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 가을에 먹으면 젤 맛있고, 더 맛있는 거..
뭐가 있을까요?
"가을 전어 대가리엔 깨가 서 말" 이라는 둥...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갔던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둥...
이런 말들을 짐작해 보면 가을엔 전어를 꼭 맛봐야 할 것 같은데..
제가 맛 본 전어는 왜 고소함도 없고 집으로 돌아올 것 같은 맛이 아니었을까요?
혹시 미끼였을까요?
제가 맛 본 가을 전어의 맛은 글쎄요....
가
을
호
박
애호박을 넣은 현미죽인데요..
엄마가 호박잎에 싸서 주신 애호박 2개를 근 2주일 동안 부지런히 먹고도 남아서
친구가 아가에게 만들어 먹였던 시퍼러딩딩한 애호박이유식을
어른이 먹는 "호박현미죽"으로 비슷하게 만들어 본겁니다.
맛이 어땠을까요?
남들 다해서 먹는 애호박 볶음,무침을 저도 자취생 대표로 소개해 봅니다.
이 반찬에서 맛을 느끼면 당신은 30대!!
1.애호박새우젓볶음
호박을 들기름과 대파,마늘을 넣고 달달달 볶은 후....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면 끝..간단하죠.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볼까요?
ㄱ.애호박을 도톰하게 썬다.
ㄴ.도톰하게 썬 애호박에 대파,마늘을 넣고 들기름에 볶는다.
ㄷ.새우젓으로 간을 맞춘다.
ㄹ.매운맛과 색깔을 위해 홍고추(건홍고추)를 몇 개 넣어준다.
좀 더 푹 익혀도 괜찮은데..
저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ㅋㅋㅋ 너무 푹 익은 나물은 별로더라구요.
아직 나이가 어려서요...
아직 물렁한 식감이 별로네요.
어쩜 새우젓을 무지 싫어라 하시는 분들은 "이게 뭔 반찬이래?" 하실 수 있으시겠지만
달달한 가을 호박과 들기름,새우젓.....너무 멋진 궁합이거든요.
이렇게 넉넉하게 볶아서 한 번은 밥에 비벼서 먹고 남은 건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혔어요.
맥주 안주로 맛있게 먹을려고요.
2.애호박무침
반달썰기한 호박을 역시나 들기름에 앞,뒤 노릇하게 구운 후..
갖은양념(파,마늘,액젓,마른고추,깨소금)으로 조물조물 무치면 끝..
난,액젓이 싫다하시면,간장 넣으셔도 됩니다.
난, 간장도 싫다하시면 소금으로 무침하셔도 됩니다.
난,간장,소금도 싫고 고춧가루만 넣고 무치고 싶다 하시면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그렇게 무침하면 맛대가리가 없어요. 주의하세요.ㅋㅋ
이거 한 접시 먹겠다고 부침하고 무침하고...
"아...후"" 번거롭지만 사실 이 반찬은 호박이 있을때나 마침 생각나는 효녀 반찬이라서
있을 땐 귀찮은 거 잠시 잊고 만들면 맛있게 먹을 수 있잖아요.
이렇게 해 먹고도 남으면...?
3.애호박밀가루전
계란옷 입히지 않고 마른 밀가루와 밀가루 반죽 입혀서
역시나 들기름에 지짐하면 이거 또한 별미거든요.
지글지글...
이건 들기름에 부침을 해야 맛있는데요..
계란물 입힌 거 보다는 담백하고 밀가루 반죽에 소금간을 해서 아주 밋밋하지 않고
그냥 먹어도 달달하니 호박 있을 땐 이렇게 간단하게 부침해서 먹어도 괜찮겠더라구요.
이건 애호박 이유식을 보고 만들었던 맨 위에
4. 애호박현미죽
1.현미밥에 마늘,표고버섯을 참기름에 달달달 볶은 후..
2.물을 밥양의 2.5배 정도 넣고 부글부글 현미밥이 풀어질 때까지 끓여 줍니다.
5."천연조미료"(멸치,가쯔오부시,표고버섯을 갈아 만든 거)를 넣고 소금간 정도 하고 마무리..
천연조미료 없으시면 참기름 한 방울 정도 넣으셔도 될 거 같아요.
