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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젠 겨울은 가고 봄!!-미니 레몬쉬폰케이크

| 조회수 : 4,506 | 추천수 : 34
작성일 : 2007-02-24 00:35:55


설을 전후로 얼마간, 저는 여러가지로 잘 지내지를 못했었어요.

개구장이 큰아들은 갈수록 말은 징그럽게 안들어 먹고 연일 하루 한두개씩은 크고 작은 사고를 치곤 하는데,
뭘 엎고, 깨먹고, 엄마 안경 다리를 반대로 완전히 꺽어놓아 못쓰게 만들기도 하고...ㅜ.ㅜ...
..그중 제일 큰 사고는 바로 며칠전에 씽크대에서 밀방망이를 꺼내 몰래 휘둘르다 육중한 식탁 유리를 와장창 깨먹은 사건도 있었지요.....ㅡ.ㅡ

그리고는 이번주에는 명절 후유증으로 얻어걸린 감기로 삼모자가 시름시름 앓고 며칠을 보냈답니다.

내 몸 하나 아픈것도 귀찮아 죽겠는데, 아이들 치성까지 드느라 스트레스가 머리꼭대기 까지 쌓인 어제,
남편은 12시가 넘어서야 겨우 들어왔어요.

온통 부시시한 모습으로 남편 들어오는것만 보고 자리라-라기 보다는 애들 재워두고 남편 오기전까지만이라도 잠시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던거죠..- 마음먹고 간신히 추스리고 있던 저는,
얼굴이 뻘개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들어온 남편 얼굴도 한번 제대로 쳐다봐 줄 여유가 없었답니다.
그저 그 밤중에 라면 하나 끓여달라길래, 참으로 의무감으로 억지로 겨우겨우 만들어 던져놓다시피하고는 말도없이 방에 들어가 누워버렸지요.

뭐랄까...심하게 아프고 지치고 피곤하고..그러면서도 침대위 한 10센티쯤 위 허공에 둥둥 떠있는듯한 불편한 기분으로 , 눈을 질끈 감고..자기연민이랄까, 왠지 처량하고 쓸쓸하고 이렇게 사는것이 억울하고..뭐 이런 저런 헛생각들로 뒤척이며 잠이 들었던것 같은데, 작은아이 울음소리가 알람인지라 순식간에 아침이더군요.


비몽 사몽 작은 아이 우유를 타면서, 아, 이렇게 길고도 험하고 참으로 재미없는 하루가 또 시작되는구나, 뭐 그렇게 짜증을 벅벅 부리고 있었는데,
경대위 더듬어 안경을 찾으니 그 밑에 뭔가 종이 쪽지가 있어요.
뭔가 해서 보니 복사지에 대충 휘갈려 쓴 남편의 편지..
뭐.. 많이 힘드냐, 미안하다, 사랑한다, 지금 참 잘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힘내자..뭐 이런 내용의...
그리고 함께 놓여있는 흰 편지 봉투 안에는 돈 십만원.

오전 나절 정신 차리고 전화를 했어요.
-뭐하러 돈은 넣었냐, 나 쓰러갈데도 없는거 알면서..편지만도 충분히 감격했어..
그러니..
-그래서 나 용돈 다 털어 썼으니까 이번달 넉넉히 넣어줘..

-뭐..제살 깍아먹기라고 들어 봤수?? 이게 딱 그런거구먼...ㅡ.ㅡ;

그래도..기분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마치 옆에서 지원사격을 해주는 동료가 있다는 것을 미처 못 보고 있다가 막 발견한듯이 든든한 기분..^^


돈 십만원..딱 저를 위해서만 쓰라는데 그걸로 뭘할까요??
기분 같아서는 쇠고기 좋은 놈으로 좀 사다가 식구들 포식이나 했음 좋겠건만...그렇게 하면 선물 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죠?


***********************

정신 차리자고... 오후에 간식으로 먹을 레몬쉬폰케이크를 구웠습니다.
18센티틀 하나짜리 반죽인데 미니틀에 나누어 구우니 사고뭉치 큰아들놈 혼자 손에 들고다니며 먹으니 좋습니다.





<계란 3개-흰자, 노른자 분리, 설탕90그람, 밀가루 100그람, 베이킹파우더 1/2작은술, 소금 약간, 레몬제스트 1개 분량, 레몬즙 2큰술+오렌지쥬스2큰술(합쳐서 60미리), 식용유 2와 2/3큰술(40미리)>

만드는 법 다 아시죠? 그냥 간단 설명으로 하자면..

** 노른자+설탕 절반 넣어 휘핑하다가, 레몬즙, 오렌지쥬스, 식용유 섞고, 가루를 채에 내려 섞고,
** 흰자에 나머지 설탕 넣어 단단하게 머랭 내어 섞고,
**180도에서 25분 구웠습니다.

뒤집어서 완전히 식힌다음 틀을 제거하는것은 다 아시죠? ^^

장식으로 슈가파우더를 솔솔~ 뿌려줍니다.



