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사과로 만든 술, Sidra

| 조회수 : 7,175 | 추천수 : 1
작성일 : 2013-11-25 17:25:38

학교에 적응하기 무섭게 시험들이 있어서 간만의 포스팅이네요 :)

오늘은 날씨도 추워지고, 음... 이건 핑계고, 여튼 술 얘깁니다 ㅎㅎ

 

 

2주 전에 시드라(Sidra) 공장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시드라는 사과를 발효시켜 만든 발포성 술로,

기푸스코아(산 세바스티안이 위치한 주), 아스투리아스 등지에서 생산된답니다~

특히 기푸스코아 산 시드라는 탄산가스 등을 일절 첨가하지 않고

오직 사과만을 3~4 개월 스테인레스 통에 발효시키고 이후 오크 통에 수 개월 보관하여 

전통의 순수한 맛을 보존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에요.

 

시드라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시드라가 가장 맛있는 시기인 1 월부터 4 월까지 사람들이 시드라 공장(Sidreria)을 방문하여

직접 술통에서 쏟아져 나오는 시드라와 함께

(멀리서 받을수록 공기와 접촉하면서 맛과 향이 풍부해진다고 함)

염장한 바깔라오(대구)를 넣은 짭쪼름한 계란부침, 

출레따(뼈가 붙은 갈비살) 구이 등 전통 요리를 먹는 풍습이 있기 때문이지요.

프랑코 독재 시기에 시드라의 생산과 소비가 금지되어 많은 시드레리아들이 없어지기도 했지만, 

이후 1980년대에 다시 시드라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많은 시드레리아들이 다시 생겨났어요.


학교 특별 활동으로 Zapiain 이라는 브랜드의 시드레리아를 견학할 수 있었습니다.

입구부터 사과들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었어요.

보다시피 다양한 종류의 사과들을 섞어서 신맛, 단맛, 쓴맛의 균형을 맞춘다고 합니다.


 

사과를 하나 집어먹었는데 굉장히 셔서 깜짝 놀랬어요 ㅎㅎ 

향도 일반 사과보다 월등히 강렬합니다.



오직 순수 사과만을 섭씨 10~20도의 스테인레스 통에서 발효시킵니다.

발효 정도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며, 보통 시장에 나오는 시드라들은 7~8개월 정도 숙성한 것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알콜기가 전혀 없는 사과 주스인 모스토(완전 달고 맛있다, 살짝 식혜 느낌?)로 되었다가,

보졸레 누보 같이 풋익은 사과주에서 좀더 드라이하고 신맛이 강한 시드라로 변모해 갑니다.









오크통에서 직접 숙성정도 별로 시드라를 시음하며 맛을 비교해 볼 수 있었습니다.

뿜어져 나오는 압력이 상당한데 멀리서 받아야 맛있다니 컵을 어떻게든 더 멀리 대느라

사방에 튀고 바닥에 흘리고 한바탕 소동을 ㅎㅎ

아래는 3개월 정도 숙성한 젊은 시드라.

아직 사과향이 진하고 단 맛이 남아있습니다.



요건 출하 직전의 알맞게 익은 시드라.

달진 않지만 또 엄청 건조하지도 않고, 딱 좋습니다.

맛도 색도 조금 더 정제된 느낌이고요.

시드라는 뭔가 짭쪼름하면서 상큼은 아니고 새큼한 매력이 있어요.

알콜 도수가 6 도 정도라서 부담없이 마실 수 있기도 하고. 

그렇다고 홀짝홀짝 마시다가는 막걸리처럼 얼큰하게 취할 위험이... ㅎㅎ




시드라는 가격도 매우 착합니다.  어지간한 브랜드는 와인과 비슷한 용량(750ml)에 2 유로를 넘지 않아요. 

우리 돈으로 병 당 3천원이 안되는 가격이지요. 아마도 이 곳에서 제일 싼 술이 아닐까 해요 ㅎㅎ

1 리터를 만들기 위해 사과 12개 정도가 들어간다고 하는데, 그럼 손해보는 장사 아닌가 싶기도 하고... 오지랖 넓게 ㅎㅎ

여튼, 시드라 공장 견학으로 사과주의 매력을 알게된 산 세바스티안 아줌마입니다~

담엔 시드라랑 드실 수 있는 간단 전통 요리 소개해 드릴게요!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루이제
    '13.11.25 5:38 PM

    반가운 소식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사과술 하면, 레마르크의 개선문의 남자주인공 라빅이 자주 마시던 압생트 라는 술,,이 떠올라요.
    제가 개선문 좋아해서,,수십번은 읽었거든요. 그래서 사과주,,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눈으로 먹고 갑니다...개선문 또 읽고 싶어지네요.

