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명절 이야기~

| 조회수 : 7,504 | 추천수 : 35
작성일 : 2007-02-20 09:21:54
명절 잘 보내셨나요?

명절은 가족들이 모이는 날 입니다.
부족함은 뒤로하고 함께 만나 따뜻한 떡국 한 그릇 나물 찬 먹으며
1년 에너지를 듬뿍 받는거 같아요.

7남매 자식들이 다 모이니 울 어머니 표정이 맑은 하늘입니다.
좋아하심을 하나 숨기지 못하시네요.

울 아버님 딸 사위 아들 다 모였을때 죽었으면 좋겠다~~하셨다는데...
그 만큼 당신도 좋으셨단 의미로 해석합니다.

그 순간 왜 친정 어머님의 힘든 모습이 스쳐 지나는지...
두 오빠와 큰 언니를 먼저 보낸 친정어머님은
달랑 셋째 오빠 혼자 다녀갔다는 명절 날 하루였어요.
(올케 언니는 간호사라 아마 근무였나 봅니다.)

"엄마~ 24일날 아이들 하고 찿아뵐께요."
"오지마라~ 뭐하러 오냐?"
"아이들 봄 방학이니 다 데리고 가려구요. 언제 갈 시간도 없고요~."
"그렇긴 하다만... 돈 들잖냐? 차비가 얼만디.."
그래도 싫지는 않으신거 같아요.

우리 식구 여섯이면 작은 아파트가 북적일 겁니다.

앞으로 친정 갈 날이 몇 번 있을까~
아이들에게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얼굴 몇 번이나 보여줄까?
그 생각 하면 주머니 사정도 뒤로 미루게 됩니다.

"수빈이 대학 등록 하느라 애썼다~ 어찌 했냐? "
아마 당신딴엔 부담이 되셨었나 봐요.

명절이 싫은 사람들...
단순이 어렵기보단 가족이 없는 사람들 일겁니다.

평소보다 더 초라해 보이는 사람들.
명절때 갈 곳이 없는 사람들 일겁니다.

내 가족 구성원을 만들며 산다는 것!
어쩌면 신이 내린 큰 축복이라 생각하게 합니다.

이 축복을 많이 누리시길 바랍니다.





감주
보통 말하길 식혜라고 합니다.
이번 명절에도 아주 넉넉히 대형 찜통만한 양을 끓여냈습니다.
식구가 적은 집은 그냥 단번에 밥통 하나면 끄읕! 이지만
우리집 처럼 식구가 많을 경우는 몇 번이고 엿기름 물을 따로 받아
끓여야 됩니다.

이번에는 밥도 넉넉히 해서 밥 알이 많도록 했습니다.
수저로 밥알을 떠먹는 재미도 쏘올쏠 하거든요.^^

저희 친정이 그랬고
저희 시댁이 그랬습니다.
그러더니 결국 제가 그러네요.

명절 4~5일 전부터 미리 미리 준비하는 음식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많은 음식을 하면서
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요...





이번엔 아예 토막내어진 냉동게를 사다가 (물론 중국산이거나 다른 나라 냉동식품입니다.)
양념게장을 만들어 봤습니다.

두 팩을 사니 11,000원 이더군요.
그러면 두 세끼 정도는 너끈히 먹을 양이였습니다.

간장게장을 담고 난 남은  간장을 손질해 놓은 냉동게에 살짝 부어 밑간을 해줍니다.
이 간장은 짜지 않아 슬쩍 간이 스미는 정도밖에 안된답니다.

한 시간이나 뒀을까요?
냉동게에 부어놓았던 그 간장을 너른 그릇에 다시 담아 양념장을 만듭니다.

조금 싱거운가 싶어 까나리액젓을 조금 넣었어요.
그리고 생강가루 마늘 다진거 청양고추 파 송송 양파도 채 썰어 넣어야 되는데 없어서 패스~
고춧가루 설탕 물엿 통깨 참기름은 기호에 따라 넣어도 되고 안넣어도 됩니다.
저는 안넣었어요.

