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적응하기 무섭게 시험들이 있어서 간만의 포스팅이네요 :)
오늘은 날씨도 추워지고, 음... 이건 핑계고, 여튼 술 얘깁니다 ㅎㅎ
2주 전에 시드라(Sidra) 공장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시드라는 사과를 발효시켜 만든 발포성 술로,
기푸스코아(산 세바스티안이 위치한 주), 아스투리아스 등지에서 생산된답니다~
특히 기푸스코아 산 시드라는 탄산가스 등을 일절 첨가하지 않고
오직 사과만을 3~4 개월 스테인레스 통에 발효시키고 이후 오크 통에 수 개월 보관하여
전통의 순수한 맛을 보존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에요.
시드라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시드라가 가장 맛있는 시기인 1 월부터 4 월까지 사람들이 시드라 공장(Sidreria)을 방문하여
직접 술통에서 쏟아져 나오는 시드라와 함께
(멀리서 받을수록 공기와 접촉하면서 맛과 향이 풍부해진다고 함)
염장한 바깔라오(대구)를 넣은 짭쪼름한 계란부침,
출레따(뼈가 붙은 갈비살) 구이 등 전통 요리를 먹는 풍습이 있기 때문이지요.
프랑코 독재 시기에 시드라의 생산과 소비가 금지되어 많은 시드레리아들이 없어지기도 했지만,
이후 1980년대에 다시 시드라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많은 시드레리아들이 다시 생겨났어요.
학교 특별 활동으로 Zapiain 이라는 브랜드의 시드레리아를 견학할 수 있었습니다.
입구부터 사과들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었어요.
보다시피 다양한 종류의 사과들을 섞어서 신맛, 단맛, 쓴맛의 균형을 맞춘다고 합니다.
사과를 하나 집어먹었는데 굉장히 셔서 깜짝 놀랬어요 ㅎㅎ
향도 일반 사과보다 월등히 강렬합니다.
오직 순수 사과만을 섭씨 10~20도의 스테인레스 통에서 발효시킵니다.
발효 정도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며, 보통 시장에 나오는 시드라들은 7~8개월 정도 숙성한 것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알콜기가 전혀 없는 사과 주스인 모스토(완전 달고 맛있다, 살짝 식혜 느낌?)로 되었다가,
보졸레 누보 같이 풋익은 사과주에서 좀더 드라이하고 신맛이 강한 시드라로 변모해 갑니다.
오크통에서 직접 숙성정도 별로 시드라를 시음하며 맛을 비교해 볼 수 있었습니다.
뿜어져 나오는 압력이 상당한데 멀리서 받아야 맛있다니 컵을 어떻게든 더 멀리 대느라
사방에 튀고 바닥에 흘리고 한바탕 소동을 ㅎㅎ
아래는 3개월 정도 숙성한 젊은 시드라.
아직 사과향이 진하고 단 맛이 남아있습니다.
요건 출하 직전의 알맞게 익은 시드라.
달진 않지만 또 엄청 건조하지도 않고, 딱 좋습니다.
맛도 색도 조금 더 정제된 느낌이고요.
시드라는 뭔가 짭쪼름하면서 상큼은 아니고 새큼한 매력이 있어요.
알콜 도수가 6 도 정도라서 부담없이 마실 수 있기도 하고.
그렇다고 홀짝홀짝 마시다가는 막걸리처럼 얼큰하게 취할 위험이... ㅎㅎ
시드라는 가격도 매우 착합니다.
어지간한 브랜드는 와인과 비슷한 용량(750ml)에 2 유로를 넘지 않아요.
우리 돈으로 병 당 3천원이 안되는 가격이지요. 아마도 이 곳에서 제일 싼 술이 아닐까 해요 ㅎㅎ
1 리터를 만들기 위해 사과 12개 정도가 들어간다고 하는데, 그럼 손해보는 장사 아닌가 싶기도 하고... 오지랖 넓게 ㅎㅎ
여튼, 시드라 공장 견학으로 사과주의 매력을 알게된 산 세바스티안 아줌마입니다~
담엔 시드라랑 드실 수 있는 간단 전통 요리 소개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