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글을 올려 드린다고 결심해 놓고는....
아직 제 속에 치료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는지...
쉽게 이야기를 풀어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ㅠ.ㅠ..
그러면서 이곳 에딘버러의 낮은 하늘과 지독한 변덕의 날씨들...
가슴 시리게 하는 바닷 바람까지...
저를 더 꽁꽁 숨어 버리게 했었나 봅니다....^^
그러나 이제.....봄이 오고 있습니다...^~^

-봄이 오는 에딘버러...사진은 지인이 올리는 여행기사진을 스~을쩍^^-

-지독히 한국이 그리울 땐 불판에 삼겹살 구워 먹으면서 보냈구요-

-가끔은 인터넷으로 요리프로그램 보면서 배우는 재미...웍에다 국수를 삶으면 절대
끓어 넘치지 않는다는 새로운 배움이후 제 웍은 국수, 스파게티 삶는 용도로 더^^......



-카메라가 뭣이 잘못되어서 사진도 각각 멋대로 나오고....ㅜ.ㅜ....모든 상황이 저를 더 궁지(?)
로 몰아 갔습니다....????^^
스물 셋부터 시작된 화려한 직장 생활은 참 재미있었습니다...
이쁘고, 발랄하고, 세상 모든 남자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머무는 것 같던 그 시절...
종로로, 명동으로, 신촌으로..., 휘~ 휘 돌아 다니며 낄낄거리던 겁없던 때였고...
직장 동료들과 주말이면 산으로 바다로 쏘다니며...
행복한 한 때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고생이 언제 적이였냐는 듯이...
서울에서의 자취 생활은 동료들이 있어 하루 하루가 즐거웠습니다...
특별히 지난번에 이곳에서도 찾는다고 했던 64년 동기들과는...
직장 동료들임에도 꼭 다시 만나 보고 싶은 친구들입니다..
대여섯 명이 몰려 다니면서...
이문세공연에도 가고...^^
설악산도 가고..
부산 해운대도 놀러가고...
음~ 회식한다고 나이트에도 가고...
그러다 남자들이 다가오면 소리 소리 지르고 도망가고..=3=3=3=3=3=3
(우리는 쫌 촌시러운 시골출신들^^)
그렇게 요란 떨며 몇해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게스트들이 많을 때 상차림입니다...닭날개조림,마파두부,감자전,숙주샐러드, 등-

-오징어채를 조물 조물 무쳐서 밑반찬으로...-
물론 그 시절은 여자의 일생 중 가장 화려한 시기가 아닐까 싶어서...
남성편력을 빼면 별 할얘기가 없을 듯합니다...^^
음~ 제가 눈이 작다는 치명적 결함을 빼면...(그나마 웃을 땐 더~ㅜ.ㅜ.)
키 되고, 몸매 되고, 백미터 미인이라고 정도는 해 주었댔습니다...^^
그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움추린 어깨를 펴지 못하는 속에서의 결함을 가지고 있었는지...
늘 사람들 앞에서 주눅들고, 남자들 앞에서는 특히 더...
자신이 없었댔습니다...
친구들은 튕기기도 잘하고, 남자들이 잘도 쫓아 다니두만...
저 좋다고 쫓아 다니는 사람도 없고...저도 남자들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양파 슾을 끓였댔습니다...-

-갖은 야채와 닭 가슴살 찢어서 샐러드 준비했습니다..-

-가운데 찜기에는 닭육개장 인것 같습니다...닭살 찢어 놓은거 얹어 먹게 준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동기들과 설악산으로 여름 휴가를 갔었는데...
저는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잘 생긴 사람을 본 적이 없었댔습니다..
백담사에서 대청봉으로 올라가는 코스에 계곡이 있었는데...
잠시 쉬면서 물을 마시러 개울가에 갔다가
어떤 남자가 세수를 하고 수건으로 닦아 내던 순간의 그 말~간 얼굴에..
그만 숨이 컥 막히고, 침이 꾸울꺽 넘어 갔더랬습니다....흡~ 지금 생각해도..숨이~
이건 우리 다섯 동기들의 공통된 반응이였으므로 절대 꽁깍지가 아닙니다..
그런데 그 잘생긴 아저씨가 (스물셋인 우리에 비해 서른이 넘은 듯...)
내 배낭이 무겁게 생겼다며 끈을 조절해 주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대청봉꼭대기 까지 우리와 일행이 되었습니다...
남자들과 여자들이 모이면 대개가 그렇듯이...
용감한 남자도 있고...새침떼기 여자도 있고...
틱틱대는 남자도 있고....약한 척하는 여자도 있고...
그 와중에 태백출신 튼튼녀는 훨훨 날듯이 산도 잘 타고
밥도 잘하고 잠도 잘자고 그랬습니다.....
아 이럴땐 저도 참 약한 여자 이고 싶은데...태생이 척~하고는 못사는지라...ㅡ.ㅡ..

