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어요. 왔어....가을 무가 왔어요."
군만두와 밥
"무" 자로 시작하는 반찬이라며...
어디어디..?
쬬기 오른쪽 뒤에 흐릿하게 보이는 노란빛깔이 그래도 단" 무" 지 거든요. 단,무,지!!
어느 계절보다 먹거리가 풍성한 가을, 그 풍성한 먹거리 가운데 유독 가을에 먹어야
맛있는 채소가 있는데요,그게 바로 요즘 나오는 가을 무잖아요.
가을에 더 맛있다는 무 하나를 사서 일주일 동안 "무,무,무,무...무자"로 시작하는 반찬 물리게도 먹었네요.
군만두,단무지랑 먹는 밥이 왠말인가 싶지만 역시나 밥은 맛있어요.
"군만두에 간장 찍어 밥을 맛있게 먹는거야 너의 밥취향이지만 양이 너무 적지 않니?"
양이 적기도 하고 만두크기가 작기도 하죠.
2인 분,20개 사서 15개 그냥 먹고 남은 5개를 밥이랑 같이 먹는 중이었어요.
아시죠? 이 만두의 싸이즈...작아요.(막 요래요.)ㅋ
10개쯤 먹으면 슬슬 느낌함을 느끼면서 뭔지 모를 허전함이 밀려 오는데요,
이때쯤엔 기름 두른 팬에 노릇하게 구워주는 게 정답입니다.
바삭할 때 간장에 찍어 밥이랑 먹으면 맘에 드는 반찬 없을 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군만두 반찬이랍니다.
단무지가 이렇게 주연급으로 인정 받을 때도 드문데 군만두랑 밥을 먹을 땐 단무지가 있어야 제대로 맛있어요.
무자 들어가는 "단무지"얘긴 여기까지만 하고요 이제부터 진짜로 "무,무,무자로 시작하는 반찬" 얘길 좀 해 볼까요?
저요 생각없이 삽니다.
골 아픈 거 누가 좋아하고 머리 복잡한 거 누군들 좋아하겠어요? 그래서 저도 편하게 삽니다.
들어오는 길에 마트엘 들렸는데 무가 엄청 싸더라구요.
"오호, 가을 무가 또 맛있지." 하나 사고...
(세제가 원플러스,엄청 싸더라구요.)
"오호, 집에 세제가 떨어져 가고 있는데..." 하나 사고...
(무생채를 해 먹을려면 식초가 없는데...)
"오호,식초를 사야 하는데..." 하나 사고.."
"오라,우유도 떨어졌는데..." 하나 사고..
족히 2kg을 가볍게 넘길 큼직한 무랑 세제 1k,식초 작은 병, 우유 1리터..
거기에 내 가방(오만 잡 거 다 넣고 다닌다는....)
무거워도 너무 무거워서 집에 오자마자 무는 현관에 팽기쳤어요.
무거운 거 들고 와서 배는 더 고프고 일단 우유 한 잔 마셔 주고 우선 생각나는 무반찬을
부랴부랴 만들었지요.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이 모든 반찬은 이틀 동안 만들어서 일주일동안 먹은 무반찬이랍니다.
무새우조림
전에도 한 번 소개해 드린 적 있었는데요...
잔새우랑(민물잔새우가 없어서 새우장 담그는 새우로 대체)무랑 조림하면 너무 맛있는 거 아시죠?
재료는 물론 만드는 방법도 간단합니다.
무를 도톰하게 썰고 그 위에 (있으면 새우,없으면 안 넣어도 크게 상관 없는) 새우를 얹고..
그 위에 양념간장을 끼얹고 물을 살짝 두른 후 조림하면 됩니다.
양념간장엔 간장,파,마늘,참깨,후추,들기름 살짝...단맛을 좋아하시면 단맛나는 매실청,물엿,설탕정도 약간
넣고 양념장을 만들면 됩니다.
양념장을 끼얹어 조림하면 이런 상태가 되는데요..
무를 타지 않게 투명해 질때까지 조림하면 됩니다.
아시죠? 가을 무의 달달함을요..
