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화창한 날이다.
꽃 꽂고 뛰쳐나가도 아무도 뭐라 안 할 것 같은 5월이다.
올 듯 올 듯, 오락가락 애 태우다가
휙~ 가버린 4월이 긴장되고 을씨년스런 봄이었다면
5월은 푹 퍼져가는 나른하고 화창한 봄이다.
청양고추 다다닥 다져 넣은 김치부침개
4월 토요일 밤 K와 막걸리 한잔 하며.
중간고사 끝난 집에온 K를 위해 등심 좀 구웠다.
돌나물과 부추, 쪽파까지 모두 텃밭에서 잘라온 첫 수확물로 참기름 고추가루,다진마늘,간장 넣고 버물버물
시금치국, 시금치 나물, 잡채에 들어간 시금치도 역시 텃밭에서 솎아온 거다.
역시 넘쳐나는 시금치를 먹기위한 방법중 하나로 묵은 김치 볶아 김치김밥
이거 싸들고 어디 꽃그늘에 앉았으면 싶다. 오늘 같은 날씨엔.
돌나물밭 가운데 더덕 싹이 올라온다.
맨아래 더덕순 속에 이슬 한방울 맺혀있다.
상추와 쑥갓등 쌈채
쪽파는 작년 김장용으로 심어 먹은 건데 군데군데 겨울을 나고 다시 싹을 올린 녀석들이 있어
한 곳에 모았더니 제법 쪽파 밭이 되었다.
올 봄 가장 잘 먹고 있는 시금치, 작년 가을 고구마 캔 자리에 심어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하며 잘 자랐다.
열무 싹이 나긴 났는데 발아율도 떨어지고 떡잎 색깔부터 영 시원찮다.
그래도 5월 날 풀리며 많이 자라기도 하고 파릇파릇해졌다.
재활용 반찬
먹다 남은 더덕구이를 도라지 몇가닥씩 찢어 돌미나리 한 줌과 무쳤다.
순전히 양을 늘리기 위해.
무조림을 했었다. 두번째 먹을 때 데운다고 냄비 올려 놓고 정신줄 놓아 태웠다.
그래도 태운 무조림 다 버리기 아까워 탄부분 잘라내고 깍둑썰기 한 두부
후라이팬에 살짝 구어 무조림과 버물버물. 마지막에 고명으로 다진파 솔솔 뿌려 재활용반찬 완성
뭐 맛이야 제각각이지만 또 묘하게 어울리는 맛이 있어 그럭저럭 남김없이 먹었다.
다시마와 무채를 넣고 지은 무밥이 포인트였던 밥상. 다시마를 좀 더 잘게 잘랐어야 했다.
그래도 계란말이도 있고 나물도 세가지나 있는 손이 많이 간 밥상이다.
손 별로 안간 밥상1
나물밥에 김치국(다시마육수에 김치 두부만 썰어 넣고 간장으로 마직막 간하는 것으로 끝)
깻잎볶음, 가위로 대충 자른 총각김치
손 별로 안간 밥상2
냉장고 들어 있던 고구마줄기볶음과 무나물 하고 남은 자투리 무 넣고 고사리무침, 고구마줄기볶음 넣고 끓인
육개장 느낌의 찌개
지리산에 갔었다.
활짝 핀 벚꽃을 다시 얼릴 듯 비와 눈이 번갈아 오던 토요일 오전 풍경
막 순을 올리기 시작한 두릅, 첫 물을 따다 데쳐먹고 두릅전도 해먹고
명이순도 한 잎씩 따다 이것저것 올려 고기쌈 싸먹었던 꽃구경 비구경, 눈구경 잘했던 4월 지리산 자락
(저 손은 제 손 아닙니다.)
추웠던 기억만 있는데 벌써 5월입니다.
2013년이란 연도 표기가 이제야 익숙해지는데...
이런저런 가족행사 챙기고 결혼식 좀 챙기면 벌써 첫 주 지난 5월이 6월 되고 반년이 지척입니다.
애들 시험 한번 더 보면 한 여름, 여름휴가 그러다 또 추석오고 가을인가 하면 겨울되고...
왜 요즘 이리 시간은 빨리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처럼 많은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시간은 아무튼 바삐갑니다.
그 바삐가는 시간을 쫓아 종종걸음 치는 우리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이리 미치도록 화창한 날,
어딜 그리 바삐 가는 걸까요 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