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마리가 필 무렵!!
제 베프가 얼마 전 전화를 해서는...?
"퓨후......큰 한숨을 내쉬더니
"도시락" 이란 단어로 첫말을 꺼내더니 "도시락" 란 단어로 무겁게 전화를 끊더군요.
내용인즉,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한 동안 살것(?) 같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던 중, 조금 더 지르고 싶은데
슬슬 날씨가 따뜻해지니 나들이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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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육아방법은 제가 본 엄마들 중에 젤로 쿨하게 키웁니다.
아이 안 키워 본 제가 봤을 때도 가슴이 철렁하리 만큼 가끔은 대범(?)하기도 합니다.
그런 엄마가 아이 때문에 걱정스러운 게 뭐 있을까 싶은데 의외로 아이의 "나들이 도시락"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더군요.
"김밥 한 줄이랑 조각과일,뽀로로 음료 한 병 보내"
"그래도 될까?"
"그렇게 싸서 보내면 안 돼?"
"몰라"
"대신 김밥은 "아빠 김밥" 말고 "아이 김밥"으로 싸서 보내라..제발...
"그건 또 무슨 김밥인데..?"
1.시금치 한 단,혼자 먹기엔 너무 많고..
2.어묵 한 봉지,혼자 먹기엔 많아도 너무 많고..
3.당근 한 개, 혼자 시들거리지 않고 먹기엔 너무 많고..
4.다진 쇠고기, 혼자 해 먹을 게 없구..
조금씩 남은 4가지 재료를 꺼내 색을 맞춰보니 김밥 색깔로는 조금 부족한 듯도 한데...
나들이 도시락이 친구의 고민이자 걱정거리라고 하니 그냥 한 번 만들어 봤어요.
저는 나들이 도시락이라면 특히나 아이들용이라면 뭐니뭐니해도 "김밥"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만 ....?
두 줄 정도 싸면 맞을 거 같아서 속재료에 맞춰 말아보니 3줄은 조금 작고 2줄은 조금 두껍고
그렇터라구요. 그래서 2줄에 맞춰서 누드김밥을 말아서 썰어보니 귀찮아도 3줄 싸는 게 낫겠다 싶더라구요.
왜?
2줄 말고 썰어보니 후회가 되더군요.
3줄 말아서 적당한 두께로 썰어서 먹을껄..-.-
김밥이 너무 크니 입속에 쏙 들어가는 게 아니라 잘라서 먹거나 아님 입이 예쁘게 다물어지지 않게
얼굴 찌그러지는 거 보니 볼성사나워서 말이죠...-.-""
간편하게 먹자고 말은 김밥이 여간 먹기 불편한 게 아니더라구요.
뭐 때문에 굳이 그렇게 두껍게 말아 썰어서 보기도 흉하게 불룩한 입을 만들며 먹는지 원..-.-
커도 너무 큰 김밥, 먹기에 얼마나 불편한지 경험해 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입을 있는 힘껏 벌리면 아구에서 딱 하는 소리가 나는 걸..
이런...-.-""
아이들 나들이 도시락, 뭐 준비 하시나요?
개똥이 도시락 이렇게 싸서 보내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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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의 속재료는 색깔맞춰 넣고 부디 "아빠김밥" 아닌 "아가김밥" 으로 말아서
한 줄만 싸줘.."
"그리고 과일 조각,물이든,음료든 하나 보내면 되지 않을까?"
김밥이 번거롭거나 아이가 좋아하지 않는다면...?
주먹밥은 어떠세요?
주먹밥도 큼직하게 어른들이 먹는 그런 주먹밥 아닌 한입에 쏙 먹을 수 있는 작고 예쁜 주먹밥 어떤가요?
스팸인데요..
(내 사랑스런 아이에게 스팸을...? 소풍은 특별한 날이니까??)
스팸을 모양틀로 찍어서 기름 두르지 않은 팬에 노릇하게 구워 키친타올에 기름을 빼고..
후리가케 섞은 밥으로 작은 주먹밥을 만들어 모양틀로 찍은 스팸을 하나씩 얹어서 랩으로 말아도 괜찮겠구요..
이렇게 모양틀로 만든 구운 스팸을 하나씩 얹으니까 골라 먹는 재미도 있겠지요?
잘 먹는 아이면 유부초밥을 곁들여도 좋겠구요.
몇 년 전에 봤던 그 장면을 아직도 잊지 못해 매년 4,5월이면 그 기억을 더듬어 아이 있는 엄마들에게 신신당부를 합니다.
나들이 나온 아이(몇 살쯤일까? 7살처럼 형,언니 같은 연령은 아니었는데..)들이
옹기종기 모여 점심을 먹는데 다들 준비해 온 도시락을 꺼내서 먹는데 한 아이가
큼직한 도시락에서 포크로 김밥을 찍어 들었는데 김밥이 아빠김밥, 그러니까
어른들이 먹는 큼직하고 두꺼운 김밥이더라구요.
아이는 그 김밥을 입쪽으로 가져갔는데 입속으로 쏙 들어가지 않으니 한 입 배어 물었는데..?
아뿔싸..
우루루 떨어지는 김밥 속재료들...
손으로 주섬주섬 단무지 집어 먹고..
햄 집어 먹고..
계란지단 집어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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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에서 떨어진 속재료를 하나씩 집어 먹는데 안쓰럽더라구요.
내 아이 많이 먹일려는 엄마의 마음 이해는 가지만 너무 크게 말은 김밥은 아이가 먹기에
너무 불편해 보이더라구요. 이왕 아이 나들이 김밥 싸주시는 거면 조금 작게 말아서
아이가 한입에 쏙 넣고 예쁘게 먹게 해 주셨음 좋았을텐데..
김밥,커도 너무 커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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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에게 또 이 얘기를 하면서 부탁했어요.
"아이 나들이 도시락은 메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크기더라."
김밥에 과일 조각,물 한 병 싸주더라도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김밥 싸주길 바래..
아빠김밥은 아빠에게..
아가김밥은 아가에게..
자식이 뭐라구..
학교 다닐 때 공부 잘 해 반 친구 그 누구한테도 무엇 하나 몰라서 물어보는 거
없던 개똥이 엄마가 아이 도시락 때문에 고민과 걱정으로 끙끙!!
얼마나 맘이 무거웠으면 애도 안 낳아 본 나에게 도시락 때문에 상담과 조언을 구하구..
결국 포크를 보면서도 "포크"냐고 되묻고 확인하는 거 보며
살짝 " 3쾌" 했었네요. 푸하하..
인생,새옹지마라는 말.....
믿어 의심치 말고 삽시다.
덧)) "가끔 우리 아이 소풍 도시락입니다." 이런 타이틀로 올라온 사진들 보면 입이 떡 벌어지게 근사하던데요,
제가 후딱 만들어 본 도시락은 그렇게 누가봐도 입 딱 벌어지는 도시락 아닌 그냥 정성만 가득가득 넣고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만들어 주는 "정성가득표 도시락"입니다.
원래는 주먹밥 모양 내는 방법을 좀 서너 개 보여 드릴려고 했는데
삼천포로 빠져서 말이 길어졌네요.
주먹밥 모양 내는 방법은 다음 포스팅에 삼천포로 빠지지 않으면 해 볼게요.
꽃마리, 참 예쁘죠?(또 빠진다. 또 빠져...ㅋ)