게장은 고춧가루가 참 많이 들어갑니다.
사람에 따라 간장게장을 좋아하는 사람
양념게장을 좋아하는 사람 다 틀리네요.

울 아버님 이가 없으셔도 달코롬한 맛에 아주 잘 드신다 하니
가끔 해 드려야 되겠어요.





무엇이던 관심과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면
귀하지 않는게 없더군요.



작은 식물 하나가 가져다 주는 행복...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야 겠습니다.



올 설날에도 넉넉히 나물을 삶아 볶았더니 거의 다 먹었네요.
역시 나물은 비빔밥 한 번 해 먹으면 완전하게 처리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시금치 나물도 다 먹고 고사리 나물은 1등으로 떨어지고
고구마줄기 나물에 취나물 콩나물무침 순으로 떨어지네요.

4일 날은 어머님 생신인데 미역국 끓이고
포항초 사다가 조물 조물 무치고
잡채나 조금 더하려 합니다.

그리고 24일 25일은 아이들 모두 데리고 친정광주를 다녀올까 싶습니다.

명절 끝 열무보리비빔밥 어떠신가요?



오늘 낮 날씨는 참으로 봄이련가 싶었습니다.
해가 저무니 역시 싸늘하니 춥긴 했습니다만
예년보다 따뜻하긴 했으니 초 봄이련가 싶었습니다.

땅속에서는 뭔가 심상치 않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은
물론 입니다.

혹시 들판에 나가실 일 있으시거든
땅 속 움직임에 귀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어제 오늘 대충 먹은 음식으로 명절 인사 올립니다.
회원님들 다 잘 보내셨어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경빈마마 (ykm38)

82 오래된 묵은지 회원. 소박한 제철 밥상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마마님청국장" 먹거리 홈페이지 운영하고 있어요.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마린
    '07.2.20 9:32 AM

    전쟁처럼 정신없던 명절이었는데, 아늑하고 푸근하게 풀어주시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 아마린
    '07.2.20 9:33 AM

    누구신가 했더니, 역시...마마님이시군요..

  • 3. 왕비
    '07.2.20 9:51 AM

    따뜻한 글솜씨, 잔잔한 마음이 느껴저서 좋았습니다.
    요즘 대학등록금 얼마하나요? 자식 키우고 가르치고 시집장가보내고, 여의고, 그 일상적인
    일들을 무사히 치러내는일이 참 힘들게 생각됩니다.

  • 4. 보배엄마
    '07.2.20 9:52 AM

    마마님!
    제가 다시 한국에 가면 꼭 하고 싶은 일은
    마구마구 떼를 쓰고 억지를 부려서라도 마마님댁에 가보는 일이예요.
    염치 불구하고 방에 들어가 따뜻한 아랫목에서 뒹굴뒹굴 해보기도 하고...
    (저희 친정은 아파트라서...)
    이거저거 귀찮아 이렇게 저렇게 해드셨다는 그 음식도 꼬옥 한번 먹어보고...
    (친정 엄마랑 올케는 제가 매일 된장찌게만 해달라는 말을 믿지도 않더라구요.)

    지난 봄에 한국 친정에 갔을 때는 참 바빴어요.
    8년만의 친정 나들이라 인사 다니러 갈 때도 많고.
    그때마다 모두들 맛난 고기라도 먹으라는데
    전 왜 그리 싫던지...
    그냥 예전에 우리 고모가 이리저리 해주시던 평범한 음식들이 너무 먹고 싶더라구요...
    요즘은 평범한 가정의 음식들도 모두 고급화(?)가 되어선지
    그런 음식들은 참 먹기 힘들데요...
    제가 요즘 늦둥이 가져서 심한 입덧으로 몸져 누웠답니다.
    며칠 만에 비칠비칠 일어나 앉아서 열어본 마마님 글.
    열무보리비빔밥이 너무 먹고 싶어요.....ㅠㅠ
    (요즘 한국 음식 냄새도 못맡는데, 왜 갑자기 그게 이리도 땡기는 것인지. 흑흑흑)

