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요즘 유행하는 착한 빵 시리즈와 빗대어 보면 참으로 이기적이고도 나쁜 빵이 아닐수 없습니다.
집에서 만든 빵을 곧잘 남편 출근길에 싸주다 보니 회사에서 꽤 소문이 났나봐요.
며칠전 같은 팀 여직원이 바게트 빵이 먹고 싶다며 주문이 들어오는 사태까지 생겼답니다.
그런데 꼭 누구 주려고 만들면 제대로 안되는 머피의 법칙이 있지요.
레시피도 사람마다 궁합이 있는지...다른 빵들은 대체로 김영모 선생님 책을 보고 만들면 맛있게 잘 되는데, 이상하게 바게트는 할때마다 잘 안되더라구요.
지난 주말부터 2번을 내리 구웠는데 결과가 좋지 못해 조금 짜증이 났었답니다.
오기가 생겨서 오늘 낮에 레시피를 바꿔서 다시 만들었어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bread bible이라는 책에 나온 레서피로요..
그랬더니 진짜진짜 울 동네 제과점에 내다 팔아도 될 정도로 완벽 그 자체로 나왔어요.
참 희한한게...바게트라는게 재료가 참 단순해요. 밀가루에 소금, 물, 이스트.. 그 외에는 들어가는 것이 전혀 없거든요?
그런데도 그 미묘한 배합의 차이 때문인지..왜 저에게는 이 레서피만이 딱 맞고 다른 것으로 하면 실패를 하게 되는건지...정말 이해가 안되요.
이 레서피로는 지금까지 몇번 만들때마다 홈런이거든요. 거참..
하여튼 이해가 되거나 말거나 맛있으면 되지요.^^;
앞으로는 프랑스 빵 만큼은 다른 레서피는 보지 말아야 할까봐요.

저 옆구리 터진거 보이세요?? 하도 잘 부풀어서... 오븐 스프링이 잘 되면 저렇게 옆구리가 터지곤 해요. 식빵은 옆구리가 터지면 멋진데.. 바게트는 모양은 조금 덜 이쁘네요.. 그래도 이렇게 되면 아주 잘 되었다는 뜻이랍니다. ㅎㅎㅎ
그리고 잘 된 바게트는 오븐에서 꺼내 놓으면 쩍쩍 소리가 나면서 겉 표면에 지진이 생겨요. 겉이 바삭하고 얇게 되었다는 증거죠.
껍질이 두꺼우면 절대로 맛있는 바게트가 아니지요. 겉이 얇으면서도 바삭~하게 구워내는것이 또 포인트걸랑요. ^^
게다가 칼집까정...실은 제가 빵에 칼집 넣는걸 잘 못하걸랑요. 왜케 제가 하면 늘 반죽이 쭉 밀려 버리는지...ㅜ.ㅜ 오늘은 칼집도 제대로 들어갔지요??
칼집 넣는 칼은 날이 무진장 잘 서 있어야 해요. 보통은 면도날로 하는데, 면도날도 몇번 쓰다 보면 날이 무뎌져 버려서리...과감하게 버리고 새걸로 써야지, 안그러면 또 망합니다.
그리고 칼집 넣는 포인트는, 겉이 아주아주 살짝 물기 없이 말랐을때 해야 쫘악 나가요.
제가 맨날 그 포인트 기다리는걸 성질 급해서 못참아서리.. 오늘도 실은 칼이 살짝쿵 밀렸어요.ㅋㅋㅋ

위에서 내려다보니까 좀 울퉁불퉁하니 못생기긴 했네요. 흐흐~~ 제가 원래 뭘 만들어도 성형은 이쁘게 잘 못해요.ㅜ.ㅜ
그리고 저 두개의 꼬다리의 정체는??
...
넵.. 울 아들이 쪼물딱 거리던 반죽을 나중에 옆구리에 놓아주었더니 저렇게 되었네요.ㅎㅎㅎ

^^;; ㅎㅎㅎ...............

거북이 놀이ㅡ.ㅡ 를 하다 말고 뛰어온 아들놈. 뜨겁다고 만지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더만 입김으로 후후~불어 식히고 있어요. 얘가 바게트 귀신이거든요..ㅎㅎㅎ

그런데 아무리 입김을 불어도 식지 않자 결국 울어 버렸다는...ㅡ.ㅡ;;
할수 없이 조금 덜식은 것을 잘라 주었더니 앉은 자리에서 반개를 뚝딱! 하셨습니다.

