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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미치도록 화창한 날

| 조회수 : 11,907 | 추천수 : 4
작성일 : 2013-05-06 15:46:49

미치도록 화창한 날이다.

꽃 꽂고 뛰쳐나가도 아무도 뭐라 안 할 것 같은 5월이다.

올 듯 올 듯, 오락가락 애 태우다가

휙~ 가버린 4월이 긴장되고 을씨년스런 봄이었다면

5월은 푹 퍼져가는 나른하고 화창한 봄이다.


청양고추 다다닥 다져 넣은 김치부침개

4월  토요일 밤 K와 막걸리 한잔 하며.


중간고사 끝난 집에온 K를 위해 등심 좀 구웠다.

돌나물과 부추, 쪽파까지 모두 텃밭에서 잘라온 첫 수확물로 참기름 고추가루,다진마늘,간장 넣고 버물버물

시금치국, 시금치 나물, 잡채에 들어간 시금치도 역시 텃밭에서 솎아온 거다.


역시 넘쳐나는 시금치를 먹기위한 방법중 하나로 묵은 김치 볶아 김치김밥

이거 싸들고 어디 꽃그늘에 앉았으면 싶다. 오늘 같은 날씨엔.


돌나물밭 가운데 더덕 싹이 올라온다.

맨아래 더덕순 속에 이슬 한방울 맺혀있다.




상추와 쑥갓등 쌈채

쪽파는 작년 김장용으로 심어 먹은 건데 군데군데 겨울을 나고 다시 싹을 올린 녀석들이 있어

한 곳에 모았더니 제법 쪽파 밭이 되었다.

올 봄 가장 잘 먹고 있는 시금치, 작년 가을 고구마 캔 자리에 심어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하며 잘 자랐다.


열무 싹이 나긴 났는데 발아율도 떨어지고 떡잎 색깔부터 영 시원찮다.

그래도 5월 날 풀리며 많이 자라기도 하고 파릇파릇해졌다.



재활용 반찬

먹다 남은 더덕구이를 도라지 몇가닥씩 찢어 돌미나리 한 줌과 무쳤다.

순전히 양을 늘리기 위해.

무조림을 했었다. 두번째 먹을 때 데운다고 냄비 올려 놓고 정신줄 놓아 태웠다.

그래도 태운 무조림 다 버리기 아까워 탄부분 잘라내고 깍둑썰기 한 두부

후라이팬에 살짝 구어 무조림과 버물버물. 마지막에 고명으로 다진파 솔솔 뿌려 재활용반찬 완성

뭐 맛이야 제각각이지만 또 묘하게 어울리는 맛이 있어 그럭저럭 남김없이 먹었다.

다시마와 무채를 넣고 지은 무밥이 포인트였던 밥상. 다시마를 좀 더 잘게 잘랐어야 했다.

그래도 계란말이도 있고 나물도 세가지나 있는 손이 많이 간 밥상이다.





손 별로 안간 밥상1

나물밥에 김치국(다시마육수에 김치 두부만 썰어 넣고 간장으로 마직막 간하는 것으로 끝)

깻잎볶음, 가위로 대충 자른 총각김치

손 별로 안간 밥상2

냉장고 들어 있던 고구마줄기볶음과 무나물 하고 남은 자투리 무 넣고 고사리무침, 고구마줄기볶음 넣고 끓인

육개장 느낌의 찌개


지리산에 갔었다.

활짝 핀 벚꽃을 다시 얼릴 듯 비와 눈이 번갈아 오던 토요일 오전 풍경



막 순을 올리기 시작한 두릅, 첫 물을 따다 데쳐먹고 두릅전도 해먹고

명이순도 한 잎씩 따다 이것저것 올려 고기쌈 싸먹었던 꽃구경 비구경, 눈구경 잘했던 4월 지리산 자락

(저 손은 제 손 아닙니다.)

추웠던 기억만 있는데 벌써 5월입니다.

2013년이란 연도 표기가 이제야 익숙해지는데...

이런저런 가족행사 챙기고 결혼식 좀 챙기면 벌써 첫 주 지난 5월이 6월 되고 반년이 지척입니다.

애들 시험 한번 더 보면 한 여름, 여름휴가 그러다 또 추석오고 가을인가 하면 겨울되고...

왜 요즘 이리 시간은 빨리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처럼 많은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시간은 아무튼 바삐갑니다.

그 바삐가는 시간을 쫓아 종종걸음 치는 우리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이리 미치도록 화창한 날,

어딜 그리 바삐 가는 걸까요 저는.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코코둘기
    '13.5.6 6:03 PM

    으아 완전 자연식이네요!! 맛있겠네요 ㅠㅠㅠㅠㅠ

  • 오후에
    '13.5.7 9:27 AM

    고백하자면 그리 맛있지는 않습니다.
    제가 하는 건 대체로 심심하고 별맛 없는 경우가 많아요. ^^

  • 2. remy
    '13.5.6 10:57 PM

    음홧홧홧~~ 알타리 사왔습니다~

  • 오후에
    '13.5.7 9:31 AM

    홧홧홧~~
    맛있게 드시옵소서....

  • 3. 도시락지원맘78
    '13.5.7 12:14 AM

    보기만해도 건강해질 것 같은 음식들 입니다.
    정감있는 그릇들 욕심나네요.^^

  • 오후에
    '13.5.7 9:32 AM

    그릇이 하나둘 깨지고 있어 짝도 안맞고 무엇보다 갯수가 부족할 때가 있답니다. ㅋㅋ

  • 4. 자수정
    '13.5.7 9:47 AM

    저도 얼마전 그런 생각 했었습니다.
    5월 행사들 끝나고 숨 좀 돌리고 나면 벌써 일년의 반이 훌쩍....
    그러다 추워지면 또 봄이 언제오나 햇빛만 바라고 있겠지.ㅋㅋ

    열심히 즐겁게, 찡그리지 말고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요즘 계속 하게됩니다.
    더불어 주변 정리도 깔끔하게..

    오후에님 가족들은 병원갈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의식동원 이란 말에 동감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요즘 제가 게을러져서 고기 아니면 인스턴트가 상차림의 전부인데
    매일 매일 반성을 하면서도 가족들이 안따라주니 또 어쩔수가 없다는 핑계로
    계속 반복입니다.

  • 오후에
    '13.5.7 10:03 AM

    사람이 딱 저 밥상처럼만 살게 되는 것도 아니고
    간간히 병원 갈 일은 생겨요. ^^*

    의식동원.. 실천이 쉽지 않죠

    시간은 생각보다는 확실히 빠른 것 같습니다.

  • 5. yoonhye
    '13.5.7 2:04 PM

    미치도록 화창한 날을 15년전에 처음 보았었는데요. 파랗고 파란 하늘이 참 원망스러운 봄날이었지요. 멀리 시집와서 부모님이 보고싶었어요... 그날이 생각하네요.
    항상 건강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식탁, 따님에게 향하는 인생선배로서의 조언들 잘 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빨리가는걸 막을수 없으니 열심히 사는 수 밖엔 없겠지요?

  • 오후에
    '13.5.7 5:33 PM

    실제론 제 마음이 급한건데 시간 탓만하고 있습니다.
    찬바람불면 괜히 마음 조급해지는 것처럼....

    5월이라 날이 더 화창하게 느껴지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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