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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나?? 착한 시엄니.. 맞나여??

| 조회수 : 10,076 | 추천수 : 56
작성일 : 2007-06-29 07:20:07

왜이리 일이 손에 안잡히는지여??
집안 일..공부(불어학교 풀타임 학생임다)...
항상 쫒겨 동동거리며 시간을 아까워했던게 엊그제인데..
카셋트를 들을 시간 없어.. 잠자리에서라도 들으려구 틀어 놓구 잘 정도로...
지금은 묵주기도 조차 안되..

녀석이 빼간 나머지 살림을 정리하는것도 억지로 했네여

뭐든 다 떠나 버린것 같고..
'빈둥지증후군' 이 이런 맘일까??
뭐 그리 짜달이 아들넘이 내게 잘하지두 않았구..
대학입학 이후에는 늘 떨어져 지냈는데...

아마도 내 생활의 지표를 새로이 준비하는것 같어여..

직장과 가정..을 오고 간 내 삶..
두루 충실하고자 노력했지만
내 살과 피를 갈라 낳은 내 새끼..에 대한 애틋함..
낳아 기른 지난 세월..
하나라서.. 아이에게만큼은 엄마노릇 원없이 하고자 애썻네여..

나날이 지혜가 늘고...쑥쑥 크는 모습..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지여..
질풍노도의 사춘기,  '무자식 상팔자'로 푸념하면서 넘겼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자식으로 인해
내 인생이 풍요로웠네여.

어느 날...
제 짝을 찾았노라구...
'앙?? 야야 !!  왜 하필이면 외동딸이냐??'
저 좋다하니...그저...제 짝이려니...
내 새끼가 저리 좋아라 하는데 궂이 싫어할 이유가 뭐 있으리오..

그리하야..화사한 5월, 꽃보다 이뿐 며눌아기를 선물로 받았네여!!

곱게 단장한 아들과 며눌애를 뒤에 두고
사돈과 단상에 올라 촛불을 밝혔네여
"주님!!
이 아이들은
어둠도 빛으로 살게 하소서
빛으로 세상을 밝혀 살게 하소서
그리하여 함게 있는 날들
이 땅 위에서 오랫동안 행복하게 하소서 "

L호텔 클리스탈볼룸을 메운 손님들과
이 날을 기억해 주는 모든이 들의  축하가..
하늘에 닿았는지...
하늘은 맑고 눈부신 5월의 전형적인 날씨로 부조했구
접수를 맡은 두 골드미쓰의 조카들도 세련미를 풍겼지여..
(숙모!! 뭔 여자가 접수를 봐여?? -  여자가 보면 왜 안되는데?? ㅋㅋ)
입장부터 깔린 남성중창의 축가가 가장 맘에 들었구..
주례와 사회자도 수준급.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주례사도 돋보였고..
아들, 며눌-남, 여 두 친구가 함께 진행한 사회도 프로급이였다네여..
지들이 그동안 찍었던 사진을 대형화면에 쏘아 보여준것도 좋았구여..
자신만만..여유로운 며눌아이는 그 날의 꽃이였구여..
세벌의 신부 드레스가 아주 잘 어울렸어여....
하늘같은 시어머니라구 ㅋㅋ  하늘빛 치마에 크림색 저고리..
살포시 치마를 끌고 테이블 사이를 돌며
우아하게 인사하는것도 기분 좋은 일이였네여..

난 원래 한복 스탈임다..
어떤 옷이든 잘 어울리지여???--(너 자신을 알라!!)ㅋㅋ
시골 5일장에서 3000원 주고 산 티셔츠 입고도 서울 한복판을 당당하게 활보..
그게 '나'거덩여..
한마디로 꿀리지 않는다.. 이거지여..
어찌어찌..그런 자신감을 갖게 되얐는지는 모르지만..
여태껏은 비교적 바르고 반듯한 체형도 한 몫했다고 보는데..
이젠 한 물 갔고..나이를 속일 수 없어..
배 나오고..엉거주춤.. ㅋㅋㅋ

어쨋던 무사히, 성대하게 예식을 마치고 나 사는 몬트리올로 돌아왔는데....
애들이 밴쿠버에 집 얻어 놓고 잇달아 왔구.
결혼하더니 쪼매 달라졋네여..
돈 아끼구..일찍 일어나구..
엽렵한 울 며눌있으니까 집안이 환허니...
"아부지 꼭 상품 타 오세여..." -한인골프대회에 가는 시아버지를 배웅하는 인사!!

어이하나??.. 여기 몬트리올.. 인사라도 시켜야 할 것 아닌감??
간단하게 저녁식사라두...
울 집 콘도 파티룸에서 55명을 초대한 리셉션이 있었네여..

