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잘 지내고 계시죠?
한국도 곳곳에서 가을비가 내리나봐요.
산 세바스티안도 연일 흐린 날씨에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 스산한 날씨가 내년 봄까지 쭈욱 간다고 하더라고요.
오늘은 우산이 망가져서 비까지 쫄딱 맞고 ㅠ.ㅠ
그래도 씩씩하게 아이스크림 막 퍼먹고 힘냈어요. 저 잘한거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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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xua,
고슈아.
바스크어로 "달콤한" 이라는 뜻입니다.
저희 학교 선생님이 굉장히 자주 쓰는 표현입니다.
실습 중에 본인이 만든 음식이 맛있다고,
고슈아, 고슈아.
우리가 만들던 음식에 소금이나 설탕을 팍팍 더 넣으면서
고슈아, 고슈아.
여기선 결코 건강이 염려된다며 소 금이나 설탕, 기름을 덜어내는 일 따윈 결코 없네요.
인생은 고슈아.
사는 동안의 즐거움을 조금 더 충분히 누려야 한다.
큰 교통사고를 당해서 셰프도 그만두어야 했고 장애도 갖게된 선생님의 뜻이 언어에 묻어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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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은 카톨릭 성인들의 날이래요.
한국에서 제사를 지내듯이,
여기서는 가족의 묘소를 찾아 고인을 기리는 풍습이 있습니다.
이 날 먹는 전통 과자인 "bunuelos de viento" 를 만드는 수업이 있었습니다.
반죽은 우리가 아는 슈랑 똑같은데,
기름에 튀겨내고 설탕에 묻혀내는게 특이합니다.
스페인의 제과들은 대부분 올리브유에 튀기고,
계피와 레몬으로 향을 내는 게 특징이지요.
살짝 느끼할 수도 있는데, 또 나름 고소하고 이국적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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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부뉴엘로 by 호세초 선생님>
* 재료
- 물 250g
- 버터 75g
- 밀가루 150g
- 달걀 6개
- 소금 1t
- 설탕 1t
* 만들기
- 찬물에 버터 넣고 버터가 녹을 때까지 끓여주세요.
- 소금과 설탕도 넣고 녹여주세요.
- 밀가루를 한꺼번에 넣고 주걱으로 저어가며 섞습니다. 반죽이 되직해질때까지 저어주세요.
- 불에서 내리고 달걀을 하나씩 넣어가며 섞습니다.
- 반죽을 숟가락으로 모양을 잡아 약불에 은근히 튀겨냅니다.
- 반죽 표면이 갈라지고 노르스름해지면 건져서 설탕에 굴려주세요.
- 그냥 드셔도 좋고, 살짝 식혔다가 커스터드 크림이나 생크림을 짤주머니를 이용해서 채워주세요.
자글자글 끓고 있는 귀여운 슈들.
표면이 갈라지고 노릇해 질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합니다. 속이 잘 안 익을 수 있대요.
설탕에 살짝 굴려낸 슈 안에 커스터드 크림을 빵빵하게 채웁니다.
갓 튀겨낸 고소한 슈 안에,
바닐라향 가득한 신선한 커스터드 크림.
꼴깍.
뜨거운 슈와 차가운 커스터드 크림의 조화.
슈를 튀기니 명절에 갓 부친 전의 끄트머리에서 느낄 수 있는 달걀의 고소함이 느껴졌어요. ㅎㅎ
칼로리 높다고 잘 안 먹는 애들도 있는데, 저 는 그 자리에서 두 개나 먹어치웠어요.
죄없이 돌아간 성인의 숭고함을 기리고 먼저 간 가족의 존재를 되새기는
죽음을 기억하는 날에 이런 달디단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살아있음의 소중함을,
소중한 지금을 더 충만한 즐거움으로 보내자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이프 이즈 고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