  • 5. 수국
    '07.2.20 11:04 AM

    지난번 엿기름 길러서 직접 만드신 식혜가루로 만드셨나봐요^^
    저희집은 식혜까지 할 여유^^ 가 없어서 엄마가 안만드셨는데 없으면 더 찾게되잖아요. ㅎㅎㅎ 평소엔 별 말없던 식혜인데 오빠가 물어보더라구요. 언젠가부터 항상 엄마가 호박식혜만 만들어서 경빈마마님께서 만드신 하얀 식혜를 보고 첨엔 이게 뭔가 했어요 ㅎㅎㅎㅎ

    경빈마마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땅속 움직임에 귀 기울인다는 글 보니까 왠지 땅속에서 뭔가가 꿈틀대는 느낌인거있죠 ^^몸도 근질~근질~

  • 6. 변인주
    '07.2.20 12:44 PM

    Are you trying to kill me? All pictures make me homesick!!!!! I love your writing though.

  • 7. 강재원
    '07.2.20 2:04 PM

    님글 보고있으니까 왜 눈물이 날까요..
    외할머니도 보고싶고..엄마도 보고싶고..
    외동딸인 저도 이번설엔 친정에 못갔어요..
    복닥한 가족이진 않았지만..난자리는 안다고..
    저하나 없어졌을뿐인데..식구들은 허전해했겠죠? ㅡㅜ

  • 8. 잼뱅이
    '07.2.20 6:26 PM

    조금하는것은 하는데 많이하는 식혜는 궁금했어는데
    두번째 거른물은 쌓이지 않아도 되는군요

  • 9. 경빈마마
    '07.2.20 6:37 PM

    아마린님 고맙습니다.

    왕비님 자식은 커 갈수록 애물단지라는 말 맞는거 같아요.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420~520 만원 정도까지 하는거 같아요.
    대출을 받아도 고스란히 그게 빚이 된다고 하더이다.
    다행히 하반기부터 이자가 내린다하니 다행이긴 합니다만...

    보배엄마님 다른것은 몰라도 열무보리비빔밥은 드릴수 있을거 같으네요.^^
    입덧할땐 옆집 앞집 뒷집 아랫집등 여기 저기서 주는 밥과 찬이 맛난 법인데...
    먹고 잡은것 꼬옥 드시기 바랍니다.
    전 큰 아이 임신하고 선지해장국하고 번데기를 먹기 시작한거 같아요.
    참...별게 다 먹고 싶지요?

    수국님 땅의 움직임 그 꿈틀대는 소리를 들으시고 꼬옥 들려주셔야 해요.

    변인주님 역시 이번에도 어려운 영어로 덧글을 주셨네요.
    고맙습니다. 해외파님들 죄송합니다.^^

    강재원님
    그 난자리가 그리 큰가 봅니다.
    저도 친정이 너무 썰렁해서 아이들 데리고 가서 재롱피우다 오려구요.

    잼뱅이님 두 번째 세 번째 계속 엿기름 물을 받아가며 모아두셔요.
    그리고 앙금을 가라앉히셔요.
    그 다음 윗물만 받아서 같이 끓이면 됩니다.
    물론 설탕을 넣어 단맛을 내야 합니다.
    기호에 따라 생강을 넣고 끓이기도 하는데
    저는 그냥 합니다. 아이들이 싫어해서요.
    마지막에 잣 두 세알 동동 띄우면 더 고급스런 식혜가 되겠지요?

  • 10. 달래언니
    '07.2.20 9:02 PM

    솜씨좋으신 경빈마마님, ^^

    설음식에 아주 물리던 참인데...
    저에겐 그 중에서도 열무김치 사진이 아주 고문입니다요. ㅎㅎ

    그리고 보배엄마님 보배동생 가지신거 축하드려요 ^^

  • 11. 라니
    '07.2.20 9:24 PM

    참 애쓰셨어요.
    맛난 음식 간단히 내맘데로 차린 제사상에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 12. 모두락
    '07.2.21 5:10 AM

    경빈마마님 늘 눈팅만 하다가 오늘에야 비로소 저두
    아는척.. 댓글을 올려 보아요~
    아.. 진하고 징한 고향의 맛이 느껴집니다~
    정말 바지런 하시구 음식들 마다 정성과 행복이 느껴지네요~
    차리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저도 언젠가는.. 바지런히 명절 음식을 준비할수 있는
    마음과 솜씨의 여유가 늘어나길 바랄뿐입니다.
    경빈마마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

