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맛난 감과 맛없는 감이 동시에 잔뜩 생겨서
맛 없는 상한 감들의 처분을 고민하다가 감식초를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감식초...하면 '대장금'의 열풍으로인해 더 유명해진 바로 그 식초이지요.
곡물로 직접 만든 식초는 훨씬 순하고 부드러워서
건강 미용식으로 많이 각광을 받고 있다는데...
저는 우선, 처치곤란 감을 해치우기 위한 시도로 무조건 시작했습니다.
마침 커~다란 병도 있겠다 시작했죠.

감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닦아낸 다음 병에 차곡차곡 담습니다.
만일 물로 씻었다면 물기가 마르도록 놔둔 다음에 뽀송해지면 넣으세요.
감꼭지도 따지 않고 그냥 넣습니다.
바로 작년 11월 8일입니다.
아무것도 더 넣지 않고 병에 담아두면 됩니다.
단, 병을 너무 꽉 닫지 않고 살짝 닫으세요. 그래야 발효가 됩니다.
그때 동시에 집안 구석에 처박혀있던 막걸리도 식초로 담궜지요.
네,맞습니다.
한마디로 재고처분이었습니다.
막걸리는 술빵 만든답시고 샀다가 한번인가 두번인가 해먹고 구석에 처박혀있던
천덕꾸러기였습죠.
이제 새 인생을 찾게 해주기로 하고, 역시 천대받던 못난 감과 더불어
식초의 인생으로 새출발을 시켜줬습니다.

2006년 3월 19일.
어쨋거나 감식초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감식초는 우리집 부엌 냉장고 위에 올려져서 겨울을 무사히 보냈습니다.
냉장고 위인지라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곳이죠.
얼마 지나자 하얀 곰팡이가 위에 생겼는데 그게 정상입니다.
괜히 '앗! 곰팡이다!' 하고 상했다고 냅다 갖다 버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좀 보기엔 거시기 해보여도 다 음식이 되어가는 모습입니다.
아무 것도 넣지 않고 감만 넣어뒀는데도 밑에 액체가(식초) 생기는 걸 보면 신기합니다.^^
넉달을 놔두자 저렇게 두껍게 곰팡이가 생겼습니다.
드디어 개봉하겠습니다!!

곰팡이는 그냥 통째로 들리더군요.
곰팡이를 들어내고 안의 푸욱 삭은 감들도 국자로 떠냈습니다.
병 무게가 장난이 아니라 거꾸로 쏟을 수가 없어요.

건데기를 다 건진 후에 큰 통에 면보자기를 얹어서 그 위에 남은 국물을 쏟았습니다.
면보자기는 물론 고무줄로 고정을 해놓은 상태에요.

보이세요?
면보자기를 통해 밑으로 식초가 흘러내려 고이고 있어요.

건더기 때문에 안 빠지는 것은 한약찌꺼기 짜듯이 수저 같은 것으로 꾹꾹 눌러
알뜰하게 짜냈습니다. ^^
생각보다 많이 나오네요.

큰 병에 하나 작은 병에 하나....
이렇게 수확했습니다.
향이 어찌나 강한지... 감식초의 향이 확 납니다.
너무 뿌듯합니다~ ^^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던 <막걸리 식초>입니다.
이것도 역시 간단합니다.
그냥 병에 넣어 공기 통하게 막아두면 되는~ 가장 쉬운 제조공법의 식초지요.
입구를 공기가 통하게 거름망으로 막아서 부엌에 두었습니다.

며칠 지나자 앙금이 가라앉더군요.

2달 정도 지나서 위에 맑은 부분을 먼저 병에 따라 부어놨습니다.

그리고 남은 막걸리를 다시 채워서 발효를 시켰어요.
그렇게 2달씩 4달동안 2번에 걸쳐 막걸리식초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날 막걸리식초와 감식초를 다 완성했습니다.

뿌듯하지요.
'걸리식초'가 뭐냐고요? 바로 '막걸리식초'입니다.
막걸리식초라고 쓰면 사람들이 와서 보고 자꾸 물어볼까봐 저렇게 쓴 겁니다. ^^
그러면 물어보려고했다가도 무식하다고 할까봐 못 물어볼 거 같아서요~
발사믹식초 같은 이상한 이름의 식초도 있잖아요~
확실히 막걸리식초는 향이 연합니다. 술냄새도 조금 나고요.
감식초는 그에 비하면 훨씬 향이 강합니다.
감식초는 음식에 넣어먹기엔 좀 아까워서 물과 꿀을 타서 음료로 먹어보려고 하고요
막걸리식초는 요리에 넣어 사용하려고 합니다.
아직은 아까워서 구경만 하는 것으로도 배가 부릅니다.^^
봄되고 여름이 되면 식초가 들어가는 요리를 많이 하게 되니 사용하게 되겠지요.
생각보다 쉽지요?
직접 만드는 식초, 한번 시도해보세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름이 왜 '매발톱'이냐, 무섭다는 분들이 계셔서
이름의 뜻을 설명드립니다.
저 꽃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하늘매발톱'입니다.
우리집 화단에서 3년째 피는 꽃이죠.
제게 야생화를 처음 가르쳐준 꽃으로 제가 파종해서 3년째 우리 화단에서 꽃을 보고 있는 꽃입니다.
올 봄에도 벌써 피고 있어요~ ^^
왜 이름이 매발톱인지 저 꽃의 꽃받침을 보세요. 매가 발톱을 웅크린 것 같지 않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