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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와일드한 된장국

| 조회수 : 5,727 | 추천수 : 33
작성일 : 2008-01-17 16:39:35
된장국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시가....^^


<STRONG>1. 도광터에서 된장국 끓이기</STRONG>


여름에 카라코람 K2를 트레킹 때문에 도광터를 비워놨더니, 콩을 심었던 밭은 잡초로 발 디딜 틈 없이 우거졌고, 물론 콩은 멧돼지와 고라니들이 모두 잡수신 뒤였지만, 샘도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다행이 오히려 더 잘 된 것이 있었으니 그게 간장과 된장이었다. 뜨겁고 찐덕한 여름 햇볕과 맑은 공기를 들이마신 간장과 된장은 말 그대로 그냥 자연 그대로였다. 그동안 사람의 손길 한 번 탄 적 없이 바람과 햇볕과 맑은 공기에 노출되었던 간장과 된장은 그냥 맨 으로 먹어도 그 맛을 형용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매주 도광터에 갈 때마다 우거지나 두부, 또는 미역, 시금치만 가지고 가서 된장국을 끓여 먹는다. 여러 가지 조미료와 직 간접적으로 익숙해진 입맛이 매주 색다른 맛을 경험하는 것이다. 도광터에서 오면 위장이 깨끗한 물로 닦여 있는 듯 하며 더구나 소식하는 습관이 점점 몸에 뱄다. 그리고 입맛도 다시 돌아왔으며 약간 답답하던 위장도 비가 갠 뒤처럼 깨끗하고 시원해졌다. 아무래도 이 된장국 덕분이 아니겠는가 생각해봤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장 쉽고 또한 맛이 간결하고 산뜻한 시금치 된장국 끓이는 방법을 이야기할까 한다.



밤에는 은하수와 대화를 하고


폭풍우 속에서는 스스로 고민하누나.


햇빛이 비치면 제 몸에 맛을 숨기며


이슬을 받아 향을 만드누나.


땅 위에 생명이 변하여


다시 생명을 살리는 음식이 되었나니


이 깊은 골 안에서


맛과 향을 깃들인 이야기를


오! 이제야 들었노라.




[ 맑은 물에 시금치 씻기 / 샘이 완성이 되지 않아서 우선 바로 옆에 계곡에서 시금치를 씻는다 ]



손 물에 닿으니


지난 밤 고래니 노래 들리누나.


손님은 잠깐이고


나무의 키도 유한이네.


변하지 않으면


그 고통이 무한보다 깊으리.




[ 집을 지을 자리에 임시로 장독을 놓았다 ]



숲에 안개 깊고


나뭇가지 밑에 낙엽은 소리도 없네.


장 숨소리 독 안에 있는데


낯선 이의 발소리 알아차렸나.


냄새 은은하니


독 여는 마음 처녀 같아라.




[ 된장 / 보이는 것은 서리태 된장이다. 서리태 된장과 백태(멧콩) 된장을 한 층씩 겹겹이 넣었다 ]



맛은 바람으로부터 배우고


향은 햇빛으로부터 거두었으며


밤이 깊어 이슬을 모았나니


밤이 은하수를 몰고 오면


차가운 달빛으로부터 담백함을 얻었네.




[ 독에서 떠 낸 된장 / 검은 빛이 도는 것은 서리태 된장이기 때문이다 ]



밤 새 꿈을 꾸었는데


큰 산 밑에 뛰는 고라니와 멧돼지 꿈이었다.


낙엽 땅에 부딪치는 소리에 깨어


책 펴고 글을 썼다.


적막함이 유일한 친구이니


여기 아니면


그것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 밥과 된장국 준비 / 밥은 압력솥에 앉히고 / 된장국을 끓일 물은 계곡에서 길어와 국물을 내기 위해 멸치를 조금 넣는다 ]



산 깊어 외져도


분주한 마음은 잡을 수 없네.


발소리도 큰데


파도소리 더 커 꼭대기 바라보니


능선에 나무들 휘누나.




[ 국물 우리기 / 펄펄 끓여서 국물을 낸다 ]



낙엽송은 노란 잎을 떨구고


단풍은 붉은 잎새 아직도 달고 있네.


봄 되어야 떨어지려나.


명아주는 뼈처럼 서 있고


바라구 씨앗은 땅에 숨었네.