꽃장식과 풍선으로 분위기 띄우고..
이뿐 초들을 밝히고..

1. 랍스터 - 때마침 철이라서 마트에서 삶아주기에..큰 넘으로 30마리..
2. 쌀국수 - 잔치에는 국수가 있어야..^*^
3. 홍어회 - 새콤, 매콤, 달콤..
4. 탕수육
5. 스시 - 여기는 스시가 대 유행임다..
6. 잡채 - 도 잔칫상에 빠질 수 없지여!!
7. 족발 - 울 친구들이 협찬한 메뉴..몬트리올 아짐들은 대단하걸랑여!!
8. 겉절이
9. 해파리냉채
10. 치킨샐럿
11. 연어무쌈
12. 식혜, 과일, 와인과 맥주, 웨딩케익

키보드까지 빌려와 축가..울 구역 식구들의 축가와 꼬마들의 축가..
준비를 도맡은 구역장과 내 학교 친구들이 너무 훌륭하게 역할을 다 해서..
난 구경만 했다네여..
아침부터 꽂꽂이에..풍선불기에..
모자라는 의자를 성당에서 빌려오고, 탁자를 실어오고..
협찬으로 들어 온 음식을 제외하고는 음식점에 주문해서 찾아오고.. 차리고..
집에서는 딸랑 한가지..연어무쌈만 했지여..
그*래*도!! 그들 점심 밥해먹이구 커피 끓여 대구..나두 엄청 힘들었어여..

작년 우리 집들이때보다 더 화려한 상차림이더라구여..
꽃이 범벅으로 들어갔으니..ㅋㅋㅋ.
사회를 맡은 반장 남편은 시나리오까지 적어 온 정성..
평생 기억에 남을 잔치였어여..

어쨋거나..학교도 결석해가며 애들과 함께 보냈네여.
애들과 이렇게 지낼 날이 언제 또 있겠나 싶어서..
얘들아 뭐 먹구 싶니?? 뭐 해줄까..
니둘끼리 살면 잘 해묵지두 않을 낀디...여기서 많이 먹구 가그래이~~..

전에..7차 교육과정 개편 때 남학생들에게도 家政을 가르친다기에 나는 반대하는 편이였네여..
예로부터 남녀는 역할이 엄연히 다르다고 믿는 수구꼴통파거든여..나는..
양성평등??
밥하고 설겆이를 남자가 하는게 양성평등이라면...
그럼 돈벌이도 같이 해야하잖나여??
뭐??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한다구?? 그렇다면야 할 말 없다만...
야들은 밥은 울 아들넘이 할꺼래네여..
내가 알타리 다듬는데 와서 들여다보면서..

"자기야..알타리 하는거는 좀 배워가라.. 나는 밥, 반찬은 하지만 김치는 못하니까"
"무슨..사먹으면 되지"
"그래.. 사먹으면 되지.." ㅋㅋ
지난 보름동안..눈치보느라 바빳네여..

'저 넘이 하나밖에 없는 내 자식인데..' 라는 미련조차 없애는게 최고의 미덕일것 같어여!!
울 며눌애두 하나밖에 없는 사돈댁 자식이니까여!!
나?? 착한 시엄니.. 맞나여??

여기저기 제 물건은 잘도 찾어!! 차에 가득 싣구..더 실을 수 없을 때...
애들은 떠났어여..
차에 "붕붕이"라는 애칭까지 붙이고.."캐나다 대륙횡단" 출발한거지여..

맘이 싸아하니....
그래..얘들아 이제는 늬 둘의 길을 가는거다..잘가렴!!
장~~~거리 여행!!
그래.. 인생이 바로 그런거다..

대~~청소 + 맘 정리 = ^*^
애효!!  학교 짤리겠당!! 낼은 학교 가야지..

**사진은 성당 바자회에 냈던 떡들**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chatenay
    '07.6.29 9:25 AM

    네~착한 시엄니 맞으셔요...*^^*
    마음이 좀 허전하시죠? 그래도 예쁜며느리가 그 허전한 마음 채워드릴꺼예요....

  • 2. 강혜경
    '07.6.29 9:44 AM

    맑은물님~~
    글에서 맑은물같은 참한 느낌이 오네요
    너무 좋은 시어머니셔요~~
    마음비우기를 하기로 작정하신 순간~좋은 시어머니가 되신듯 합니다
    멋진글...잘읽었습니다^=^

  • 3. 나니
    '07.6.29 10:25 AM

    에휴~ 부럼슴다.. 누구라고는 말못하지만^^ 그 분은 시집오는 며느리한테 한복은 꼭해야하느냐 시아버지 양복은 따로 안해줄꺼냐... 등등의 말로 넘 가슴아프게 하셔서 평생 잊지 못할거 같은데... 넘 좋으세요~

  • 4. 물빛
    '07.6.29 11:10 AM

    아~맘이~
    저도 외동이(딸) 키우는데...
    나중에 결혼하면 이런 느낌일까...
    지금음 아빠랑 엄마랑 결혼한다고 하는데...
    미운 네살이거든요...
    행복하세요...

