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싱숭생숭하고 무언가 자꾸 스멀스멀 그리워지려고 합니다.
먹을거리도 그러해서, 뭔가 쌈빡하고 새침한 것이 생각납니다.
트럭에 이것저것 먹을 것 싣고 마을에 들어오는 아저씨는 11시까지 기다려야 하고,
읍내까지 나가자니 이른 아침부터 유난스러운 것 같고....
냉장고를 열고 한참을 들여다보아도 뾰족한 것이 없습니다.
혹시 냉이가 몇 뿌리 올라오지 않았을까, 앞밭에 나갑니다.
꽃다지도 괜찮지, 하면서.
아직도 드문드문 덮힌 눈 속에 드물게 연두색 풀이 보이긴 합니다만,
줄기만 가늘고 긴 것이 먹을만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낭패감이 들려 할 즈음, 닭장에서 꼬꼬댁 꼬꼬 꼬꼬댁 꼬고 요란한 소리가 들립니다.
그래, 달걀!
시골에 내려온 다음해 이웃 마을에서 구해온 토종닭들이 7년이 지난 지금도 알을 낳고 있습니다.

아직도 따끈따끈한 달걀을 손에 쥐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떠오릅니다.
아, 따뜻해~
아침 식단은 그렇게 결정이 났습니다.
닭장에서 막 꺼내온 달걀 한 알과 베란다에 놓아둔 어제 달걀 두 알을 더해 달걀찜을 하기로 했습니다.
찌개는 요즘 들어 거의 매일 한끼는 먹는 청국장을 끓였습니다.
마침 소이러브로 만든 두부도 한 모 있었으니까요.
청국장에 김치를 넣었기에, 독에 묻은 총각김치를 꺼내왔습니다.
앞밭에서 키운, 에게! 소리가 절로 나오게 자잘한 무로 얼렁뚱땅 담근 총각김치입니다.
밥은 지난해 지은 여섯 가지 곡식에 다연네서 준 수수와 서리태를 보태 지었습니다.

쌈빡하고 새침하지는 않지만, 포근하고 따뜻한 아침이었습니다.
자급자족의 밥상이 대견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