-차로 한시간 달려서 대구랑, 바다새우?랑 잔뜩 사왔습니다...그래서 한동안 매운탕으로..
쫌 거창하고 폼나는 상차림을 했댔습니다..-


-울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닭불고기 입니다....
그런데...
여름 휴가를 마치고 나서...
그 잘생긴 아저씨가 사무실로 전화를 해서는...
저를 찾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진을 줄것이 있다고...만나자는 것입니다..
같이 갔던 동기들...난리 났습니다...
의견도 분분합니다...니가 만만해서다...
아니다 니한테 관심보이더라...니가 순진해 보여서 그런다는 둥....
친구들의 야유?를 뒤로 하고
떨리고 설레는 가슴으로 약속 장소에 나갔습니다...

-엔지니어님 요리에 꼭 등장하는 무쇠후라이팬 부러워서 지인께 부탁해서 선물 받았습니다-

-먼길 마다 않고, 무거운 것들로 선물을 가져다 주셨습니다...-

-뚝배기에 해 먹는 쟈스민님 계란찜 해 먹고 싶을 때...보글 보글 된장도 끓이구요 등등...-
종로3가에 있는 피카디리극장 쪽 지하에 있던 무슨 레스토랑 같은거였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벌써 뮤직비디오 같은게 큰 화면에 나오고...
뭐 저는 처음 가보는 그런데였습니다...
핏자를 시켜서 먹으라고 하는데...ㅠ.ㅠ..
엄청 얇은 핏자(씬)가 나왔던것 같고...
처음 먹어 보는 거라 아무리 칼로 썰어도 썰어지지가 않아서 땀이 삐질 삐질....ㅜ.ㅜ..
씨~익 웃으면서 접시를 바꾸어 잘라주던 그 아저씨는....
저랑 사귀고 싶다는 친구를 물리치고...자기가 먼저 전화를 했노라고...
동기들이랑 찍은 사진 중 제일 이쁘게 나왔다며 그윽한 눈빛으로.....으~악~^^
뭐 드라마가 따로 필요없던 시절이였습니다....
그런 닭살 멘트 한 두어번 날리고...
한 두어번 만나고....조선호텔에서 바텐더 하던 그 아자씨는...
부산 비취 호텔로 가 버렸던 것입니다.....
하는일이 특별해서 인지..
만나자고 약속해도 시간이 안맞기도 하고...
이직을 고려중이여서 그랬는지...그렇게 가슴만 설레게 해 놓고...
잘생긴 아자씨는 떠나가 버렸습니다...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아이들 거둘 때...주일날 만들어 주는 영양식입니다...-

-감자, 베이컨, 양파 잘게 채썰어 볶다가, 핏자소스 얹고, 치즈 듬뿍 얹어 오븐에 구워냅니다.-
아직도 동기들의 커다란 의문은 그 아저씨가 왜 너를 사귀자고 했냐는 겁니다..
전들 아나요..?^^ 그래도 이아저씨는 뭐 어찌해보려고 사귀자고 했던건 아닌것 같습니다..
아직도 순수한 마음으로 기억되고 있는거 보면요...^^
그런데...
여자들의 휘날리는 젊은 아름다움이 유지되기에는 세상이 보통 험악한게 아닌것 같습니다...
한 번은 종로서적 근처에서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있는데..
한 남자가 다가오더니...
갑자기 전화 번호를 막 적어 주는 것입니다...
제가 뭐 여성복 모델하기에 딱 어울린다다 어쩐다나....?ㅜ.ㅜ....
사람이 한 번 뭐에 홀려서 정신이 나가면....어리숙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지나 봅니다...
자기가 지금은 바빠서 그런데 꼭 전화를 하라는 것입니다...
뭐 제 수준을 제가 아는 지라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네 하고 지나쳤는데...
그때는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다니던 때라...키가~~!! ^~^
직장 동료들 한테 얘기했더니...
전화해 보라고 성화들입니다...

