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정월에는 장담그고 삼월에는 장가르고 ...그리고 11월말 12월 초에는 김장하고..그런거..
갑자기 아닌밤중에 홍두께처럼 그런걸 다 배워 시험에 나온다고 달달 외웠던 적이 있었지, 하고 생각이 났었어요.
살림이라고는 암것도 모르는 중학생에게 얼마나 가당치도 않은 내용이었는지...ㅎㅎㅎ
..오늘은 올 정월 들어 마지막 돌아오는 '말날', 소위 장담그기 좋다는 날이었습니다.
해서, 저희도 오늘 거사??를 치렀습니다.
이제 아줌마가 다 되어, 내살림을 살기 시작한지 어언 6년차,
내 손으로 장 담그는 것은 3번째, 고추장은 처음 -작년에 시어머님과 함께 담가 보았습니다만, 대체로 배우는데에 의의를 두고 거의 모든 작업을 어머님께서 하셨다는...그러니까 엄밀히 말해 혼자 담그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지요.- 담그는 것입니다.
사실 항아리에 담아 놓는것만 오늘 한것이지...따지고 보면 지난 주말께부터 참으로 부산하게 준비하고 움직였습니다.
먼저 고추장 담그기.

그저께 저녁먹고 엿기름 400그람짜리 한봉다리를 물 3리터에 잘 주물러 빨아, 건지를 꼭 짜내고 국물을 받았습니다.
그것을 낮에 방앗간에서 빻아다 놓은 찹쌀가루 2키로에 부어 잘 휘저어 뒷베란다에 내어 놓고 잡니다. 이때가 밤 10시.

아침에 일어나 휘휘~ 한번 저어보니 찹쌀 가루가 많이 삭아 반죽이 질어진것이 확인이 됩니다.

이것을 가끔 저어주면서 열심히 끓여줍니다.
식혜냄새가 나면서 색깔도 딱 식혜 색깔처럼 되면서 단향이 올라오는데...끓인것이 보통 죽처럼 되지는 않고, 죽보다 좀 묽은(많이 묽은) 상태가 됩니다.
제법 국물이 졸아들때까지 한 4-50분정도 열심히 끓여줍니다.

불을 끄고 바로 메주가루 400그람을 넣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넉넉한 크기의 곰솥을 잡아, 따로 그릇을 옮기지 않고 여기다 다 섞고 할 거예요.)

굵은 소금을 넣습니다. 일단은 300그람만 넣고 나중에 간은 따로 볼 예정..

고운 고춧가루를 넣습니다.
고춧가루는 처음부터 왕창 넣는게 아니고 색을 보아가면서 넣는게 좋습니다. 집집마다 다른데 찹쌀가루:고춧가루 비율을 3:2로 하기도 하고 4:3정도로 하기도 하고...
고춧가루가 덜 들어가면 색이 좀 누리끼리~ 하니까 원하는 색이 나올때까지 조금씩 나눠 넣으면 좋습니다.

왠만큼 고춧가루를 넣어보고, 전체적으로 엄청 되서 젓기가 무진장 어려울것이므로, 이때부터 액체 종류를 넣습니다.
먼저 조청(그냥 물엿을 넣기도 하는데요, 저는 그래도 소위 100%쌀로 만들었다닌 조청을 넣었어요.)

그 다음엔 국간장. 저희 집의 3년 묵은 집간장입니다.
물엿만 너무 많이 넣으면 달기만 달고 농도는 안나와요. 국간장과 물엿을 번갈아 넣다가 원하는 정도의 적절한 단맛과 농도를 맞추는게 좋지요. 애또...간장을 넣다보면 간도 왠만큼 맞아 지기도 하고...

간과 농도를 맞추는 과정에서는 열심히 저어 주어야 하는데, 팔이 아파 이때부터는 기계의 힘을 빌립니다.
핸드믹서의 모터가 타지 않도록 중간중간 쉬어 주면서 조심스럽게 작업합니다.
이것도 나름 힘듭니다만, 그냥 손으로 젓는거에 비하면야..
하여간 중간중간 고춧가루, 물엿, 소금, 간장 등을 번갈아 넣어가면서 색, 농도, 간을 맞추어 나갑니다.
고추장 만들때의 포인트는, 한번에 모든 작업을 끝내려고 하면 안된다는 것이예요.
이쯤 한 다음 일단 한나절 쉬는것이 좋습니다. 고추장 반죽?? 이 따뜻할때랑 식은 다음에랑은 또 농도도 다르고 간도 다릅니다.
또 천일염은 입자가 굵어서 넣어도 바로바로 간이 서지가 않아요.
그래서 1부 작업 오전중에 마치고, 다시 애들 재운다음 밤중에 2부로 간 봐서 또 젓고, 마지막으로 그 담날 오전에 마무리를 합니다.
그러니까 엿기름 불리는 작업부터 시작해서 적어도 총 사흘은 걸린 셈이지요..

이제 다 된듯.
전체적으로 좀 질축하다 싶게 만들어야 좋습니다. 나중에 익으면서 수분이 마르고 하다보면 고추장이 되직해지니까요..
옆에 있는 애는 작년에 담근 고추장입니다. 색, 농도, 간을 비슷하게 맞추려고 꺼내놓고 작업했어요.
전체적으로 고춧가루가 한 1.5키로 정도가 들어갔고, 소금이 한 4-500그람 정도??(에궁..결국 까먹었네...ㅜ.ㅜ;;)물엿 거의 한병, 국간장이 한 2/3병쯤?? 들어간듯 하네요.

