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7월 장마에 뭐 해 드시나요?

| 조회수 : 11,021 | 추천수 : 1
작성일 : 2013-07-16 16:05:33

#1

K가 왔던 어느 토요일 저녁

골뱅이 소면에 캔맥주를 곁들였다.

장마철에도 골뱅이 소면에 맥주 진리의 맛!


 

 

#2

일요일 아침 텃밭에서 따온 깻잎, 미나리, 고추로

깻잎전도 하고 미나리와 깻잎 무침도 하고 고추와 함께 볶은 깻잎 반찬.

찐 감자와 물김치까지.

 




 

일요일 늦은 아침 겸 점심상차림

 

 

#3

“20년을 넘게 살아도 그 고약한 성질은 도대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나의 ‘버럭’질이 있었다. 그 여파로 며칠간 불편함이 이어지던 어느 날.

퇴근 후 H씨가 빚은 찐만두에 맥주 한 잔하고 잠시 그친 비 사이로 산책을 했다.


 

-짜증 낼 때 마다 뭔가 벌칙을 정합시다. 그래야 좀 덜 하지 않겠어.

반성문 10장 쓰기든, 청소하기든……. 어때요? 하는 H씨 말에.

 

-청소가 벌칙인건 이상하잖아. 어차피 하는 건데.

반성문이라는 것도 반성보다 듣기 좋은 말만 쓰게 되는 거고

차라리‘벽보고 서있기’. 내가 짜증내거나 버럭 댈 것 같으면 말해요.

바로 벽보고 5분 서 있을 게.

 

-5분은 짧아, 10분?

 

-좋아요.

 

그렇게 내겐 생애 최초의 벌칙이라는 게 생겼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엔 H씨가 1분간 벽보고 서있기다.

‘나이 들수록 좀 더 차분해지고 너그러워지자’ 다짐하지만

어느 순간 이걸 놓치곤 한다. 이상하게도 가까운 사람일수록 잘 놓치게 된다.

정말 벽보고 반성할 일이다.

 


 

찬밥이 좀 적다 싶게 남은 날은

양푼에 부추며 깻잎 잔뜩 넣고 얼른 부침개 두어 장 부쳐

풋고추에 근대 잎에 쌈 싸 먹는 저녁상도 요즘 같은 날은 좋다.

불을 최소한을 써서 좋고 후다닥 금방 차릴 수 있어 좋다.

이런 날 냉장고 들어있던 꽈리멸치볶음은 그저 자리만 차지하게 된다. ㅎ

 

------------------------------------------------------------------------------------------------- 

K에게

 

쨍한 햇볕이 그리울 만큼 흐리고 비오는 날이 연속이다.

생애 첫 혼자만의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딸에게 그냥 편지가 쓰고 싶었다.

 

언젠가 너의 고민과 불안에 대해 얘기하며 여행으로 이 모든 것을 미루고 있다는 말이 생각났어.

우선 이번 여행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라는 말부터 해주고 싶다.

왜냐하면 풀기 위해 충실했던 어제 없이 오늘 풀리는 문제는 없고 그 삶의 문제는 내일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네가 당면한 문제는 풀어야 할 수학문제나 정답이 있는 숙제가 아니란다.

‘지금’이라는 시간에 네가 선택해야 할 선택지에 지나지 않아.

그 선택을 위한 고민이 나쁜 건 아니지만 불안과 염려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고민은 필요 없는 거란다.

네 고민을 좀 더 풍부하고 깊이 있게 가져가고 싶다면, 실마리를 찾고 싶다면 ‘지금 여기’ 현재에 집중하렴.

아이야! 화장실에 앉아서는 화장실 문제에 온 힘을 다해야 하고 책을 볼 땐 책에 집중하는 거란다.

밥을 먹을 땐 식사자리에 집중하는 것, 고민이 있을 땐 그 고민 자리를 봐야 한다.

그래야 살면서 부딪치는 문제의 답(선택)을 구할 수 있단다.

 

‘집중하라’는 건 오랜 시간 붙들고 밤새워 고민하고 상담하고 토론하고 또 할까 말까 고민하라는 말이 아니다.

‘지금 여기’에서 문제는 문제대로 선택은 선택으로 맞이하는 태도,

문제와 선택 게다가 너의 이해득실까지 섞어서 현재를 바라보거나 과거에 얽매이거나 미래를 걱정하지 말라는 거다.

 

고민이 있다면 지금 하렴. 선택해야 한다면 지금 하렴. 너의 선택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지금 요청하렴.