고소한 맛에 꿀꺽...
아이에게 먹이는데 아이가 인상을 쓰면서 두 입술을 꽉 무는 걸 봤어요.
색깔이 좀 그래서...
"뭘 넣었길래 색깔이 이래?" 그랬더니..
애호박을 갈았서 죽을 만들었는데 아가가 잘 안 먹는다 하더라구요..
"애도 입맛이란 게 있는데 맛이 있겠냐?" 제 말에 친구가 떠서 맛을 보더니..
지도 맛이 없다며 입술 다문 아가에게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뚜껑을 덮더라구요.
호박의 맛은 역시 나이가 들어야 알게 되나 봅니다.
곱게 썰은 깻잎과 깨소금 정도 얹고 마무리...
호박밀가루전과 함께 간편하진 않지만 조촐한 저녁을..
자주 맵고,짜고,단맛이 강한 맛을 먹게 되는데 어쩌다 가끔은 이런 밋밋한 맛으로
입안은 물론 속도 좀 편하게 하는 것도 괜찮을 듯 해요.
뭐....별미라면 별미고요..
남들 다 해서 먹는 애호박반찬은 여기까지 랍니다.
다행인지 이제 애호박이 없거든요. 휴휴....
여기저기에 "가을 전어"란 글귀가 자주 보이니 맛은 또 봐야겠죠?
매년 속으면서도 매년 먹게 되는 전어,언제쯤 전어 대가리에서 깨 서말의 맛을 느낄 수 있을까요?
가을 전어를 샀어요.
너무 크지도,너무 작지도 않은 죽은 전어...
회로 먹고 싶지만 이미 눈알이 흐릿하신 거 보니 돌아가신지 좀 됐다 싶어 고민없이 구이를 했죠.
뒷태는 이래요.
전어는 성격이 급해서 물밖으로 나오면 바로 죽는다는 소린 들었는데..
다른 건 잘 모르겠는데 눈알을 보니 시간이 좀 된 거 같더라구요.
비린내야..여전히 나고요.
눈알 씻어 주고..
비늘 벗겨내고 칼집내서 굵은 소금 술술 뿌려 잠깐 재워뒀다가 구웠어요.
한쪽에서 돈고추장불고기를 하고..
다른 한쪽에선 전어가 구워지고...
저녁,대단히 근사하겠다 싶었어요....
고기도 있고,생선도 있고....
제 마음이 이 사진 색깔처럼 회색빛이더군요.
왼쪽에 구운 전어는 배가 터지면서 나는 비린내...
거기다 너무 작지도 않은 손바닥 크기의 전어였는데 막상 구우니 먹을 게 없어도 너무 없더라구요.
이런...된장할...
가을 전어, 도대체 집 나간 며느리는 어찌해서 전어 굽는 냄새에 집으로 다시 돌아올까요? 어째서...
전어구이!! 맛,이,없,어,요....맛이..
조금 살점 떼어 바로 상에서 내려놨어요.
고소함도 없고 비린내만 있는....
비리고 맛이 없어서 결국 밥 말아서 먹으면 젤 맛있다는 그 라면 끓여 찬밥 말아서
두 배로 잘 먹고 푹,잘 잤네요.
(밥이 작아서 크린베리빵으로 부족한 거 채울려고 했었거든요. 근데 전어가 저 모양이니...)
찬바람 슬슬 부니 청국장찌개 생각도 자연스럽게 납니다.
청국장과 흰쌀밥.....그리고 비엔나대파볶음,진미채조림...
제가 좋아하는 반찬 다 모아모아서....
(혼자 사니 이런 건 좋네요. 내가 좋아하는 반찬만 골라서 ....)
아직도,여전히 집나간 며느리가 왜 전어 굽는 냄새때문에 돌아오는지 이유를 모르는 1인입니다.
어찌어찌해서 친정,시댁에서 끓여 먹었던 청국장 생각이 나서 돌아온다고 하면 모를까 말이죠.
아침,저녁으로 쌀쌀은 해도 덥지 않고 모기 없어서 잠자기 좋고...
무엇보다 먹거리 많아서 어느 계절보다 좋은 요즘이네요.
그치만 뭘 먹을까 고민은 매일매일 해야하는 나는야 자취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