[ 된장 풀기 / 다음은 된장을 끓는 멸치 국물에 푼다 ]



가래나무 바위에 기대어 있고


잎은 모두 떨어져 불쏘시개로도 쓸 수 있네.


한참 여름에는 그리도 푸르렀는데


서리 내리니


그대도 별 수 없구려.




[ 국물 우려내기 / 된장을 푼 후 충분하게 끓인다 ]



들쥐들은 낙엽 밑에서 바스락거리고


다람쥐들은 찍찍거리네.


샘에 물 솟는 소리 들으려면 얼마나 있어야 하나.


생명은 모두 숨었어도


큰 기운은 숲에 있나니


겨울도 봄처럼 희망이 있어라.




[ 시금치 넣기 / 불을 약간 죽이고 시금치를 넣는다 ]



밤에 읽은 책 속에 구절


책 덮었는데도 살아 눈앞에 서 있네.


잘 새기면 지혜가 되고


헛되이 드러내면 독이 되리라.




[ 된장국 완성 / 취향에 따라 더 푹 끓일 수도 있으나 나는 이렇게 살짝 데치는 정도로 끓이는 게 좋다 ]



도랑 건너에 소나무


낙엽 지니 푸른 몸 드러나네.


겨울 한철에 자태를 뽐내어도


봄 되면 다시 숲에 숨으리니


지고한 모습이라 하여도


인내하는 마음이 어찌 저리 깊을까.


한참을 바라봐도


마음 초조하지 않네.




[ 밥과 된장국 ]



밥에 국 한 그릇


앞에 놓고 보니 마음 뿌듯하여라.


수십 가지 진미를 보아도 기쁘지 않았거늘


수저 들고 맛보고 싶은 마음


마치 아이를 보는 것 같네.




[ 밥 한 그릇과 된장국 한 그릇 ]



나는 진수성찬이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소박한 밥상이라는 말도 들어봤다. 먹는것은 곧 생명을 부지하기 위한 수단이며, 또한 그것은 스승이다. 과하거나 탐하면 화를 주며, 절제하고 겸손하면 좋은 생각을 들게 하는 육체를 만들어준다. 그러니 어찌 큰 스승이라 할 수 없겠는가. 즐기지 아니하며 집착하지 않고 무시하지 않으며 기다리지 않고 또한 떠나지도 않는다. 그것이 식사가 아닐까?



국에 밥을 말아먹고


더 먹고 싶으나 자제하나니


한 뼘 시간 지나고


더 먹고 싶었던 생각 후회스럽네.


운명도 그러하니


멈추어도 두려워 말고


고통스러워도


떳떳하게 그 엄중한 의미를 품으리.




[ 시금치 된장국 한 사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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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된장골
    '08.1.17 4:42 PM

    절친한 知人께서 제게 주신 레서피입니다.^^

  • 2. 정현숙
    '08.1.17 5:29 PM

    옴마 아주 간단하면서도 오묘하네요. 맛은 보는 이들의 상상속으로

  • 3. 김영자
    '08.1.17 5:34 PM

    뭐라고 말해야 할지
    잠시 어리둥절합니다.
    신선한 충격?
    어떻게 하면 저런 레시피를 쓸 수 있는지...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보태려 하는 것 같습니다.

  • 4. 큰손
    '08.1.18 9:51 AM

    아....
    아침부터 제게 건강이 찾아올꺼 같아요...^^

  • 5. 금순이사과
    '08.1.18 11:06 AM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흐르는 작은 계곡물에 시금치를 씻고

    서리콩으로 된장을 만들어
    가끔 그곳에서 된장요리를해서 드시고

    그 된장맛을 보고싶어지네요.ㅎㅎㅎ

  • 6. 망고
    '08.1.18 11:36 AM

    서리태 된장이라 !!

    사진 덕분에 한그릇 뚝딱!!

    아~~ 배부르다~~

    땡큐~~

  • 7. 하얀책
    '08.1.18 11:46 AM

    분명 키친토크인데....
    맑고 서늘하고.....
    분명 구수한 된장국인데...

    신선한 충격입니다. 이런 글도 있군요...

  • 8. Harmony
    '13.1.23 1:06 AM

    이 된장이 머무는 산골에 가보고 싶게 하는 레서피 시 한수.
    정말 건강해보이는 단촐밥상이군요.

    그리고 귀여운 압력솥^^,,,,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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