항아리에 담았어요.
뭘 믿고 이렇게나 많이 했는지..ㅠ.ㅠ..찹쌀을 한 1키로만 할걸 그랬나봐요.
생각보다 양이 엄청 나와서 부엌에 있던 올망졸망한 단지들까정 총 출동했답니다.ㅎㅎ
꿀단지였던 오지 항아리랑 양념병으로 나온 작은 미니옹기..참 귀엽네요.
쟤네들은 누굴 주면 좋아하려나??? 봐서 이쁜 사람들 하나씩 던져줘야 겠어요. ㅎㅎㅎ
그나저나..항아리 입구까지 꽉 채워놨는데...니네들, 절.대.로 넘으면 아니된다..ㅡ.ㅡ++
사진에는 없는데, 베란다로 나가기 전에 다시 굵은 소금으로 웃소금을 뿌려 두어야 합니다.
여기까지 하고 나서 바로 다음 작업, 된장/간장 담그는것도 마무리 해야지요.

이틀전에 항아리 씻으면서 함께 솔로 박박 문질러 씻어 놓은 메주 형제들. 한말이 조금 못된대요. 메주는 친정엄마가 직접 띄우신거 덜렁 집어왔걸랑요.ㅋㅋㅋ

물 30리터에 천일염 한 5키로 정도(음..얘도 정확하게 모르겠네..ㅡ.ㅡ;; 넣다보면 얼마 넣었는지 결국 까먹고 만다는...ㅠ.ㅠ)?? 풀어 하룻밤을 묵힌다음 계란을 띄워 보았어요. 딱 500원짜리 동전만큼 나오네요.
이 물 30리터라는 기준은 어찌 나온거냐면요.. 제 항아리가 딱 물이 그만큼밖에 안들어가요. 목까지 꽉 채우면 한 35리터쯤 들어갈라나..???
하여간 전 무조건 제 항아리에 맞게 담급니다.
참고로, 메주대 소금물의 비율은요, 적게잡든 많게 잡든 상관이 없어요. 1:2로 해도, 1:4로해도 결국 장이 되긴 다 되요.
다만, 소금물을 많이 잡으면 간장 생산량이 많아지니까 간장 많이 먹는집은 그렇게 하는거고..
그리고 간장은 별로 필요없고 된장을 맛있게 먹고 싶으면 소금물을 좀 적게 잡으면 되는거고..

항아리에 메주를 담고 소금물을 붓습니다.
그냥 붓지 않고 전 꼭 채반에 베보자기 하나 깔고 부어요. 불순물 걸러지라고..

소금물 담았던 큰 다라이.. 바닥에 저렇게 흙같은게 엄청 가라앉았지요. 옆에 있던 거품기는 소금 빨리 녹이려고 열심히 저어주었던 흔적이여요.

대추, 마른고추, 숯 한조각 띄워 이렇게 해서 장담그기도 완성.

베란다 창을 활짝 열고 볕을 쏘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더라구요.
맛있어 져라~ 맛있어 져라~~~ ^^

다 하고 나니 오후 한시네요. 아침부터 참 부지런히 움직여 허기가 밀려와 점심은 손쉽게 프렌치 토스트 해서 과일이랑 커피랑 먹었습니다.
(넵, 저 계란이요, 소금물에 띄웠던 애였어요.ㅋㅋㅋ)
어깨가 뻐근~~ 한것이...아, 오늘따라 티라미수에 진한 에스프레소가 엄청 먹고 싶습니다.ㅠ.ㅠ
..오늘은 도무지 이유식 만들 엄두는 안나 작은 넘은 거버 한병 뜯어 멕이고,
애들 아빠도 늦는다고 하지, 저녁은 또 뭘 먹나...ㅠ.ㅠ

해서, 저녁도 또 초간단 버전으로 김치밥.
쇠고기 채썰어 갖은 양념해서 좀 넣고, 묵은 김장김치.. 쫑쫑 썰어 맑은 물에 한번 헹궈 넣고..
그냥 전기 밥솥에 취사 눌러 끝.
반찬도 없이, 국도 없이 먹기로 결정했지요.
그런데도 울 아들내미가 이런걸 엄청 잘 먹어요. 다행히도..

양념장에는 달래를 좀 썰어 넣어 봤어요.
향긋하니 좋네요. ^^


이건 보나스 샷입니다. 꽃샘추위로 힘들었던 지난 주말에 해먹었던 불낙 전골.

그리고 큰 아들 어린이 집 보내놓고 혼자 여유있게 먹는 저의 아침.
그러고보니 아침이나 점심이나 참으로 비슷한것을 먹었네요...ㅠ.ㅠ
아, 그런데 바삭한 와플 레시피 알고 계신분 가르쳐 주세요. 키.톡 검색해서 하나 뽑아 만들었는데, 왜 저의 와플은 바삭하지 않고 핫케익마냥 축축 늘어지는 걸까요??
...여기까지 입니다.
별 관심 없는 분들도, 혹은 저보다 훨씬, 훠얼~씬 노련하고 잘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쓰잘데기 없이 사진이 많아 죄송합니다.
잘난척을 하려고 한것은 아닌데..나름 일년 농사를 해놓고나니 뿌듯해 하고 있는 좀 뻘쭘한 초보 아짐이니까 봐주시어요..OTL
울 애들이 오늘따라 일찍 자줘서...애들이 엄마 힘든거 어찌 알고 쉴 시간을 좀 주네요.
나름 힘든 하루를 보냈지만 뿌듯합니다.
우리는 장담그는것은 2년에 한번씩만 해서..앞으로 2년동안 걱정없이 퍼 먹고 또 퍼주면서 지낼수 있겠지요?? ^^
모두들 행복한 밤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