그럼, 레서피 나갑니다.
평소 잘 되는 레서피가 있으신 분들은 그냥 그걸로 하시구요.. 혹시라도 궁합이 맞는 다른 레서피를 찾고 계신 분들만..참고하세요. ^^;
바게트 레서피.. 키톡 검색만 하셔도 몇개는 충분히 나올거라고 예상되옵니다.
*1컵=240미리
<강력분 한컵(약 150그람), 중력분 한컵(약 140-145그람), 소금 한작은술, 따뜻한 물 2/3컵(+a), 이스트 반큰술(생이스트는 1큰술)>
1. 제빵기나 손 반죽 하시는 분들은 나름의 방법대로 하시고..저는 스텐드 믹서를 사용할겁니다.
먼저 따뜻한 물에 설탕을 한작은술 정도 넣고 녹여 냉동해두었던 생이스트를 꺼내 넣고 한 10분 정도 그대로 둡니다. 거품이 뽀글거리면서 일어납니다.
2. 패틀훅을 장착하고, 이스트 푼물+ 강력분 반컵+ 소금을 넣고 빠르게 3분 믹싱합니다.
3. 저속으로 낮추고 밀가루를 한번에 반컵씩(강력-중력을 번갈아 가면서) 첨가하면서 완전히 섞여 클린업 상태가 되면,
4. 스위치를 끄고 도우훅으로 갈아 끼우고 중속에서 3분 돌립니다. (되기를 봐 가면서 필요하면 물을 조금 더 넣습니다. 저는 2큰술 정도 더 넣었습니다.)
5. 반죽을 도마에 꺼내 손으로 한 5-10분 정도 더 치댄 다음, 기름칠한 보울에 담아 따뜻한 곳보다는 약간 서늘한 곳에서 랩을 씌우고 발효를 시작합니다. 부피가 한 3배정도 잘 부풀때까지 놔둡니다. 저는 그냥 실온에다 90분 정도 두었습니다.
6. 이 과정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데, 발효가 끝나면 반죽을 꺼내서 아래위 반 접고 옆으로도 반접고 해서 다시 둥글려 아까 그 볼에 담아 또 발효를 합니다. 1차 발효를 2번 하는 셈이지요. 저는 또 한 6-70분 정도 걸렸습니다.
7. 다시 부피가 아까처럼 부풀면 반죽을 꺼내 2-3등분정도 해서 둥글려 랩을 씌워 휴지 십여분 주고,
8. 밀대로 밀지 말고 그냥 손바닥으로 넙적하게 두드려서 타원형으로 돌돌 말아 꼭꼭 집어 이음새를 잘 마무리 한다음 요 부분이 아래로 가게 해서 팬닝합니다.
9. 역시 실온 또는 서늘한 곳에서 2차 발효를 합니다. 시간이 많이 있으면 냉장고에서 하룻밤 두어도 되구요.. 저는 그냥 실온에서 한 50분정도 걸렸나 봅니다.
10. 꺼내서 깊이가 한 1센티 안쪽으로 칼집 내고,
11. 오븐 맨 바닥에 빈 팬 하나를 넣고 220도로 오븐을 예열해서, 예열이 다 되면 넣기 직전에 반죽 위에 물 스프레이를 듬뿍주고, 바닥에 넣어둔 팬 위에 얼음을 댓개 던지고 오븐 온도를 200도로 낮추어 35-40분 정도 굽습니다.

다 구워지면 맛나게 드세요.
쥑이게 나왔는데...단면을 찍으려는 순간 마침 카메라가 고장나서 그 멋진 빵결을 제대로 못 보여 드립니다. 흑! ㅠ.ㅠ

얘는 마지막 뽀너스 샷입니다.
그런데 사진 디테일 무너진것 보세요. 저 위에 생크림 얹은게 나름대로 레이스 모양으로 구불구불 모양을 낸것인데 시커먼 사진을 뽀샵질을 엄청나게 한 결과 모두 허옇게 뭉게져 보이네요. 모두 고장난 카메라 탓이지요. 아흑! ㅠ.ㅠ
이 카메라도 아마 저랑 궁합이 안맞나 봅니다. 참..말못할 사연이 많답니다. ..
윤정님 페이퍼에서 보았던 녹차 레어 치즈케익이라는건데.. 젤라틴이 조금 적은듯 해요. 하룻밤 충분히 냉장시켰는데도 틀을 제거하니 바로 흐물거리면서 모양이 예쁘게 안잡히대요.
수분이 많아서 녹차가루를 뿌리면서 바로바로 물을 먹어버리는걸 보니 다음부터는 젤라틴을 조금 늘려서 넣는것이 좋을거 같아요.
그래도 맛은 부드럽고 참 좋았는데 말이죠..
..밤이 늦었네요. 모두들 안녕히 주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