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하며 H씨에게 전화를 했다.
바쁜 건지, 운전 중인지 전화를 안 받는다.
집에 도착하니, H씨 “나도 방금 왔는데” 하며 반겨준다.
“비빔국수 하려는데…….” 하며 물 올리기에 “외식합시다. 파스타.”라 했다.
“웬 파스타?” 되묻는 H씨에게
“그냥, 내일 어버이 날인데 부모인 우리끼리 자축하고 위로나 하자고”
대답한 연유로 어제 저녁은 아주 비싼 외식을 하게 되었다.
H씨 추천하는 파스타 가게로 향했는데 정기 휴일이란다.
근처 한 바퀴 돌았으나 카페나 다른 곳은 많은데 파스타 집이 안 보인다.
“꼭 파스타 먹고 싶은 거면 다른 곳으로 가자”는 H씨에게
“그 정도는 아니고 파스타 포기, 다른 것 먹고 커피나 합시다.” 라며
들어간 곳이 들깨수제비 집이였다. 그런데 양이 아주 많았다.
H씨는 남기고 나는 배불러 씩씩거릴 정도로.
해질녘 불어오는 바람이 좋기도 하고 배도 부르기에 둘이 좀 걸었다.
묵 논에서 들려오는 개구리 울음은 요란해도 어스름 저녁 무렵 산책길은 호젓했다.
H씨 살며시 내손을 잡는다. “아무도 없는데 좀 다정하게 가지?” 하며.
“왜 이러시나. 젊어서도 잘 안하던 걸” 농을 던지고 “뭐? 다정하게 걷자고” H씨 답하며.
‘하하 호호’ 기분 좋게 30여분 걸었다.
나는 커피, H씨는 허브 차 시켜놓고 산책 후 한담을 두런두런.
9시가 돼가기에 차에 타려는데 와이퍼 사이에 끼어 있는 종이쪽지.
‘주 ․ 차 ․ 위 ․ 반’
H씨 “비싼 저녁 먹었네!” 한다.
아침, 점심을 모두 거르고 오후 3시쯤 집에 도착한다는 K를 위해 준비한 간식
오전에 텃밭서 뜯어온 상추, 쑥갓, 부추 따위를 깔고 두부는 끓는 물에 데워.
등심 한 조각 구워 두부위에 올리고 돌미나리 한 가닥씩.
소스는 간장과 마늘, 설탕, 올리브유, 식초에 포도즙을 넣어 블렌더로 휘리릭~~
다시마육수에 도토리가루 섞은 밀가루 쑥반죽으로 감자수제비를 먹었던 토요일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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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버지께
어버이 날입니다.
요 며칠 기온이 올라 따뜻한 봄날을 만끽합니다.
오늘도 날이 좋습니다.
어제 저녁은 에미와 밖에서 했습니다.
파스타 먹으려다 들깨 수제비를 먹었습니다.
어쩌면 ‘집에서 간단히 해먹을 수 있는 걸 비싼 돈 주고…….’
한 말씀 하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K는 기숙사에 나가 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기억하시는 것처럼 여전히 예쁩니다.
저를 닮았는지 무심한 편이라 가끔 서운하게도 만듭니다.
그런 저 때문에 어머님도 서운하셨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타고난 성품인가 싶어 ‘그만그만하다’ 넘기고 있습니다.
외동이라 조금은 ‘무심한 성정이 덜 외로움 타지 않을까.’ 위로하면서 말입니다.
그래도 어버이 날이라고 ‘축하한다.’는 문자가 오전에 왔습니다.
저녁에 집에 올까 했는데, ‘학회가 있어 못 올 것 같다’는 전갈과 함께요.
밥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잘 먹지만
여전히 새 모이 먹듯 딱 그만큼만 먹고 있습니다.
엄마! 아버지! 그냥 불러 보고 싶었습니다.
‘엄마, 밥 줘’ 이 말을 장난이라도 다시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