  • 2. 하얀마음
    '13.11.25 6:18 PM

    좋은 소식이네요.
    밀밭에만 가도 취하는 1인 .... 눈으로 마시고 갑니다.

  • 3. 달달설탕
    '13.11.25 7:30 PM

    사과로 만든술 개선문에서 나오는 깔바도스가 생각나요 사과 브랜디라고 하던가 ...이술은 흔히 말하는 cider랑 비슷ㅎ하지 않을까 싶네요 약간 기포도 있는 사과술.. 사진에 나온색이 좀더 진하고 뭔가 약간 탁한 느낌도 있는게 진해 보이고 맛잇어요

  • 4. 雪の華
    '13.11.26 12:15 AM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5. 각시붕어
    '13.11.26 9:14 AM

    다방면으로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번 시음해보고 싶네요^^

  • 6. 예쁜솔
    '13.11.26 3:43 PM

    저는 옛날 대학 새내기 시절에
    애플와인 파라다이스 홀짝거리다가 맛이 간 기억이...
    그 후로는 사과주 못 본 듯해요.
    그러나 그 사과향기는 잊지 못합니다.
    시드라...맛보고 싶네요.

  • 7. 홍아
    '13.12.2 12:58 AM

    우리나라에도 사과와인이 있더라구요
    이름은 모르겠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087 맛있게 먹고 살았던 9월과 10월의 코코몽 이야기 13 코코몽 2024.11.22 5,575 0
41086 82에서 추천해주신행복 39 ··· 2024.11.18 11,701 4
41085 50대 수영 배우기 + 반찬 몇가지 35 Alison 2024.11.12 13,960 5
41084 가을 반찬 21 이호례 2024.11.11 10,020 2
41083 올핸 무를 사야 할까봐요 ^^; 10 필로소피아 2024.11.11 7,990 2
41082 이토록 사소한 행복 35 백만순이 2024.11.10 8,631 2
41081 177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10월 분식세트= 어 김.. 12 행복나눔미소 2024.11.08 3,452 4
41080 바야흐로 김장철 10 꽃게 2024.11.08 5,686 2
41079 깊어가는 가을 18 메이그린 2024.11.04 9,920 4
41078 드라마와 영화속 음식 따라하기 25 차이윈 2024.11.04 8,614 6
41077 아우 한우 너무 맛있네요.. 9 라일락꽃향기 2024.10.31 7,558 2
41076 똑똑 .... 가을이 다 가기전에 찾아왔어예 30 주니엄마 2024.10.29 10,195 6
41075 10월 먹고사는 이야기 12 모하나 2024.10.29 7,270 2
41074 무장비 베이킹…호두크랜베리빵… 12 은초롱 2024.10.28 6,550 5
41073 오랜만이네요~~ 6 김명진 2024.10.28 6,158 3
41072 혼저 합니다~ 17 필로소피아 2024.10.26 6,178 4
41071 이탈리아 여행에서 먹은 것들(와이너리와 식자재) 24 방구석요정 2024.10.26 5,148 3
41070 오늘은 친정엄마, 그리고 장기요양제도 18 꽃게 2024.10.22 10,117 4
41069 무장비 베이킹…소프트 바게트 구워봤어요 14 은초롱 2024.10.22 5,648 2
41068 만들어 맛있었던 음식들 40 ··· 2024.10.22 8,578 5
41067 캠핑 독립 +브라질 치즈빵 40 Alison 2024.10.21 6,069 7
41066 호박파이랑 사과파이중에 저는 사과파이요 11 602호 2024.10.20 3,472 2
41065 어머니 점심, 그리고 요양원 이야기 33 꽃게 2024.10.20 6,258 6
41064 고기 가득 만두 (테니스 이야기도...) 17 항상감사 2024.10.20 4,168 4
41063 오늘 아침 미니 오븐에 구운 빵 14 은초롱 2024.10.16 7,860 2
41062 여전한 백수 25 고고 2024.10.15 7,512 4
41061 과일에 진심인 사람의 과일밥상 24 18층여자 2024.10.15 8,530 3
41060 요리조아 18 영도댁 2024.10.15 5,502 3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