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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손사장, 생일 축하해

| 조회수 : 13,677 | 추천수 : 4
작성일 : 2013-05-03 14:39:11

"멱국 끓여 먹어라.."
"끓여 먹기 싫으면 집으로 오던지.."

"생일?"

어제 엄마의 전화 받고 알았는데 5월2일이 제 진짜 생일이라는군요.

"진짜 생일?"

(5.2일이 저를 다리 밑에서 주워 온 날이래요.ㅋ)


생일이라고 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 생일 날 미역국 끓여 먹어본 게

언제적 일인지 기억도 안 나요.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어?"...

"이 험한 세상에 왜 태어났니?"

요즘 같으면 "내가 정말  이 험한 세상에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싶기도 하네요.

먹고 살기,참 힘드네요. 힘들어..

젠장할,된장할,늙은 처녀 먹고 살기 힘들어..힘들어..

그래도 어쩌겠어요. 열심히 살아야죠..


"생일이 뭐라구.."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가

이번에 미역국 끓여 먹지 못하면 또 일 년 기다려야 하니

갑자기 미역국을 끓여 생일상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두 주먹 불끈 쥐고 뒤졌어요.


"냉장고를 뒤져라!!"

멀쩡해 보이지만 찌글찌글한 오렌지와 청포도도 있구..

그럭저럭 먹을만 했던 백오이소박이도 있구..

(전에 직접 담근 백오이소박이 이렇게 익었어요.

나름 무르지 않고 먹을만...)



아..스팸도 있네...

스팸,스팸,스팸도 있네...

(저 이거 좋아해요. 매일매일 쌀밥에 먹고 싶어요.

하지만 이것저것 생각해서 못 먹어요.0.0"")


흐릿해지는 거 빼고..

저 뒤쪽으로 보이는 게 뭘까?

자, 그럼  미역국과 괴기찬을 좀 만들어 봅니다.

미역국!!

저도 미역국은 좋아하지만 저보다 천 배쯤 미역국을 좋아하는 옆에 사는 늙은 처녀 귀신 때문에

한 솥을 끓였다지요.


"많이 먹어라..많이.."

"네 엄마도 너 낳으실 때 힘드셨을텐데..-.-"

냉동고를 털어보니 제가 얼마나 살림을 개떡같이 하고 살았는지 알 수 있겠더라구요.

매일매일 마트에 가서 사다가 얼렸다는 확실한 증거가 주루룩 나옵니다.


건미역이야 넘치게 있고 마치 내 생일을 위해 준비해 둔 것 같은 기름기 없는 땡땡 얼은 쇠고기 발견

땡땡 얼은 고기와 불린 미역,다진마늘,참기름에 달달 볶은 후

푸욱----끓여 주고..

뽀얀 국물이 나오게 부글부글 오래오래 끓여 주고..

아무 생각없이 가스가 다 해주니 미역국이 젤 편하면서 만만하더군요.


생일상엔 그래도 잡채가 떡하니 있어야 폼도 좀 나겠지요.

잡채에 고기는 넣어도 그만 안 넣어도 그만이지만 냉동고에 잡채용 돼지고기가 있으니

"야호..오늘은 고기 들어간 잡채닷!!"

 표고버섯도 있어서 표고도 넣고..

당근,청양고추가 잡채 채소의 전부!!

양파는 언제적부터 없었는데 아직까지 없어요. 없어...

불린 당면에 간장,식용유,참기름,설탕약간,후추,통깨,다진마늘 넣고 볶다가

볶은 야채 얹어서 섞으면 휘리릭 잡채가 완성


잡채 없었음 어쩔뻔..아찔합니다.
들어간 거 없어서 맛이 어떨까 살짝 걱정했는데 역시 생일상의 꽃은 잡채네요 .잡채..

맛이 있고 없음이 중요한 건 아니고 생일상엔 잡채가 있어야 옳아요.

한 덩어리 샀는데 너무 많아서 먹고 남겼던 데친 꽝꽝 얼은 브로컬리도
살짝 녹여주고....

냉동브로컬리, 뭔 요리를 하겠습니까?

초고추장이 진리죠.ㅋ

어제 생일의 주인공은 바로 전데 이 미역국은 또 다른 늙은 처녀귀신의 미역국이랍ㄴ다.

빠짝 말라서는 이렇게 많이 먹고 그래도 살 안 찌는 얄미운 늙은 귀신!!

테이블 옮기기 귀찮아서 벽을 보며 나란히 앉아서 먹을 수 밖에 없는 자취생의 현실!!

그래서 옆의 국그릇 비교가 더 확실히 됩니다.



날짜를 보니 4월 16일까지였던데..

어묵 한 봉 너무 많아서 3장 볶아먹고 냉동고에 넣어뒀던건데 맛,냄새는 괜찮터라구요.

