김치양념을 갈아와야해요.
오늘은 열무가 두단이니까 마른고추400그램, 양파3개, 마늘 20톨, 생강2톨, 식은밥 1공기
요렇게 갈아왔어요.
그 고추다대기에 밥새우가루 두어줌, 다시마물 2컵, 조미료대신 설탕약간 넣고 골고루 섞어줍니다.
다시마물은 물2컵에 5*5사이즈 다시마 대여섯장을 찬물에 넣고 불에 올려 한소끔 끓여 불을 끄고
20분 있다가 다시마 건져내고 식혀둔 물입니다.
따로 젓갈은 안넣었어요. 열무김치는 개운한 맛에 먹는거라고 들은적이 있어서..
굳이 넣어야한다면 새우젓을 넣으라더군요. 시장 아짐이... ^^;;)
집에 오니 기운이 쪼옥 빠지고
내가 왜 이일을 벌였을까... 못먹게 되면 어쩌려고 두단이나 샀을까 별별생각이 다 들지만
다듬고 씻는과정에서 그런 생각은 벌써 잊고
그동안 수백번은 김치를 담그셨을
친정엄마, 시엄니생각이 마구마구 들더군요.
그 많은 김치거리 들고다니느라, 다듬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맛있게 담그려고 얼마나 신경을 곤두세웠을까...
가만히 앉아서 얻어먹는 주제에 싱겁네 질기네 입으로 거들고... 이런...
많은 반성을 하는동안 김치가 완성되고
훌쩍 어른이 된듯
이제야 정말 주부가 된듯
제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고 대견했어요 .^^;;



(한포기정도 먼저 양념에 버무려 간을 보세요.
맨입에 약간 간간하다싶게 맞추면 밥과 같이 먹으면 딱이겠지요.
전 밥과 같이 먹어보았답니다. 초보티가 팍팍나요.^^
간이 맞으면 양념을 바르듯 살살 버무려요. 전 길게 걸쳐먹는게 좋아서
자르지 않고 담갔어요. 먹기직전에 남편, 아이꺼는 잘라주고 나는 길게 먹고... 냠냠...
일단 양념에 모두 버무린후 두포기씩 얌전히 타래를 지어 김치통에 꼭꼭 눌러 담아줍니다.
위에 깨소금 맛나게 뿌리구요.)
그렇게 처음 담근 김치를
시엄니, 시누이, 이모, 여동생 나눠주고 우리도 먹으려고
이렇게 나눠 담았네요.
친정엄마는 마침 김치를 담그셨고
또 제가 얼른 가기도 어려워
며칠내로 다시 담가서 가져다 드리려구요.
저녁에 남편과 둘이서
꽁지만 자른 열무김치를 어찌나 맛있게 먹었는지 몰라요.
첨엔 자기엄마껀줄 알고 맛있다고 연신 먹더니
제가 담갔다고 하니 "먹을만하다..."이러대요. 피~ 잘만 먹으면서... ^^
제 입에는 딱 맛있었지만
살짝 걱정이 되더군요.
시엄니의 품평이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되고...


(생애 첫 김치가 완성됐어요. 나름 맛나요. 조미료를 안넣어서
쌈빡한 맛은 없지만 그러니까 더 좋네요. )
그런데 엄니도 저녁안드시고 성당가셨다가
제가 갖다놓은 김치 보시고서
밤 10시에 저녁드셨대요.
전화를 하셨더군요.
마침 새로 담근 열무김치가 너무 맛나서
저녁을 안드시려다가 맛나게 드셨다고...
처음 하는 김치를 참 맛있게 잘했다고 칭찬들었어요. 아유~ 기분좋아라...
알뜰한 친정엄마는 김치버무린 양푼을 약간의 물로 씻어
감자를 썰어넣고 멸치한줌 넣고 얼큰하게 감자국을 끓여주시곤 했어요
생김치 먹는 날이면 으레 그 감자국을 곁들인지라
저도 엄마의 감자국을 끓였답니다.
얼큰하고 개운하고 감자도 푸근푸근한게 참 맛있어요.
보기에는 별거 없어보이죠? ㅎㅎ

오늘 이모집으로 동생집으로 김치통 나르고
어깨가 으쓱해서 돌아왔어요.
이쯤되면 저 무수리 맞는것같죠?
아무리 중전마마처럼 하고 싶어도
정신차려보면 무수리처럼 살고 있으니...ㅋㅋ
저처럼 이제 김치에 도전하시는분들 참고하시라고 얘기가 좀 길어졌네요.
한번 덤벼보시면 그다음은 쉬울것같아요.^^
자~ 입맛없는 분들 제가 한입씩 넣어드릴께요. 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