  • 5. 발상의 전환
    '07.6.29 11:13 AM

    센스만점 시어머니시다~
    혹시 과외할 생각 없으신가요? 수강신청 일등으로 하겠습니닷!!!
    근데...
    우리 시어머니가 가려고 하시려나? -.-;;;

  • 6. 발상의 전환
    '07.6.29 11:17 AM

    그래도 스스로 보수라고(수구꼴통이라는 격한 표현을!)자인하시는게 양심적(!)이시네요.
    (별로 그래 보이지도 않지만...)
    시어머니 때문에 힘들어 하는 친구들 보면 어머님들이 하나 같이 "나만한 시어머니 없다"는 지론을 내세우시거든요.
    본인이 어떤지 본인만 모른다는...!!!

  • 7.
    '07.6.29 11:42 PM

    네..좋은 시어머니 입니다..초심을 잃지 마시길 바랍니다..^^

  • 8. 잠오나공주
    '07.6.30 12:26 AM

    좋은 시어머니시네요..
    아이 키워보지 않은 저도..
    떠나보내는 섭섭함.. 짝을 지워줬다는 뿌듯함..
    이런저런 감정들...
    허전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이런 맘이실거 같아요..

    늘 행복행복하세요~

  • 9. 핑크베리
    '07.6.30 1:50 PM - 삭제된댓글

    저두 아들 하나만을 달랑 키우는 엄마라서....맑은물님의 심정 알것 같아요..전 엘에이에 사네요.남편이랑 세식구가 친구처럼,그리고 특별히 ,다른집보다 더욱 찐한 삼총사가족이라고 자부하는데...아들이 대학2학년이니까,몇년후 장가도 보내야되지요.좋은 시엄마가되어야지..하는 맘 먹고있지만,누군지 모르지만 며늘아이될 아이도 내 마음을 잘 받아주는 심성이면 좋겠네요.외아들만 달랑 기르신다하여 몇자적고 갑니다^^

  • 10. camille
    '07.7.1 2:02 PM

    아들을 혼인시켜 떠나보내는 심정을 덤덤하니 애틋하니 너무 잘 쓰셨네요.^^ 멋쟁이 시어머니 친구같은 시어머니가 되시겠네요. 전 며느리 입장에서.. 님 며늘님이 심히 부럽습니다.

  • 11. 애기옹기
    '07.7.1 8:58 PM

    ..가슴 한편으론 뭉클하네요

    하나하나 세세하게 챙겨주고
    조금은 서운하고
    그런게 엄마 사랑 아닐까요

    자녀분들을 위해 기도 많이 해주세요(물론 많이 하고 계시겠지만)

    주님께서 항상 함께 해 주실겁니다.

  • 12. 옥토끼
    '07.7.1 11:50 PM

    정말 작가하셔도 되겠어요.
    글을 어쩌면 이렇게 정겹게 쓰셨는지....
    외국 생활하시는 모습이 눈으로 마구 그려지네요.
    하나뿐인 아들 결혼 시키고 것두 몬트리올에서 밴쿠버로 거리감이 있어서 좀더 짠하셨을 거 같아요.
    그래도 아들 내외가 알콩달콩 예쁘게 살면서 또 이쁜 손주 안겨드릴 생각하시며 그렇게 지내세요.
    너무 훌륭한 시어머니시네요.저도 닮고 싶어요,나중에 한 이십년쯤 후에요.

  • 13. 유니진
    '07.7.2 3:44 PM

    몬트리올...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도시에요. 분위기 있는 거리며, 성당이며...앤틱 가게들이 아주 멋있더라구요. 정말 살고 싶었어요. 겨울엔 해가 빨리 떨어지고 춥운게 참 아쉬울 정도로...

    그리고 시어머니로서 굉장히 현명하신 것 같아요. 새같은 미물도 자식이 성장하면 날려 보내는데 한국 시어머니들은 너무나 아들에 대한 집착이 심해 처음 시집온 며느리된 입장에선 낯선 분이 이것 저것 간섭하니 마음으로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의 어머니라 이해하려해도 이성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이해가 안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어른이 어른답게 행동하면 아랫 사람도 아랫사람 답게 행동한답니다. 며느리가 참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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