냉동고를 믿어 봅니다.

괜찮겠지..


아삭이 고추,당근 넣고 어묵도 볶고..

여기에 양파가 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2

양파의 빈자리를 두 번째로 느끼고..


애호박,단호박이 조금씩 있어서 전도 부쳤어요.
애호박과 단호박을 넣으니 이름은 같아도 맛과 색깔이 달라서 이거 괜찮턴데요.

보기보다 맛있어요.
씹을 때마다 단호박의 달달함이 느껴져서 괜찮터라구요.

냉동삼치도 있으니 한 토막 구워 볼까?

소금간을 해서 얼려 놨던거라 그냥 굽기만 하면 되는데..

전에 한 토막 구워 먹었는데 비린내가 많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생선의 비린내를 그래도 좀 잡는 법을 알려 드릴게요.



소금간을 한 생선을 뜨겁게 달군 팬에 앞,뒤 노릇하게 구워줍니다.

생선이 노릇하게 구워졌으면 통마늘(편마늘도 가능)을 넣고 남은 기름에 마늘도 노릇하게 구워줍니다.


마늘까지 노릇하게 구워졌음 그 마늘기름에 로즈마리를 넣고 살짝 향을 내줍니다.

마늘과 로즈마리 향이 나온 기름을 마지막에 끼얹어 주면 생선에서 마늘의 향과 로즈마리 향이 나서

비린내가 좀 덜 납니다.

물론 마늘,로즈마리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생각해 보셔야 할 듯!!



접시에 담을 땐 기름을 좀 빼고 통마늘도 함께 곁들이면 보기에도 좀 낫고
마늘도 함께 집어 먹을 수 있어서 훨씬 덜 비린내 납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느 생일상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죠.

1년에 한 번 상다리가 휘어지는 게 생일 날이라는데

저는 그냥 있는 재료로만 만들어서 생일 상 치고는 비실비실합니다.

하지만 쇠고기까지 넣은 미역국은 1년에 딱 한 번 생일 날에나 먹을 수 있다지요.

자취생들에게는...



"에게...먹을꺼이 아무것도 없네.."
혼자 먹기 뻘쭘해서 옆에 사는 처녀 귀신 밥 먹으러 오라고 하니  왠 떡인가 싶어 뛰어 들어와서는..?
밥상 보며 말 대신 얼굴로 했던 말!!
"에게...먹을꺼이 아무것도 없네.."
"왜 없어? 우리에겐 스팸구이가 있는데...."
.
.
친구는 미역국이 있는데도 생일인지 모르니..(허긴 저도 제 생일도 모르고 저도 제 친구
생일 몰라요.우린 이렇게 늙어가는 늙은 귀신들이예요.-.-)
메뉴 보니 와인 마시자고 하는 거 같지는 않고 미역국보니 생일인 거 같기는 한데
먹을 게 없어 보이고..
도대체 오늘은 무슨 날인가? 생각을 몇 초 하는 거 같더라구요.
"노릇하게 구운 스팸 쌀밥에 얹어 맛있게 먹어..왜 먹을꺼이 없어..?"
.
.
.
.
먹을 꺼 없다더니 설거지 하기 참 편하게 비워주고 갔어요.

냉장고 털어 오밤중에 만들어 먹고  서로 얘기도 한 쪽 눈 번갈아 감아가며  
 졸면서 얘기하다가 갔구, 시어머니가 없으니  설거지 안 하고 내일 해도 되겠지만  그럴수는 없어서
정말 졸면서 설거지 하고 아침7시까지 기절했었네요.
생일이 뭐 이래...-.-""

 
.
나이 들어가면서 내 생일에 무텨져도 너무 무텨진다 싶어  급하게 냉장고에 있는 것만
꺼내서 1시간 짜리 내 생일상을 차려봤는데요, 차리길 잘 했다 싶네요.
생일, 사실 별거 아니라면 아닌데 멱국 한 그릇이라도 끓여서 나눠 먹고 나니
이 험한 세상에 그래도 태어난 게 얼마나 큰 행복인가 하는 생각으로까지  바뀌던데요.
역시 배가 불러야 생각도 긍적적으로 변하는 나는야 단순한 늙은 귀신처녀!!
손사장!! 생일 축하해!!
이 험한 세상에 태어나길 잘 했어...잘 했구 말구...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루루
    '13.5.3 2:55 PM

    손사장님 생일 축하드려요~~~~~
    저 님 글 참 좋아해요. 정말 이비인후가 즐거워진다는 ㅎㅎㅎㅎ
    이런 유통기한 넘은 것도 냉동고 믿고 요리 해주는 쿨한 게시물 사랑합니다 ㅎㅎㅎㅎ

  • 손사장
    '13.5.7 9:53 AM

    쉿!! 그거 비밀이예요.-.-

    냉동고 너무 사랑하는 1인으로서 김치냉장고도 하나 사고 싶어요.
    그럼 유통기한은 더더더더 길어질텐데...-.-ㅋ
    생일 축하 감사합니다.