-코슷코에서 연어를 샀었는데, 얼마나 싱싱한지, 회를 즐기지 않는 우리식구들...
정말 정신없이 다 먹었습니다....먹고나서도 비린내가 전혀 없었습니다..


-먹고 남은 연어를 넣고 스코틀랜드식으로 슾을 끓였더니, 고소한 맛이 일품이였습니다-
그래서 동료들과 함께 종로2가에서 만나기로 하고..
어느 카페에서 만났는데....친구들은 킬킬거리며 얘가 무슨 모델을 하냐며.....ㅠ.ㅠ.
놀리고 약올리고....^^ 그랬더니 그 사람이 김동수씨같은 모델도 있다면서...
갑자기 용기(?)를 팍팍~ 주는것입니다...제가 그정도 개성있는 사람도 아니고..
또 튀는 사람도 아닌데......여하튼 초저녁이라 맥주를 한 잔씩 하고...
친구들은 먼저 가고 저도 가려고 일어 섰더니...데려다 준다고 합니다...
그러더니 저더러 가게에 가서 담배를 하나 사다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자기 차가 오기로 했다면서.....담배를 사서 와보니...
차는 커녕...웬 택시를 붙잡고 서서는 저더러 오라고 손짓을 합니다...
자기 아는 형님을 만났다나 어쨋다나 하면서...
어찌나 서둘러대는지...이것 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집이 어디냐고..건대입구 쪽으로 간다니까....
마침 같은 방향이라며 여간 기뻐하는게 아니였습니다...


-한 상 가득 차려 놓고 사진 한 방 꽉~ 찍을 때....정말 행복합니다...^~^-

- 82쿡 들어 온 이후로 미역국에 꼭 감자 뚝뚝 썰어 넣고 끓입니다...^^ 참 맛있습니다...-
그러나,
이 택시가 어디로 갔겠습니까..?ㅡ.ㅡ;;;
리버사이드 호텔 정문으로 스~윽 들어가고 있는것이였습니다...
놀래가지고..왜 여기로 가냐니까...
스카이라운지에가서 차 한 잔 더하고 가자고 합니다...
그때 초저녁이였습니다....그리고 저는 어리숙했습니다...ㅠ.ㅠ...
고개를 갸웃 갸웃하면서도, 설마 설마 하면서도....
호텔입구에 내려 쭐레 쭐레 따라 들어갔습니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서 보니까 로비에도 커피숍이 있는지라..
그냥 여기서 차 마시자니까...아니라고 잠깐만 기다리라고...
라운지에 자리가 있나 물어보고 온다네요...리셉션에 가서요 참나...
그려러니 하면서 기다리는데...
엘리베이터가 와서 타고 올라가자고 하는데....버튼 눌르는 걸 보니까..
6층을 딱 눌르는 것입니다....ㅠ.ㅠ..

- 2인용 상차림입니다....이런 상차림은 30분안에 후다닥~ ^^-

그때서야 무지의 알을 깨고 나오는 미련한 저....
아저씨 왜 이러세요....ㅠ.ㅠ..
이러시면 안돼요....엉엉..
엘리베이터는 6층에 섰고...저는 끌려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남자 체구가 저보다 작고...
술에 이미 취해 있었는지 좀 휘청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사생결단으로 버티는 저와 실갱이를 벌이는데...
가관이였습니다....자기 아는 선배가 기다리고 있다는 둥...
섭섭하지 않게 해 준다는 둥....
저는 엘리베이터 바로 옆의 손잡이가 될만한 것을 붙잡고는
그때부터 엉~엉 울기시작했습니다...
아저씨...엉~엉~ 저는 아버지도 안계시구요..
울 엄마는 저 이러는거 알면 돌아가실 거예요...
저 동생들만 셋있는데요...엄마는 아프세요..
제가 직장 제대로 다녀야 학교 다닐 수 있구요...
아저씨...여동생이라고 생각해 보세요...엉~엉....

