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흰 남편 회사가 지난 목, 금을 모두 쉬게 해준 덕분에 남들 보다 며칠 더 긴 연휴를 보냈습니다.
시댁 다녀오고 곧바로 친정도 다녀 왔지요.
덕분에 언제나 명절이 지나면 오는 몸살 감기도 며칠 늦게 시작되었네요.ㅜ.ㅜ;;; (긴장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괜찮은데 긴장이 풀리는 순간부터 아프기 시작합니다.)
목소리가 완전 박경림 사촌인데, 그래도 ‘숙제를 마친’ 기분이라 한결 홀가분 합니다. ㅎㅎㅎ
아픈 몸 이끌고 월요일 하루를 참 분주하게 보냈습니다. 산더미 같은 빨래며 집안 청소며 기타등등..
특히 일주일씩이나 집을 비웠더니 냉장고안에 먹을게 하나도 없더군요.
시댁과 친정에서 얻어온 것들 정신차리고 갈무리해서 넣어두고 계란이니 우유니 하는 기본적인 것부터 장을 다 봐야 했습니다.
월요일 저녁은 엄마가 정성스레 까서 보내준 토란으로 끓인 토란국. 엄마한테 얻어온 사태 고기 넉넉히 넣고 다시마도 한 장 넣고 오래도록 푹 끓여야 맛있습니다.

실은 친정서 생각지 않게 고기를 넉넉하게 받아왔답니다. 한동안 고기 걱정 안하게요.ㅎㅎㅎ
여기에 얽힌 웃긴 얘기가 있는데요..
저희 아버지가 올해 일흔 둘이십니다. 왕년에는 유독 명석한 두뇌를 자랑하셨고, 가부장적인 전형적인 아버지라 당신 손으로 냉장고에서 물 꺼내 드시는것 외에는 커피 한잔도 다 타 드려야 드셨던 분이십니다.
그런 아버지가 몇년전 위암수술 크게 받으시고 난후 예전 같지는 않으십니다.
없던 건망증도 생겼고, 평생 안그러시던 분이 종종 엄마 일을 도와주시기도 합니다.
이번 추석때에는 엄마가 워낙 바빠서 아버지께서 대신 장을 보는 심부름을 하셨다고 하네요.
엄마가 종이 쪽지에 적어주시길,
사태 3 Kg,
간 쇠고기 600g
요렇게 사오시라고 하셨답니다.
아마도 사태는 통으로 삶아 탕국 끓이고, 남은걸로는 해마다 갈비찜대신 하는 사태찜을 하실거고, 그리고 간 고기는 완자전을 붙이려고 하신 거지요.
마침 돋보기를 안 챙겨가신 아버지, 쪽지 적은것 해독이 불능한 상태에서, 추석전 엄청난 인파로 밀리는 마트 정육 코너에 한참을 줄을 서다가 드디어 차례가 되자 머뭇머뭇 말씀하셨답니다.
"어어.. 그러니까.. 사태가 3키로인가?? 아.. 3키로..
그리고 간 고기 육...육...육백 키로 줘요. ""
하니까, 거기 정육점 직원이 눈이 동그래져서 "네??" 그러더랍니다.
그래서 앗차, 하신 아버지.. "아아.. 아니지..그게 아니고... 그러니까... 육백키로가 아니고 육키론갑다."
하셨답니다.
그래, 직원이 무려 육키로나 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간 고기를 매우 의아해 하며 봉지를 세개나 나눠 담아 주고나서,
그럼 사태는 어떻게 드려요, 썰어 드려요? 하더래요.
그래서 암것도 모르시는 울 아버지.. "아...네...네" 하며 머뭇머뭇 대답하셨더라네요.
그렇게 해서 자잘이 국거리로 썰어온 사태 3키로와 무려 6키로의 간고기를 들고, 엄청 무거워 하시면서 돌아오셨다네요.
엄마는 그걸 보고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냥 허허~~ 그러셨다네요.(그리고는 딸들 모아 놓고 몰래 한참 흉보셨어용...ㅡ.ㅡ;;)
할수 없이 엄마가 다시 나가서 필요한 고기 새로 사오시고..
냉장고에도 들어가지 못할만큼 엄청난 양의 고기들은 자식들 한묶음씩 나눠 주시는 걸로 마무리 되었답니다.
< 아버지, 덕분에 고기 잘 먹겠습니다. ㅎㅎㅎ ^^;>
그리고 냉동실 뒤져서 한 마리 남겨두었던 고등어 꺼내 간장양념에 무 깔고 자작하니 조려내고,

감자 한개 깎아 볶고, 엄마한테 얻어온 도라지도 초고추장 양념에 매콤새콤달콤하게 무쳤네요.