  • 13. 비타민
    '07.2.21 5:20 AM

    왠지.. 마음이 짠~ 해 지는거 있죠.... 주말에 아이들과 즐겁게 친정 나들이 하고 오세요~~~
    저희야 쬐금씩 하지만.. 같은 음식이라도 이렇게 많은 양을 한꺼번에 하면 훨씬 맛있잖아요....
    저희.. 연휴 마지막 날엔... 맛있는 청국장으로 개운하게 마무리 했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어르신들.. 가족분들... 건강 하시고....더욱 크게 번창하시길 바래요~~~~^^

  • 14. 세바리
    '07.2.21 8:08 PM

    경빈마마님.. 어쩜 7남매나 되는 큰살림을 맡으시면서 이렇게 마음이 한량없이 넓으신지요..
    전 언제쯤이나 그런 아량을 같게 될지요... 존경스럽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2351 초콜렛 호두 브라우니 1 오클리 2007.02.22 3,259 22
22350 먹고 보자!!. - 칠리 당면 샐러드 12 2007.02.22 12,249 60
22349 (아마도...) 40 여년만에 세뱃돈 5불 받고^^ 흐뭇한 나의.. 5 맑은물 2007.02.22 4,841 73
22348 선생님 선물.. 6 SIMPLE LIFE.. 2007.02.22 4,505 4
22347 훈제연어를 넣은 계란찜 3 소머즈 2007.02.22 5,058 116
22346 요쿠르트 케잌 4 이윤경 2007.02.22 3,576 37
22345 콩나물기르고있어요. 12 min 2007.02.21 5,351 4
22344 보라돌이맘님!!...레시피 보고 이렇게 따라한거 첨이네요!!.... 19 이영희 2007.02.21 10,684 21
22343 동파육에 도전하다..^^ 7 똥깔맘 2007.02.21 4,813 5
22342 아이와 함께 만드는 부리또&타코-포장방법포함 5 타코 2007.02.21 5,149 15
22341 시원한 호박죽좀 드세요~ 2 린맘초롬 2007.02.21 3,112 5
22340 명절 지내고 남은 음식으로 만든 두부 그라탕*^^* 1 예형 2007.02.21 3,872 75
22339 고기집 된장찌개가 그리운 날...즉석된장 만들기 126 보라돌이맘 2007.02.21 80,053 5
22338 내가 꿈꾸던 집....그리고 겨울소식... 40 내맘대로 뚝딱~ 2007.02.21 13,252 56
22337 어설픈 만두.. 3 강재원 2007.02.21 4,057 31
22336 3일숙성시켜 먹은 카스테라 7 miki 2007.02.21 6,136 44
22335 만두피와 치즈가 만났을때-치즈스틱 7 ivegot3kids 2007.02.21 4,782 26
22334 {Vanilla's 발렌타인데이 지난 이야기}- Vanilla 2007.02.21 2,320 6
22333 {Vanilla's fortune cookie}- 2 Vanilla 2007.02.21 2,237 6
22332 꽈리고추멸치볶음 6 빵쟁이짱 2007.02.20 5,547 16
22331 모냥 빠진 꽈배기 21 칼라 2007.02.20 8,105 7
22330 명절 지내고 남은 음식으로 만든 스프링롤^^ 4 예형 2007.02.20 6,288 86
22329 산적꼬지를 이쁘게~~ 3 라파엘라 2007.02.20 8,490 10
22328 설날 저녁 상차림 4 에스더 2007.02.20 7,534 27
22327 명절이 즐거워지는 날 - 가리비 발사믹 샐러드 4 2007.02.20 4,895 39
22326 명절 이야기~ 14 경빈마마 2007.02.20 7,504 35
22325 발렌타인데이 3 김은정 2007.02.20 2,056 17
22324 발사믹 치킨, 새우냉채, 유부모밀 8 rosa 2007.02.20 6,60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