지금해도 되는 것을 여행 가방에 싸지 말거라.

호기심 가득, 즐거워야 할 여행지에 네 삶의 염려와 걱정보따리를 가져가지 말거라. 여행은 그저 여행일 뿐이란다.

 

그래도 굳이 무언가 가져가고 싶다면,

혹 너의 염려와 걱정이 ‘우물 안 개구리의 하늘’은 아니었는지 의심하고 성찰하는 마음.

환한 웃음. 따뜻한 눈. 튼튼한 다리면 되지 않을까?

 

혼자 있는 여행지에서 너무 심심하고 무료해서 사색을 즐기고 싶어지면

‘사소한 것에 열과 성을 다하기’, ‘개인적, 이기적, 편파적, 제한적’이라는 말들을 떠올려 보렴.

 

‘사소한 것’에 대한 개인, 이기, 편파, 제한적 판단과 행동들은 없었는지 돌아보는 것? 재미있지 않을까.

혹시 편파적이고 제한적 감정이나 생각들에 묶여 사물과 관계의 실재를 제대로 못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닌지?

 네 가치판단들을 한 줄로 쭉~ 한 번 꾀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작은 구멍이 둑을 무너뜨릴 수 있듯, 사소한 것이 네 일상, 네 삶을 바꿔 놓을 수도 있단다.

사소한 것에 열과 성을 다해야 하는 까닭이다. 네가 여행지에 가져갈 책을 구한다면 내가 선물해도 될까?

 

사랑하는 딸

오늘도 행복하렴.

 


오늘 저녁은 감자와 호박을 넣은 고추장 찌개가 어떨까요?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미니네
    '13.7.16 4:33 PM

    오후에님은 딸에게 주는 편지로 책을 내셔도 될것 같아요. 그리고 일상얘기도 그냥 책에 나오는 내용 같네요. ㅎㅎ 글을 넘 잘 쓰시는 것 아닌가요? 늘 부러운 가족이네요...본받을 게 많아요.

  • 오후에
    '13.7.16 5:28 PM

    부러워 마소서...

    얼마나 버럭~ 대면 벌칙까지 정하겠습니까.. 이 나이에... 부끄러운 고백일뿐입니다. ㅠ.ㅠ

  • 2. Harmony
    '13.7.16 5:21 PM

    어흐흑! 다 맛난거네요.

    그런데 제가 요즘
    한방치료 받고있는데 밀가루음식 먹으면 안된다해서 소면이며 전이며 만두며 구경만 하다 갑니다.

    맨 마지막 호박감자찌개는 저녁에 해 봐야겠어요.

  • 오후에
    '13.7.16 5:29 PM

    호박 감자찌개 기대하겠습니다. ㅎ ㅎ

  • 3. 나누
    '13.7.16 10:44 PM

    나이가 들면서 오후에님의 밥상이 부럽네요. 저도 얼마전 남편의 '버럭질'(죄송하지만 오후에님 단어 도용합니다) 때문에 힘들었어요. 서로간의 소통에 문제가 생겨서 그런가, 중년의 위기감에서 오는 "화"때문인가,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점점 잦아지고, 뜬금없는 남편의 버럭에 쓸쓸함을 느껴요. 여자인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들의 고민이 있을까 싶어 괜스리 오후에님의 글에 "자게스러운" 댓글을 다네요. 항상 좋은 글, 정감가는 밥상 고맙습니다.

  • 오후에
    '13.7.17 12:19 PM

    버럭질은 왜 뜬금없고 잦아지는지 저도 모르겠답니다.
    처음엔 '동굴 속'에 있는 걸 건드려서 그렇다 설명했는데 잦아지는 걸 봐서는 아니더군요.
    조금 떨어져서 보면 참 맥락 없고 불필요한 성질부리기였고 짜증이었는데 이게 마음대로 통제가 안되니 씁쓸할뿐입니다. 그래서 10벽보고 서있기를 자청했습니다. '당신 지금 짜증부리고 있어'라고 말하면 바로 멈추고 심호흡이라도 해보려고요.

    남여의 문제가 아니라 나이들어 변해가는 어느 것에 대한 부적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 밥상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 4. candy
    '13.7.17 9:53 AM

    늘 잘 보고 있어요.
    속 편해지는 식탁 즐겁게 보고 갑니다.

  • 오후에
    '13.7.17 12:22 PM

    속 편해지는 식탁???????
    ㅎㅎ 속 편한 내과는 있던데... (농담입니다.)

