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해주는 음식을 참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이 있어요. 제겐 그 누구보다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에요. 그래서 종종 도시락을 만들어요. 얼마 전에 키톡에서 본 감자크로켓을 다음 도시락엔 추가해야겠어요. 아무튼, 그 도시락을 쌀 때마다 옆에서 관심을 보였던 이가 있었어요. 바로 동생... 참 신기한 건 저의 그녀도 빵을 만들 때 간을 보지 않는데, 그 얘기를 들으면서 참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저도 음식을 만들 때 간을 잘 안 봐요. 그래서 간보기를 동생에게 시키곤 했어요. 녀석이 며칠 전부터 예전 제가 도시락 만들 때 그 고추잡채가 먹고 싶다 하더라고요. 그리고 오늘 귀가했더니 재료를 사다가 놨더라고요. 사실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하는 게 살짝 귀찮은 구석도 있지만, 이상하게 맛있게 먹어주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음식 만드는 것도 재미도 있고. 어쨌든 비루한 실력이고 처음 글을 올릴 때처럼 살짝 주눅이 들지만, 이번엔 과정샷까지 한 번 올려볼게요.
잡채용 돼지고기 한 팩이에요. 핏기를 제거하려고 키친타올 위에 올려놨어요.
이렇게 감싸서 좀 놓아두고,
피망이랑 고추, 양파를 씻어서 준비했어요. 도마는 씻기 귀찮아서 저렇게 깔판만 깔고 칼질을 했는데... 이렇게 보니 참 없어 보이네요;;;
채소는 최대한 가늘게 썰었어요. 근데 칼질이 서툴러서 그리 가늘지도 균일하지도 않았어요.
핏기를 제거한 고기에 후추랑 소금을 뿌려서 밑간을 하고, 전분(고구마)을 살짝 입힐 거예요. 찾아보니 전분은 고구마 전분 뿐이어서 저걸로 했는데 맞나 모르겠어요.
이렇게 옷을 입히고,
고추기름이 없어서 당황했으나 고추가루를 식용유에 볶아서 비슷하게 만들었어요. 예전에도 고추기름이 없어서 해봤는데 불을 세게 했는지 금방 타버리더라고요. 그래서 불을 최대한 약하게 하고 볶았어요.
먼저 고기를 볶고,
준비해둔 채소를 넣었어요. 피망, 고추, 양파 순으로 넣었는데 맞나 모르겠어요. 딱딱하고 잘 익지 않는 것부터 넣으라고 했던 게 생각나서 피망, 고추, 양파 순으로...
야채의 숨이 살짝 죽어갈 때쯤 뭔가 걸죽해야 할 거 같아서 전분가루를 물이랑 섞고,
뿌렸어요. 걸죽한 느낌이 나긴 했는데 나중에 동생이 걸죽한 게 차라리 없던 게 좋았을 거 같다고... 처음에 했을 때가 더 좋았다고... (하아... 그냥 먹어라... -_-+)
접시에 요렇게 담으면 끝.
다른 분들처럼 중량도 적고 양념도 계량해서 적고 하고 싶은데 팩은 개봉하고 바로 재활용함으로 버렸고 양념은 눈대중으로 넣어서;;; 쭉 다시 읽어보니 야매 분위기가 물씬 풍기네요. 그래도 맛은 얼추 있어요.
열대야에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최고인 거 같아요. 사실 전 다이어트 중이라 맥주만 마셨어요. 실컷 먹고 있는 동생 접시를 뺏어서 사진만 찍고 돌려줬어요. ㅋㅋㅋ 먹을 땐 멍뭉이도 안 건든다나 뭐라나 그래도 꿋꿋하게 사진을 찍었죠.
처음에도 그랬지만 사실 조금 떨려요. 어떤 댓글이 달릴까, 접시며 요리며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서 얼른 잠자리로 도망가야겠어요.
p.s> 좋은 글에는 향기가 담겨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그런 글을 읽으면 향기 때문인지 마음이 좋아지죠. 좋은 음식은 말할 것도 없죠. 누군가를 위해 혹은 자신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기쁘게 먹는다는 것, 그게 조금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게 생활이 아닌 삶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하는 누군가는 단순히 밥을 주는 사람이 아닌 가족들을 삶으로 인도하는 거겠죠. 사족이 길었네요. 그럼 평안한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