  • 2. 석미경
    '13.5.3 3:01 PM

    재밌게 잘 봤습니다. 생일 축하드립니다^^

  • 손사장
    '13.5.7 9:52 AM

    생일 축하 감사합니다.

  • 3. 용가리
    '13.5.3 3:32 PM

    재밌고 긍정적 에너지 넘치세요...
    축하합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손사장
    '13.5.7 9:52 AM

    사랑 좀 해줬음 좋겠어요.ㅋㅋ

    긍정은 나의 힘!! 믿습니다.

  • 4. 코스모스
    '13.5.3 3:38 PM

    멋진~~~거한 생일상인데요.
    생일 진심 !!! 축하합니다.
    테어난 이세상 행복하게 살자구요. 하하하

  • 손사장
    '13.5.7 9:51 AM

    생일 축하 감사합니다.

    사는 거 뭐 별거 있을까요? 재미나게 살아야죠.

  • 5. 해바라기
    '13.5.3 4:55 PM

    생일 축하해요~
    항상 밝고 재미있는 글 잘 보고 있어요

  • 손사장
    '13.5.7 9:50 AM

    감사합니다.

    닉네임 보니 높은 곳에 우뚝서서 반듯하게 웃고 있는 키다리 해바라기 생각나네요.

  • 6. loveahm
    '13.5.3 5:57 PM

    생일 축하드려요. 뭐 저정도면 상다리가 부러지진 않아도 쪼매 흔들리긴 하겠네요 ㅎㅎ
    전 제일 첨에 스팸보고 소고기 스테이크인줄 알았어요

  • 손사장
    '13.5.7 9:50 AM

    ㅋㅋ 스테이크처럼...껄껄..

    스테이크 고기도 없었지만 저는 스테이크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 7. 피치피치
    '13.5.3 11:10 PM

    축하드려요~~~~
    오래오래 건강하게 만수무강 하셔요~~
    맛난 음식을 잘 만드시니까 맘도 고우실 거 같아요.^^

  • 손사장
    '13.5.7 9:49 AM

    만수무강!! ㅋㅋㅋ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는 게 최고이긴 하죠.

    마음,늙은 처녀가 곱기는 쉽지 않아요.ㅋㅋ

  • 8. shyiny
    '13.5.5 12:37 PM

    손사장님, 생일 축하드려요!
    오이 데이. ^^ 그럼요 이 세상 태어난 것이 얼마나 좋은데요!

    사진과 글 나눔 늘 고맙습니다.
    양파 부족 공감해요. ^^

  • 손사장
    '13.5.7 9:48 AM

    양파가 누구? 때문에 비싸졌다고 하던데 진짜인지 양파 때문에
    맛있는 거 못 해 먹고 있어요.-.-

  • 9. 낮잠
    '13.5.5 6:24 PM

    생일 축하드려요^^~
    음식을 너무 잘 해 드시는데요^^..
    옆집 살고 싶네요^^~

  • 손사장
    '13.5.7 9:48 AM

    감사합니다.

    음식 해 먹고 낮잠 서너 시간씩 잤음 좋겠네요.ㅋ

  • 10. 도시락지원맘78
    '13.5.7 12:16 AM

    손사장님. 진작부터 댓글 달고 싶었어요.
    요즘 올리시는 이비인후가 즐거운 요리들 잘 보고 있어요.^^
    앞으로도 많이 올려주세요.

  • 11. 손사장
    '13.5.7 9:47 AM

    위에 보니 아이 낳고 컴백을 하셨다고 하시던데...
    일단 컴백 웰컴입니다.!!

    이비인후가 즐거운 요리,이거 참 어렵지만 재미나게 하고 있어요.
    앞으로 가끔 올리도록 할게요.

  • 12. 그린쿠키
    '13.5.7 7:10 PM

    축하합니다~~
    스스로 생일상을 차리셨네요. 겁나 멋져요~ ㅎㅎ
    저도 제 생일 때면 주변사람들, 직장선배나 후배들에게 점심을 사곤 하거든요.

    음식을 이렇게 잘하시고 코디도 잘하시는데....아깝네요. 혼자사시는 것이. ㅎㅎㅎㅎ.

  • 13. 쎄뇨라팍
    '13.5.9 4:44 PM

    ^^
    추카추카
    시간이 갈수록 자축하는 횟수가 늘어날겁니다..ㅎㅎ
    사장님이셨구나!!!!!!!
    확실히 뭔가 쿨하구나...했어요
    늘 뚝딱뚝딱 인데도....날 잡고 요리하는 것처럼 다 먹음직스럽게 잘 하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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