요렇게 저녁 준비 다 하고서.. 전체 풀컷은 없습니다. 고작 네식구 저녁을 모두 뿔뿔이 각자 먹는지라...ㅠ.ㅠ
오늘 낮에는 애들 간식거리가 또 막막한 겁니다. 뭘 만드나 고민끝에 코코아를 듬뿍 넣은 초코 제누아즈를 두개 구웠습니다.
하나는 생크림 데코를 해서 포레누아 케익을 만들고, 다른 하나는 크림을 싫어하는 큰 아이의 오후 간식으로 잘라 주었습니다.

시트 색이 아주 진하게 잘 나왔어요.
큰아이는 이걸 ‘초코 카스테라’로 알고 먹습니다. 뭐 재료나 방법이나 사촌간이지요. ^^
질감이 촉촉하니 밀도도 고르게 잘 나왔건만 제가 원하는 것보다 높이가 좀 낮지요.
18센티 원형틀 기준으로, 계란 3개를 공립법으로 반죽했는데, 제가 원하는 만큼 나오려면 계란 양을 더 늘려 잡아야 하나 봅니다.
다른 한개의 제누와즈는 남편과 저를 위해서 요렇게 만들어 보았습니다.

얘 이름이 뭔가요?? 포레누아?? 슈바르츠발트 키르쉬?? 두가지의 차이가 정확히 뭔지는 저도 잘 모르겠으나, 하여간 초코 제누아즈 사이에 크림을 듬뿍 샌드하고, 통조림에 든 사워체리를 얹어 층층이 쌓고, 마무리는 생크림 바른 다음 초코렛을 긁어 듬뿍 얹어줍니다.

저는 케익을 삼단으로 해서 윗면을 살짝 돔처럼 둥글리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이렇게 하려면 체리랑 크림을 시트의 바깥쪽보다 살짝 안쪽으로 몰리게 놓고 다음 단이 될 시트를 얹은 다음 가장자리를 살살 눌러 주면 가운데가 봉긋하게 솟아오르지요.
이런 스탈의 테코가 은근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초코렛 긁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부엌을 어지르는 단점이 있어요.ㅜ.ㅜ
초코렛은 덩어리론 된 제과용을 구입해서 스크레이퍼나 스패출러나 막쓰는 식칼이나 등등으로 넓적한 면을 긁어내면 됩니다. 요령은 길쭉한 칼을 날이 아래로 가게 두 손으로 맞잡고 밖에서 몸쪽으로 끌어당기면서 긁어내는 겁니다.
케익위에 뿌릴때에는 먼저 스패출러를 이용해서 옆면을 붙여준다음 윗면을 뿌리면 잘 됩니다.
아참, 크림은 겉에 바른 것은 그냥 생크림이구요, 사이사이 샌드한 것은 생크림 한컵이랑 커스타드 150그람 정도??를 섞은 것입니다.
어디서 본지는 생각이 안나는데 이렇게 섞어서도 케익을 만들더라구요..
커스타드는 일부러 만든 것은 아니고 지난번에 쓰고 남은 것을 냉동시켜두었던 것을 꺼내 쓴겁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시트 사이사이 바른 시럽은 설탕과 물을 1:1로 해서 전자렌지로 녹인것+ 럼주 약간 + 체리 깡통에 들어있던 시럽을 대충 섞었습니다.

맛은 아직 못 보았어요. 낼 휴일이라 식구들과 함께 먹으려고 아끼는 중입니다. ^^
황금 같은 휴일이네요. 식구들이 모두 고단하던 차라 참으로 반갑고 기대됩니다.
자, 이제 그만 쓰고 전 저녁 준비하러 가야 겠습니다. 오늘은 또 뭘 해 멕이나...ㅠ.ㅠ
ps. 저녁먹고 후식으로 잘라보았네요. 안이 요렇게 생겼어요. 무진장 촉촉해요. 내일은 커피랑 먹어야 겠어요. 으흐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