    편안하게 봐주시니 감사. 더 열심히 포스팅해야겠습니다.
    속편해지신다 하니... 요즘은 속 시끄러운 게 제일 문제인 세상이라서요. ^^

  • 5. 필로소피아
    '13.7.17 10:36 AM

    밥이 애매하게 남은날~ 부침개 부쳐 비빔밥 좋네요
    전늘 애매하게 남은밥은 새밥할때 넣었었는데^^

  • 오후에
    '13.7.17 12:23 PM

    부침개 없어도 이것저것 마구 넣다보면 양이 많아집니다.

    새밥할때 남은 밥 넣기... 이거 저도 한번 따라해봐야겠네요.
    전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요?

    ^^

  • 6. 도도한장미
    '13.7.17 12:42 PM

    하나같이 다 맛나보여요. 정겨운 집밥 메뉴들이라 좋아요. ^ ^

  • 오후에
    '13.7.18 8:45 AM

    정겨운 집밥 메뉴... 요즘 집밥은 메뉴가 많이 달라져서요.
    좀 올드한 집밥 메뉴죠...

    그리고보니 이런 장마철이면 엄마가 해주던 호박부침개 생각이 납니다.
    곤로 옆에 붙어 앉아 반죽이 떨어질때까지 한 없이 먹곤했는데...
    그땐 비오는 날 기름냄새가 왜 그리 좋았는지 모르겠어요. ㅎㅎ

  • 7. 얌이
    '13.7.17 3:37 PM

    저희남편도 요즘 그러네요..갱년기라고하면서 ㅋㅋ좀 우울해보이기도하고..요즘 흐린날씨가 계속되고 있죠ㅠㅠ

    어제 산책길에서 남편이 오늘 빼고 이번주 내내 비예보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동기들과 전라도지방을 여행중인 딸은 그곳은 엄청쨍쨍한 날씨라고 하네요^^

    아참! 호박고추장찌게 오늘 저희집에서도 함끓여봐야겠어요^^맛있어보여요!!

  • 오후에
    '13.7.18 8:47 AM

    호박고추장찌개 맛있게 드셨습니까?

    어제도 오늘도 비가 계속되네요. 7월하면 그냥 비뿐이 생각 안나네요.
    이러다 또 얼마나 해볕이 뜨거울려고 이러는지... 흐림과 비오는 것 맑은 날이 적당히 섞이면 좋으련만...

  • 8. cactus0101
    '13.7.18 1:51 AM

    밥상들이 한결같이 제 침샘을 자극시킵니다.
    꼴깍꼴깍~~~

  • 오후에
    '13.7.18 8:49 AM

    애구 죄송... 새벽 시간인데 식욕을 자극했나봅니다.

    ^^

  • 9. 내일
    '13.7.18 7:39 AM

    오늘도 밥상 잘보고 갑니다
    골뱅이소면과 깻잎전 급 땡기네요~

    K양 여행길에 추천하시는 책
    저희에게도 풀어놔주세요~^^

  • 오후에
    '13.7.18 8:50 AM

    골뱅이 소면과 깻잎전... 저는 막걸리가 땡깁니다. ㅋㅋ

    두어권 골라볼까 하는데 아직 못 정했습니다.
    추천좀 해주세요.~

  • 10. 고독은 나의 힘
    '13.7.18 8:31 AM

    오후에님 저 몸조리중인데 댓글달려고 로그인했어요..

    지금 해도 되는 일들을 여행가방에 넣지 말거라..... 오늘의 명언입니다..

    오늘로서 20일 된 제 아들에게.. 저도 오늘부터 오후에님처럼 매일 '오늘도 행복하렴'이라고 말해줄래요..

  • 오후에
    '13.7.18 8:53 AM

    축하드려요.

    더블어 얼굴도 모르는 아저씨지만
    "아가, 오늘도 행복하렴"

  • 11. 시골아낙
    '13.7.18 8:31 AM

    저도 50고개를 서너해 넘기니 별거 아닌일에도 부아가 치밀어 오르면 버럭질을 하게 되더라구요.
    벽보고 10분 서있기~~~
    아하~~~

    그제 이른아침에
    유럽에서 학업을 하고 있는 아들래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앞날에 대한 걱정과 고민으로 술을 마시다보니
    집 생각이 나고
    가족들이 보고싶다고.....

    " 그래~~~ 한 잔 더 마시고 푹 자렴 "
    그리 말해주고
    그날 하루는 온종일 심란하였습니다.

  • 오후에
    '13.7.18 8:58 AM

    "그래 한잔 더 마시고 풀 자렴"

    아드님도 시골아낙님도 힘내시길...