폭신폭신, 참 부드러워요. ^^
이 케익은 생크림 보다는 레몬커드나 레몬소르베(또는 레몬맛 아이스크림)과 아주 잘 어울릴듯 해요.




문득 돌아보니, 작은아이가 처음으로 혼자 집고 서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프면서 재주가 꼭 하나씩 느는듯..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뭘 먹고 자라는지...엄마의 눈물이냐, 땀이냐??????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송사리
    '07.2.24 12:44 AM

    하얀 꽃가루가 내렸네요.. 넘 향긋하고 맛있겠어요..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릴 것 같은 .. 곁에서 사랑해주는 남편과 귀연아기들을 보니 행복한 냄새가 폴폴 나네요..

  • 2. mulan
    '07.2.24 12:59 AM

    레몬향같은 행복의 냄새~ ^^

  • 3. 수국
    '07.2.24 3:10 AM

    얼마나 많은 눈물~ 땀을 흘리신거예요??
    둘째 아이가 정말 많이 컸잖아요!!! 어엿한 청년이~~^^

  • 4. 우노리
    '07.2.24 4:01 AM

    오렌지피코님~~ 공감~공감~~!!
    두 아들 넘 때문에 어찌나 힘든지...요즘은 우리 남편까지 아들 셋을 키우고 있다죠...ㅠㅠ
    그래도 멋지신걸요? 남편분...
    그렇게 느끼고 챙겨주시는 남편분이 계시다는게 얼마나 행복하세요..^^
    오렌지피코님은 복도 많으셔~~~
    암튼, 더 많이 행복을 느끼는 오렌지피코님이 되시길 멀리서 응원할께요. 으싸~ 으싸~~ 으싸~~!!

    오늘도 미니레몬쉬폰케이크에 넘어 가는 우노리였씀돠~~!!

  • 5. 생명수
    '07.2.24 8:54 AM

    오렌지피코님 글 읽다 보면 다른 설정이지만 굉장히 비슷해요..아이에 일에 치이고..가끔 남편의 말 한마디에 기분 풀리고...아기 낳고 완전 바껴버린 삶이지만..저렇게 이쁜 아기들 쑥쑥 자라는 거 보면 힘이 나지요???
    근데 솔직히 전 아기 낳기 전에 아주 가끔 즐겼던 하루종일 자기...가 그리워 눈물이 날 지경이랍니다.ㅎㅎ
    좌우지당간 레몬쉬폰케잌이며 아기들이면 보니깐 살살 녹습니다요~

  • 6. marian
    '07.2.24 9:31 AM

    제가 보기엔 100점 아내 엄마랍니다.
    그 시절 저는 피코님의 반도 따라 하지 못했으니까요.
    변명하면, 20년 전에는 82가 없었기 때문이죠.ㅋㅋㅋ
    그런데
    지금 피코님의 느낌 그대로를 앓으며 너무 힘들었을때
    노처녀 선배에게 하소연 하였더니..
    "너는 참 욕심이 많구나.나를 봐. 그정도의 수고도 없이 너와 내가 있으리?
    10년은 투자해야 싹을 볼 수 있지 않겠어?
    대신 10 년후의 너를 오늘 부터 아주 천천히 준비하렴.
    10년후 더 힘들어 하지 말고,지금의 행복을 누리며
    10년후 네가 원하는 것을 할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시간이야"
    지금보다 번듯한 자식들을 보며 내가 없어 지지 않도록 천천히 계획하시고 준비하세요.
    저는 당연히 못했죠.
    피코님은 싹이 보입니다.
    지혜로운 분 같아요.
    건강챙기시고 화이팅!!!

  • 7. 카스테라
    '07.2.24 6:07 PM

    저도 아이 둘 키우는 입장이라 너무나도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그래도..참 잘 하고 계신다고 칭찬드리고 싶네요. 화이팅 입니다..

  • 8. 라니
    '07.2.24 6:58 PM

    ^^화이팅하세요
    아이가 참 많이 컸네요.
    뱃속의 아가 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요 뭘~
    저도 그 맘때 신랑이 늦게 귀가하면 어찌나 밉던지...
    아이들은 금방커요. 역시 기가 막히게 맛있어 보이는
    미니 케익 한입 먹고 갑니다

  • 9. 작은정원
    '07.2.26 4:31 PM

    오렌지피코님 레시피는 항상 반갑게 보고있어요. 제일 따라하고픈 레시피지요...
    시폰케익도 맛있게 해먹었는데 딸애가 좋아하는 레몬이 들어간거라 더 좋네요.
    요새 오렌지피코님 두부치즈케익으로 히트쳤어요.

  • 10. miru
    '07.2.27 1:02 AM

    피코님 심정, 입장 정말 이해갑니당...
    정말 집에서 애 키운다는게.. 이게 장난이 아니네요..
    에구구 전 하나 가지고도 이케 쩔쩔매는데..
    피코님은 아주 훌륭하신 겁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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