-한인 이동수퍼가 다녀간 날이면 아이들과 오뎅파튀~~^^ 볶고 지지고...-

그러면서 엘리베이터 버튼 눌러놓고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다가...
띵~하고 엘리베이터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냅다 올라타고는....
다른 손님이 있어서 그 아저씨도 어쩌지 못하는 중에...
1층에 도착하자 마자 아저씨를 팍 밀쳐 버리고...
죽을 힘을 다해 뛰었습니다....
버스 정류장 쪽으로 신발을 벗어들고 뛰는데...
버스는 안오고....ㅠ.ㅠ... 마침 가전제품 파는 가게앞에 서있던 배달하는 차가
출발하려고 시동을 걸길래 문열고 아저씨 살려 주세요 하고 무조건 올라 탔습니다...
그리고는 빨리요~빨리요....헥헥대고 쫓아오던 남자를 뒤로 하고...차는 출발하였습니다...
다행히 유니폼을 입고 있던 배달아저씨는 젊은 사람인데 착해 보였습니다...
무슨일이냐며 놀라던 아저씨도 그냥 분하고 억울해서 엉~엉 우는 저를 보고는
눈치를 챘는지 어디까지 가냐며 건대입구에서 내려 주었습니다...(고마운 사람)


-아이들 데리고 꼬치 끼워서 오뎅국 끓여서 분식집 분위기도 내 봅니다...-
지금도 희미한 기억만으로도 팔다리가 후둘거리는 일대 사건이 아닐수 없습니다...ㅜ.ㅜ...
다음날 몸살로 결근을 하고 병문안 온 동기들의 애정어린 비난과 걱정을 다 들어야 했습니다....
다음날 부터 한 달동안 저는 스토커로 변신하여....그 넘이 알려준 전화로 시도 때도 없이
바꿔 달라고 해서는 나쁜 놈~ 소리만 하고 끊는 짓을 했댔습니다...
제 어리석음과 멍청함이 용서될 때까지요..^^

-닭다리 후라이팬에 뚜껑덮어 익히다가 내맘대로표 매운양년 둘러 졸여 냈습니다..
매콤 달콤한 것이 저거 하나 먹고 나면 입주위가.....^^-

-중국 슈퍼에서 파는 국수인데...중국요리책에 보면 자주 나오는 국수길래 사서 오이스터소스 조금
넣고 간장으로 양념하여 볶아낸 국수요리 입니다...-
이제부터는 맘을 차분히 하고...
일어공부도 꾸준히 하고...
학원도 다시 다니자고 결심하고...
직장 끝나고 학원을 다닐 때였습니다..
을지로 쪽에서 영어 학원을 마치고..
종각쪽으로 나오면 그때 제일은행 건물 새로 지을려고 땅을 파 놓았을 땐데요...
신호등에서 횡단보도 건너려고 기다리는데..
웬 남자가 옆에 서는 것입니다...
박카스 냄새를 확 풍기면서...
그런가보다 하고 한 걸음 비켜 섰다가...
띠리링~ 소리와 함께 길을 건너고 있는데...
갑자기 이남자가 제 목을 확 껴앉으면서...
소리 지르면 죽어~ 저기 구덩이에 빠쳐 버릴꺼야 이럽니다....참나원...
저는 조그만 소리로 왜그러세요..? ㅠ.ㅠ....
입닥쳐..조용히 안하면 그냥 확~
이러면서 애인이 어깨동무하듯이 (이남자 한 등치 했습니다...ㅠ.ㅠ.)
목을 조임 당하고 그 긴 횡단보도를 건넜습니다...


정말 황당하고 기가 막힌 순간이였고...
그 많은 사람들이 있어도 막막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순간이였습니다..
끌려 가듯이 교보쪽으로 걸어가는데...
마침 전경 같은 사람 두 명이 걸어 오고 있는것이였습니다...
전경들이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벼락같이 소리를 질렀습니다...사람 살려~~~
그랬더니 전경들이 막대기 같은 걸로 이 남자를 막 패더니 잡았습니다...
그래서 종각 파출소로 끌려갔습니다....저도....ㅠ.ㅠ..
거기서 사건의 전말을 쓰고...밤 11시가 다 되서야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 미친놈...어디 숭실대4학년인가 그랬는데...수중에 돈 한 푼 없는 빈털털이에..
술이 알딸딸하게 취해 가지고...길가는 아무나.....ㅠ.ㅠ....