    아이들이 하는 앞날에 대한 걱정과 고민은 한편 이해되지만 욕심이다 싶은 것도 있고
    그렇게 몰아가는 우리세대의 업이라는 생각도 들고 합니다. 그래서 씁쓸하죠.

  • 12. 하늘재
    '13.7.18 11:14 AM

    버럭질과 벌칙!! ㅎㅎㅎ

    사실 그런 벌칙 받지 않아도 버럭질...후 돌아서면
    이미 스스로에게 벌 받고 있지 않나요??

    후회,,, 와 마음 불편함 등등....
    그 보다 더한 벌칙이 어디 있겠어요??ㅋ

    인간관계에서 이럴까 저럴까 하는 선택의 고민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내게 좀 더 이익이 될것인가?? 하는 것들 이었어요..
    제 경우엔 말입니다....

    그럴땐 이렇게 결론 내립니다..
    결정 후 마음이 편안한 쪽으로~~

    다시 말하면,,,
    좀 손해 보는쪽으로...

    그러면 마음이 편안하더군요....

  • 오후에
    '13.7.18 5:03 PM

    버럭질 후 밀려온후회와 불편함 당해본 사람이 알죠.. ㅋㅋ

    벌칙은 버럭질이 끝난후가 아니라 시작전 또는 중간에라도 멈추기 위한 겁니다.
    너 지금 버럭댈 거 같아... 또는 너 지금 버럭대고 있어 하고 말해주는 순간 입닫고 벽보고 서있으려고요 ^^
    잘 될까 모르겠지만....

    저는 이럴까 저럴까 선택에 걸릴땐 그냥 맘편히 동전 던지는 편입니다.
    경험상 결과의 차이가 없더라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087 맛있게 먹고 살았던 9월과 10월의 코코몽 이야기 13 코코몽 2024.11.22 5,722 0
41086 82에서 추천해주신행복 39 ··· 2024.11.18 11,823 4
41085 50대 수영 배우기 + 반찬 몇가지 35 Alison 2024.11.12 14,047 5
41084 가을 반찬 21 이호례 2024.11.11 10,049 2
41083 올핸 무를 사야 할까봐요 ^^; 10 필로소피아 2024.11.11 8,011 2
41082 이토록 사소한 행복 35 백만순이 2024.11.10 8,658 2
41081 177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10월 분식세트= 어 김.. 12 행복나눔미소 2024.11.08 3,459 4
41080 바야흐로 김장철 10 꽃게 2024.11.08 5,698 2
41079 깊어가는 가을 18 메이그린 2024.11.04 9,924 4
41078 드라마와 영화속 음식 따라하기 25 차이윈 2024.11.04 8,622 6
41077 아우 한우 너무 맛있네요.. 9 라일락꽃향기 2024.10.31 7,567 2
41076 똑똑 .... 가을이 다 가기전에 찾아왔어예 30 주니엄마 2024.10.29 10,206 6
41075 10월 먹고사는 이야기 12 모하나 2024.10.29 7,277 2
41074 무장비 베이킹…호두크랜베리빵… 12 은초롱 2024.10.28 6,554 5
41073 오랜만이네요~~ 6 김명진 2024.10.28 6,161 3
41072 혼저 합니다~ 17 필로소피아 2024.10.26 6,181 4
41071 이탈리아 여행에서 먹은 것들(와이너리와 식자재) 24 방구석요정 2024.10.26 5,153 3
41070 오늘은 친정엄마, 그리고 장기요양제도 18 꽃게 2024.10.22 10,123 4
41069 무장비 베이킹…소프트 바게트 구워봤어요 14 은초롱 2024.10.22 5,651 2
41068 만들어 맛있었던 음식들 40 ··· 2024.10.22 8,585 5
41067 캠핑 독립 +브라질 치즈빵 40 Alison 2024.10.21 6,071 7
41066 호박파이랑 사과파이중에 저는 사과파이요 11 602호 2024.10.20 3,478 2
41065 어머니 점심, 그리고 요양원 이야기 33 꽃게 2024.10.20 6,261 6
41064 고기 가득 만두 (테니스 이야기도...) 17 항상감사 2024.10.20 4,172 4
41063 오늘 아침 미니 오븐에 구운 빵 14 은초롱 2024.10.16 7,865 2
41062 여전한 백수 25 고고 2024.10.15 7,514 4
41061 과일에 진심인 사람의 과일밥상 24 18층여자 2024.10.15 8,536 3
41060 요리조아 18 영도댁 2024.10.15 5,504 3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