무오징어초무침
무,오이를 소금,설탕,다진마늘을 넣고 마리네이드 합니다.
오이랑 무에 맛이 들면 국물을 꼭 짜고 데친 오징어를 넣고 초무침을 합니다.
양념고추장으론...
고추장,고춧가루,간장,액젓,설탕,파,마늘,깨소금....마지막에 참기름
미리 만들어 고춧가루를 부드럽게 불려 주는 게 포인트랍니다.
마리네이드 한 무랑 오이를 씹으면 맛있는 맛이 주르륵 나오는데요...
가을 무가 맛있으니 역시 초무침도 맛있어요.
무숙채
무는 썰어 소금물에 데친 후...
표고버섯(있어서,얼른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 넣었어요.없으면 당연히 생략가능합니다.)
소금물에 무가 설컹할 정도로만 데친 후 들기름 넉넉히 두른팬에 우선 다진마늘을 볶다가
데친 무랑 표고버섯,천연조미료(멸치,표고,가쯔오부시를 갈아서 만든 조미료)소금간을 하고
무에서 뽀얀 국물이 나오고 무가 투명해 질때까지 볶아줍니다.
무가 다 볶아졌으면 깨소금과 중파 푸른부분 약간 넣고 마무리..
이런 느낌의 무숙채가 완성 됐어요.
무가 푹 무른 걸 좋아하시면 오래오래 뚜껑을 덮어 익히시면 됩니다.
무생채
생채와 숙채의 차이는 아시죠?
생채는 생으로 그냥 먹는 거, 숙채는 익혀서 먹는 걸 말합니다.
무에 갖은 양념(고춧가루,액젓,다진마늘,대파.....) 넣고 무침합니다.
기호에 따라서 설탕과 식초를 넣고 초무침을 해서 먹기도 하는데..
저는 오징어초무침을 이미 한터라 그냥 담백하게 무침을 했어요.
간보다 보니 흰 쌀밥 생각이 어찌나 나던지..?
눈알이 빙글빙글....
늦은 밤이기도 했지만 정신이 밥 생각에 혼란스러웠었어요.
사진처럼 말이죠.
숙채와 생채....
두 가지 다 아직 맛있는데...
점점점...어릴 적에 싫었던 숙채의 부드러운 느낌이 좋아집니다.
어릴 적엔 그 물컹하면서도 어정쩡한 무의 단맛이 싫었는데 말이죠.
무 넣고 만들 수 있는 반찬 뭐 없을까 냉장고를 꼼꼼하게 뒤져보니
없는 거 빼놓고 역시나 다 있더군요.
억 만 년전부터 있었던 냉동 오징어..
반은 오징어 초무침으로,나머지 반은 오징어 매운탕으로 씽씽...
무오징어매운탕
고추장 물에 나박나박 썰은 무를 넣고 할 수 있는, 넣을 수 있는 양념(다진마늘,후추...)은 다 넣고 무가 투명해 질때까지 끓인 후....
콩나물,오징어를 넣고 오징어 다리가 하얗게 되면 부족한 간을 맞추고
마지막에 쑥갓 얹고 고춧가루 솔솔 뿌리면 끝...
오징어로 끓이는 매운탕도 크게 비린맛 없고 괜찮터라구요.
가끔가는 감자탕집에 쌩뚱맞게 순두부찌개가 있는데..
순두부찌개가 있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여러사람들과 감자탕을 먹으러 왔는데 감자탕의 냄새와 맛,유독 감자탕의 비쥬얼이 맘에 안 드는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순두부찌개는 있어야 겠더라.
그 집에서 저도 유연찮게 순두부찌개를 먹어 보게됐는데..
그 집의 순두부찌개는 이랬어요.
순두부찌개에 무랑 새우젓이 들어갔는데...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콩나물도 들어갔고 애호박,계란도 들어갔는데..
마치 자취하는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번 냉장고 청소를 위해 있는 거,남는 거 모두 쓸어 넣고
만든 잡탕찌개 같은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맛은 감자탕 못지 않게 괜찮터라구요.
한 번 맛 본 후 나는 서너 번 더 그 집에 쓸어 넣고 끓인듯한 순두부찌개를 맛봤었어요.
