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이따끔 싸주는 도시락입니다.
가끔 혼자 농장에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때는
아내가 대충 끼니꺼리를 챙겨 줍니다.
그저 흔히 먹는 것들......
고추, 마늘, 상추, 고등어, 묵은지, 김, 밥에 미역국......
웬만한 것은 농장에서 찾아 먹을 수 있는 것들이지만
바쁘게 일을 하다보면 그마저도 먹기 힘드니
일부러 도시락에 챙겨 넣어 줍니다.
다행히도 아내는 그런 사실을 모르는 모양입니다.
남편이 얼렁 가야 마누라 팔자가 핀다는 사실을......
요즘은 이래저래 먹을것이 넘치는 시기입니다.
풋고추에 감자, 호박, 가지, 오이......
가급적이면 닭똥도 뿌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중인데
그래서인지 단맛이 제법 강한 편입니다.
감자와 호박, 풋고추 몇개에 양파와 돼지고기를 넣고
고추장과 약간의 된장을 넣어 끓인
일명 토장국은 감칠맛이 나서 더운 여름의 입맛을 살려 주기도 합니다.
특히나 오이와 가지는
출출할때 혹은 갈증이 날때 따먹으면 아주 좋습니다.
요즘은 또 어떤 녀석들인지
공구를 올려놓는 선반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5월 천막입구에서
박새가 다섯마리의 새끼를 까서 나가더니
그자리에 다시 곤줄박이가
또 다섯마리의 새끼를 까서 나가고......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것들이 남의 집에 세들어 살고서는
임차료 한푼 안내고 야반도주했다는 것......
요즘은 농장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녀석들만 보면
혹시 저녀석이 그녀석들이 아닐까~
밀린 월세 받을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합니다.
요건 제가 요즘 즐겨마시는 차입니다.
환삼덩굴이라 해서 논밭둑에 징그럽게 퍼지는 잡초인데
대부분의 환삼덩굴의 삶은 마지막이 제초제로 장식됩니다.
하도 귀찮게 자라고 이리저리 뻗든 가시덩굴이니
농부들은 제초제라도 뿌려 이녀석들을 고사시키는데
어찌나 생명력이 강한지 다음해 그자리에 또 나오곤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고혈압에 특효라고 합니다.
이파리 툭툭 꺽어다가 그늘에 꾸둑하게 말린후에
녹차를 마시듯
끓는 물을 조금 식힌 후에 이파리를 넣어 우려내어 차처럼 마시는데
고혈압내력이 있는 우리 집안을 감안해서
지금부터 미리 마셔두는 중입니다.
농부의 정년퇴직 100세로 잡고보면
그 이후로도 2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그때까지 아프다가 죽으면 않되기에......
이걸 제대로 말려 가루내어 먹으면
오래된 고혈압도 한달이면 거뜬히 낫는다고도 하는데
그게 뭐~ 좀 과장된 측면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 그냥 제가 편한방식으로 차처럼 마시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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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암환자분들이 쇠비름이 좋다고 해서 사드시는 경우가 많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쇠비름마저도 요즘은 요소비료 팍팍 뿌려주며 키우는 것들입니다.
몸에 좋다는 쇠비름은 그저 자연상태에서
지가 상황이 되는대로 알아서 크는 것들입니다.
화학비료 듬뿍 주어 빨리 크게 하는 것들은 오히려 몸을 해친다는......
쇠비름에 버금가는 것이 질경이와 명아주라고 합니다.
마트에서 쇠비름 사드시는 것 보담은
조금 시간내시어 질경이를 뜯어 나물로 드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대인에게 들깨와 들깻잎 들기름등은
그 어떤 양약보다 건강에 필수입니다.
요건 산딸기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무딸기......
시큼달콤하니 진짜 산딸기보담은 신맛이 강한데
농장에는 산딸기가 없어 심심할땐 이거라도 따먹습니다.
산딸기하면 작은누나가 생각납니다.
어릴적 산딸기를 따러가면
누나는 그릇에 열심히 따서 차곡히 담는데
저는 그제 제 뱃속에 담기에 바빴던 시절......
그걸 한그릇 따다가 설탕에 버무려 두어시간 재어두었다가
부모님과 함께 먹곤 했었습니다.
그 아무생각없던 꼬마의 마빡이 벗겨지고 흰머리가 생기는 중에
작은누나도 백발이 되어 버렸네요.
가난해도 행복했던 그 시절이
너무 풍요롭다 싶은 지금에 와서 그리워지는 것은 무엇때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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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채소는 그렇게 푸르지 않다 이던가 하는 책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먹는 것들은 결코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농사일을 하는 내내 깨닫게 됩니다.
다음세대를 위해 그야말로 치열하게 노력한다는 것~
올봄에는 진도농부라는 분이 상품성이 없는 것이라며
대파를 한박스 보내주신 적이 있었는데 얼마나 향이 좋은지......
저라면 마트의 잘생긴 대파대신
그 상품성없는 대파를 사먹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못생겨도 맛은 좋다는 카피던가~
문구를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못생겨야 맛이 좋다고......
너무 풍요로운 시대의 물결에 휩쌓인채
우리는 그 못생긴 것들의 내면에 숨어있는 진정한 가치를
스치듯 간과하는 것은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