제 팔팔하던 청춘에 들러 붙던 남자들은...
다 이런 이상한 사람들이라....
좀 허무했습니다....
뜨거운 연애 한 번 못해보고....
무료한 직장 생활이 계속되는 3년차에....
전 인생에 정말 어려운 순간을 대면하고 말았습니다...



엄마가 아프시기 전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재외 국민과에 계시던 분을 통해 들었지만...
시신을 모셔올 형편도...가 볼만한 여유도 없었던 지라...
그저 멀리 계시던 분이 그렇게 사라져 버린것 처럼...
아무런 느낌이 없었댔습니다....
엄마는 고민이 많이 되셨던지 신경쓰시다 그렇게 탈이 나신거였나 봅니다...
재외국민과에 계시던 김 현덕님이라는 분은 우리 가족일을 안타까워 하시고..
독일에서의 일처리에 대해서도 안타까워 하시고...안쓰러운 마음을 느끼게 해 주셨던 분인것
같습니다...제가 동아 제약에 취직했을 때 보증인이 필요해서 찾아갔더니...
흔쾌히 재산 증명서랑 납세 증명서 이런걸 띠어 주셨습니다....(지금 생각하면 참 고마운 분)



저는 아버지의 죽음이
제가 결혼할 때 손을 잡아 줄 수 없는 거구나...
딸의 가장 이쁜 모습을 못 보시겠구나...
이정도의 느낌 뿐이였지 그렇게 절절 하지 않았댔습니다...
워낙 어릴 때부터 떨어져 지냈고...
그동안 별 연락도 없었고...


그랬던 아버지의 죽음을...
제가 맡았던 구역이 부천, 부평 쪽이였는데...
지하철을 타고 지역 활동을 나가다가...
갑가지 기차가 부평역 부근에서 끼~익하고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이리 저리 쏠리고 난리가 났고.....문이 열러 사람들이 내리고 보니까..
철로로 누가 뛰어 들었던 것입니다....까만 구두를 가지런히 벗어 두고서....ㅠ.ㅠ...
사람들이 웅성 웅성 하는 틈에 끼어 저도 철로를 내려 보다가...
우~웩~하고 토하고...솟구치는 울음을 멈출수가 없었습니다....
거기 그렇게 까만 구두를 벗어 두고 뛰어내린 분은...
바로 3년전의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였습니다...
그 기억이 그 순간에 섬광처럼 제 온 존재를 휘저어 버려서...
끓어 오르는 격정을 어찌 할 수가 없어서....
주저 앉아 끅끅 울어야 했습니다...
얼마를 더 그러고 앉아 울음을 삼키고 나서야...
몸을 추수려 사무실로 돌아왔고...
그 다음부터 지하철을 못타게 되었습니다...
철컥 철컥~ 끽끽 하는 소리를 도저히 견딜 수 없고...
까만 유리창에 비치는 사람들 모습도 견딜 수 없고...
몇날 며칠을 울며 다니다가 사표를 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갑자기 인생이라는 것이...
그렇게 허무하고 가엾고, 안쓰러울 수가 없어졌습니다...
아버지의 삶을 되짚어 기억해 볼 때...
탄광촌에서의 가난과, 고단함과, 싸움과, 술과, 도박과....
거기다 독일의 깊고 깜깜한 갱안에서의 외로움과....섦움들...
흉흉한 젊은아내에 대한 소문들로 인한 배신감...
3년의 계약 기간이 끝나고도 남들은 다 귀국하는데...
돌아 오지 못하던 비애감들이며...


마흔 일곱의 삶을 내어 던질 때의 그 심정은 어떠했을까를 제 가슴에 끌어 앉느라 ....
제 스물 다섯 나이는 참 서러웠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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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년이 지난 어느날 안기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버지의 성함을 대며 제가 딸임을 확인하고...
아버지가 북한사람들과 연관이 있었던 거 알고 있냐고...
출국 정보만 있고 입국 정보가 없어서 전화 했다면서(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갑자기 심장이 벌렁거리게 놀랍고 겁이 났지만...
조용히 아버지는 돌아 가셨다고 알려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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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십여년이 지나 아직까지도...
아버지를 생각하면 여전히 안타까움과 서러움이 남아 있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