내가 쓸어 넣고 끓인 이 순두부 찌개에선 그 집 맛이 나진 않았지만
그저 집에 있는 재료들만 쓸어 넣고 끓인 찌개치고는 괜찮았어요.
이 순두부찌개를 끓인 날은 밥솥에 밥도 없었고 넘치게 있던 햇반도 없어서
결국 버글버글 끓는 뚝배기를 상에 올려 놓고 냉동실에 있던 크린베리 빵을 뜯어 새우젓 맛과 향이
나는 순두부찌개를 빵에 적셔서 꼴까닥 넘겨야 했다.
찌개가 어찌나 아깝던지..
이 밥상에선 "무"자로 시작하는 반찬은 뭔데?
모르실까봐 파란색깔로 원 그리고 노란색깔로 반짝이 표시 해 놨어요.
"묵은 깍두기 돈육볶음"
이라고 음식명을 써놓고 보니 "무"자가 안 들어가네요.ㅋ
그래서 다시 씁니다.
묵은 사각"무"김치 돈육볶음 ..
부추 한 단 사서 알뜰하게 먹겠다며 결국 담았던 부추깍두기..
담가놓고 잊고있다 갑자기 생각나 냉장고 찾아보니 깍두기통이 "사,라,졌,다."
"도대체 누가 내 깍두기를 먹었을까? 도대체 누가?"
코딱지 만한 방을 며칠밤 뒤지고 뒤져도 나오지 않아 "내가 먹었다."란 결론을 내리고
잊어버리고 있던 어느 날!!
책상밑(테이블보가 덮여져 있는)에서 발견된 깍두기 통...
약 한 달여.......컴컴한 책상밑에서 푸---욱 잘도 익었네요.
이랬던 깍두기는 결국 버리기엔 너무 아까워서 볶음으로 탄생
푸===욱 끓여 봤지요.
그냥 버렸으면 어쩔뻔 했나 싶게 맛있더군요.
무숙채를 넣은 비빔국수
안동에 "헛제사밥"이란 게 있잖아요.
제삿상에 올려지는 고춧가루 들어가지 않은 나물들을 간장에 비벼서 먹는거요.
무나물 보니 그거 생각이 나서 비빔국수를 해봤는데요..
호박과 무에서 천연 단맛이 나와서 무숙채 넉넉할 땐 비빔국수 해서 드셔도 될 것 같아요.
1.호박은 굵은 채를 썰어서 소금,후추간을 해서 볶아 줍니다.
2.비빔양념간장엔 간장,파,다진마늘,깨소금,참기름,후추 약간을 넣고 만듭니다.
3.삶아 헹군 소면에 준비한 재료들을 넣고 양념간장에 무침해 줍니다.
4.나중에 김가루를 넣고 무침하면 이렇게 되는데요...
무와 호박에서 단맛이 나서 묘한 맛이 났어요.
맛있었냐구요...?
크기는 제 팔길이 정도 ,두께는 제 허벅지 두께 정도 될만큼 어마어마한 크기의 무를 한 개 샀는데요.
남겼다가는 또 버려지 게 될까봐 부지런히 무반찬을 해봤어요.
무가 많을 때, 빨리 먹어야 할 땐 무숙채만큼 좋은 게 없겠더라구요.
밥이랑 먹어도 맛있고 저처럼 비빔국수에 넣어도 괜찮은데요,
밖에서 먹는 짜고,달고,매운 맛에 지쳐 계신 분들 은 한 번쯤 몸속 힐링을 위해 드셔 봐도
좋을 듯 해요.
짜거나 달거나 맵지 않으니 아가들 있는 집은 해서 드셔도 될 것 같고요..
무,무,무자로 시작하는 반찬은..?
무생채,무숙채,무새우조림,무오징어초무침,무오징어찌개,묵은 무김치볶음....밖에 없네요.
가을 무가 맛있다는 거 다 잘 아시죠?
생선 넣지 않고 무만 조림해도 맛있고 무생채,무숙채는 꼭 먹고 이 가을 보내줘야 할 것
처럼 맛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